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돔 당고낚시 새바람<1>-거제도 현장

근포 좌대의 대세

개척자 김동업 “찌낚시, 카고낚시보다 강력한 조과”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당고낚시는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만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행해져오고 있는 낚시다. 해상좌대에서 수직으로 미끼를 내려 바닥층의 감성돔을 낚는 낚시인데, 크릴을 꿴 바늘을 주먹밑밥(당고)으로 뭉쳐서 내린다고 해서 당고낚시라 불린다. 주먹밑밥에 집어된 감성돔이 그 속의 크릴미끼를 무는 이 낚시가 최근 거제도 해상좌대에서 특효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고낚시 새바람이 불고 있다.
 

▲ 거제시 남부면 저구리 근포 좌대에 오른 김동업씨가 당고낚시채비로 감성돔을 낚아 올리고 있다. 

당고낚시는 일본 낚시잡지나 TV를 통해 국내에도 알려져 일부 흥미를 가진 낚시인들이 좌대나 양식장에 전마선을 묶어놓고 몇 번 시도한 적 있다. 그러나 장소 선택이나 시기가 맞지 않았던지 큰 조황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거제도에서 한 낚시인이 당고낚시로 감성돔을 쑥쑥 뽑아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거제도 근포 해상좌대에서 당고낚시를 시도해 감성돔을 하루에 10마리 넘게 낚는다”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거제도에 거주하는 부산 출신의 낚시인 김동업씨인데 일본낚시투어 가이드로 잘 알려진 김동률씨의 친형이라고 했다. 그의 낚시를 옆에서 지켜보고 내게 알린 사람은 부산 한피싱 대표 한수종씨다. 나의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한 한수종씨는 “김동업이란 낚시인이 지난 1월 하순부터 거제 남부면 저구리 근포 마을 양식장 주변 좌대를 이틀에 한번 꼴로 찾아 당고낚시로 적게는 4마리, 많게는 11마리까지 감성돔을 낚고 있다. 이 낚시법을 소개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알려왔다.

▲ 주먹 밑밥을 만들어 크릴을 감싸고 있다. 

▲ 3월 5일 김동업씨가 낚은 조과. 취재일 후 세번 더 출조해 모두 감성돔을 낚았다고 말했다. 

김동업씨의 흥미로운 성공

김동업씨는 3년 전까지 부산의 한 조구업체에서 근무하다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보기 위해 거제도로 왔다고 했다. 거제도로 이사를 온 뒤 한동안 남들처럼 찌낚시를 즐기다가 거제도 서쪽의 율포만과 저구만의 양식장 주변 좌대낚시터에서 가을부터 봄철 사이에 감성돔이 낚인다는 걸 알고 ‘이곳에서 당고낚시를 하면 가능성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제가 당고낚시를 맨 처음 접하게 된 건 20년 전 일본 TV를 통해서예요. 그때 당고낚시에 관심이 생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당고낚시 채비를 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마땅히 당고낚시를 할 장소가 없어 시도를 하지 못했지요. 그러다 10년 전쯤 부산 감천동 동방파제에서 벽치기 형식으로 당고낚시를 여러 번 해봤는데, 운이 좋았는지 10마리 넘게 감성돔을 낚았습니다. 당시에는 당고전용 낚싯대가 없어 바다용 민장대를 릴대로 개조해 사용하였지요.” 김동업씨의 말이다.   
김동업씨가 거제도에서 당고낚시를 처음 시도한 곳은 저구리 근포마을 양식장의 좌대낚시터였다. 당고낚싯대와 전용 파우더를 구하지 못한 그는 바다민장대에 가이드를 붙여 자작한 릴낚싯대를 썼고 주먹밑밥(당고)은 국산 파우더에 민물낚시용 글루텐과 찹쌀가루를 섞어 만들었다.

▲ 김동업씨의 당고낚시 채비.               ▲ 밑밥과 크릴.               ◀ 김동업씨가 거제도 상황에 맞춘 당고낚시 응용채비.

▲ 완성된 주먹밑밥. 처음에는 크게 만들고 나중에는 작게 만들어도 된다.

◀ 3월 5일 김동업씨가 다시 근포좌대를 찾아 당고낚시 채비로 낚은 5짜 감성돔.

일본 당고낚시 채비엔 없는 10호 봉돌 사용

당고낚시로 감성돔을 낚는 현장을 취재하기 위해 2월 23일 새벽 거제도로 향했다. 김동업씨가 한 달 동안 계속 감성돔을 낚았다는 좌대가 있는 근포마을에서 아침 7시경 한수종씨와 함께 온 김동업씨를 만났다.
“맨 처음 서너 번 출조에서는 꽝을 쳤어요. 일본식 당고낚시가 거제도에 안 맞았던 거죠. 일본에서 쓰는 당고낚시 채비와 똑같이 따라했는데, 거제도 양식장 주변은 조류가 너무 빨라서 당고가 풀리고 나면 채비가 떠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채비를 바닥에 붙이기 위해 5~10호 봉돌을 단 변형채비로 바꿨더니 그제야 감성돔이 물어주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날 9마리를 낚았어요.”
김동업씨가 고안한 채비는 봉돌을 거의 쓰지 않는 전통 당고낚시와 달리 5~10호 구멍봉돌이 바닥에 닿고 목줄이 조류 방향으로 뻗는 ‘ㄴ’ 자 형태의 채비다. 조류가 강한 곳에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단, 목줄이 펴지지 않으면 입질 파악이 어려우므로 채비를 내릴 때 약간 앞으로 던진 다음 봉돌이 바닥에 닿고 난 뒤 약간 발 앞으로 당겨줘 목줄을 펴줘야 한다고.   
“주먹밑밥도 처음에는 감성돔 전용 파우더만 사용했는데 이곳의 감성돔들은 몇 해 전부터 카고낚시에 길들여져 있는 탓인지 크릴을 잘게 분쇄해 파우더와 섞어 사용했더니 조과가 더 좋았습니다. 미끼는 그동안 쏙, 멍게, 참갯지렁이 등 다 써봤는데 역시 크릴이 월등하더군요.”
김동업씨는 10여 차례 출조에서 감성돔을 못 잡은 날이 없다고 했다. 특히 해상좌대 최강기법으로 알려진 카고낚시보다 조과가 두 배 이상 좋다고 했다.

“거제도 당고낚시는 조류가 흘러야 잘 돼”

근포좌대를 관리하는 조정환 선장이 배를 몰고 와서 취재팀을 좌대로 안내해주었다. 좌대 이용료는 하루에 1인 3만원. 양식장 가두리와 연결된 좌대에 내린 한수종씨와 김동업씨는 적당한 포인트를 골라 자리를 잡고 낚시준비를 했다. 바닥 수심은 13~15m로 일정한 편이어서 특별히 좋은 포인트가 따로 없고 그날 조류나 바람 방향에 따라 포인트를 정한다고 한다.
김동업씨는 먼저 주먹밑밥부터 만들었다<배합법은 상자기사 참조>. 그리고 주먹밑밥을 채비를 내릴 자리에 다섯 주먹 투여했다. 회유하고 있는 감성돔을 한 자리에 묶어두기 위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날 김동업씨는 빠른 조류를 감안해 원줄에 7호 구멍봉돌을 끼우고, 도래 대신 3호 도래봉돌로 원줄과 목줄을 연결했다. 즉 도합 10호 봉돌을 사용한 것이다. 목줄은 3호, 목줄 길이는 1m, 바늘은 감성돔 5호를 달았다<채비도 참조>. 근포 좌대에는 5짜 감성돔이 많아 3호 목줄이 힘없이 터져버리는 경험을 여러 번 겪었다고 한다.
“당고낚시에선 작은 바늘보다 큰 바늘을 쓰면 챔질이 잘되는 것 같아서 5호 바늘을 사용합니다. 처음에는 일본처럼 봉돌 없이 낚시해보다가 조류에 미끼가 떠밀려서 3~4호 도래봉돌을 달아보았지만 역시 조류에 밀리는지 열 번 중 여덟 번은 헛챔질이 되어 결국 7호 구멍봉돌을 추가해 바닥에 고정하는 방법으로 낚시를 했더니 감성돔이 낚이기 시작했습니다. 구멍봉돌도 유동으로 하지 않고 이쑤시개로 고정시켜놓으니 입질이 더 시원하더군요.”

낚시를 시작한지 불과 30분 만에 김동업씨가 감성돔을 낚았다. 분위기가 삽시간에 고조되었다. 그러나 그 후로는 오후 2시까지 입질을 받지 못했다. 주변에서 카고낚시를 하던 낚시인들도 마찬가지. 바로 옆에서 카고를 던지는 풍덩풍덩 소리에 감성돔이 예민해진 걸까? 아니면 취재당일 양식장 주변에서 오전 내내 그물 작업을 하느라 소란스러운 게 영향을 끼쳤을까? 그러나 김동업씨는 “물때가 5물인데도 오히려 조금 때보다 조류 흐름이 없는 게 원인 같다”고 말했다. 감성돔이 낚였던 초썰물에는 제법 세찬 조류가 흘렀다.
“일본에서는 조류 흐름이 없는 곳에서 당고낚시를 한다고 하는데, 거제 감성돔은 빠른 조류에 먹이활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조류가 흐를 때 입질이 오다가 조류가 멈추면 입질이 끊어지거든요. 그리고 오늘 몇 번 미세한 입질 신호가 왔었는데 제가 사용한 낚싯대 초리는 예민하지 않아 놓치고 말았습니다.
초리가 아주 예민한 당고낚시 전용대를 사용했더라면 충분히 잡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김동업씨는 아쉬워했다.
“감성돔 당고낚시는 들썰물 상관없이 낚시가 가능하고, 아무리 복잡한 조류라도 바로 발밑, 미끼가 있는 곳에 정확히 밑밥을 퍼지게 함으로서 집어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니 찌낚시나 카고낚시에 비해 훨씬 좋은 조과를 거둘 수 있는 게 매력입니다. 거제, 통영 연안에 몰려 있는 바다좌대가 모두 당고낚시터로 손색이 없는 곳들이지요.”
김동업씨가 당고낚시터로 추천한 곳들은 거제도 북서부 전역, 통영 산양읍 풍화리, 도산면 유촌, 욕지도, 노대도 주변, 고성 자란만, 진해만 일대에 있는 좌대낚시터들이다.   
▒취재협조  거제 저구리 근포 해상좌대 011-834-0572, 한국 다까미야 마산점 055-255-4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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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업씨의 주먹밑밥 만들기

감성돔 전용 파우더 두 봉에 1.5kg짜리 크릴 한 장을 잘게 분쇄한 다음 섞기 시작했다. 녹은 크릴에서 수분이 빠져 나오기 때문에 따로 해수를 섞을 필요는 없다. 여기에 찹쌀가루나 민물낚시용 글루텐떡밥을 섞어 주면 잘 뭉쳐지는데 글루텐이나 찹쌀가루 양이 너무 많으면 천천히 풀어지고 적으면 빨리 풀어지므로 그날 날씨나 조류 상황에 따라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업씨의 평균배합법은 감성돔 파우더 두 봉을 쓸 경우 찹쌀가루는 파우더봉지의 1/3가량, 글루텐은 글루텐5 소포장 한 봉이다. 주먹 밑밥을 만들 때는 면장갑을 끼는 게 좋다.

김동업씨의 당고낚시 배합물.

주먹밑밥을 바늘에 꿸 때는 먼저 ①사진처럼 바늘에 두 마리의 크릴을 꿴 다음 ②주먹밑밥 위에 크릴을 얹고 동그랗게 감싼다.  ③ 완성된 주먹밑밥.

①                                                   ②                                                     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