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의 군계일학
승언2호지 달밤의 대물 소동
‘안면도 붕어낚시의 영화도 옛 말’이라는 얘기가 있지만 승언2호지만큼은 예외다. 대물꾼들이 “잔챙이 붕어가 너무 많아 대물낚시가 힘들다”고 불평할 정도로 붕어자원이 많은, 안면도 최고의 낚시터다.
ㅣ이영규 기자ㅣ
▲승언2호지 좌안 중상류를 뒤덮은 연밭.
원래 나는 안면읍 승언리 해안가에 있는 방포지로 가고 싶었다. 안면도 올드팬들에게 산란기 월척터로 알려진 방포지는 최근의 대물낚시 사정권에서는 빗겨나 있다. 찻길과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스쳐지나가는 꾼들이 많다. 그래서 ‘어두운 등잔 밑을 밝힌다’는 콘셉트로 방포지를 점찍었건만 막상 취재 당일 나보다 먼저 안면도로 내려간 군계일학 성제현 사장이 “방포지보다 승언2호지가 낫겠다”고 해서 행선지가 급수정됐다.
“며칠 전 방포지로 들어간 꾼들이 빠가사리만 낚고 철수했답니다. 달이 밝아서인지 잔챙이 붕어만 입질했다는군요. 요즘처럼 달이 밝을 땐 수초가 밀생한 곳이 좋은데 방포지는 수면이 너무 오픈돼 있어요.”
달밤이라… 그러고 보니 오늘이 보름 하루 전날인 음력 9월 14일이다. 붕어꾼이라면 가장 질색하는 게 보름달. 달빛이 밝으면 붕어들은 숨고 잡어들만 활개 치기 때문인데 대표적인 잡어들이 살치, 피라미, 빠가사리(동자개), 동사리다.
승언2호지 역시 안면읍 승언리에 있는데 안면2호지라고도 하며 15만7천평으로 수면적이 넓다. 승언2호지는 전역에 부들, 줄풀, 갈대가 자라고 중상류에는 연까지 밀생해 음침하기까지 하다. 어두컴컴한 수초가나 수초구멍에 찌를 세우면 달밤에도 큰 붕어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연밭보다 갈대, 줄풀의 조황이 나아
당암리에 있는 ‘안면대물낚시’ 안종인 사장은 “최근 승언2호지 좌안 중상류 골에서 일곱치와 여덟치가 마릿수로 낚였다”고 말했다. 좌안 중상류에 가보니 연이 빼곡했다. ‘승언2호지에 언제부터 연이 밀생했지?’ 5년 전까지도 볼 수 없었던 광경이다. 안 사장의 말로는 “저수지 주변 펜션 주인들이 조경 목적으로 연을 심었는데 불과 3년 만에 중상류를 뒤덮었다”고 한다. 또 산책로 조성을 위해 연안에 옹벽을 둘렀는데 희한하게 옹벽이 생긴 이후론 큰 붕어가 잘 낚이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큰 놈들은 연밭 속에 박혀 연안으로는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튼 일곱 명의 낚시 자리로는 비좁아 나와 성제현 사장, 박영식 부회장은 반대편 골로 들어갔다. 흔히 공동묘지 앞으로 불리는 곳이다. 아늑한 분위기의 연은 없지만 갈대와 줄풀이 연안에 촘촘해 나름 운치가 있었다.
어두워지기 전부터 휘영청 밝은 보름달이 떠오른다. 30m 거리에 떨어진 성제현 사장의 일거수일투족이 다 보일 정도였다. 밤 10시가 다 되도록 내 찌는 말뚝. 성제현 사장과 박영식 부회장은 초저녁에 여덟치를 각각 두 마리씩 낚아놓고 있었다.
밤 12시경 야식을 먹고 돌아와 보니 찌 두 개가 보이질 않는다. 끌어내보니 일곱 치와 여덟 치 붕어가 한 마리씩 걸려있다. 승언2호지엔 이 씨알들이 무척 많은 것 같다. 한편 연밭에 남아 있던 군계일학 회원 넷은 뜻밖에 불황을 겪었다. 새벽 2시경 신남철 회원이 대어를 걸어 한바탕 소동을 벌였으나 범인은 빵빵하게 살찐 암컷 잉어였다.
▲권주영(왼쪽), 이계룡 회원이 연밭에서 새우 미끼로 낚은 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덩어리 만나고 싶다면 겨울에 오세요”
날이 밝자 조황 확인 차 달려온 안종인 사장은 우리가 낚은 붕어들을 보더니 “이런 치어들을 뭐하려고 잡아놨느냐. 이곳에서는 적어도 35cm 이상은 돼야 월척”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11월 중순은 넘겨야 큰 월척들이 잘 낚일 것으로 내다봤다.
“많이 추워졌지만 아직 서리가 내릴 정도는 아니에요. 그래서 잔챙이가 설치는 겁니다. 일단 잔챙이가 자취를 감춰야 덩어리들이 움직이죠.”
안 사장은 11월보다 12월 초순이 더 좋다고 했다. 그때는 밤에 살얼음이 잡혀 초릿대가 툭하면 얼음에 갇히는 게 문제일 뿐 대물은 더 자주 출몰한다고. 안면도에서의 12월 대물낚시라… 그 시기면 전남의 섬낚시터로 떠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그러나 섬낚시는 시간 많은 일부꾼들이 누리는 호사지 주말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덩어리 한 놈을 목표로 초겨울의 승언2호지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이계룡 회원이 펜션 밑 옹벽 포인트에서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