슬로우 지깅 A to Z

국내 정착과정  

제주도서 시작해 남해 거쳐 동해까지     

장진성 JS컴퍼니?다미끼 필드스탭

나는 2011년 3월경 일본인 친구 와다(火田) 선장의 홈페이지를 통해 슬로우 지깅에 대해 처음 접하였고, 그 궁금증이 커가고 있던 중 작년 4월 와다 선장과 그 친구들이 제주 마라도를 방문하였기에 그들과 동행하여 처음 슬로우 지깅을 접하게 되었다. 출조 당시 날씨가 안 좋은 상황에서도 일본 낚시인들은 슬로우 지깅으로 연신 부시리와 방어의 입질을 받아냈고 그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슬로우 지깅이 우리나라 여건에 잘 맞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당장 사용할 슬로우 지그를 구할 방법부터 알아보았다. 마침 필자가 필드스탭으로 활동하고 있는 다미끼의 자회사인 다미끼저팬에서 슬로우 지그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샘플로 슬로우 지그를 받아 테스트하게 되었다.

  지난 6월 중순 소관탈도, 중뢰 해상에서 마릿수 부시리를 낚은 필자 일행.

작년 여름 제주 우도, 소관탈도에서 위력 확인

슬로우 지깅을 처음 시도해본 시기는 작년 초여름. 성산포 우도 부근 해상이었다. 다양한 액션을 취하면서 낚시를 해본 결과 대형 광어를 비롯해 능성어, 쏨뱅이, 열기 등이 낚였으며 나중엔 한치까지 반응을 보였다. 다양한 어종이 낚인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한 후 우리나라에서도 슬로우 지깅이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확신을 가졌다.
우도 해상의 슬로우 지깅이 성공하자 대형 부시리와 방어가 낚이는 소관탈도 빅게임이 기다려졌다. 마침 7월 초에 소관탈도 출조 계획이 잡혀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낚시를 했는데 결과는 대박이었다. 80cm 방어를 포함해 마릿수 부시리, 방어를 슬로우 지깅으로 낚았고 이 기법을 처음 접한 동료 낚시인들은 그 효과에 놀랐다. 동행 낚시인들은 주로 롱 지그를 사용한 수직 지깅을 했는데 수직 지깅에도 입질이 들어오기는 했지만 입질 빈도는 슬로우 지깅이 훨씬 많았다. 수직 지깅이 한 번 입질 받을 때 슬로우 지깅엔 일곱 번 입질이 들어올 정도였다. 입질 차이가 너무 많이 났지만 준비해간 루어가 많지 않아 써보라고 건네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었다.
그 후로도 몇 번 소관탈도와 인근 포인트로 출조를 떠났다. 그때마다 슬로우 지깅은 대박조황을 안겨주었고 그 사실은 입소문을 통해 낚시인들 사이에 알려지게 되었다. 전남 진도 복사초, 신안 가거도, 경남 거제 안경섬, 동해 왕돌짬 등 우리나라 유명 지깅 포인트에서 슬로우 지깅을 시도해 재미를 본 분들이 생겨났고 슬로우 지깅은 점차 전국으로 확대되었다.

부시리, 방어 외에 참돔, 우럭 등 다양하게 입질

나는 지난 1년 동안 여름 시즌에는 주로 제주시 북쪽 해상의 소관탈도와 대관탈도, 중뢰, 절명여 등에서 부시리, 방어를 대상으로 빅게임 위주의 낚시를 하였고 북풍이 부는 겨울엔 마라도나 서귀포 해상, 우도 부근으로 슬로우 지깅을 하여 다양한 어종의 손맛을 보았다.
관탈도 부근에서는 부시리, 방어 등의 회유성 어종이 주로 낚였고 제주도 바다에서는 다양한 어종이 낚였다. 겨울엔 우도 부근으로 출조를 자주 나갔는데 100여m 수심에서 참돔의 마릿수 입질을 받아봤으며, 올봄엔 서귀포 섶섬 앞바다에서 방어 떼를 만나 며칠동안 엄청난 수의 ‘야드(작은 방어를 부르는 말)’를 슬로우 지깅으로 낚아보았다.
슬로우 지깅엔 부시리, 방어뿐만 아니라 참돔, 광어, 우럭 등의 록피시를 비롯해 옥돔까지 다양한 어종이 낚이는 것을 보고 앞으로 더욱 많은 낚시인들이 이 기법을 접하게 될 것으로 보았다.

   슬로우 지그를 물고 올라온 능성어.

  수직 지깅과 슬로우 지깅의 차이는?

슬로우 지깅은 지금까지 해왔던 수직 지깅에 비해 장비가 가볍고 액션 연출에 있어서도 힘들이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기에 체력적인 부담이 훨씬 덜한 것이 장점이다. 또 부시리, 방어 등 전통적인 지깅 대상어를 비롯해 참돔, 우럭, 광어 등 다양한 어종에게 어필하여 수직 지깅보다도 조과가 좋았다. 낚시방법 역시 쉬워서 옆 사람의 낚시를 보고 흉내를 내도 눈썰미가 있는 분들은 어렵지 않게 따라해 입질을 받았다.
슬로우 지깅은 일단 바닥층에서 낚시를 시작한다. 수직 지깅은 빠른 액션 연출 위주로 낚시가 이루어지는 것에 비해 슬로우 지깅은 말 그대로 지그를 느리게 움직여서 입질을 유도하는 기법이다. 바닥층까지 내린 지그를 느리게 릴링하면서 로드 팁을 이용해 튕겨주는 형태로 액션을 연출하는 방법이 가장 보편화된 낚시방법이지만 활성도가 높은 경우 로드를 높게 치켜 올린 상태에서 곧바로 수직 폴링시켜줄 때 곧바로 입질이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방어와 같이 무리지어 다니는 고기들의 경우 중층에서 입질이 들어오면 지그를 바닥까지 내리지 않더라도 지그를 폴링시키는 과정에서 곧바로 입질이 들어오는 일도 많고, 이럴 경우에는 지그를 중층 수심 정도로 내리고 로드를 치켜 올려 수직폴링시켜줄 때 입질이 자주 들어왔다.
폴링바이트가 많이 들어올 경우엔 슬로우지그 중 면적이 넓은 루어를 사용할수록 효과가 뛰어났다. 면적이 넓은 루어는 물의 저항을 많이 받아 천천히 내려가기에 더욱 많은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참돔이나 우럭, 광어 등과 같은 록피시는 바닥층에서 주로 입질하기 때문에 바닥층을 공략해야 하는데 슬로우 저킹도 효과가 좋지만 간혹 수직에 가까운 롱 저킹에서 곧바로 수직 폴링시켜주는 과정에서 입질이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다. 이때에는 지그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아 라인이 일자로 펴지지 않고 둥그렇게 말리면서 느슨하게 되는데 입질이 들어온 것이므로 챔질해줘야 한다.

                            지난 6월 절명여 해상에서 슬로우 지깅 중 대형 참돔을 낚은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