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인터넷 뒤흔든 7짜 붕어의 진실

문제의 고기는 7짜 아닌 54cm
경주 안강의 소류지가 아니라 김해 부곡소류지에서 낚았다

최근 한 달 동안 붕어낚시계 최고의 화제는 7짜 붕어였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의 소류지에서 낚였다는 7짜 붕어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진짜 7짜인가, 토종붕어가 확실한가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그러나 이 고기는 7짜도 아니었고 낚은 장소도 안강읍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정작 이 붕어를 낚은 당사자는 모르는 사이에 길이와 장소가 와전된 채 온라인을 돌아다니며 숱한 억측을 낳았다.
  

 ▲김대중씨가 지난 5월 11일 김해시 장유면의 부곡소류지 무넘기 부근에서 낚은 5짜붕어를 들고 찍은 사진. 뒤로 보이는 도로는 장유IC에서 냉정분기점 사이의 남해고속도로다. 지난 7월 중순부터는 이 사진이 합성이라는 유언비어까지 나돌고 있어 황당케 하고 있다.

이 사진 한 장을 보시라. 아마도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이 사진을 본 적 있는 낚시인들이 많을 것이다. 이 사진 속의 붕어가 바로 문제의 ‘7짜 붕어’다.
그러나 이 붕어는 7짜가 아니라 경남 김해시 장유면의 부곡소류지에서 낚인 54cm(추정) 붕어다. 사진 속 주인공은 부산 낚시인 김대중씨로 낚은 날짜는 5월 11일이며,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정우레스폴 손현주 대표가 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약 한 달 후 이 사진은 알 수 없는 유포자에 의해 ‘경주시 안강면의 한 소류지에서 낚인 7짜 붕어’로 바뀌어 인터넷에 떴다.  

사건의 발단

부산시 영도구 동삼동에 사는 김대중씨는 대물낚시를 즐기는 붕어낚시인이다. 지난 5월 10일 경남의 한 저수지에서 밤낚시를 즐기고 귀가하던 김씨는 대물을 낚지 못한 아쉬움에 부산 인근 김해시 장유면에 있는 부곡소류지를 찾았다. 부곡소류지는 예조원 발간 「민물낚시터백과-경남편(서찬수 저)」에도 소개되어 있는데 6짜 붕어가 낚였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대물붕어가 많은 곳이다.
김대중씨는 밤 11시까지 낚시하다 입질이 없어서 일단 집으로 철수했다가 이튿날 지인들과 다시 부곡소류지를 찾았다. 동행인 중에는 베테랑 낚시인인 부산의 조구업체 정우레스폴 손현주 대표도 있었다. 오후 6시경 일행 중 전갑석씨가 45cm급 붕어를 낚아냈고 이에 고무된 김대중씨는 낚시에 집중하여 밤 11시경 2.5m 수심에 던져놓은 3.6칸대로 5짜 붕어를 낚았다. 방랑자 채비에 옥수수를 미끼로 썼다. 손대중으로 재보니 54cm는 될 것 같았는데 계측자가 차 안에 있어 이튿날 낮에 계측하기로 하고 일단 살림망에 넣었다. 
이튿날 오전 10시경, 계측을 하기 전에 기념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김대중씨가 기념사진(인터넷에 유포된 사진)을 찍고 계측자를 가지러 가기 위해 손현주씨에게 붕어를 건네주다가 그만 놓쳤고, 바닥에 떨어진 붕어는 경사면을 굴러 물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김대중씨는 상심했고 제대로 받아주지 못한 손현주씨도 미안해 어쩔 줄을 몰라 했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지 며칠 후 부산 삼락동에 있는 손현주 대표의 사무실에 월간 바다낚시 오계원 편집위원이 방문하였고, 놓쳐버린 5짜 붕어 사연을 듣고는 “비록 바닷고기는 아니지만 낚시인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겠다”며 문제의 사진을 받아갔다. 그리고 그 사진과 스토리가 디낚의 5월 15일자 헤드라인뉴스에 소개됐다.

와전돼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들 
 
   그런데 한 달 뒤 ‘7짜 붕어 괴담’이 인터넷에 퍼지기 시작했다. 6월 15일경, 김대중씨는 업무 차 제주도로 내려갔다가 충남 서산에 사는 조우 한동석씨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한동석씨는 밀양 덕곡지에서 김대중씨를 만나 친분을 쌓은 서산의 대물낚시인이다. 한씨는 “살다 살다 별 일도 다 있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내가 지금 경산 대창면의 소류지에서 낚시를 하다가 대구낚시인 백원홍씨에게서 7짜 붕어라는 사진 한 장을 전송받았는데, 붕어를 들고 있는 사람이 암만 봐도 김 사장님 같아요. 그래서 백원홍씨에게 물어봤더니 자기도 다른 사람에게 이 사진을 전송받았는데 자기가 듣기로는 경주낚시인 강모씨가 낚은 71센티 붕어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내가 잘 아는 사람이다. 경주가 아니라 부산 사람이고 이름도 강모씨가 아니라고 했어요. 잠시 후 백원홍씨가 다시 전화를 했는데 짜증 섞인 목소리로 현지에 다시 확인했는데 붕어를 낚은 이는 경주의 강모씨가 맞고 붕어도 71센티짜리가 맞다. 어제 잡지사 기자까지 와서 취재를 해갔다는데 무슨 소리냐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이건 절대 짜증낼 일이 아니다. 우리는 제3자다. 뭔가 정보가 잘못 전달되고 있다며 백원홍씨를 설득했습니다.”
김대중씨는 한동석씨에게 문제의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 사진은 분명 자신이 김해 부곡소류지에서 낚은 붕어를 들고 찍은 사진이었고 디낚 사이트에 제공한 사진이었다. 이 사진이 퍼나르기 과정에서 7짜 붕어로 왜곡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대관절 누가 이런 짓을 했단 말인가?       

잇따르는 제보전화

비슷한 시점에 낚시춘추 기자들에게 7짜 붕어 제보가 잇따라 들어왔다. 6월 19일 서성모 편집부 기자에게 소문과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제보가 있었고, 하루 뒤에는 이기선 기자에게 “FTV에서도 촬영을 해갔다고 하던데 낚시춘추는 아직 취재하지 않았느냐”는 전화가 왔다.(FTV 촬영은 헛소문이었다) 깜짝 놀란 기자들은 즉각 영천으로 경주로 전화를 돌리며 7짜 붕어의 행방을 좇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낚시춘추 기자들의 여러 지인들을 통해 제보전화와 진짜 7짜가 맞느냐는 문의전화가 계속 날아들었다.
그러다가 확실한 제보가 부산 낚시인 김종호씨에게서 들어왔다. 김씨는 평소 친분이 있는 낚시춘추 허만갑 편집장에게 전화를 해서 ‘낚은 사람은 부산의 김대중씨란 분이다. 내가 잘 아는 분이다. 낚은 장소는 안강이 아니라 김해 부곡소류지다. 7짜는 턱도 없고 50센티가 갓 넘는 씨알이다. 인터넷에 거짓정보가 너무 돌아다녀서 사실을 알고 계시라고 전화드렸다“고 말했다. 그 전화로 기자들의 추적은 스톱되었다.    

“7짜 계측사진 확실히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등장

그런데 황당한 일이 또 벌어졌다. 낚시춘추 독자 중 경산에 사는 임모씨가 6월 18일에 독자관리부 오경희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나하고 자주 낚시를 다니는 사람이 경주 안강에 있는 저수지에서 7짜 붕어를 잡았다”며 사진을 전송해온 것이다. 그 역시 인터넷에 떠도는 문제의 7짜 붕어 사진이었다. 임모씨는 “이 사람이 고기를 계측한 사진도 갖고 있으나 소문이 퍼져 피곤해지자 현재 잠수를 탄 상태다. 이 사람은 성격상 책자 같은 매스컴에 등장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지금 보낸 사진도 외부에 공개하지는 마라”고 당부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뒤늦게 전해들은 기자는 임모씨에게 전화를 걸어서 낚은 사람은 부산의 김대중씨가 확실하고 크기도 5짜 안팎인 것이 밝혀졌는데 무슨 소리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임모씨는 여전히 “사진 속의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이다. 부산 사람이라니 무슨 소리냐! 사진을 제대로 보고 하는 말이냐”며 도리어 기자를 몰아붙였다. 도대체 임모씨는 무슨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한 것인지 지금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다. 

“초기 유포자 찾아 법적대응하려다 포기”

김대중씨의 정신적 고통은 극심해졌다. 처음엔 황당한 해프닝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려 했으나 나중에는 김대중씨가 낚은 붕어 크기를 일부러 부풀려서 이 사태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기에 이르렀다.
“부산의 지인들로부터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니 어쩌다가 이런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느냐는 것이죠. 생각해보세요. 제가 붕어를 71센티라고 속인 것도 아니고 분명히 디낚 사이트에 54센티미터 정도로 추정된다고 적혀있는데 전국적 논란의 주인공이 됐으니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게다가 멀쩡히 부산에 살고 있는 사람을 경주에 사는 강모로 둔갑시켰으니 기분이 좋을 리 있겠습니까!”
김대중씨는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사람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경찰청에 아는 사람을 찾아갔다. 자초지정을 설명하자 경찰은 초상권 침해, 허위사실 유포 등의 죄가 성립하며 범인을 잡는 것은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사를 시작하려면 의뢰자가 처벌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했다. 김대중씨는 고민 끝에 유포자를 찾는 것을 그만뒀다고 한다. 
“그깟 붕어 한 마리 때문에 사람을 처벌까지 한다는 것도 그렇고, 자칫 일이 더 커지면 나까지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수의 유포자가 윤색하고 덧칠해 탄생한 소설

이번 사건은 인터넷에서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는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그리고 낚시인들이 ‘7짜 붕어’라는 한 마디에 얼마나 흥분하여 판단력을 상실하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짐작컨대 최초의 그 사람은 디낚 사이트의 사진을 긁어서 ‘7짜 붕어 감상하세요’라는 짤막한 글과 함께 SNS에 올렸을 수 있다. 그 최초 유포자는 71cm라는 수치도, 안강이라는 지명도, 강씨라는 성도 부기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것이 온라인상을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윤색되고 덧칠되어 하나의 소설이 탄생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붕어 실물을 보지 않았고 사진의 주인공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내가 아는 사람이다.” “계측사진을 직접 봤다! 7짜가 틀림없다.”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 셋이나 된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주장들을 하면서 거짓에 신빙성을 불어넣었다. 인터넷을 본 낚시인들은 “말로만 듣던 7짜 붕어, 낚시계의 경사” “낚은 장소가 어딘지 알려주세요” 같은 댓글을 달며 이상하게 확대된 사기극에 열렬히 동조했다.     
이제 진실을 안 상태에서 다시 사진을 보자. 아무리 봐도 70cm는 도저히 될 수 없는 크기다. 붕어를 떠받친 손의 크기와 비교해보면 4짜 후반대나 5짜 갓 넘는 크기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이 사진을 본 많은 낚시인들이 70cm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고 ‘과연 토종붕어가 맞느냐? 잉붕어가 아니냐’에만 관심의 초점을 두었다.
기자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김대중씨는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허위사실이 날개달린 듯 전파되는 인터넷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를 새삼 절감했다고 했다. 또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가 여러 사람을 얼마나 고통 받게 만드는지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제 명예에 손상을 입게 됐지만 그보다 어느 한 사람의 장난 때문에 대한민국의 붕어낚시인들이 이런 혼란을 겪었다는 것에 낚시인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가 치밉니다. 최초로 거짓소문을 퍼트린 사람과 마치 자신과 친한 낚시인이 낚은 것처럼 포장해 자랑하듯 다시 유포한 사람들의 행태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다시는 이런 허무맹랑한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며 나와 같은 피해자도 나타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7월 12일, 한동석씨는 본지와 전화인터뷰 후 다시 백원홍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리고 “그 소문은 전부 거짓이더라”는 대답을 들었다. 당시 한동석씨의 진지한 설명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며칠 후 다시 대구의 지인에게 확인했더니 근거 없는 풍문이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 붕어가 7짜 붕어라고 주장하는 얘기들이 인터넷에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