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도박낚시터 퇴치 천명
조선일보·SBS 보도 후 경찰과 지자체 전국적 단속 움직임
서성모 기자 blog.naver.com
낚시터업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낚시터와 사행성 도박낚시에 대한 단속이 강화될 전망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3월 5일 ‘불법 낚시터 및 사행행위 발생 낚시터 단속 철저’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경찰청장, 해양경찰청장과 전국 지자체, 그리고 (사)한국낚시업중앙회에 보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발송한 공문의 요지는 “최근 일부 낚시터에서 행해지는 현금을 건 도박낚시가 「낚시 관리 및 육성법(12.9.10 시행)」 제 10조 및 제 16조에 따른 낚시터업 허가등록을 하지 않는 불법낚시에 해당하므로 적극 단속해달라”는 것이다.
현재 낚시터업 허가를 받지 않은 낚시터는 전국에 1천여개에 이르고 그중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낚시터가 단속의 대상이다.
현금을 걸고 큰 고기를 잡는 사람에게 돈을 몰아주는 사행성 도박낚시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 위반에 해당된다. 낚시관리 및 육성법의 법조항으로는 낚시터업 허가 유무에 대한 법적 제재만 가능한 상황인데, 농림식품부가 관련 관공서와 지자체에 공문을 보낸 것은 단속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한국낚시업중앙회 전병수 사무국장은 “공문엔 불법낚시터 및 사행행위 발생 낚시터가 단속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에 협조를 구하고 현장 단속 상황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여기서 점검이란 문구는 웬만해서는 쓰지 않는 강도 높은 지시사항이다”라고 말했다.
3월 초부터 도박낚시 보도 쏟아져 여론 악화
농식품부가 이렇게 불법낚시터 단속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사행성 도박낚시터가 신문 방송에 연일 보도되면서 불법낚시터에 대한 여론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불법 도박낚시 확산으로 인한 1차 피해자는 적법하게 운영하는 일반 낚시터 업자들이다. 사행성 도박낚시터로 빠지는 낚시객들이 늘면서 일반 낚시터는 속된 말로 ‘파리를 날리고’ 있다. 전국 유료낚시터 운영자들의 모임인 한국낚시업중앙회는 지난 2월 28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불법낚시터 및 사행행위 낚시터 처벌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보냈고 비슷한 시기에 도박낚시터 취재 내용이 신문과 TV에 보도되면서 불법낚시터 단속 강화 내용의 공문이 발송된 것이다.
사행성 도박낚시는 3월 1일 조선일보를 시작으로 언론 보도에 연이어 나왔다. 조선일보는 3월 1일자 사회면에 ‘3만원 판돈 미끼로 대박 꿈…판치는 도박낚시’란 제목으로 현재 양어장낚시터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현금 도박낚시를 기사로 실었다. 수도권 100곳의 낚시터에서 수천만원 판돈의 불법 도박낚시가 성행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3월 5일엔 SBS 아침 프로그램 ‘모닝 와이드’에서 도박낚시터를 잠임 취재해 4분간에 걸쳐 보여주었다. 한국낚시업중앙회 권순국 회장은 SBS 모닝와이드 프로그램에 출연해 “도박낚시터는 무허가로 운영되는 불법낚시터에서 성행하고 있다. 불법낚시터에 대한 단속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경찰이 도박낚시터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3월 5일 경기도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경기도 내 도박낚시터 단속을 일제히 벌여 36개 낚시터를 적발해 업주와 종업원 45명을 불구속입건했고 그 결과는 각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되었다.
언론보도 뒤 잠시 수면 아래로 사라진 도박낚시
언론을 통해 도박낚시가 보도되고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면서 현금 도박낚시는 잠시 수면 아래로 숨은 분위기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낚시터와 도박낚시터 현황을 파악하고 있는데 방문한 낚시터마다 낚시 행위 외엔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언론을 통해 수십 개의 낚시터가 적발돼 입건됐다는 보도가 나간 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중지한 것 같다. 앞으로 동향을 파악하면서 단속 대상과 범위를 정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단속의 대상은 주로 도박낚시가 성행하는 수도권이고 수도권의 무허가 낚시터는 400여개로 추산된다. 대부분 1천평 전후의 소형으로서 중국붕어나 잉어, 향어를 방류한 양어장 또는 하우스낚시터다. 사유지에 양어장 또는 축산업 허가를 받고 낚시터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도 김포의 양어장낚시터 사장은 “수도권의 낚시터들은 대부분 그린벨트 안에 있다. 우리는 낚시터업 허가를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몇 년에 한 번씩 단속을 받고 벌금을 내는데 시청 공무원도 세금이라고 생각하고 걷어간다고 한다”고 무허가 낚시터 운영의 현실을 토로한 뒤 “나는 사행성 행위를 하지 않고 서비스로 손님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 정부가 도박낚시를 근절하고 싶다면 업자들만 처벌해선 안 된다. 도박낚시를 한 손님들까지 처벌하는 등 처벌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