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공개
가로림만 해안에 숨어 있는 소류지
태안 삭선각지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충남 태안군 태안읍과 원북면 사이에 흐르는 갈두천 최하류 바닷가에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1천 평 남짓한 각지가 있었다.
▲ 해질 무렵 해안가 쪽에서 바라본 삭선각지의 수면. 부들수초가 연안을 따라 발달해 있다.
삼일절 연휴를 맞아 어디로 갈까 고심하다가 해빙이 빠른 부남호에서 월척붕어가 낚인다는 낭보를 듣고 낚춘사랑 회원들과 서산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아침부터 불어닥친 강풍이 가는 길을 막아섰다. 서산 공림낚시 최복림 사장은 “부남호는 강풍 때문에 낚시가 어렵겠다.
대신 태안읍 가까운 곳에 숨은 소류지가 있으니 그곳으로 가보라”고 새로운 낚시터를 소개했다. 최 사장이 소개한 곳은 태안읍 삭선리에 위치해 있어 삭선각지라고 부르는 소류지인데 옆에 야산이 있어 바람을 덜 타고 해마다 초봄에
붕어가 잘 낚인다고 있다.
“삭선각지는 1천 평이 채 안 되는 소류지입니다. 조황 확인 차 어제 점심때 들렀는데, 혼자 4시간 낚시해서 32센티 월척과 7치부터 9치까지 8마리를 낚고 돌아왔습니다. 물색이 좋아 낮낚시가 잘되는데 아직 물이 차서 스윙낚시보다 수초직공낚시를 해야 손맛을 볼 수 있습니다.”
최복림 사장이 일러준 대로 찾아갔다. 태안읍에서 원북면 방면으로 5km 정도 가니 갈두천 풍천교가 나타났고, 다리를
건너지 않고 우회전해서 끝까지 가니 해안 바로 못미처 수로 가에 직사각형으로 생긴 각지가 나타났다. 도로 우측에는 건물이 하나 보였는데, 태안 분뇨처리장이었다. 2년 전까지 가동했으나 폐쇄됐다고 한다. 그런데 각지가 수로 안에 위치해 있어 모두 의아해 했다.
최복림 사장은 “3년 전까지만 해도 각지가 갈두천 수로 바깥에 있었으나 큰 비만 오면 하천이 범람하여 수로를 넓히는 공사를 하였고, 그러다 보니 수로가 각지를 둘러싸게 되었다. 해마다 갈두천이 범람해 이 각지에 수로 붕어들이 유입되었는데 지금은 수로 완공 후 더 이상 범람하는 일은 사라졌다. 지금 낚이는 붕어들은 몇 년 전까지 갈두천에서 유입된 붕어들이다”라고 말했다. 마침 동행했던 낚춘사랑 조상만(조검사)씨도 삭선각지의오랜 단골이었다.
조상만씨는 각지에 도착하자마자 “어? 여기는 내가 익히 아는 곳인데?”라며 “이 각지는농번기 때 물이 부족할 것에 대비해 갈두천 물을 퍼 올려 가두어놓으려만든 것입니다. 초봄과초겨울에 갈 곳 없을 때 이곳을 찾아 수초직공낚시로 월척을 낚곤 했습니다. 얼음낚시에도조황이 좋았던 곳이었죠. 그런데 분뇨처리장이폐쇄되기 직전 폐수가 유입되었는지 한동안 죽은 붕어들이 떠올라 그 이후로 찾지 않았는데, 분뇨처리장이 폐쇄된 뒤에 다시 수질도 양호해지고 조황도 살아났다가는 소식을 듣긴 했어요”라고 말했다.
▲ 직공낚시 채비로 부들수초 속을 노리고 있는 낚시인.
▲ 무넘기 근처에서 손맛을 만끽한 조상만씨와 최광헌씨(우). ▲ 아홉치급 붕어를 낚은 최응천씨.
초봄, 초겨울에 두각 나타내는 곳
삭선각지는 도로 쪽으로 부들이 잘 자라 있었고 건너편은 맨바닥이었다. 회원들은 부들에서 낚시를 하기 위해 맞바람을 받으면서도 도로변 쪽에 쭉 앉았다.
박영섭(요수), 박형섭(카바이트추억) 형제만 수초직공채비를 가져오지 않아 도로 건너편에서 중앙에 있는 수초를 보고 스윙낚시를 했다. 그런데 수심이 생각보다 얕아 찌가 겨우 설 수 있는 60~70cm 수심이었다. 조상만씨는 “내가 다닐 때만 해도 수심이 1.2~1.5m가량 나왔는데, 수로를 넓히는 공사 후에 이 각지가 쓸모가 없어졌는지 수로와 연결되는 하류 쪽을 터버렸다. 만약 물이 더 찬다고 쳐도 1m가 채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도로 쪽 직공낚시엔 담그기 무섭게 붕어들이 낚였다. 대부분 5~7치급이 주종을 이루었고 간간이 8치급이 올라왔다. 건너편의 박씨 형제는 이따금씩 7치 붕어를 끌어냈다. 어둠이 오면 바람도 자고 굵은 붕어도 낚이겠지? 삭선각지는 가을엔 밤낚시가 잘되는 곳이라고 한다. 내심 기대하며 저녁을 기다렸지만 정작 밤이 왔는데도 바람은 잦아들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 취재 하루 전 삭선각지 탐사차 나왔다가 월척붕어를 낚은 서산 공림낚시 최복림 사장. ▲ 취재일 낚은 붕어들.
▲ 바다와 맞닿은 제방 위에서 바라본 삭선각지 전경.
결국 밤낚시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아침을 맞았다. 아침에도 바람은 여전히 불었으나 밤새 꿈쩍도 않던 찌가 날이 밝자 여기저기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침 9시까지 중치급으로 20여 마리의 붕어가 낚였고, 도로 우측 해안 쪽에서 부들수초에 붙여 스윙낚시를 하던 최응천(또꽝맨)씨가 9치급 붕어를 낚으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최복림 사장은 “평균 씨알은 크지 않지만 작년 가을에는 4짜도 낚였다”고 귀띔했다. 봄에는 지렁이가 효과적이고, 가을에는 밤낚시에 새우낚시를 하면 35~38cm 월척도 곧잘 낚인다고 말했다.
가는 길
태안읍에서 이원면 방면 603번 지방도를 타고 5km 정도 가면 갈두천이 나온다. 다리(풍천교)를 건너지 말고 우회전한 뒤 하천을 따라 가다 해안가에 다다르면 삭선각지가 보인다. 내비게이션에 태안읍 삭선리 10번지를 치면 된다.▒취재협조 ■취재협조 서산 공림낚시 010-4230-9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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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볼 곳
선돌바위와 이화산
삭선각지 너머 바다는 가로림만이다. 바닷가에 올라서면 영락없이 두꺼비를 닮은 선돌바위가 나타난다. 일제강점기 때 이 돌이 너무 탐나 훔쳐가려던 일본 군인들을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막아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바로 옆에는 솔빛 바다펜션도 있다. 그리고 바로 옆 청산리 뒷산인 이화산(해발 152m)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정상까지 1시간 안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서 바라본 가로림만의 경치가 일품이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