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바위낚시 패키지 출조 논란

‘대형 매장’과 ‘낚싯배’만 남고 중간 ‘가이드낚시점’은 점점 위축될 듯
 
이영규 기자

국내 갯바위낚시의 대표 출항지인 여수에서 패키지 출조가 성행하면서 찬성과 비난의 목소리가 뒤섞여 논란이 일고 있다. 패키지 출조란 선비와 밑밥, 미끼 값을 한데 묶어 정상 가격보다 20~30% 싸게 받는 출조 상품이다.
예를 들어 일반 낚시점에서 밑밥과 미끼를 구입하면 밑밥 5장(2만5천원)+집어제 2봉(8천원)+압맥 2봉(2천원)+미끼 1개(4천원)를 모두 합해 3만9천원이 들고, 여기에 금오열도까지의 뱃삯 4만원을 합하면 총 7만9천원의 출조비가 든다. 하지만 패키지출조를 이용하면 모두 합해서 6만5천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 정상가격보다 1만4천원이나 싼 것이다. 게다가 집어제, 미끼 등을 하품으로 구성해서 5만원만 받는 패키지 상품도 있다. 이럴 경우엔 무려 2만9천원 차이가 나게 된다.

낚싯배 보유하지 못한 출조점은 울상

이런 패키지 출조 상품을 아무 낚시점이나 내놓을 수는 없다. 낚시점과 낚싯배를 함께 운영하는 곳에서만 패키지를 만들 수 있다. 즉 밑밥에서는 이윤을 포기하더라도 손님을 많이 받아서 선비에서 이득을 취하겠다는 것이 패키지 출조의 취지다. 현재 여수에는 이런 패키지 출조를 하는 곳이 여덟 곳에 달하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패키지 출조점이 날로 늘면서 배를 갖고 있지 못한 일반 낚시점은 울상이다. 밑밥과 미끼를 아예 손해 보고 팔고 있는 패키지 출조점과는 가격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배가 없는 낚시점과 낚시점을 갖지 않은 낚싯배가 결합해 패키지 출조를 하는 곳도 늘고 있다. 패키지 출조의 유행으로 인한 낚시인, 일반 소매점, 패키지출조점의 입장을 들어봤다.

일반 낚시점의 입장
“상도덕 무너진 불공정한 경쟁”

소매점들은 한마디로 상도덕이 무너진 불공정한 경쟁이라며 울분을 토하지만 딱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법적으로도 물건을 정상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싸게 파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패키지 출조점으로 몰리면서 일반 낚시점들은 각종 소품과 용품의 매출까지 급감하고 있다. 여수 A낚시점 점주의 말이다.
“가게에 와서 밑밥과 미끼를 구입해 출조하던 단골들이 패키지 출조점의 낚싯배를 이용한 뒤로는 발길을 끊는 일이 잦아졌다. 화가 나서 우리 가게는 패키지 출조점의 낚싯배를 이용하고 싶지 않아도 현재는 거의 모든 배가 패키지와 연결돼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패키지 출조 낚시점의 입장
“요즘 같은 불경기에 가격 인하 아니면 손님 유치 힘들어”

패키지 출조점들도 할 말이 있다. 여수 시내에서 패키지 출조점을 운영하고 있는 B씨는 “갈수록 갯바위낚시 인구는 줄어들고 낚시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낚시점과 낚싯배를 모두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밑밥과 미끼에서는 약간 손해 보더라도 손님을 많이 유치해서 낚싯배 운항비라도 뽑아보자는 것에서 출발했다. 손해를 감수하고 시도한 자구책인데 불공정거래로 매도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돌산도 작금항에서 패키지 출조 상품을 판매하는 C씨는 “작금항은 여수에서 20km가 넘는 거리다. 여수에서도 배를 탈 수 있는 손님들을 이곳까지 들어오게 하려면 패키지 출조 같은 메리트 있는 상품으로 유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낚시인의 입장
“출조 경비 줄어든 것은 환영, 서비스 질 저하는 문제점”

전라도 광주에서 주말에 이따금 여수를 찾는 김기천씨는 1년 전부터 패키지 출조를 애용하고 있다. 정상 요금을 낼 때보다 2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어 직장생활을 하는 그에게는 적지 않은 비용 절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비스 질 저하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씨는 “출조비가 아주 싼 패키지 출조점은 대부분 포인트 이동을 안 시켜주고 낚시인이 한꺼번에 몰리다보니 짐짝 취급 받을 때가 종종 있다”고 했다.     

일본 낚싯배 운영시스템과 닮아가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패키지 출조의 명암을 쉽게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수에 패키지 출조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여수 시내의 낚시점주와 낚싯배 선장들이 격렬하게 반대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뒤바뀌어 오히려 패키지 출조를 옹호하는 점주와 선장이 더 많아졌다. “타 지역으로 갈 손님들이 패키지 상품 덕에 여수로 오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엔 패키지 출조가 오래전에 자리 잡았다. 일본에는 현재 우리나라 바닷가에 가장 많이 있는 ‘가이드 낚시점’이 없다. 시내에 큰 매장을 가진 ‘낚시용품 판매점’과 미끼와 소품만 판매하는 ‘패키지 낚싯배’로 양분되어 있는 것이다. 가령 남녀군도 출조선단을 운영하는 히라도의 아지카센터가 뱃삯에 미끼 값이 포함된 패키지 출조의 대표 격이다. 우리나라 낚싯배들도 점점 그런 추세로 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