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고발

고흥 점암지의 흉물, 불법 개인좌대

김중석 객원기자

지난 6월 2일 고흥 점암지에서 포인트로 가던 중 웬 피켓이 보여 발걸음을 멈췄다. ‘경고’란 글자가 적힌 피켓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본 저수지에 무단 설치된 낚시도구 및 좌대 등 불법시설로 수질오염과 시설 관리에 지장이 있으므로 2013년 5월 28일까지 자진 철거 바라며 불이행시 강제 철거할 계획이며 이후 또 설치 시 농어촌정비법 제 139조에 의거 처벌받게 됩니다. -한국농어촌공사 고흥지사장-」

1 고흥 점암지 논두렁에 만든 불법 개인좌대. 텐트까지 칠 요량이었는지 넓게 만들었다.
2 고흥 점암지에 한국농어촌공사 고흥지사가 세운 경고문 피켓.

그 글을 읽고 낚시터를 둘러보니 낚시인이 만들어 놓은 좌대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논두렁과 수초 사이에 어디서 구해왔는지 폐자재 널빤지와 각목으로 만든 좌대가 곳곳에 있었다. 어떤 좌대는 텐트까지 설치할 요량으로 만들었는지 무척 넓었다.
필자도 휴대용 좌대를 갖고 다니므로 좌대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이렇게 자기 편하자고 고정좌대를 만들어서 사철 설치해놓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였다. ‘자진 철거 시한’으로 명시한 5월 28일이 지났지만 농어촌공사에서 좌대를 철거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불법좌대가 떠다니다가 수문을 막기도”

경고문 피켓을 세운 한국농어촌공사 고흥지사에 전화를 걸어서 불법좌대가 어떤 문제를 발생시키는지 물어보았다. 담당 직원은 “이렇게 방치된 불법좌대는 큰 비가 내릴 경우 떠밀려 다니다가 나중에 수문을 막아버리는 일도 생긴다. 낚시인들이 저수지에 좌대를 만든 것은 시설물 훼손죄에 해당되는데 농업생산기반시설을 불법으로 점용하거나 사용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말했다. 
갈수기에 설치한 불법좌대는 물이 차면 고스란히 잠기므로 직원의 말처럼 큰 일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낚시회 회원들하고 시간을 내서 한번 철거를 해야겠다”라고 말했다가 뜻밖의 답변을 들었다. 불법좌대라 하더라도 만든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철거하면 소유자가 재물손괴 혐의로 소송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직접 철거하지 말고 한국농어촌공사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불법좌대는 결국 한국농어촌공사가 철거할 것이다. 국민의 세금이 개인의 편의와 욕심 때문에 쓰일 필요가 없는 곳에 쓰이는 꼴이다. 혈세 낭비인 것은 물론, 몇몇 낚시인 때문에 낚시인 전체가 몰상식한 사람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