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받은 자만 오라!

 신비의 돌섬

태도 간여와 고깔여에 오르다

ㅣ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ㅣ

신안군 흑산면 태도 인근에는 ‘하늘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다’는 신비로운 돌섬 두 개가 있다. 간여와 고깔여가 그곳이다. 그런데 이번 조행에서 나는 천운으로 두 곳을 모두 오를 수 있었다.

프롤로그

하태도의 박상두 선장이 들먹이는 전설적인 섬 두 개가 있다. “그곳에 내려 고기를 낚기 시작한 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었다더군요. 벌써 50년도 넘었지요. 그러나 외지 낚시인이 들어온 것은 대략 20년 전쯤입니다. 짚단만한 농어, 다리통만한 우럭을 타작했던 곳인데, 지금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그곳은 바로 간여와 고깔여다. 태도 간여는 하태도에서 가거도 방향으로 16km 떨어져 있다. 여 세 개가 어우러진 천하의 명당으로 대형 농어의 텃밭이라고 한다. 그리고 고깔여는 상태도에서 대흑산도 방향으로 20km 떨어진 외로운 돌섬이다. 삼각형의 뾰족한 돌섬이라 두 자리밖에 내릴 곳이 없고 배가 대기한 상태에서 낚시해야 할 만큼 위험한 곳이지만, 일단 내리면 농어와 참돔, 돌돔을 타작할 수 있다고 한다.
두 섬은 모두 태도에서 뱃길이 멀어 낚싯배를 전세내야만 찾아갈 수 있는 곳이다. 언제나 가보나? 입맛만 다시다가 마침내 8월 하순에 그 기회를 얻었다.

▲ 중간간여에 오른 취재팀. 유일하게 야영을 할 수 있다. 맞은편은 큰 간여로 농어뿐만 아니라 돌돔도 잘 낚인다고.

제1막-간여에 오르다

9월호 마감이 끝날 무렵 부산의 김태수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8월 20일쯤 부산꾼들과 태도 간여를 갈 예정인데 가서 많이 낚게 되면 전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박수광(68), 김태수(58세)씨는 간여 탐사 1세대다. 15년 전 태도에서 처음 김태수씨를 만났는데 당시 40대 초반의 김씨는 갯바위를 펄펄 날았다. ‘우리가 젊었을 때는 택택이를 타고도 무서운 것 모르고 다녔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도전의욕이 없는 것 같아 아쉽다’는 열혈조사다. 
그러나 막상 날짜가 되어 전화를 걸자 불통이다. 하태도 박상두 선장에게 전화를 하니 “김태수씨 일행이 어제 간여에 들어갔는데 전화가 안 된다”고 한다. 나는 일단 하태도로 들어가면 김태수씨 일행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8월 20일 금요일 저녁 수원 피싱21(대표 이연규) 팀을 따라 하태도로 들어갔다. 
피싱21 팀은 돌돔을 노리고 왔다. 태도 돌돔낚시는 8월 초순에 개막했지만 청물이 들어 가히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 돌돔꾼들을 하태도 본섬에 내려준 뒤 하나호 박 선장은 김태수씨 일행을 철수시키기 위해 간여로 향했고 나도 카메라를 들고 동행했다. 그동안 아득히 바라만 보던 간여에 처음 발을 내딛는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뛰었다. 
하나호는 가거도 방면으로 20분쯤 항해했다. 해무가  끼어 간여는 갑자기 눈앞에 불쑥 나타났다. 김태수씨는 박수광, 정영춘(69)씨와 함께 중간간여에서 낚시하고 있었다. 작년 가을 대흑산도 참돔낚시 취재 때 만났으니 1년 만의 해후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쿨러부터 열어보았다. 예상대로 3개의 대형 쿨러에 농어와 왕볼락이 채워져 있었다. 그러나 물고기 배를 가르고 소금에 절여 놓아 촬영하기엔 조금 난감한 상태.
“여름에는 물고기를 낚으면 곧바로 피를 빼고 입질을 없는 틈을 타 배를 가르고 왕소금을 듬뿍 쳐서 보관합니다. 장박을 하려면 이 방법이 최고지요.” 김태수씨는 “그저께 농어 조황이 좋아 잠깐 사이에 열댓 마리씩 올렸어요. 씨알은 보다시피 하나같이 미터급 대형급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청물이 들어서 몇 마리 낚지 못했어요”하고 말했다. 밤에는 30cm에 가까운 볼락이 잘 낚여 시간가는 줄 몰랐다고 한다.
간여는 큰간여, 중간간여, 칼간여가 나란히 붙어 있으며 그중 중간간여에서만 유일하게 야영낚시를 할 수 있다. 박수광씨는 “간여는 참돔, 돌돔도 잘 낚이지만 농어가 워낙 크고 마릿수가 좋아 우리는 농어를 주로 노린다”고 말했다.

▲ 고깔여에서 낚은 취재팀의 하룻밤 조과.

제2막-고깔여 야영낚시

하태도 민박집으로 돌아온 부산꾼들은 철수 준비를 하다가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날씨를 보자 자꾸 미련이 남는 듯했다. 급기야 김태수씨가 “이대로 철수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오늘 같은 날씨면 고깔여가 딱이다. 하룻밤 낚시를 더하고 가자”며 동료들을 유혹했다. 그러자 만장일치. 박 선장은 “청물 때문에 빈손으로 나올 수도 있는데 괜찮겠느냐”고 물었지만 이미 그들의 마음은 고깔여에 가 있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
민박집에서 잠시 낮잠을 자고 오후 3시쯤 하나호를 타고 고깔여로 향했다. 나로서는 하루 간격으로 간여와 고깔여를 모두 오르는 행운을 안게 되었다. 사실 나는 13년 전에 김태수씨와 고깔여에 한 번 올랐었다. 그때 밤새도록 농어를 타작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오늘도 그만큼의 호황을 만날 수 있겠지?
고깔은 옛날 승려가 쓰던 원뿔 모양의 모자다. 섬 모양이 고깔과 비슷해  ‘고깔여’란 이름이 붙었다. 고깔여는 간여와 반대로 태도군도 북동편에 위치해 있으며 대흑산도와 중간지점에 있어 대흑산도 사리마을에서 배를 타고 진입하기도 한다.
50분 정도 긴 항해 끝에 고깔여에 도착했다. 사면이 절벽인 돌섬. 감회가 새롭다. 두 명씩 두 자리에 내리면 좋겠으나 한 사람은 초보나 다름없고, 또 한 사람은 사진을 찍어야 하니 결국 야영여건이 좋은 동쪽 갯바위 한 곳에 모두 내리기로 했다. 다만 김태수씨는 미리 대형 농어 포인트인 서쪽 갯바위에 쿨러만 내려놓은 뒤 낚싯대만 가지고 갯바위를 타고 다니며 두 자리를 오가기로 했다.
둘이 내려도 좁은 공간에 네 사람이나 내렸으니 오죽하랴. 자리가 협소하여 두 사람만 낚시하고 두 사람은 대기해야 했다. 해거름이 되자 김태수씨가 농어루어대와 뜰채를 가지고 서쪽 갯바위로 넘어갔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슬아슬한 절벽을 산양처럼 타고 넘는다. 나도 카메라를 목에 걸고 김태수씨를 따라 이동하려고 했으나 눈앞이 캄캄해 포기하고 말았다. 
그런데 우리가 내린 동쪽 갯바위에도 대형 농어가 붙었다. 그러나 낭패다. 뜰채를 한 개만 챙겨왔고 그것을 김태수씨가 가져갔으니 우리는 들어뽕으로 올릴 수밖에 없다. 박수광씨가 연이어 농어를 걸었지만 씨알이 워낙 커서 들어 올리다가 다 떨어졌다. 한 마리도 랜딩에 성공하지 못하고 탄식만 연발. 더구나 기대를 모았던 김태수씨는 달랑 농어 한 마리만 낚고 돌아왔다. 그 뜰채 두고 가지!

▲ 대흑산도 쪽에서 본 고깔여 직벽. 고깔여 최고의 농어 포인트지만 너울파도를 덮어쓰는 곳이라 날씨가 좋은 날

배를 대기시켜 놓은 상태에서 내려야 한다.

▲절해고도인 고깔여. 뒤로 어슴푸레 대흑산도가 보인다.

이윽고 어둠이 찾아왔다. 참돔을 낚기 위해 찌밑수심을 7~8m에 맞추고 목줄 중간에 ‘루미코(집어용 케미)’를 단 고전식 야간 채비를 했다. 우리는 A조 B조로 나눠 돌아가며 낚시를 했다. 초저녁에는 만재도 방면으로 쏜살같이 썰물이 흘렀고, 지류대를 공략했다. 김태수씨는 “고깔여는 본류대에 멀리 흘리면 입질을 받을 수 없습니다. 20m 안쪽을 공략해야 합니다”하고 말했다. 참돔은 크지 않았다. 30~40cm가 주종이었다. 그러나 입질이 잦아 심심할 겨를이 없다. 그런데 조류가 이렇게 빠른데도 목줄에 좁쌀봉돌을 달지 않는다. 그 이유를 묻자 “목줄이 물속에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놀아주어야 참돔이 쉽게 먹이를 취한다”고 대답했다.
자정이 넘어 간조 때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참돔은 북서쪽으로 들물 조류가 흐르기 시작하자 다시 낚였다. 그러나 왼쪽 갯바위를 돌아 멀리서 입질이 오는 통에 맨 왼쪽에 올라선 김태수씨만 참돔을 낚을 수 있었다.
날이 밝기 전 쿨러 두 개를 참돔으로 몽땅 채웠다. 날이 새고 다시 농어를 노렸지만 아침에는 농어가 낚이지 않았다. 멀리서 하나호가 다가오고 있었다. 피곤한 줄도 모르고 언제 날이 샜는지도 모를 만큼 우리는 밤새 참돔 떼와 씨름한 것이다.
  

FISHING GUIDE

돌돔, 참돔, 농어의 천국 간여, 고깔여

간여

하태도 남서편 가거도 방면으로 약 10마일(16km) 떨어져 있다. 세 개의 섬이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왼쪽(태도에서 봤을 때)부터 큰간여, 중간간여, 칼간여라 불린다.
계절 따라 다양한 어종이 교대로 낚이며 겨울철은 감성돔, 여름엔 농어가 주 어종이다. 박상두 선장은 “서울에서 병원을 하는 이 원장과 오 전무란 사람이 매년 2박3일씩 야영을 해서 150마리에서 200마리씩 낚아가고, 부산의 김태수씨 일행이 대형 쿨러를 3~4개씩 채워 돌아간다”고 말했다. 야영자리가 넓은 중간간여가 최고의 명당이다. 수심은 7~9m. 칼간여가 제일 수심이 깊은데 15~18m다.

고깔여
상태도 북서편 대흑산도 방면으로 약 13마일(20km) 정도 떨어져 있다. 태도보다 대흑산도 사리마을에서 가깝다. 동에서 서로 납작한 타원형 모양을 하고 있고, 사면이 모두 직벽이어서 수심 또한 깊다. 감성돔낚시터로는 매력이 없으며 여름에 돌돔, 농어, 참돔을 노릴 수 있다.
올라설 수 있는 자리는 단 두 곳. 동쪽에 두 명 정도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이 있는데 고깔여에서 제일 넓은 자리다. 누워서 잘 공간은 없으며 앉아서 밤을 새야 한다. 서쪽에 자리가 있지만 낮아서 배가 대기하지 않는 한 내리기 위험하다. 뒤쪽(대흑산도 바라보는 쪽)에도 한 사람 올라설 수 있는 자리가 있지만 역시 배를 대기시켜야 하는 자리다.
동쪽자리는 참돔, 돌돔, 농어를 다 낚을 수 있다. 돌돔 씨알이 굵어 64cm까지 나왔다. 민장대와 원투 모두 가능한데 민장대는 입질은 잦지만 40cm급이 주종이며 원투낚시에는 50cm급이 낚인다.  
5월 농어를 시작으로 10월 말까지 시즌이 이어지는데 8~9월 두 달이 피크시즌이다. 참돔은 40~60cm가 주종으로 마릿수가 좋다. 농어는 간여와 견줄 만큼 마릿수와 씨알 모두 뛰어나다.

※간여와 고깔여는 모두 조류가 세기 때문에 조금(13~3물) 전후에 찾는 게 바람직하며 낚싯배 전세료는 하태도에서 갈 경우 간여까지 40만원, 고깔여는 50만원을 받고 있다.
▒ 출조문의 하태도 하나호 박상두 선장(061-246-2283, 017-632-3669)
▒ 취재협조 수원피싱21(031-281-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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