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연재
서성모 기자의 원투낚시 입문 <1>
어종·시즌·낚시터는?
연재를 시작하며
이달부터 바다 원투낚시를 배워보기로 했다. 원투낚시는 백사장이나 방파제, 가까운 섬 갯바위에 내려 노래미, 가자미, 숭어, 붕장어 등을 낚는 생활낚시다. 나는 그동안 원투낚시를 해본 적 없어 독자 여러분보다 원투낚시에 대해 백지상태다. 전문가를 찾아 조언을 듣고 또 낚시를 체험하면서 원투낚시를 하나하나 배워 나갈 계획이다.
내가 원투낚시를 해보고 싶어진 계기는 낚시춘추에 실린 동해 백사장 복어 원투낚시 기사(2013년 2월호)였다. 기사엔 강원도 동해시의 맹방해수욕장을 찾은 수도권 낚시인들의 원투낚시 현장이 담겨 있었는데 거친 파도 속으로 던진 원투 채비에 졸복이 줄줄이 올라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낚시인들은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관광을 즐기며 한때를 즐겼다. ‘원투낚시는 고기를 쉽게 낚을 수 있고 여유로운 낚시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동해 맹방해수욕장에서 힘차게 채비를 캐스팅하고 있는 낚시인.
원투낚시 멘토, 김시만씨를 만나다
원투(遠投)낚시는 말 그대로 해변에서 채비를 멀리 던져 물고기를 낚는 낚시다. 캐스팅 거리가 보통 50~150m에 이른다. 원투낚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낚시춘추의 목차를 검색해봤는데 원투낚시 관련 기사가 거의 없어 솔직히 놀랐다. 현장기 외엔 입문자들이 궁금해 하는 장비나 테크닉, 낚시터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결국 인터넷을 뒤져서 원투낚시의 정보를 찾기 시작했는데 원투낚시 정보는 네이버 카페인 갯바위원투바다낚시(http://cafe.naver.com/ksm60111)에 많이 있었다.
갯바위원투바다낚시는 네이버에서 활동하는 카페로서 회원 수가 9만여명에 이른다. 내가 가장 궁금한 것은 원투낚시를 해서 어떤 고기를 낚을 수 있고 또 언제 어디로 가느냐였다. 카페의 Q&A 코너를 검색하니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갖고 있는 입문자들이 비슷한 질문들을 많이 올려놓았는데 닉네임 ‘갯바위’가 대부분 답변을 달아 놓고 있었다. 회원들의 질문에 꼼꼼히 답해준 닉네임 갯바위가 누군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카페를 개설 운영하고 있는 김시만씨였다. 그를 직접 만나 내가 궁금해 하는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7년 전에 카페를 개설한 김시만씨는 3년 전에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심곡동에서 ‘갯투몰’라는 원투낚시 온·오프 전문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2월 5일 저녁 갯투 매장을 찾아 김시만씨를 만났다.
갯투몰 매장에서 원투낚시 대상 어종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시만씨. 경력 40년의 원투낚시 전문가다
원투낚시는 일본에선 인기 장르
김시만씨의 첫 인사가 퉁명스러워서 조금 당혹스러웠다. 대화를 나눠보니 바다낚시에선 인정도 안 해주는 원투낚시를 굳이 다루려 하는 이유가 뭐냐는 것이었다. 나는 기사로 다루려는 것보다 원투낚시가 마음에 들어 제대로 배워보고 싶어 찾은 것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원투낚시를 바다낚시의 장르로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풍토가 마음에 들지 않아요. 낚시춘추도 잘 다루지 않잖아요. 일본에선 나게쯔리라고 해서 많은 동호인을 확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행락객들이나 하는 낚시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채비를 하나 던져 놓으면 여러 물고기가 낚이는 것 같지만 대상어종에 따라 채비와 낚시기법이 다 다릅니다.”
강원도 속초가 고향인 김시만씨는 어렸을 때부터 백사장과 갯바위를 다니며 바다낚시를 즐겼는데 바다 원투낚시는 물론 잉어, 장어낚시를 고루 섭렵한 40년 경력의 원투낚시 전문가였다.
노래미, 가자미 등 바닥층 고기가 주 대상어종
원투낚시에서 주로 낚이는 고기는 무엇인가요?
노래미(쥐노래미를 말함), 가자미, 붕장어, 숭어, 우럭 등과 같이 바닥층에서 먹이활동을 벌이는 물고기입니다. 낚시터와 대상어종 그리고 시즌에 따라 잘 낚이고 안 낚이는 고기가 있습니다. 연중 잘 낚이는 고기는 노래미인데 조과의 50퍼센트라 할 정도로 많습니다. 광어가 가끔 낚이고 감성돔이나 벵에돔이 낚이는 경우는 드뭅니다. 광어는 활발하게 움직이는 녀석을 사냥하는 먹이습성이 있는데 바닥에 가만히 놓여 있는 원투 채비엔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그래서 회원들은 광어를 낚으려 원투 장비 외에 루어 장비를 함께 챙겨갑니다.
원투낚시를 가면 매번 고기를 잡습니까?
아니요. 꽝을 칠 때도 많아요. 쿨러에 어떤 물고기든 담아 오는 것으로 꽝의 기준을 삼는다면 반반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자미나 붕장어를 낚으러 갔는데 낚으려는 고기는 안 올라오고 노래미가 몇 마리 낚이는 경우죠.
원투낚시는 연중 즐길 수 있습니까?
조황이 좋고 나쁘다뿐이지 사계절 낚시를 할 수 있습니다. 겨울이 가장 조황이 떨어지는 시기인데 봄부터 초겨울까지가 낚시 시즌이라 보면 맞습니다.
인천 부둣가에서도 원투낚시를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다. 수도권에도 낚시터가 많이 있나요?
인천 부둣가에서 원투낚시를 해서 낚을 수 있는 고기는 없다고 보면 됩니다. 고기가 별로 없는 것이죠. 경기도는 배를 타고 들어가 섬에서 낚시를 많이 합니다. 충청도 이남, 그리고 동해안, 남해안의 방파제, 갯바위, 백사장, 그리고 섬에서 낚시를 합니다. 비중을 따져보면 갯바위 4, 방파제 4, 백사장 2 정도라 할 수 있습니다. 백사장은 가자미와 보리멸 외엔 낚을 수 있는 어종이 별로 없습니다.
원투낚시에 올라온 돌가자미. 작년 4월 대천해수욕장의 조황 사진이다.
시간 여유 있고 가족이 함께 할 수 있어 매력
지금껏 원투낚시만 즐겨 왔나요? 다른 장르로 옮겨간 적은 없습니까?
저는 원투낚시, 찌낚시, 루어낚시 모두 고루 즐겨 왔습니다. 그런데 종국엔 다시 원투낚시로 돌아오게 되더군요. 아이들이 있고 또 자라다 보니 시간과 돈이 드는 원정 출조는 갈수록 어려워지게 되고 가까운 거리의 낚시터를 찾아 짧은 시간 낚시할 수 있는 원투낚시를 즐기게 됐습니다. 원투낚시는 낚시 외에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져서 아내도 좋아합니다.
원투낚시를 배우기 어렵지 않습니까?
원투낚시는 채비를 멀리 던져서 물고기가 물어주기를 기다리는 낚시입니다. 원투 요령만 익히면 되죠. 그래서 바다낚시를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어요. 갯바위원투바다낚시 회원들 중 30퍼센트가 여성 회원들이란 사실이 이걸 증명합니다. 남편이나 남자친구를 따라갔다가 낚시를 배운 겁니다. 입문 과정이 쉽긴 하지만 좀 더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어려워지는 게 원투낚시입니다. 처음엔 그냥 던져서 아무 거나 낚이면 좋다고 생각했다가 나중에 대상어종을 정하고 그에 맞는 채비를 연구하고 포인트나 기법을 따지게 되면 어려워집니다. 일본에선 원투낚시 명인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남해안 지역도 원투낚시의 인기가 높습니까?
인기라고 표현하기는 애매합니다. 그곳은 고기가 많고 멀리 던지지 않아도 잡을 수 있어서 원투낚시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습니다. 남해안 원투낚시는 수도권에서 종종 내려갑니다. 낚시 갈 곳이 많지 않은 수도권에서 인기가 가장 높아요.
일본의 원투낚시는 우리와 많이 다릅니까?
아니요. 낚는 어종만 다를 뿐 비슷합니다. 일본의 방파제나 해안가는 모래바닥이 많아서 가자미나 보리멸이 주로 낚이고 우리나라는 암초 지대가 많아서 노래미나 우럭이 주로 낚이는 겁니다.
태안, 보령이 최고 인기 낚시터
봄이면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인데 수도권 낚시인들이 가장 많이 가는 낚시터는 어디입니까?
경기도 해안의 어자원이 많이 줄면서 요즘은 충남 지역을 많이 찾습니다. 충남 서산의 삼길포, 태안의 학암포, 구름포, 보령 대천해수욕장 등이 인기가 높은 낚시터입니다. 충남 지역은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려 있기 때문에 오히려 경기도보다 가기 편하고 출조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요즘 원투낚시인들의 관심을 받는 물고기는 무엇입니까?
대천해수욕장에서 낚이는 돌가자미입니다. 100~150m까지 채비를 날리는 원투낚시에 20cm급 씨알이 올라옵니다. 까페 게시판을 보니까 2월 말부터 출조해서 돌가자미를 낚은 회원들이 여럿 있더군요. 5월까지가 시즌이니까 주말마다 가자미 원투낚시를 즐기는 동호인들을 대천해수욕장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요즘 원투낚시의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낚시 장비의 고급화와 가족낚시입니다. 원투낚시는 멀리 캐스팅하는 원투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사용 장비들이 고급화되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나가 입질을 기다리는 동안엔 함께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해수욕장 소나무숲에 캠핑을 하고 낚시를 즐기는 캠핑족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음 호엔 원투낚시 장비 편에 대해 배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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