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 속출

공주 은룡지 5짜 사태

50.2cm 포함 4짜만 11마리

김경준 논산, 트라이캠프 필드스탭·트라이캠프클럽 운영자

지난달에 터진 영암 학파2호지 5짜 대란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공주 은룡지에서 5짜 붕어가 낚였다. 마릿수도 상당해서 50.2cm 붕어를 필두로 4짜만 11마리가 쏟아졌다  

 ▲ “은룡지 특대물 구경하세요” 5월 1일 취재 도중 한 시간 동안 벼락입질로 낚은 특대물 붕어들. 왼쪽부터 전의식(49cm), 김대종(48cm), 나성욱씨(50.2cm).

4월 30일, 논산에서 서울로 가고 있는데 낚시춘추 편집실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공주 은룡지에서 4짜 붕어들을 마릿수로 낚아 놓은 사람이 있으니 취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다시 차를 돌려 은룡지에 도착한 시간은 5월 1일 아침 7시. 벌써 소문이 났는지 평일인데도 10명 안팎의 낚시인이 모여 있었다. 4짜 낭보를 알려온 나성욱씨부터 찾았다. 나성욱씨 일행 4명은 모두 방랑자닷컴 실사팀이었다.
4명은 5일 동안 낚시를 해서 40cm부터 최대 49cm까지 4짜 붕어만 8마리를 낚아놓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한 대사건이 발생했다. 내가 그들과 함께 4짜 붕어들을 촬영하고 있는데 나성욱씨가 입질을 받아서 50.2cm 붕어를 낚은 것이다. 그보다 앞서 고재준씨가 인터뷰 도중에 달려가서 대를 채더니 48cm 붕어를 올렸다. 이어서 나성욱씨가 5짜 붕어를 낚았고, 흥분의 도가니에 싸여 있을 때 고재준씨가 또 49cm 붕어를 낚았다. 초대형 붕어 3마리가 불과 1시간 사이에, 더구나 인터뷰와 촬영을 하고 있는 와중에 낚인 것은 듣도 보도 못한 경우였다. 

▲ 은룡지의 특대물 붕어들. 48cm이상만 늘어놓고 촬영을 했다. 맨 아래가 나성욱씨가 낚은 5짜 붕어다.

▲ 제방에서 바라본 은룡지 전경.

“4짜붕어 비결은 방랑자채비”

그런데 방랑자닷컴 실사팀이 낚시를 하는 5일 동안 다른 낚시인들은 모두 꽝을 치고 돌아갔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나성욱씨는 “방랑자채비와 일반 채비의 차이”라고 말했다. “바닥에 말풀이 많이 자라 있어 우리 일행들은 옥수수를 미끼로 바닥에서 살짝 띄운 방랑자 슬로프 채비를 사용했다. 반면 전통 바닥낚시 채비를 했던 사람들의 미끼는 모두 말풀에 묻혀 보이지 않았으며, 설령 보였다 하더라도 은룡지의 대형 붕어들은 무거운 바닥낚시 채비에는 전혀 어신을 주지 않았을 수 있다.”
이들이 4짜 붕어를 낚은 낚싯대 길이는 3.8칸~4.8칸 사이의 긴 낚싯대였고 붕어가 낚인 시간대는 초저녁과 아침이었다.

방랑자닷컴 김태우씨가 발굴한 은룡지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 은룡지에 있는 은룡지(바탕골지)는 3천평 규모의 준계곡지로 10년 전만 해도 생미끼낚시에 25cm 전후의 붕어가 잘 낚이던 곳이었다. 그러나 오래전 유입된 배스 영향으로 터 센 낚시터로 바뀌면서 낚시인들의 뇌리에서 점차 잊혀져갔다.
그러다가 2011년 10월 방랑자닷컴 대표 김태우씨와 강신원 회원이 낚은 4짜 붕어(46.5, 42cm)가 본지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물낚시인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 후 작년 5월 25일 방랑자닷컴 하낙순 고문이 49.5cm를 낚았고, 그 소식을 듣고 달려온 김태우씨와 정남수씨가 다음날 밤낚시로 또 45cm, 42cm를 낚으면서 확실한 대물낚시터로 각인시켜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5짜를 포함 4짜 붕어가 마릿수로 쏟아져 다시 한 번 낚시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은룡지는 상류 물골을 제외하고는 1.5~2m로 고른 편으로 수중엔 말풀과 마름 수초가 발달해 있다. 여름이면 마름이 전 수면을 뒤덮기 때문에 낚시가 힘들어 봄낚시터로 알려져 있다. 낚시자리는 제방 좌안 중하류와 상류 주택 앞, 우안 도로변, 제방 일부 등 합쳐봐야 7~8자리에 불과하다. 배스 때문에 옥수수가 대물미끼로 각광받고 있으며 시즌 초반에 잠깐 지렁이를 사용하고 바닥이 깨끗한 곳에서는 글루텐도 효과적이다.   
▒ 취재협조 방랑자닷컴 http://www.bangrangja.com 

+++++++++++++++++++++++++++++++++++++++++++++++++++++++++++++++++++++++++++++++++++++++++++++++++++++++++++++++++

50.2cm 붕어 조행기     

꿈만 같았던 닷새, 이런 날이 또 올까?

나성욱 방랑자닷컴 실사팀, 닉네임 청조

4/26 : 갑자기 흐려진 물색에 용기백배

퇴근 후 대전권 몇몇 저수지를 둘러보았지만 물색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근처 공주권 저수지를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여의치 않을 경우 갈마수로로 가려고 약 30분 거리에 있는 은룡지로 향했다.
은룡지에 도착하자 방랑자닷컴 실사팀 팀장 어선수(김광희)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6명의 회원들이 며칠간 낚시했는데, 모두 꽝을 쳤다고 한다. 이런! 갑자기 전투 의지가 꺾인다. 물색도 맑았다. 아… 결국 부남호로 가야 한단 말인가?
다시 나와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마트에서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왠지 은룡지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 다시 은룡지로 향했다. 2~3시간 지났는데 처음에 왔을 때보다 물색이 확연히 좋아져 있다. 그 물색을 보는 순간 필이 꽂히면서, 이곳에서 승부를 보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제방권 물색이 가장 좋았으나, 말풀대가 잘 발달한 중류 곶부리에 자리를 정하고 신속하게 대편성을 시작했다. 9시 방향부터 4시 방향까지 40~52대까지 총 8대를 편성했다. 얼마 되지 않아, 큐선수(이경은)님과 뜬구름(우종석)님께서 합류했다. 우리는 주변 청소부터 시작했다. 공주읍에서 사온 쓰레기 봉투에 담고 나니 한결 깔끔해진 포인트가 내 마음을 홀가분하게 만들었다.
미끼는 옥수수, 지렁이를 사용했으며, 방랑자 기본 채비를 우선으로 하고, 방랑자 슬로프 뜬 외바늘 채비를 병행했다. 그때 우리 외에 네 분의 조사들이 더 들어왔다. 밤에는 우렁이만 간간이 미끼를 건드릴 뿐 붕어 입질은 없었다.

4/27 : 밤 10시 30분에 43cm

아침 9시경, 제방 우안에 앉은 조사가 정통 외바늘 대물채비에 지렁이 5마리를 꿰어서 4짜 붕어를 낚았다. 물색도 어제보다 더 흐리다. 토요일이라 많은 낚시인들이 들어왔고 총 13명이 저수지를 빙 둘러 앉았다.
이윽고 둘째 날 밤낚시에 접어들었다. 오늘밤은 반드시 한 번은 온다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졸면 못잡는다. 반드시 온다…온다…. 
밤 10시 30분, 예상은 적중했다. 3시 방향 방랑자 슬로프 채비를 한 40대의 찌가 세 마디 정도 천천히 솟아오르다가 깊은 곳으로 끌려간다. 케미가 수면 아래로 잠기는 순간, 챔질을 시도했다. 쒜액~ 굉장한 힘이 손끝에 전해져 왔다. 녀석은 수몰된 고사목 방향으로 돌진했다. 감는 순간 끝이라는 생각에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버티다가 채비가 터질 것 같아 잽싸게 고기가 치고 나가는 방향으로 10m 정도 이동했다. 아닌 밤중에 왠 뜀박질?
한참 실랑이 끝에 엄청난 빵을 가진 4짜 붕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큐선수님께 뜰채를 건네받아 무사히 뜰채 속에 담아냈다. 해냈다는 긴 안도의 한숨과 동시에 계측. 43cm! 대한민국은 초고속 IT 국가임을 알고 있었지만, 4짜를 낚고 20분이 지나자 여기저기서 축하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4짜 붕어는 다가올 엄청난 사태의 서막에 불과한 것이었다.

▲ 은룡지 5짜 사태의 비결은 방랑자 뜬 바늘 채비였다.               ▲ 은룡지 대물 미끼인 옥수수. 

4/28 새 포인트에서 재도전 
 
방랑자닷컴 실사팀 동료인 아라한(전의식), 카시오(고재준), 또월척이야(김대종)씨에게 연락을 했고, 얼마 뒤 아라한님이 먼저 도착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필자는 아라한님께 자리를 양보하고, 직벽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바닥 청태가 좀 많아서 깨끗한 바닥을 찾아 다시 대편성을 마무리했다. 지난 이틀간 나름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고 확신하고, 오늘은 방랑자 슬로프 5대, 바닥 대물채비 3대로 편성했다. 그러나 밤새 바람이 불었고 그래서인지 전혀 입질이 없었다.

4/29 시도 때도 없이 달려드는 대물들

동트기 전 물색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밤새 불던 동풍의 영향으로 물색이 너무도 맑아져 버린 것이다. 바닥에 돌을 던지니, 수심 2m 바닥의 돌이 보일 정도다. 아~
근처 몇몇 저수지를 답사했으나 상황은 비슷했다. 그러나 우리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맑은 물색에도 불구하고 내 자리를 물려받은 아라한님이 한 수 걸어낸다. 42cm. 정면 44대 지렁이 여러 마리 꿴 대물 채비다.
뜬구름님이 철수하고 어느덧 오전 11시. 우측 2시 방향에 펼쳐둔 48대 방랑자 슬로프 채비의 찌가 시원하게 올라왔다. 35~ 38센티 허리급 월척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간사하다. 낚이면 4짜가 대부분인 이곳에서 웬 허리급? 좀 섭섭했다.
12시, 또 한 번 시원한 입질이 들어왔다. 하지만 또 35cm 정도 되는 허리급 월척이다. 이젠 뜰채도 대지 않고 그냥 들어내자 옆의 아라한님이 큰 소리로 웃는다. 13시경, 필자가 턱걸이 4짜를 추가하고, 우리는 휴식을 취했다.
잠시 후 방랑자닷컴 실사팀 고재준(카시오)씨가 도착했고, 상류 축사 초입에서 약간 더 비켜 앉아서 갓낚시 형태의 대편성을 시작했다.
15시경, 필자 정면으로 펼쳐둔 44대 방랑자 슬로프 채비를 한 대가 총알을 차더니 그대로 목줄이 터져버렸다. 아… 입질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 낚시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밤에는 입질이 전혀 없었다. 엄청난 졸음이 밀려왔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버티다가 새벽 1시경, 상류 초입에 앉은 고재준씨가 우측 축사 앞. 땅에서 불과 1m 거리에 붙여 놓은 대에서 월척 한 수를 뽑았다. 입질이 온다는 것을 확인하자 잠이 확 깼다.
그때 김대종(또월척이야)씨가 도착했다. 김대종씨는 우안에 앉아 정면으로 6대, 제방 사이드 갓낚시로 2대를 편성했다. 제방이 조용한 틈을 탄 과감한 대편성이다.
새벽 4시, 고대준씨가 드디어 42.8cm 붕어를 낚았다. 도대체 언제 자야 한단 말인가! 정말 힘든 낚시다.

4/30 아침의 대혈전, 쏟아지는 특대물!

새벽 5시, 일찌감치 시야가 훤해진다. 우측 수몰나무 앞에 붙여 놓은 48대의 찌가 조심스럽게 두 마디 올라온다. 옆으로 끄는 순간 챔질을 강행했고, 파이팅 도중 고기가 터져 버렸다. 조금 더 기다렸어야 하는데….
하지만 잠시 후, 우측 발밑을 노린 32대 지렁이 7마리의 대물채비의 찌가 아주 서서히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찌는 아주 서서히 몸통까지 솟아올랐고 나는 강력한 챔질을 했다. 대단한 파이팅이 벌어졌다. 채비는 강해서 걱정이 안 되었지만 이 상태로는 낚싯대가 부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고개를 내민 녀석은 엄청난 체고를 가진 붕어였다. 엄청나다. 계측 결과 48cm.
잠시 후 새벽 6시, 중류 곶부리에 앉은 아라한님이 굉장한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결국 무사히 뜰채에 담아낸 녀석은 48.2cm. 내 것보다 더 큰 붕어다. 이미 우리들의 눈은 어마어마한 붕어들로 인해서 그 사이즈를 가늠할 수준을 잃어버린 듯했다.
시간은 흘러 오전 11시, 제방 우안에 앉은 김대종씨의 낚시대가 활처럼 휘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김대종씨는 특이한 버릇이 있다. 4짜를 뜰채로 떠내지 않고, 꼭 손으로 잡아서 뭍으로 꺼내는 것이다. 역시 손으로 잡아서 번쩍 들어 보여주면서 4짜라고 외친다. 달려가서 계측 결과 49.7cm다! 대단하다. 이미 특대물들에 눈이 익어버린 우리들의 시야에는 4짜 초반의 붕어는 너무도 왜소하고 작아 보였다.
그간 동고동락하면서 낚시를 함께 다니길 10년. 오늘에야 그 빛을 발휘하는 것 같아 서로에게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다. 낚시춘추 및 방랑자닷컴 김태우님과 김광희씨에게 대박조황 소식을 전했다.
오후가 되자 대물 소식을 접한 조사들이 몰려들어 약간의 자리다툼도 발생했다. 드디어 마지막 밤이다. 후회 없는 낚시를 하고 마무리하자며 비장한 마음으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미 이곳의 사이클은 전부 파악되었다. 초저녁 붕어의 움직임이 없다고 판단이 서자 잠이 몰려왔다.
새벽 2시에 기상해 다시 낚시를 시작했다. 새벽 3시경, 아라한님 자리에서 물소리가 났다. 턱걸이 4짜가 한 수 나왔다. 간사한 사람의 마음… 애기 붕어로 보였다.

5/1 촬영 도중에 낚은 50.2cm 붕어

낚시춘추 기자님께서 생각보다 일찍 왔다. 지금부터가 피딩타임임을 알고 있지만, 더 이상 고기 욕심은 없었다. 붕어들을 모아서 널어놓으니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45cm 이상의 붕어만 3마리에 총 8마리의 4짜. 장관이다!
촬영이 시작되었고, 붕어를 들고 포즈를 취하면서도 온 신경은 찌에 가 있었다. 분명히 입질이 올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신경이 쓰였다. 촬영 중간에 왼쪽 수몰 고사목 앞을 노린 방랑자 슬로프 채비 40대의 찌가 두 마디 살짝 올라왔다. 붕어를 잠시 놓고 살며시 다가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찌가 수면에 비스듬하게 잠겼고, 필자는 챔질을 했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저항! 녀석과의 싸움으로 머릿속은 하얗게 바뀌었다. 실랑이 끝에 수면에 떠오른 녀석은 엄청난 사이즈의 붕어였다. 여기저기서 박수와 환호가 들렸다. 계측 결과 5짜다! 50.2cm로 공인되었다.

▲ 5짜 붕어 계측순간.

5짜 붕어를 들고 촬영하는데 그 와중에 대를 차고 나간 녀석이 있었다. 그 또한 49.8cm의 거함이었다. 계속 입질은 들어왔고, 찌가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여기까지만 하기로 결심했다. 사람 욕심에 입질 오는 저 고기 다 잡고 싶은 마음도 없진 않았지만 평생 해야 할 낚시, 이번 초대박 행진은 이것을 끝으로 마무리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많은 조사들이 다녀갔고, 다양한 포인트에서 대물들이 나왔는데, 공교롭게도 우리 방랑자닷컴 실사팀원들만 4짜 이상의 대물붕어를 낚았다는 점이다.

공통점은 방랑자채비뿐, 다른 차이점은 없었다. 최종 정리 결과, 대부분의 특대물들은 방랑자 슬로프 채비, 방랑자 기본 채비에 나왔고, 2마리만 바닥 대물채비에 나왔다는 점이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격려했고, 촬영을 끝으로 모든 붕어를 그 자리에 방생해 주었다.
방생하면서 필자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런 추억을 만들어준 이곳에 감사하고, 이런 대박을 함께 만들어준 방랑자닷컴 실사팀 멤버들에게 감사합니다. 방랑자닷컴이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