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슬로우 지깅 A to Z

슬로우 지깅이란?         

회유어보다 바닥고기 유혹용 지깅        

조홍식 이학박사, 「루어낚시100문 1000답」, 「루어낚시 첫걸음」 저자

최근 우리나라 바다루어낚시의 유행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일본에서 건너온 ‘슬로우 지깅’이란 새로운 기법이다. 우리나라 낚시 트렌드 형성에 이웃한 일본의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IT 기술이 세계를 선도하듯 일본은 낚시기술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일본에서 새로운 기법이 등장하면 지리적 어종적으로 유사한 우리나라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전해져 2~3년 후면 국내에서 하나의 장르를 구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로우 지깅은 대형 잿방어를 노리기 위해 고안된 기법인 ‘슬로우 피치 저크(slow pitch jerk)’가 변형된 말이다. 슬로우 피치 저크는 수류의 영향을 잘 받게 설계된 나뭇잎 형태의 지그를 해저까지 내린 뒤 릴링에 의한 낚싯대의 반동만으로 지그를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말한다. 이 방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활용되어온 기법이지만 일본 관서(關西)지방의 지깅 전문가 사토 노리히로(佐藤 統洋)씨가 재정립하여 공식적인 지깅 장르의 하나로 정착되었고 다양한 어종을 낚을 수 있는 낚시상품으로 발전되었다. 조과가 좋은 기술인 이 기법은 관동(關東)지방으로 넘어오면서 슬로우 지깅이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국내에는 관동지역 낚시인들이 붙인 이 슬로우 지깅이란 말이 건너온 것이다.

                                                    슬로우 지깅을 정립한 사토 노리히로씨의 슬로우 지깅 DVD.

2008년 일본의 사토 노리히로씨가 정립

슬로우 지깅을 설명하기 이전에 일단 용어 정리부터 할 필요가 있다. 슬로우 피치 저크는 강렬하고 신속한 동작을 요하는 ‘원 피치 원 저크(one pitch one jerk)’, ‘페달 저크(pedal jerk)’ 등으로 부시리를 노리는 파워 위주의 지깅과 상대되는 개념의 지깅 동작으로 이해하면 좋다. 
슬로우 지깅이 새로운 기법인가 하는 질문의 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이다. 메탈지그를 사용하는 지깅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낚시 기법 중의 하나다. 다양한 형태의 메탈지그가 존재하고 그에 따라 작동법 역시 다양하게 존재해왔다. PE라인의 도입 등 지깅을 현대화시킨 일본 낚시계에서는 2000년대 초에 그 어느 대상어보다 파괴적인 손맛을 주는 부시리 지깅이 붐을 이루면서 부시리의 입질이 보다 좋은 기다란 형태의 롱 지그가 개발되었고 단시간에 지깅의 대세가 되어 버렸다. 지깅의 기술 발전이 롱 지그를 통한 부시리낚시에 집중되면서 다른 방식의 지깅은 잠시 잊혀버린 것이다. 슬로우 피치 저크 역시 그 이름은 달랐을지언정 롱 지그를 활용하는 지깅 기법에 묻혀버린 기법 중 하나다.
10년쯤 시간이 흐르고 부시리, 방어 등 회유어의 격감과 더불어 경제적 장기불황으로 지깅에 대한 시들해진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무엇인가가 필요한 시기에 슬로우 피치 저크가 다시 등장하였다. 이 기법은 일본 관서지방을 대표하는 지깅 카리스마, 사토 노리히로씨가 대중화시켰다. 사토 노리히로씨는 일본의 지깅 역사를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몇몇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서 일본 서부 즉,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관서지방을 대표하는 지깅 보급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다.
슬로우 피치 저크는 부시리, 방어뿐만 아니라 능성어, 참돔, 우럭, 쥐노래미 등에도 효과적인 방법임이 알려져 인기를 모으고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일본은 지역감정이 강하기로 유명한데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관동지방에서는 자존심 문제로 슬로우 피치 저크 대신 ‘슬로우 지깅’이라고 명명되었다. 지금도 잡지 등을 보면 관서지역에선 슬로우 피치 저크라 부르고 관동지역에선 슬로우 지깅이라고 말한다.

  일본의 슬로우 지깅 조과. 달고기, 쏨뱅이 등 다양한 어종이 낚였다.

대형 잿방어를 낚기 위해 고안된 기법

슬로우 피치 저크는 원래 대형 잿방어를 선택적으로 노리려는 기법으로 고안된 것이다. 지깅은 지그를 바닥층에서 시작해 위로 위로 신속하게 올리면서 도중에 옆으로 미끄러지는 동작으로 입질을 유도한다. 그러나 슬로우 지깅은 살짝 당겨서 움직인 지그를 어떻게 가라앉히느냐가 중요한 요소이다. 부시리나 방어는 무리를 지어 서로 경쟁하면서 미끼를 사냥하므로 이러한 경우 빠른 동작의 지그가 입질을 유도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무리를 짓지 않는 대상어의 경우 이런 동작으로는 입질을 받기가 어려운 데 착안한 것이 바로 슬로우 피치 저크 동작이다. 2008년에 이 기법을 설명하는 DVD를 발매하여 슬로우 지깅 붐의 기폭제가 된 사토씨의 말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이 방법을 시작한 계기는 대형 잿방어를 낚고자 해서이다. 50kg이 넘는 잿방어는 단독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그를 간파해서 무엇인가 맞지 않으면 절대 입을 열지 않는다. 일대일인 경우, 먹이가 되는 물고기가 단 한 마리 혼자 있는 일은 없기 때문에 오히려 경계를 하는 것이다. 한참동안 안전하다 판단이 들 때까지 기다리고 나서 먹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낚아내려면 지그를 움직여서는 안 되지 않겠나. 격렬한 액션은 금지인 것이다. 무리를 짓지 않는 대어를 어떻게 해야 낚을 수 있을 것인가? 이를 위해 고안한 것이 바로 슬로우 피치 저크이다.」  

지깅을 생활낚시로 변모시키다
위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인기가 드높던 부시리, 방어의 격감으로 전성기가 지난 느낌의 지깅 붐을 다시 일으킬 실마리가 필요했던 일본 낚시업계는 때마침 나타난 슬로우 피치 저크가 다양한 어종에 입질이 잘 들어온다는 점에 착안하여 상품화시켰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더욱이 대물 일변도가 아닌, 가까운 바다에서 다양한 중소형 어종 낚시를 즐기는 라이트 지깅과 결합시켰고 또 인기 절정의 참돔지깅에도 이 기법을 도입했다. 이 기법이 인기를 끌자 수류의 영향을 잘 받는 전용 지그의 개발 역시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이게 슬로우 지깅 전용 지그다. 대중의 니즈를 읽어낸 업계의 성공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싶다.
일본의 낚시잡지인 SALT WORLD(에이출판사 발행)에는 2010년 봄부터 ‘최근 유행하는 슬로우한 액션으로 지깅을 한다’는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고 2011년 가을에 슬로우 지깅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다. 이때는 이미 슬로우 지깅이 관서지방의 지방색 짙은 기법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슬로우 지깅은 지깅이란 장르를 생활낚시로 변모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상어도 부시리, 방어 등의 회유어는 물론 쏨뱅이, 참돔, 광어, 우럭, 능성어 등이 낚인다. 이들은 재미있고 먹어서 맛좋은 고급 생선들이다. 더욱이 일부 마니아들만의 파워게임이 아닌 남녀노소가 근해를 중심으로 친구끼리 가족끼리 즐길 수 있는 쉬운 장르로 변모되었다.
슬로우 지깅의 인기는 일본의 낚시점에 가보면 실감할 수 있다. 수많은 지그를 전시하고 있는 매장에는 따로 슬로우 지깅 전용 지그를 전시하고 있는 코너가 설치되어 있을 정도이다.

                          일본 낚시점의 슬로우 지깅 전용 진열대.
 

고탄성 블랭크로 만들어진 6.5피트 낚싯대 필요

슬로우 지깅을 쉽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지깅용 태클과는 다른 성능을 요구한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지그의 액션이 기존의 지깅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단순하게 지그를 천천히 움직여주는 것이 슬로우 지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존의 지깅은 힘을 써서 지그를 빠르게 위쪽 방향으로 인위적으로 움직여 주었지만 슬로우지그는 수류 저항을 받은 지그가 수평으로 누워 나풀거리며 저절로 가라앉는 동작이 주요 액션이다. 이러한 동작을 하기 쉽도록 전용 지그와 장비가 준비되어야 한다.
과거의 메탈지그, 그러니까 롱지그 전성기가 오기 이전에 사용하던 지그에는 슬로우 피치 저크 기법에 사용할 모델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이를 그대로 사용해도 좋겠지만 최근에는 더욱 수류 저항을 잘 받고 확실하게 옆으로 누워 가라앉도록 만들고 있다. 침하 속도도 느리고 독특하게 움직이는 전용 지그도 많이 개발되고 있다. 기존의 롱지그와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관계로 수류 저항이 강해 조류에 실려 떠내려가기 쉬워 매우 느리게 가라앉으며, 가라앉은 다음엔 물의 저항을 많이 받아 기존의 격렬한 액션을 주기에는 매우 힘이 든다.
지그가 옆으로 잘 눕도록 어시스트 훅의 세팅도 신경을 많이 쓴다. 일반적인 롱지그에는 머리 쪽에 어시스트 훅을 달지만 슬로우 지깅에서는 상하 밸런스를 고려해 위에 달기도 하고 또 아래에 달기도 하며 양쪽 모두 달기도 하는 등 선택적으로 어시스트훅을 단다.
낚싯대는 기존의 지깅용 낚싯대가 저탄성 블랭크로 만들어진 5~5.5피트 길이의 낚싯대인   데 반해 슬로우 지깅용 낚싯대는 빳빳한 고탄성 블랭크로 만들어진 6.5피트 정도의 약간 긴 낚싯대를 쓴다. 그 이유는 낚싯대의 탄력만으로 지그의 움직임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러한 액션은 고탄성 블랭크여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래 설명하는 슬로우 지깅 동작을 유심히 읽어주길 바란다.

짧은 릴링동작 반복으로 액션 유도

기존 지깅과 대별되는 슬로우 지깅의 가장 큰 특징은 ‘릴링만으로 지그를 움직인다’는 점이다. 먼저 지그를 수중으로 낙하시켰다면 낚싯대를 수평으로 유지한다. 지그가 바닥을 찍었다면, 또는 어군이 밀집한 수심까지 도달했다면, 순간적으로 릴을 1/2바퀴 또는 1/4바퀴 감고 정지한다. 이때 낚싯대는 릴링으로 잡아당겨지는 지그의 하중으로 인해 초리가 수면으로 휘어진다. 동시에 반발력에 의해 낚싯대가 다시 펴지면서 지그가 수중에서 당겨 올라온다. 수중의 지그는 순간적으로 조금 올라오다가 정지하고 수류의 영향을 많이 받는 형태 특성상 옆으로 누운 상태가 된다.
이어서 가만히 지그가 수평 상태에서 너풀거리며 가라앉기를 기다린다. 즉, 반동으로 인해 지그가 약간 당겨 올라왔다가 옆으로 누워 낙엽이 떨어지듯 가라앉는 것이다. 이 액션은 낚싯대 초리의 반발력이 없으면 불가능한 요소이다. 고탄성 낚싯대를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사용하던 유연하게 휘어지는 저탄성의 지깅 낚싯대로는 이러한 액션을 만들 수가 없다. 저탄성의 낚싯대는 대물을 제압하고 잘 부러지지 않는 등 장점도 많지만 릴링 반 바퀴 정도만으로 지그에 움직임을 전할 수가 없다. 이 정도만으로는 탄성이 약한 낚싯대가 휘어지기만 하고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지그에 움직임이 전해지지 않는다. 슬로우 지깅에 있어서 고탄성 낚싯대는 필수조건이다.
다시 말해 슬로우 지깅의 기본 동작은 낚싯대는 수평으로 가만히 있고 릴링, 그것도 1/2바퀴나 1/4바퀴만으로 지그에 움직임을 주고 움직인 지그가 다시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이고 이와 같은 동작을 연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릴 핸들을 조금 돌리고 입질을 기다리고 다시 릴 핸들을 돌리고 또 기다리고, 이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슬로우 피치 저크의 기본 동작이다.

입질이 없을 땐 롱 폴 저크

이와 같은 액션은 지그의 이동거리는 매우 짧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대상어에게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 가능하다. 만일 낚시하는 수심이 70~80m를 넘어 깊다면 릴을 감는 정도를 조금 늘려 한 바퀴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수압을 받아 직선을 유지하지 못하는 낚싯줄이라면 반 바퀴 정도로는 지그에 움직임을 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릴을 조금 감고 기다리기를 반복해도 입질이 별로다 싶으면 중간 중간에 낚싯대를 움직여 보는 것도 좋다. 기본동작에 응용동작을 더하는 것이다. 릴을 감지 말고 낚싯대를 머리 위로 높이 천천히 들어 올렸다가 내리는 동작이다. 낚싯대를 내릴 때는 지그의 무게를 느끼면서 낚싯줄의 팽팽함을 유지시키며 내리는 방법과 순간적으로 내려 지그를 프리폴링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어느 것이나 다 좋다. 이 방법을 ‘롱 폴 저크(long fall jerk)’라고 부르는데 지그가 가라앉는 이동거리를 늘려 물고기에게 좀 더 오랫동안 자극을 주는 방법이다.
‘슬로우 피치 저크’와 ‘롱 폴 저크’는 세트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입질은 대부분 지그를 가라앉히는 도중에 들어온다.

슬로우 피치저크

낚싯대는 수평으로 가만히 있고 릴링, 그것도 1/2바퀴나 1/4바퀴만으로 지그에 움직임을 주고 움직인 지그가 다시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이고 이와 같은 동작을 연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릴 핸들을 조금 돌리고 입질을 기다리고 다시 릴 핸들을 돌리고 또 기다리고, 이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롱 폴 저크
릴을 감지 말고 낚싯대를 머리 위로 높이 천천히 들어 올렸다가 내리는 동작이다. 낚싯대를 내릴 때는 지그의 무게를 느끼면서 낚싯줄의 팽팽함을 유지시키며 내리는 방법과 순간적으로 내려 지그를 프리폴링시키는 방법이 있는데 어느 것이나 다 좋다. 지그가 가라앉는 이동거리를 늘려 물고기에게 좀 더 오랫동안 자극을 주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