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터 발굴
홍성 봉서지
긴 무명의 설움에서 벗어나다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충남 홍성군 금마면 봉서리에 있는 2만7천평 준계곡지인 봉서지가 지난 4월 10일부터 2주일간 월척붕어를 마릿수로 쏟아냈다. 봉서지는 우리나라 최대 저수지인 예당지 바로 옆에 위치한 까닭에 오랫동안 그 그늘에 묻혀 있었다.
▲ 취재 이튿날 아침 서울 대림낚시 임연식 사장(중)이 이틀 동안 낚은 조과를 동행한 이동은(우), 최민훈 회원과 함께 들어 보이고 있다. 전부 34~38cm짜리 월척붕어다.
지난 4월 18일 이름도 생소한 봉서지에서 영등포 대림낚시 임연식 사장(FTV 월척특급 진행자)이 34~37cm로 모두 4마리의 월척붕어를 낚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주변 낚시인들에게 물어보니 봉서지라는 저수지 이름보다 ‘화장터’로 더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저수지 상류에 홍성군추모공원이 있는데 여기에 화장터가 있다는 것이다.
봉서지 단골인 예산 대물낚시 회원 이석조씨는 “90년대 후반 상류에 있는 축사에서 오물이 유입되기도 했고 화장터에서 뼛가루를 이곳 저수지에 뿌린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그때부터 낚시인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붕어 자원이 많은 곳이며 화장터 뼛가루는 헛소문일 뿐이고 축사에서 나오는 오물도 2000년대 초반에 모두 차단되어 지금은 수질이 아주 양호한 상태”라고 말했다.
▲ 임연식씨가 낚은 월척붕어들. ▲ 비바붕어 박현철 사장이 낚은 4짜붕어.
믿을 수 없는 아침 8시의 ‘약속’
4월 18일 임연식 사장의 전화를 받자마자 출발해 오후 늦게 봉서지를 찾았다. 가는 길에 예산 대물낚시에 들렀더니 “지난 주 나흘 동안 봉서지에서 월척붕어가 마릿수로 쏟아졌다”고 말했다.
봉서지에 도착하니 최상류 통나무펜션 앞 갈대수초 주변으로 10여 명이 앉아 있었고, 임연식 사장은 수몰나무 맨 안쪽에 직접 설치한 수중좌대에 올라 한창 낚시 중이었다. 그럼 임 사장은 봉서지를 어떻게 알았을까?
“작년 가을 회원들에게 봉서지에 대해 얘기를 듣고 두 번 찾아가서 도로가 중류에서 32~35센티급으로 서너 마리 낚았다. 돌아 나오는 길에 최상류에 있는 수몰나무 지대를 목격하게 되었고, 그때는 물이 빠져 있었지만 고사목과 버드나무가 어우러져 봄철 만수가 되면 명당이 되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고사목 옆으로 뗏장과 육초대가 형성되어 있는 곳은 붕어가 들어오는 통로로 적당해보여 이곳을 점찍어 두었다가 올봄에 노리고 들어갔는데 운 좋게도 이곳에서 월척붕어를 만날 수 있었다.” 임연식씨의 말이다.
갈대수초 초입에 부부낚시인이 앉아 있었는데 이틀 전에 이곳에서 4마리의 월척붕어를 낚았다고 말했다. 부부는 “이틀 전만 해도 물색이 좋았는데, 오늘은 물색이 맑아져서 그런지 이 자리는 꿈쩍도 않고 바지장화를 신고 들어간 수몰나무 안쪽에서만 붕어가 낚인다”며 낚시짐을 싸기 시작했다.
조금 있으니 비바붕어 박현철 사장이 봉서지에 들어왔다. 그 역시 임연식 사장에게 소식을 듣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보트를 타고 수몰나무 근처에서 뗏장수초 언저리를 직공낚시 채비로 노렸다.
저녁에 임연식 사장이 케미를 꺾자마자 입질을 받았다. 벌써 다섯 마리째. 방금 낚은 것이 제일 큰 38cm짜리 월척이라며 기뻐했다. 현지낚시인들은 글루텐을 사용한 반면 임연식, 박현철 사장은 글루텐을 쓰면 떡붕어가 붙는다며 지렁이만 고집했다.
▲ 뒷산 중턱에서 바라본 봉서지 수면. 좌측 수몰나무가 봄철 월척 포인트다.
▲ 봉서지 최상류 수몰나무 속에 앉은 낚시인 뒤로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다.
▲ 임연식 사장이 취재일 아침 8시에 낚은 38cm붕어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수몰나무 사이에 좌대를 설치한 이동은씨가 갈대수초에 채비를 붙였다.
임연식씨는 “초저녁과 동튼 직후에 모두 낚았으며 한밤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연 밤에는 입질이 없었고, 다음날 아침 8시경(어제와 붕어를 낚은 같은 시간이었다) 또 다시 입질을 받았다. 임연식 사장이 붕어를 살림망에 집어넣고 있는 사이 이번에는 박현철씨의 직공낚싯대가 휘어졌다. 36cm짜리 월척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나는 오전 10시까지 기다리다 봉서지를 빠져나왔다.
그 다음날 아침 9시경 박현철 사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어제 오후에 임 사장이 나가고 나 혼자 자리를 지켰는데, 오늘 아침 8시경 같은 자리에서 5분 간격으로 38센티와 41센티 붕어를 연달아 낚았다”는 것이다.
“봉서지 진가는 여름과 가을에 나타난다”
취재 후 4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붕어 산란이 시작돼 4월 하순까지 입질이 뜸하다가 5월 초부터 다시 낱마리지만 월척붕어가 낚이기 시작했다고 현지낚시인 이석조씨가 알려왔다. 봉서지에서 어렸을 때부터 낚시를 해왔다는 예산의 이석조씨는 봉서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올 봄에는 예년에 비해 월척 붕어가 많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펜션 앞 수몰나무 주변에서는 매년 월척붕어는 물론 4짜 붕어까지 나오곤 했다. 봉서지의 진가는 봄보다 여름과 가을에 나타난다. 9월 하순부터 11월 초순 사이에는 봄철보다 씨알은 크지 않지만 두 달 동안 많은 월척붕어가 낚인다. 포인트는 좌우측 중류권이다. 특히 우안 중류 별장 포인트는 주변보다 2.5~3m 정도로 더 깊은 곳인데, 배수기에 상류 물이 빠지고 나면 그때부터 늦가을까지 빛을 발하는 곳이다.”
가을에도 봄처럼 초저녁과 동틀 무렵 두 시간이 피크라고. 7~8월 여름엔 밤낚시가 되는데 제방 우측 중류인 별장 우측 연안과 제방 전역이 포인트가 된다. 이때는 20~30cm가 평균 씨알로 하룻밤에 20~30마리씩 낚기도 한다고.
봉서지엔 배스가 4년 전쯤 유입되었다. 아직까지 자원이 그리 많지 않고 씨알도 잔 편이어서 붕어낚시에 큰 방해는 되지 않는다고 한다.
봉서지 가는 길
당진~대전간 고속도로 예산수덕사IC에서 내려 홍성 방면으로 진행한다. 21번 국도를 타고 8.5km가량 가면 금마면에 이르고 700m 더 가면 배양삼거리다. 이곳에서 616번 지방도로를 따라 좌회전한 뒤 6km 정도 가면 봉서리 표석을 지나 곧 홍성추모공원 푯말이 나타나고 봉서지 수면이 보인다.
▒ 조황문의 예산 대물낚시 041-332-3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