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갯바위낚시
고영종의 벵에돔 밑밥술
약한 조류 ‘시간차 품질’ 강한 조류 ‘징검다리 품질’
ㅣ고영종 제주도 부산낚시 대표·쯔리켄 필드스탭ㅣ
벵에돔낚시에서 밑밥 품질 패턴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은 조류다. 조류의 강약에 따라 밑밥이 잡어 퇴치용으로 쓰일지, 전적으로 벵에돔 활성을 고조시키는 데 쓰일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조류가 약할 때와 강할 때의 두 경우로 나누어 설명해 본다.
▲형제섬 넙적여에서 벵에돔을 노리고 있다. 건너편이 홍합여.
조류 약하고 잡어 많을 때
_ 시간차 3점 투척법이 효과적
일단 포인트에 도착하면 발밑에 밑밥을 서너 주걱 품질한다. 만약 잡어가 곧바로 피어오른다면 그날은 잡어 활성이 매우 높다고 보면 된다. 이때는 필자가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3점 투척 방식을 활용해 본다.
우선 채비를 던질 지점에 임의의 삼각형을 그리고, 각 꼭짓점에 1번, 2번, 3번을 정한다. 그리고 1번부터 3번까지 순서대로 밑밥을 투척한다. 투척 횟수는 꼭짓점마다 2~3회가 적당하다. 마지막 3번까지의 밑밥 투척이 끝났다면 미끼를 1번 꼭짓점으로 던진다. 그리고 곧바로 밑밥도 1번 꼭짓점으로 던진다.
이 방법은 잡어 분리 요령 중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잡어를 세 곳으로 분리해 밀도를 낮추는 동시에 밑밥이 늦게 들어간 2번과 3번보다 1번의 잡어 분포가 가장 낮으므로 그만큼 잡어를 피해 벵에돔의 입질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 방법도 대여섯 번 정도 써먹으면 잡어들이 학습하게 돼 효과가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때는 공략 지점을 좌측이나 우측으로 약간 이동시킨 후 같은 방법을 반복한다. 공략 지점을 옮긴 후에는 밑밥보다 미끼를 먼저 던져넣는 게 좋다. ‘미끼가 먼저 들어가면 집어가 안 돼 입질이 올까?’ 싶겠지만 잡어 활성이 뛰어난 날은 벵에돔 활성 역시 뛰어나 먼저 던졌던 밑밥띠 부근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미끼만 떨어져도 입질할 때가 많다. 입질이 없어도 곧바로 그 지점에 밑밥을 던져 넣는데, 경험상 이때도 잡어보다 벵에돔이 먼저 미끼를 덮칠 때가 많았다. 이런 식으로 계속 공략지점을 바꿔가며 낚시한다.
단 이 방법은 자리돔처럼 유영 속도가 느린 잡어들이 포진했을 때 유용하지만 전갱이나 고등어처럼 빠르고 극성인 잡어가 몰렸을 때는 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발밑에 밑밥을 품질해 잡어를 모으고 있다. 잡어 활성도가 좋아야 벵에돔낚시도 잘 된다.
조류 빠르고 잡어 적을 때
_ 징검다리 품질로 벵에돔 띄우는 데 주력
벵에돔낚시 테크닉을 말할 때 늘 등장하는 게 밑밥과 미끼의 동조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상황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조류가 전혀 흐르지 않는 상황이라면 가능하지만 조류가 조금만 왕성하게 흐르면 오히려 이 동조라는 과정이 손해 보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좋은 예로 제주 형제섬 넙적여의 들물낚시 상황을 그림을 보며 설명해보겠다. 들물이 되면 본섬 방향에서 흘러든 들물이 맞은편 홍합여와의 사이로 빠르게 흘러나간다. 넙적여에 올라선 낚시인이 이 물골에 채비를 던지면 채비가 우측 가파도와 새끼섬 방향으로 뻗어나가다가 50~60m 지점에서 멈칫멈칫한다. 낚시인이 올라선 넙적여가 들물 조류를 막아 훈수지대를 발생시키는데 그 영향이 50~60m 지점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이곳에서의 낚시요령은 그림에서 보듯 먼저 맞은편 홍합여 가까이에 밑밥을 대여섯 주걱 품질한 뒤에 채비를 투입하는 것이다. 그러면 밑밥이 빠른 속도로 흘러가면서 주변의 벵에돔을 띄워 올리게 되고, 그 뒤를 쫓아가는 미끼를 보고 벵에돔이 달려든다. 따라서 이때의 밑밥은 전적으로 벵에돔 활성을 고조시키는 역할이며 채비 동조하고는 별 관련이 없다. 조류가 빠르면 유영 능력이 떨어지는 자리돔은 주로 훈수지대에 머물거나 수중여 뒤에 숨으므로 잡어 성화도 덜한 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이 방식으로 낚시해보면 채비가 떨어진 뒤 밑밥을 품질하려고 주걱을 잡으면 휙-하고 초릿대를 당겨가는 입질이 자주 들어온다. 활성이 고조된 벵에돔이 밑밥띠와 밑밥띠 사이에서 활발히 움직이다가 목줄만 아래로 정렬되면 입질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바로 선 밑밥, 후 미끼 투입이 유리한 상황이다.
상식과 현실
입질 붙으면 조금씩 품질해 경쟁시켜라?
푸짐하게 품질해야 어군 안 흩어지고 마릿수 앞서
벵에돔낚시 상식 중에 “일단 입질이 붙으면 밑밥을 조금씩 품질해 먹이에 대한 경쟁심리를 유발시켜라”라는 이론은 낚시인들의 상상일 뿐 현실적으로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물고기는 아무리 배가 불러도 계속 먹어대는 습성을 갖고 있으므로 ‘포만감을 느끼면 먹지 않는다’는 것 역시 상상에 불과하다. 낚은 벵에돔의 배를 갈라보면 밑밥이 가득 들어있는데도 미끼를 물지 않았던가. 특히 바늘에 걸린 벵에돔은 끌려오면서 이리저리 무리를 몰고 다니는데 이 무리들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푸짐한 밑밥 품질 외에는 방법이 없다. 또 경험상 적게 품질하는 것보다 푸짐하게 품질하는 게 집어력도 강하고 마릿수 조과에서도 유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