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 입질시간대의 변화
1. 뚜렷한 현상
밤보다 낮에 입질 활발해졌다
배스가 낚시터에 유입된 후 낚시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큰 혼란은 밤낚시가 안 된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지금껏 토종붕어 낚시는 밤낚시 위주로 즐겨왔고, 특히 대물낚시인들은 한겨울에도 밤낚시를 시도할 정도로 밤=낚시시간, 낮=휴식시간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붕어의 입질시간대가 변했다. 주로 밤에 입질하던 큰 붕어들이 이제는 아침과 낮에 더 잘 낚이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배스 유입 전-초저녁과 새벽이 황금시간
붕어낚시를 오래 즐겨온 낚시인이라면 하루 중 붕어 입질의 황금시간이 언제인지 알 것이다. 이른 봄 같은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 황금시간대는 밤이었다.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 찌가 보일락 말락 할 때, 케미를 꺾을 때부터를 피크로 여겼다. 이때부터 피라미와 잔챙이 붕어는 사라지고 깊은 곳에 은신하던 큰 붕어들이 연안으로 몰려나와 입질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밤낚시철인 5월 하순이면 초저녁은 7시 30분부터 시작되는데, 특별난 악재만 작용하지 않으면 이때부터 입질이 들어와 밤 10시 무렵까지 피치를 올린다. 이때 낚이는 붕어의 양은 전체 조과의 65% 이상을 차지하며 나머지 35%는 새벽과 동틀 무렵에 거두게 된다.
동틀 무렵의 피크 타임은 1시간 내외로 짧지만 초저녁 못지않은 폭발적 입질이 들어올 때도 많다. 초저녁과 새벽에 만나지 못한 월척이 오히려 이 시간에 낚이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배스가 유입되기 전 일반적 평지형 저수지의 초여름 밤낚시 패턴을 예로 들었다.
그래서 배스 유입 전 낚시터를 찾을 때는 밤낚시에도 나름의 전략이 있었다. 대체로 초저녁에 입질이 뜸하다면 그날의 밤낚시는 불황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경험 많은 베테랑들은 두세 시간 버텨보다가 초저녁낚시는 일찍 포기하고 동틀 무렵 낚시에 집중하거나, 새벽 1시경 일찍 일어나 대물 타이밍인 새벽부터 동틀 무렵까지 모두 보는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이처럼 밤시간이 붕어 입질의 피크였던 시절에는 해가 완전히 떠오른 오전 8시 이후는 낚시를 마감하는 시점이었다. 실제로 이 시간부터 피라미가 다시 극성을 부리고 붕어도 잔챙이만 올라오므로 더 이상 낚시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배스 유입 후-과거 철수 시간이 새 피크 타임으로 등장
그러나 낚시터에 배스가 유입된 뒤로 붕어의 입질시간대에 변화가 왔다. 유입 후 4~5년이 경과하면 밤보다 낮에 붕어가 입질하는 확률이 높아졌고, 그동안 붕어낚시의 파장 시간으로 여기던 오전 8시부터 2~3시간이 가장 입질 빈도가 높은 시간대로 변화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배스가 집중적으로 확산된 2000년대 중반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최근 4짜 붕어를 자주 배출하며 본지에 대물터로 소개되고 있는 대물터들이 이런 입질 사이클을 보이는 곳들이다.
경북에서는 성주 벽진지, 경산 문천지, 연지, 토산지. 경남에서는 창원 산남지와 하동 송원지. 충북에서는 음성 내곡지와 보은 망월리지, 전북에서는 익산 왕궁지와 군산 금굴지, 충남에선 대호, 아산호(평택호), 부남호, 서산 잠홍지, 풍전지, 대전 방동지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밖에도 배스가 유입된 저수지들은 대부분 밤낚시가 잘 안 되고 아침에 입질이 집중된다. 오히려 낮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의 한낮에도 월척 붕어들이 입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낚시인들이 이러한 붕어의 입질시간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과 충청권 배스 유입터를 오랜 기간 섭렵해온 대전의 김병호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전과 보은 일대 낚시터에 배스가 들어간 지 대부분 십 년이 넘었다. 그런데 낚시인들은 입질시간대의 변화를 최근에야 느끼고 있는 듯하다. 사실 조짐은 육칠 년 전부터 이미 나타났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확연하지 않아 감지하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 지금도 배스터 경험이 적거나 이런 현상을 예민하게 주시하지 않는 낚시인들은 기존의 밤낚시 사이클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엔 철수 시간으로 알려졌던 오전 10시경 붕어를 낚아내고 있다. 사진은 전북 군산의 강정지로 배스 유입 후 밤보다는 오전에 입질 받을 확률이 높아졌다.
2. 원인과 분석
배스와 붕어의 피딩타임 충돌
배스가 식사하고 나가야 붕어가 식당으로 들어온다
붕어의 입질시간대가 밤에서 낮으로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낚시인들은 “배스와 붕어의 피딩타임이 충돌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두 어종 모두 해질녘과 동틀녁에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다 보니 붕어가 배스에게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용인 송전지 상류의 수몰 버드나무 주변에서 붕어낚시인과 배스낚시인이 함께 낚시하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오전 8시경 촬영한 모습으로 붕어의 피딩시간과 배스의 피딩시간이 겹치다보니 배스터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 됐다.
붕어 입질시간대의 변화에 대해 붕어낚시 고수 10명에게 물어보았다. 그 결과 공통적으로 “밤보다 낮에 입질이 잦아졌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10명 고수들의 경험담을 종합한 결과 배스터에서 붕어 입질이 활발한 시간대는 오전 8~10시, 오후 3~4시, 밤 8시~11시, 밤 12시~새벽 3시로 각각 나타났다<도표 참조>.
질문에 앞서 낚시터 성격은 배스가 유입된 지 7~8년 이상 된 중형지로 제시했으며, 계절은 배스와 붕어의 활성이 모두 양호한 초여름으로 잡아서 평균 데이터를 뽑아보았다. 그렇게 한 이유는 배스가 유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은 입질시간대의 변화가 없을 수 있고, 같은 낚시터라도 계절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표에서 보듯이 10명의 고수가 제시한 붕어 입질시간대는 얼핏 배스 유입 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배스 유입 전에 비해 한두 시간 이상 빨라지거나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밤낚시 피크시즌인 6월 초를 기준할 경우, 배스 유입 전은 오전 5~8시, 오후 7~10시가 최고의 황금시간이었다. 고수들은 이 두 황금시간에 배스가 끼어들면서 “배스에 쫓긴 붕어의 연안 접근이 과거보다 늦어지거나 빨라지고 있다”는 얘기를 공통적으로 했다.
☞붕어 입질이 활발한 시간대라는 표현은 썼으나 배스터에서는 마릿수로 붕어를 낚기는 힘들다. 피딩타임이라 해도 많아야 서너 마리 정도다. 따라서 입질이 활발한 시간대는 낱마리라도 입질이 들어오는 시간대로 이해하면 되겠다.
배스가 붕어 입질시간에 먼저 연안 점거
갓낚시 전문가 서찬수씨는 배스 유입 후 붕어 입질시간대가 변화한 대표적 예로 창원 산남지를 들었다. 산남지는 배스가 유입된 지 약 10년째를 맞고 있다.
“사실 산남지는 배스 유입 전에는 아침낚시가 잘 안 됐던 곳이다. 그런데 배스가 유입된 후 아침낚시가 잘 되고 있다. 지금은 오전 여덟 시에서 열 시 사이에 가장 입질이 활발하고 때론 낮 열두 시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입질이 가장 활발한 동틀 무렵부터 오전 여덟 시 사이는 입질이 뜸하고 여덟 시 후에 입질이 활발하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 점에 대해 서찬수씨는 “먹잇감을 찾는 붕어의 피딩타임과 배스의 피딩타임이 겹치다보니 붕어가 배스에게 밀려서 연안 접근 시간을 미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배스낚시인들은 동틀 무렵에 맞춰 산남지를 찾고, 배스의 라이징이 사라지는 오전 8시면 미련 없이 철수한다. 그 시간 후로는 배스가 먹이활동을 멈춰 루어에도 잘 안 낚이는데 이때부터 붕어의 입질이 살아난다고 말했다.
초저녁낚시도 배스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입질이 활발했던 오후 6~7시보다 낮 3~4시 사이의 입질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후 6~7시가 배스의 피딩타임이다 보니 배스가 움직이기 전에 붕어들이 일찌감치 먹이활동을 한다는 것이다.
김천의 백진수씨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구미와 김천 지역 대물낚시인들에게 유명한 오봉지는 2000년 경만 해도 새우 밤낚시가 잘 되는 곳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2005년을 전후해 밤 입질은 드물고 아침에 잘 낚이는 곳으로 변했다. 짧게는 오전 8시~10시, 길게는 동틀 무렵~오전 11시 사이가 새로운 입질시간대로 자리 잡았다. 지금도 많은 낚시인들이 예전 밤낚시 추억에 젖어 밤을 지새우지만 확실히 밤에는 입질 확률이 떨어진다. 오봉지 외에도 성주 소성지, 상주 중덕지, 금산 못골지 등이 비슷한 입질시간대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편, 배스터 붕어 입질 시간이 이렇게 변하자 낚시인들은 붕어낚시가 과거만큼 재밌지 않다며 서운해 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 찌불이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밤낚시의 낭만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삼채씨는 “배스터 경험이 많은 낚시인들은 밤을 새는 것보다 아침에 일어나 오전 시간을 노리는 게 더 확률이 높다는 걸 알고 있다. 그러나 막상 날이 밝으면 긴장도 풀어지고 피곤도 해 낚시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심지어 초저녁에 별 입질이 없으면 그냥 짐을 싸서 철수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질문에 답한 고수들 중 3분의 1은 ‘오전 몇 시경 붕어 입질이 붙는다’는 정도는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낚시패턴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설명은 하지 못했다. 대부분 날이 밝으면 일찌감치 정리해 철수하기 때문이다.
배스 유입 저수지의 붕어 입질 시간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조건으로 질문 항목을 나눠 조사해봤다.
▲살림망에 담긴 붕어와 배스. 거의 비슷한 시간대에 입질이 들어온다.
배스 유입 시기에 따른 입질 시간 변화
-유입된 지 오래될수록 초저녁 입질 늦거나 빨라져
배스가 유입된 곳이라고 해서 입질시간이 일률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많았다. 유입된 시기에 따라 시간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 대림낚시 임연식씨는 “배스가 유입된 지 이삼 년 된 곳에서는 오전 여섯 시에서 여덟 시, 오후에는 케미를 꺾기 전인 오후 여섯 시 이전에 입질이 활발한 것을 경험했다. 그러나 십 년 이상 된 곳에서는 낮시간보다 새벽 두 시에서 다섯 시 사이에 가장 입질이 잦았다”고 말했다.
서찬수씨는 “배스 유입이 근래 이뤄진 곳은 입질시간대가 아직 큰 변화가 없지만 빈도에 차이가 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에 방송 촬영한 거제도의 거제지는 배스가 유입된 지 2년 된 곳인데 초저녁에 굵은 붕어 서너 마리는 거뜬했던 곳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한두 마리로 끝나고 있다. 이곳도 점차 시간이 지나면 초저녁 입질은 없어지고 새벽이나 늦은 아침에 입질이 오는 패턴으로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의 김병호씨는 오히려 배스 유입 이전의 입질시간대를 회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배스가 유입된 시기, 서식량 등에 따라서 다른 패턴을 보이는 예로 충북 영동군 황간읍 난곡지를 들었다.
“난곡지는 배스가 유입된 지 십 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해 질 무렵부터 밤 열 시까지의 초저녁낚시와 동틀 무렵 낚시가 잘 된다. 전형적인 계곡지인 이곳은 상류 수심도 삼 미터에 달하고 수초나 수몰나무 같은 은신처도 거의 없다. 최근 배스의 양이 부쩍 줄어들어 성화가 심하지 않은데 이런 여건들이 붕어가 본래 입질 사이클을 회복한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다.”
평지지와 계곡지의 입질시간 변화 비교
-시간대는 큰 차이 없으나 빈도, 씨알에서 차이 나
평지지냐 계곡지냐에 따라 배스터의 붕어 입질시간에 차이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큰 차이는 없지만 계곡지보다 평지지의 입질 빈도가 잦다’는 견해가 많았다.
방랑자닷컴 대표 김태우씨는 “평지지에는 배스에 밀리지 않는 가물치 같은 토종 육식어가 살고 있어서 그런지 낮과 밤 모두 입질이 잦은 것 같다. 배스가 수초대에 은신하고 있다고 하지만 수초 많은 곳에서 낚시해보면 역시 붕어는 수초 옆에서 잘 낚인다. 반면 계곡지는 오전보다 밤 10시 이후의 늦은 시간에 입질이 잦았다고 말했다.
경산의 옥내림낚시 전문가 정홍석씨는 “평지지는 배스가 있어도 어둡기 한 시간 전부터 입질이 오기 시작해 두 시간 정도 반짝한다. 이후 내내 입질이 없다가 빠르면 새벽 두 시부터 동틀 무렵까지 입질이 들어온다. 계곡지의 경우는 초저녁부터 입질은 오지만 큰 씨알은 기대하기 힘들며 확실히 대물은 밤 12시부터 동틀 무렵 사이에 잘 낚인다”고 말했다.
정홍석씨는 특히 계곡지일수록 밤에 정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스터 붕어는 대부분 경계심 강한 대물들이고 신경이 예민해져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성제현, 서찬수, 김태우, 김중석, 정삼채씨는 평지지나 계곡지의 입질시간대에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곡지라도 실질적으로 붕어가 낚이는 포인트 여건은 비슷하기 때문에 낚시터의 외형만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견해였다.
물색에 따른 입질시간 변화
-물색 맑을수록 입질 늦어지는 경향 강해
물색이 배스터의 붕어 입질시간대 변화에 영향을 주느냐는 질문에는 몇몇 고수만 답을 했다.
김중석씨는 “물이 맑은 곳은 확실히 입질시간이 늦어지는 것 같다. 초저녁보다 밤 열 시 이후에 입질이 붙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밤늦게 입질이 붙던 곳도 물이 탁해지면 케미를 꽂을 시점인 해 질 무렵부터 입질이 붙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정삼채씨는 “물색에 따라 입질시간대가 달라지는 것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다만 확실히 배스의 성화는 달라진다. 물색이 맑을수록 배스가 더 설치기 때문에 그만큼 붕어를 낚을 확률은 떨어졌다”고 말했다.
결과 분석
최근 붕어가 밤보다 낮에 잘 낚이는 현상이 증가함에 따라 과거처럼 밤에도 붕어를 많이 낚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 했다. 배스터에서 밤낚시가 잘 안 되면서 붕어낚시가 재미없어진다고 하소연하는 낚시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릎을 칠 만한 묘수는 도출되지 못했다. 아마도 붕어낚시가 밤보다 낮에 잘 된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최근의 일이고 이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보니 정립된 데이터가 부족한 게 이유로 보인다.
최근에는 배스 유입이 아주 오래된 곳에서 배스는 줄고 붕어 자원은 도로 느는 곳도 있어 앞으로 또 어떤 낚시패턴이 등장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고수들은 그나마 밤 입질을 보고 싶다면 새벽 1~3시 같은 심야를 집중적으로 노려볼 것을 권했다. 이때가 하루 중 가장 조용하고, 배스의 움직임도 뜸해 대물붕어가 안심하고 연안으로 접근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배스터 맞불작전
배스 함께 낚아야 붕어도 더 잘 낚인다
서찬수 창원 세월낚시 대표
배스가 많다고 옥수수, 글루텐 같은 미끼만 쓸수록 붕어 낚기는 더 어려워진다. 배스 자원은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붕어만 뽑아 먹으니 갈수록 확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배스터에서 토종붕어낚시를 좀 더 쉽게 즐기려면 생미끼를 사용해 배스도 동시에 낚아내야 한다. 나와 회원들은 함안 운곡지에서 이 방식을 쓰고 있는데 생미끼를 쓰면 배스, 가물치, 붕어가 함께 낚인다. 특히 배스는 계속 낚아내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는 입질이 뜸해진다. 그 미끼를 건들면 위험에 처한다는 것을 학습을 통해 알기 때문이다. 그때 붕어가 걸려든다.
배스터에서 보트낚시 잘되는 이유
붕어들이 배스 많은 연안을 기피하기 때문
박현철 바낙스 프로스탭·비바붕어 사이트 운영자
보트를 타고 낚시하면 배스터 붕어의 시간대별 회유 패턴이 쉽게 이해가 된다. 배스가 맹렬히 먹이활동을 하는 동틀 무렵~오전 8시에는 연안 붕어낚시 조과는 부진한 반면 같은 시간에 보트를 타고 깊은 수심을 노리면 붕어들이 여전히 잘 낚인다. 아마도 이것은 연안에 천적인 배스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보니 붕어가 굳이 얕은 곳으로 나가지 않고 깊은 곳에서 먹이활동을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사실 붕어의 먹잇감이 얕은 연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2~2.5m 수심대의 말풀과 마름밭에도 붕어의 먹잇감은 널려있다. 굳이 위험과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배스와 대면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실제로 배스터에서 붕어낚시를 해보면 얕은 연안에는 붕어가 많지 않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얕은 연안의 수초밭과 은폐물은 이미 배스들이 점령한 게 이유로 보인다.
연안의 수초대를 등지고 깊은 수심을 노리고 있는 박현철씨. 배스터에서는 수초가 있는 연안보다 다소 깊은 수심층을 노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스터 미끼 선택 요령
배스 뜸한 시간에는 지렁이를 써보라
정홍석 경산붕어연구소 소장
배스터에서는 옥수수, 글루텐 같은 곡물 미끼를 주로 쓴다. 동물성 미끼를 쓰면 배스가 먼저 달려들기 때문인데 결국 옥수수와 글루텐은 배스를 피하기 위한 미끼이지 붕어가 유독 좋아해서 쓰는 미끼는 아닌 셈이다. 만약 배스 성화가 없다면? 곡물 미끼보다 입질이 빠른 지렁이를 쓰는 게 좋다. 그래서 나는 배스 활성이 뛰어난 낮과 초저녁에는 옥수수와 글루텐을 쓰지만 활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새벽에는 지렁이로 미끼를 교체한다. 나는 이 방법으로 많은 붕어를 낚았다. 낚싯대를 10대 폈다고 10대 모두 교체할 필요는 없다. 어떤 미끼가 잘 먹힐지는 알 수 없으므로 절반만 교체하면 된다. 단 새우는 쓸 필요가 없다. 어차피 배스터는 모두 대물인데다가 새우는 미끼 특성상 입질만 더뎌 지렁이보다 메리트가 떨어진다.
3. 반론
입질 빈도 줄었을 뿐 피딩타임엔 변화 없다
“배스 유입 후 붕어 입질시간대가 변화했다”는 견해가 많지만 몇몇 고수들은 생각이 달랐다. 붕어 자원이 감소해 입질 빈도가 줄어들긴 했지만 입질시간대가 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질문에 응답한 10인의 고수 중 “배스 유입 후에도 붕어 입질시간대에 변화는 없다”는 견해를 밝힌 사람은 성제현, 김태우, 송귀섭, 정삼채씨였다. 내용을 대략 요약하면 “붕어는 배스 유입 전과 동일한 피딩 시간에 연안으로 접근한다. 그러나 전보다 개체수가 크게 줄어 과거처럼 폭발적 입질로 나타나지 않자 입질시간대가 변한 것으로 보인 것이다”라는 것이다.
성제현씨는 붕어 개체수의 감소와 더불어 낚시 당일 혼잡도, 붕어 활성도로 인해 입질시간대가 변화한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사실 배스터가 호황을 보이는 시기는 산란기나 오름수위 때 같은 호조건일 때가 대부분이다. 특히 배스가 유입된 이후 붕어의 산란기가 약간 늦어지고 있는데 근년엔 5월 중순까지도 산란호기가 이어진다. 그런데 호황이 시작됐다는 소문이 나면 주말과 평일을 가리지 않고 낚시인들이 몰리게 되고 혼잡도가 높아진다. 결국 경계심 강한 대물붕어의 연안 접근이 줄고 그만큼 입질 빈도가 감소하며, 입질시간대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낚시터 혼잡할수록 밤 입질 늦게 나타난다”
성제현씨는 평소 밤새 10마리의 붕어가 낚이던 낚시터가 소음 또는 그 밖의 악재로 밤새 2~3마리만 낚일 경우, 가장 입질 확률 높은 시간대로 새벽을 꼽았다. 초저녁은 여전히 혼잡도가 심해 붕어들이 경계하다가 주위가 고요해진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낚일 수 있다는 것이며, 이러면 붕어의 입질시간대가 변한 것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대한 정숙을 유지하며 홀로 낚시해보면 초저녁에도 입질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성제현씨의 말이다.
"배스터의 최근 상황은 과거 하룻 밤에 열 마리 낚이던 낚시터에서 두 세마리 낚이는 상황으로 변한 것과 다름없다. 그 두 마리도 모두 경계심 강한 대물이다보니 연안으로 접근할 때는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초저녁보다는 늦은 밤에 더 자주 입질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호황을 보인다고 소문난 낚시터 붕어의 경계심은 극에 달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입질이 늦게 들어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성제현씨는 배스터가 연중 최고로 호황을 보이는 시기가 붕어의 산란기 무렵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때는 과거에도 늦은 오후에는 붕어의 입질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제현씨도 “배스 유입 후 아침 입질이 늦어진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스 유입 전에는 동이 터 올 무렵이 피크였는데 지금은 오전 7시를 넘겨 입질하는 배스터가 많다는 것이다. 배스가 동틀 무렵에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므로 그 영향은 피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제현씨와 백진수씨는 배스 유입 후 배스터 붕어의 산란 시기가 늦어졌다는 부분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다. 배스 유입 전에는 4월 초면 굵은 포란 붕어들이 얕은 연안에서 잘 낚였는데 최근에는 5~6월에 포란붕어가 자주 목격된다는 얘기다. 붕어 산란기와 배스 산란기가 겹치는 것이 붕어가 산란을 미루는 이유로 추정했다. 실제로 배스 낚시인들이 봄 포인트로 손꼽는 곳이 수초대라는 점에서 적잖은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
“과거보다 붕어가 깊은 곳에서 산란하는 것 같다”
한편 정삼채씨는 오전 10시나 11시까지 입질이 지속되는 현상을 두고 배스 영향으로 입질 시간이 연장됐다고 보는 것은 애매하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낚시점주들이 “요즘은 새벽보다 늦은 오전에 입질이 활발하니 그때까지 버텨보라”고 조언했지만 밤낚시를 마친 낚시인들은 대부분 일찍 철수한다는 것이다. 결국 늦은 오전에 입질이 받히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 온 일인데 과거보다 붕어가 굵고 입질 빈도는 줄어든 특징을 보이자 마치 대물붕어의 입질시간대가 연장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태우씨도 입질시간대 변화보다 붕어 개체수 부족으로 인한 입질 빈도 감소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배스 유입 이전의 붕어 입질시간대에 맞춰 낚시해 보면 마릿수가 과거보다 적어서 그렇지 붕어를 낚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태우씨는 “포인트의 변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붕어들이 배스 유입 전에는 얕은 곳의 수초나 수몰나무에 산란했지만 지금은 1.5~2m로 깊은 수심에서도 산란하는 것 같다는 예상이다. 그래서 기존의 산란기에 맞춰 수초대를 노려보면 붕어는 없고 배스만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배스터 붕어가 더 이상 연안 수초대에 메리트를 갖지 않는다는 견해는 박현철씨와 동일했다.
그래서 김태우씨는 산란기 외의 시기에 배스터 붕어를 노릴 때는 그림 좋은 상류 수초밭보다 수심 1.5~2m의 중류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예전에 노리던 붕어의 입질 수심보다 다소 깊은 곳을 노리면 배스 유입 전의 입질시간에 입질을 받을 수 있었다. 배스터에서는 과거의 경험만 믿고 포인트를 선정하면 입질 빈도는 더욱 감소해 마치 입질시간대가 변한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외래어종 설쳐대야 붕어도 잘 낚인다
송귀섭씨는 입질시간대나 포인트 차이보다 배스나 블루길 같은 외래어종의 활성도가 붕어의 입질시간대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배스가 붕어 입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마릿수 위주의 낚시를 하느냐, 대물낚시를 하느냐에 따라 영향은 다르다. 잔챙이부터 중치급을 주로 노리는 콩알떡밥낚시 도중 배스가 설치면 확실히 입질이 뚝 끊긴다. 배스뿐 아니라 가물치가 텀벙거려도 역시 입질이 끊긴다. 그러나 덩치 큰 붕어들을 노리는 대물낚시에서는 큰 상관없이 낚였다. 오히려 이런 외래어종이 설쳐야 대물 붕어낚시도 잘 되는 것을 자주 느끼고 있다.”
송귀섭씨는 수중생태계의 모든 조건이 양호한 상태로 이루질 때 붕어낚시도 잘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서곤충, 플랑크톤, 물속 미네랄 등의 조건이 좋아지면 이것들을 섭취하는 붕어들의 활성도 좋아지고 배스의 활성도 덩달아 좋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암호, 금호호 같은 곳에서 낚시해보면 배스와 블루길이 설치는 와중에서 붕어도 함께 낚이고 배스와 블루길 입질이 뚝 끊기면 붕어 입질도 끊긴다는 게 송귀섭씨의 주장이다.
▲영동 미전지 중류. 5년 전 배스가 유입된 미전지에서는 수초 많은 상류보다 중류의 맨바닥에서 붕어 입질이 활발하다.
예외적 입질시간대
비 오는 흐린 날은 낮에도 입질 활발
김중석씨와 성제현씨는 맑은 날보다 비가 오는 날에 붕어 입질이 활발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날씨가 흐려 물속이 어두워지고 빗소리에 인기척도 상쇄되므로 붕어의 경계심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김중석씨는 이런 날은 육지의 각종 먹잇감들이 새물에 섞여 낚시터로 유입되므로 배스와 붕어 모두 활성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성제현씨는 맑은날보다 비가 오는 날의 일교차가 적다는 점도 예를 들었다. 맑은 날은 밤과 낮의 일교차가 15도 이상 벌어지지만 비가 오는 날은 5도 수준으로 일교차가 크게 줄어 붕어들이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비가 오기 직전은 완전 저기압 상태이므로 최악의 출조 타이밍이며 오히려 비가 한창 오거나 온 뒤에 출조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 타이밍이 저기압에서 고기압으로 변화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호황 소식에 낚시인이 한꺼번에 몰린 낚시터. 혼잡할수록 경계심 강한 대물 붕어의 입질시간대는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영동 미전지 중류. 5년 전 배스가 유입된 미전지에서는 수초 많은 상류보다 중류의 맨바닥에서 붕어 입질이 활발하다.
배스낚시인의 견해
월척급 붕어라면 배스를 겁내지 않는다
김욱 시마노 인스트럭터·경기대학교 레저스포츠학과 박사과정
배스가 붕어의 피딩타임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적은 없다. 그래서 부정도 긍정도 하기 어렵다. 다만 기존 생태계에 배스라는 강력한 이방인이 들어왔으니 붕어 입장에서 스트레스가 생긴 것만큼은 분명할 것이다. 그런데 월척 이상의 큰 붕어만 남아있는 상태라면 배스의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보트를 타고 배스낚시를 하다 보면 잉어, 붕어, 누치, 배스가 섞여 노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기 때문이다. 특히 40cm 이상 되는 큰 붕어들은 배스를 겁내지 않고, 배스도 그런 큰 물고기는 사냥감으로 여기지 않는다.
또 ‘붕어 입질 시간에 배스가 수면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먹이사냥을 하기 때문에 붕어가 움츠린다’는 주장에도 약간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행동이 영향을 미친다 안 미친다는 관점을 떠나 6월 이전의 대물급 배스들은 상층이 아닌 바닥층에서 먹이활동을 하며, 그 움직임은 매우 빠르고 기술적이라는 점이다. 상층에서 요란스럽게 퍽-퍽-하며 사냥감을 쫓는 배스들은 사냥술이 뒤떨어지는 어설픈 잔챙이들이다. 따라서 정작 연구해볼 문제는 수면 위의 잔챙이 배스가 아니라 바닥층에서 활동하는 큰 배스와 큰 붕어의 공생관계라고 본다.
배스의 피딩타임도 변하고 있다
또 붕어낚시인과 배스낚시인이 함께 생각해볼 부분은 피딩타임이 짧아진 변화가 붕어뿐 아니라 배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낮에도 다양한 피딩타임이 존재했는데 근래 들어서는 동튼 직후와 해질녘에만 입질이 집중되고 피딩타임도 매우 짧아졌다.
그 원인으로는 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일교차가 꼽히고 있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환경적인 변화가 어류들의 입질시간에 공통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추측할 뿐이다.
4. 배스의 번성과 쇠퇴
유입된 지 10년 넘으면…배스 줄고 붕어 자원 다시 증가
최근 배스터에 나타나고 있는 또 하나의 현상은 배스가 유입된 지 오래된 낚시터일수록 배스가 줄고 토종물고기들이 다시 늘고 있다는 점이다. 배스의 경우 잔챙이가 줄어들어 대개 큰 놈들만 낚이며 낚시에도 덜 걸려들고 있다. 이런 특징을 보이는 곳들은 대개 10~15년 이상 된 곳들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진 배스들이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한다.
배스가 국내 수계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70년대 초다. 그러나 전국 저수지에 집중적으로 확산된 것은 2000년대로 볼 수 있다. 대략 2005년을 전후해 전국의 저수지에 배스가 대량으로 증가했다. 배스 유입 후 4~5년부터 배스 자원이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에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배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2000년대 초부터 잔챙이 붕어와 피라미, 참붕어, 새우는 급격히 감소하고 낚시에 올라오는 4짜 붕어가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배스가 확산된 시기와 대물붕어의 증가 시기가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남과 경남 서부지역은 배스의 침입을 겪지 않은 청정지역이었지만, 지금은 해남, 강진, 고흥까지 배스가 널리 퍼져 있고, 진주, 사천, 거제도까지 배스가 유입되었다. 마지막 남은 청정지대는 신안군의 섬낚시터뿐이다.
배스의 유입과정에 대해서는 자연확산설과 인위적 이식설 등의 논란이 분분하지만 어쨌든 배스는 국내 수계에 확고히 자리 잡은 어종이 되었다. 그래서 배스의 영향 없는 붕어낚시는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배스와 붕어의 공존
그럼 이제 우리나라 내수면은 온통 배스 세상이 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배스는 유입 초기엔 무섭게 번식하지만 10년 이상 되면 오히려 줄고 대신 붕어 자원이 서서히 부활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배스 유입 후 4~5년 되면 새끼 붕어와 피라미, 빙어 같은 토종 어류를 찾아볼 수 없지만 10년차를 넘기면 붕어를 비롯한 토종 어류는 다시 증가하고 배스는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실 이 현상은 붕어낚시인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지난 15년간 배스터 위주로 대물 붕어낚시를 즐겨온 오태작 김정길씨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배스가 유입되면 곧바로 작은 토종어류들을 잡아먹기 시작하지만, 나중에 먹이로 삼을만한 작은 토종 어류들이 사라지면 결국 배스들끼리 서로 잡아먹는다. 처음엔 새끼 배스들을 잡아먹고 나중엔 비슷한 무리 중에서 또 약한 배스를 잡아먹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결국 큰 배스만 남게 되는 것이다. 이러면 전체 배스 개체는 줄어들게 돼 알에서 깬 붕어 치어가 살아남을 확률은 높아지는 것이다.”
배스가 유입된 지 10~15년 이상 된 낚시터에서 붕어가 부활하는 현상은 도처에서 보이고 있다. 춘천호에서는 3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피라미가 부쩍 증가했고 충남 대호에서는 월척보다 귀하다는 손바닥 씨알의 붕어가 재작년부터 곧잘 낚이고 있다.
서산 일번지낚시 김기동 사장은 “재작년부터 대호의 배스 자원이 부쩍 줄어든 게 눈에 띌 정도이고 작년 얼음낚시 때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일곱 치와 여덟 치 붕어가 마릿수로 낚였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평택 모산지, 용인 송전지, 안성 고삼지, 김천 오봉지, 구미 소성지에서 과거보다 배스 자원은 줄고 붕어 자원은 증가했다.
이완옥 박사, “배스는 스스로 개체수 조절한다”
중앙내수면연구소 이완옥 박사는 일부 낚시인들의 주장처럼 ‘육식어인 배스가 저수지에 유입되면 토종 어류가 몰살된다’는 얘기는 처음부터 잘못된 가정이라고 말했다.
생태계에는 항상성이라는 게 있어서 외부에서 자신보다 크고 포식성이 강한 어류가 들어와도 기존의 토종 어류들이 완전히 말살되지는 않으며, 갑작스러운 이방인의 등장에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며 잡아먹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남게 된다는 것이다. 피라미조차도 배스가 나타나면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공격 기회를 주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낚시터가 불과 몇 백 평 단위이고 토종 어류들이 숨을 곳조차 없는 경우라면 모두 잡혀먹고 배스만 남을 수도 있다고.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단적인 예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완옥 박사는 어류의 경우 개체수가 포화하면 본능적으로 산란을 포기한다고도 말했다.
“생태계의 비율로 볼 때 최강 포식자의 비율은 10%를 넘지 않는다. 따라서 배스의 개체가 증가한 상태에서 먹을 것이 없어진다면 배스 스스로 개체 조절을 하게 된다. 극한의 상황에까지 도달하면 새끼 배스를 잡아먹는 것은 흔한 예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산란을 안 할 수도 있다. 어류는 몸속에 알이 생겨도 번식을 자제할 필요성이 생기면 몸에서 알을 그냥 흡수한다. 아무리 오래된 저수지라도 물고기가 무한정 증가하지는 않는 게 좋은 예다. 따라서 최근 배스터에서 나타나는 붕어의 증가와 배스의 감소 현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하고 말했다.
또 다른 형태의 배스터 낚시 패턴 생겨날 수도
이처럼 배스터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를 거듭함에 따라 붕어낚시 패턴이 또 어떤 식으로 달라질 것인지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물론 아직은 일부 낚시터에서만 이런 변화가 발견되고 있고, 눈에 띄는 낚시 패턴의 변화도 찾기는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조만간 대다수 배스터들이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분명 새로운 패턴의 낚시법이 등장할 것이라는 게 배스터 전문 낚시인들의 전망이었다.
▲고삼지에서 낚인 살치. 배스의 개체수가 줄자 피라미, 살치 같은 작은 고기들도 늘어났다.
이색 사례
배스는 추위에는 약하다?
강화 어류정수로의 배스 떼죽음
한편 배스는 난대성 어종으로 추운 지방에선 생존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있다. 추운 고장에서 배스가 눈에 띄게 감소한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강화도 어류정수로가 좋은 예로, 작년 봄부터 배스는 부쩍 줄고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뼘치 미만의 잔챙이 토종붕어가 몰라보게 증가했다. 낚시인들은 “재작년 겨울의 유례없던 한파 때 많은 배스들이 얼어 죽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이완옥 박사는 “배스가 우리나라의 추운 겨울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극도로 낮은 수온에서 동사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배스는 붕어만큼 수온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고기여서 어류정수로 사례처럼 물 전체가 얼어버렸다면 몰라도 단순히 수온이 낮다는 이유로 동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2년 전 어류정수로에서 얼어 죽은 것은 배스만은 아니다. 강준치, 가물치, 잉어, 메기, 동자개 등도 몰살했고 유일하게 붕어만 죽지 않은 게 미스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