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3 겨울 원도개막현장

비경의 감성돔 보고 홍도

12월에 다 타버리는 불꽃조황 점화
타 원도보다 출조객 적어 무주공산 포인트 많아

ㅣ이영규 기자ㅣ

홍도는 신안군 원도 중 초등감성돔이 가장 일찍 붙는 섬이다. 위치상 태도, 가거도, 만재도보다 북쪽에 있어 대흑산도, 태도와 비슷한 시기에 시즌이 열린다. 12월 중순 현재 홍도 감성돔낚시는 분명 호황이다. 하지만 타 원도에 비해 찾는 꾼들은 적은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 초들물을 맞고 있는 미사리 일대. 본섬 북서쪽의 명당으로 김근영씨가 올라가 있는 곳이 오동여, 우측의 큰 섬이 작은 미사리다

10년 전만 해도 홍도의 겨울은 초등감성돔 꾼들로 북적댔다. 당시 원정꾼들 사이에선 ‘홍도에 초등감성돔이 가장 먼저 붙고 그 다음 태도, 가거도, 만재도 순으로 붙는다’는 얘기가 공식처럼 따라 다녔다. 하지만 요즘은 초등감성돔 화제에서 홍도는 늘 빠져 있다.
홍도의 겨울 감성돔낚시는 여전히 호황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꾼들만이 홍도를 찾고 있다. 이유가 무얼까?

고기는 잘 나오는데 포인트는 텅텅?

지난 11월 24일 목포에서 여객선을 타고 홍도로 들어갔다. 이번 감성돔낚시의 취재원은 홍도 현지에서 관광업을 하는 김근영씨 일행이다. 목포 현대낚시 이상배 사장에게서 ‘낚시도 잘하고 팀워크도 좋은 사람들’이라고 소개받았는데, ‘투박한 현지꾼’의 이미지와는 달리 테크닉이나 장비, 복장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세련되어 깜짝 놀랐다. 식당과 숙박업을 하고 있는 이들은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관광객을 받느라 낚시를 못 다니다가 관광 비수기인 초겨울부터 감성돔낚시를 즐기고 있었다.

▲본섬 포인트 중 특급 명당으로 꼽히는 마늘기미.

솔직히 나는 홍도에 동행할 낚시인들을 찾지 못했다. 대부분 다른 원도에 관심을 보였다. “홍도는 낚시터라기보다 관광지가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실제로 홍도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그동안 낚시꾼을 상대하던 민박집들이 식당업이나 숙박업으로 전환, 현재 전문 낚시민박집은 1구와 2구 합쳐 서너 집에 불과하다. 2008년 1월에 흑산도 일대 낙도를 포함하는 ‘서남권 종합발전계획’이 확정된 후 홍도의 관광산업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다.
무엇보다 홍도는 타 원도와 달리 직항 낚싯배가 없다는 게 핸디캡이다. 여객선을 타고 가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첫날 오전낚시를 못하기 때문에 기왕이면 낚싯배로 바로 들어가는 태도, 만재도, 가거도를 꾼들이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런 이유로 홍도는 한적한 맛이 있었다. 낚시꾼이 아니라 일반 여행객으로 방문한 듯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취재일 조과를 자랑하는 홍도 현지꾼들. 왼쪽부터 김명일, 김현수, 김근영씨. 세 명 모두 홍도에서 숙박업과 식당을 하고 있다.

내린 곳마다 감성돔 확인

숙소에 여장을 푼 뒤 고명운씨의 낚싯배를 타고 김근영씨가 내려있다는 오동여로 향했다. 김근영씨는 홍도 유일의 호텔인 탑아일랜드호텔 사장이다. 그는 미리 고기를 낚아놓겠다며 오전 일찍 갯바위로 나가 있었다. 김근영씨는 이번 취재를 적극적으로 도와 겨울 홍도에 낚시꾼들을 유치하고 싶어 했다. 본인이 숙박업소를 하기도 하지만 낚시민박집을 운영하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낚싯배가 오동여로 접근하자 김근영씨가 바로 올라탔다. 초들물이 지나 조류가 강해지면 작은 오동여에서는 낚시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인사를 나눈 뒤 살림통을 살펴보니 40cm와 45cm 감성돔 두 마리가 담겨있다. 갈매기여로 가자 현지꾼 김현수씨가 40cm급 두 마리를 낚아들고 배에 올랐다. 세 번째로 찾아간 살팍여 콧부리에는 김명일씨가 40cm 한 마리를 낚아놓고 있었다. 세 명 모두 오전 썰물엔 입질을 못 보다가 내가 들어간 초들물 때 집중적으로 입질을 받았다고 한다.
이날 홍도 갯바위에는 이 현지꾼 세 명과 김승호 선장의 배를 타고 온 외지꾼 두 명이 전부였다. 김근영씨는 “과거 같으면 11월 초부터 탐색낚시를 들어온 꾼들로 북적댔지만 지금은 12월이 다 돼야 꾼들이 찾는다”고 했다. 나로서는 이 좋은 감성돔낚시터가 텅 비어서 치열한 경쟁 없이 좋은 포인트만 골라 내릴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이 들었다.

▲홍도의 자가용(?)인 삼륜오토바이

12월 한 달이 씨알 마릿수 압권

김근영씨는 “홍도의 초겨울 감성돔은 초반엔 1구 본섬 서쪽 여밭과 단오섬 일대에 먼저 붙고, 그 다음엔 2구 본섬, 12월 중순이면 북서쪽 부속섬까지 입질이 확산된다”며 “우리 현지꾼들은 북서쪽 부속섬까지 감성돔이 붙어야 홍도가 본격적인 시즌에 접어들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불행히도 이튿날엔 주의보급 강풍이 불어 나는 부속섬이 많은 서쪽으로 못 나가고 남쪽 칼바위 일원에서 낚시를 해야 했다. 그러나 북서풍을 바로 받는 서쪽 포인트에 비해 감성돔 씨알이 잘았고 마릿수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짧은 일정으로 찾은 홍도를 아쉬움 속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

▲ 산 정상에서 바라본 홍도 1구 마을. 숙박업소와 식당이 밀집해 있다.

내가 홍도에서 철수한 후에도 조황은 꾸준히 이어졌다. 다만 12월 들어서는 주의보가 자주 발효된 탓에 출조일이 적었다. 12월 1~2일(2~3물)에는 포인트마다 5~6마리의 감성돔이 낚이는 호황을 맞았는데 씨알은 35~52cm까지 다양했다. 당시 호황 포인트는 본섬 거북바위 안통, 마늘기미, 마늘기미 떡바위 등이며 두섬 직벽에서는 52cm까지 낚였다.
홍도의 겨울 감성돔 포인트는 90%가 서쪽과 북서쪽에 집중돼 있다. 수심이 깊은 남쪽과 동쪽 갯바위는 여름 돌돔낚시는 잘 되지만 겨울 감성돔낚시는 별 재미가 없다. 특이한 점은 북서풍은 큰 상관이 없지만 서풍에는 의지되는 포인트가 거의 없어 낚시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때는 어쩔 수 없이 잔잔한 동편 갯바위를 찾아야 하는데 평균 씨알이 30cm 내외일 만큼 평균 씨알이 잘고 마릿수도 신통하지 않다. 결국 서풍이 강한 날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수씨가 포인트 이동 후 갈민여에서 낚은 45cm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홍도의 감성돔 피크는 12월 한 달을 꼽는다. 1월에 접어들면 씨알은 굵지만 마릿수는 점차 떨어지고 1월 말이면 끝물에 접어든다고 보면 된다. 이때는 낮은 수온도 문제지만 물색이 너무 탁해져 감성돔낚시가 거의 불가능하다. 홍도의 겨울 감성돔낚시를 즐기고 싶다면 12월 한 달을 놓쳐서는 안 된다.
▒ 조황문의 1구 고명운 010-4533-1262, 안효민 017-246-4848,
김승호 010-3632-3814, 이흥기 011-638-6802

홍도로 가려면

목포항에서 홍도행 여객선이 매일 오전 7시 50분과 오후 1시에 두 차례 뜬다. 소요시간은 약 2시간 30분. 오전 배를 타면 10시 10분 도착하므로 충분히 오후낚시를 즐길 수 있다. 철수는 오전 10시 30분 배나 오후 3시 30분 배 중 선택하면 되므로 일정 조절이 용이한 편이다. 여객선 운임은 편도 3만8천5백원이다. 홍도항에 도착하면 국립공원 입장료 명목으로 1천원을 받는다. 민박비는 숙식과 종선비 포함 하루 7만원. 물때는 4물~13물 사이가 좋고 조금을 전후한 날은 피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