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제주도 레저보트 낚시영업 집중단속
유도선법 위반 혐의 적용, 면허취소 및 벌금 부과 속출
낚시인들 “제주시 조례로 레저보트 합법화의 길 열어줘야”
이영규 기자
제주도 낚시점들이 운영하던 레저보트들이 유선 및 도선 사업법(이하 유도선법) 위반 혐의로 해경의 집중단속을 받고 있다. 제주도 낚시점들의 레저보트란 벵에돔 여치기낚시와 선상 타이라바낚시 등에 사용되는 대형 고무보트(콤비보트)를 말한다.
제주 해경은 유도선 허가가 없는 레저보트들이 돈을 받고 배낚시 손님을 모객하고 갯바위에 내려놓는 행위가 낚시어선법 25조 위반이라며 지난 5월부터 집중단속에 들어갔다. 그 결과 단속에 걸린 7~8개 낚시점주의 보트면허가 취소되고 벌금까지 물었다. 이 과정에서 몇몇 낚시점을 압수수색하고 낚시점주를 구속까지 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유도선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을 때는 징역 1년 이하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배경
제주 해경이 레저보트 영업을 단속하게 된 계기는 유어선들의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레저보트는 개인 레저용품으로 누구나 조종면허만 따면 운항할 수 있고 원하는 섬 어디든 접안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보트를 가지고 모객 등 영업을 하는 것은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레저보트는 원칙적으로 유어선 허가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즉 제주도 낚시점의 레저보트 영업은 음성적,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고, 낚시객에게 받는 비용은 선비가 아니라 미끼, 밑밥 값의 명목으로 받아왔다.
지금껏 유어선들은 그런 레저보트의 변칙적 영업에 그다지 태클을 걸지 않았다. 유어선들은 우도, 차귀도, 범섬 같은 큰 섬들을 대상으로 낚시인을 내려놓았고, 레저보트들은 유어선들이 접안하지 못하는 간출여나 작은 여들을 중심으로 출조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레저보트들이 선상 타이라바낚시 상품을 개발하여 참돔, 부시리 등이 잘 낚이는 물골지역에서 낚시를 하면서 유어선들과 낚시구역이 충돌을 빚게 되었고, 결국 손님 확보와 포인트 선점 등에서 경쟁관계로 발전하자 유어선들이 레저보트를 불법영업 등으로 해경에 고발하게 된 것이다. 제주 해양경찰은 그간 낚시점 레저보트의 영업을 관행적 행위로 보아서 어느 정도 묵과해왔으나 고발이 들어온 이상 실정법에 의거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낚시점의 입장
이에 대해 레저보트를 운영하던 낚시점들은 이번 단속의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다. 주장의 근거는 레저보트 자체가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레저보트는 유도선법에서 명시한 어선이 아니므로 단속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현재 제주도 내 레저보트들은 대부분 수상레저기구로 등록돼 있다. 또한 수상레저법에 수상레저기구의 이용 중 낚시라는 개념이 빠져있어 이 역시 단속의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을 근거로 현재 면허가 취소된 출조점 중 세 곳은 변호사를 선임, 면허취소 및 벌금 부과를 취소하라며 제주 해경을 상대로 재판을 걸어놓은 상태다.
레저보트 출조점들은 지난 20여 년간 생업으로 이어온 레저보트 출조를 갑자기 현행법 위반이라며 단속에 나선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레저보트들은 출조 때마다 해경 초소에 빠짐없이 입출항 신고를 하고 있고 해양경찰에서도 출항을 허가하며 용인해온 것이 사실인데 갑자기 돌변하여 위법이라고 단속하면, 낚시점을 폐업하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레저보트에 대한 단속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레저보트와 마찰을 빚은 유어선 또는 낚시인의 고발이 들어가면 그때마다 일시적 단속을 실시해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낚시인들의 반응
그 와중에 낚시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낚시점 보트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유어선이라도 타고 낚시를 해야겠는데, 유어선이 수용할 수 있는 승객의 수는 한정돼 있는데다 전반적 출조시스템이(가령 포구까지 승합차로 실어다주는 등의) 레저보트보다 불편하여 낚시를 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벵에돔 낚시터인 작은 여는 유어선은 접안할 수가 없어 레저보트가 묶이면 벵에돔 찌낚시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낚시인들은 하루 빨리 문제가 해결돼 낚시를 재개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제주도 낚시점들의 레저보트 출조는 지난 20여 년간 제주도의 독특한 출조상품으로 자리 잡아 왔다. 따라서 이것이 전면금지된다면 낚시인들의 불편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육지에서 제주도를 찾는 많은 낚시인들을 유치하려면 유어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현재 제주도 어선들은 대부분 유어선으로 등록돼 있지만 그 중 갯바위 유어선은 16척 정도다. 16척으로는 제주도를 찾는 낚시인구를 수용하기 어렵다. 제주도의 한 낚시점주는 “관탈도, 추자도, 형제섬, 차귀도, 범섬, 지귀도 등을 모두 합해도 유어선들이 내려놓을 수 있는 낚시인은 하루에 고작 300명 수준밖에 안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결국 손맛 확률이 높은 간출여나 작은여 상륙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낚시의 재미가 반감될 것이고, 출조객의 감소로 이어져 제주도 낚시경기의 불황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 제주 낚시인은 “선상 타이라바낚시 장르를 정착시켜 침체된 제주도 낚시경기를 되살리는 견인차 역할을 레저보트가 했는데, 유어선들이 레저보트의 법적 취약성을 빌미로 삼아 그 과실을 독점하려는 행태가 볼썽사납다”고 말했다.
제주도 낚시관광 수입 감소 우려
지난해 여름에는 레저보트를 이용해 제주도 타이라바낚시를 경험한 중국 관광객들이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임에 따라 몇몇 출조점에서 제주도 타이라바낚시를 국제적인 낚시관광상품으로 만들어보려는 계획도 세운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단속으로 인해 계획은 물거품이 돼 버렸다.
현재까지 제주도에서 매일 출조가 이루어져온 낚시상품은 레저보트 출조가 유일하다. 제주도에만 20여 곳의 레저보트 출조점이 있고 매일 10척 이상이 출조에 나서고 있다. 한 낚시점에서 하루 평균 10명씩 낚시를 나가도 1년이면 어림잡아 4~5만 명이 레저보트를 이용하는 셈이다. 제주도에는 다양한 관광 수입원이 존재하지만 레저보트를 통한 낚시객 관광수입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게 낚시점들의 얘기다.
서울에서 종종 제주도를 찾아 레저보트 출조를 이용해온 한 낚시인은 “현행법상 레저보트는 선박이 아닌 수상레저기구로 정의돼 있어 원천적으로 유어선 허가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제주도에서 독특하게 발전해온 레저보트 낚시를 밀어 없애버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레저보트 낚시가 제주도에 필요하다면 제주시 조례를 새로 제정해서라도 레저보트 출조를 양성화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