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공개 서산 청지천

겨울붕어 온천을 찾았다

칸반대로 31, 36cm… 온수 영향 받는 남부교 하류 50m 구간만 무빙지대 

ㅣ이영규 기자ㅣ

충남 서산시 양대동 쓰레기매립장 앞을 흐르는 청지천이 월척붕어의 소굴이었다. 잠홍지에서 발원한 청지천은 양대쓰레기매립장 800m 하류에서 성암지에서 발원한 대교천과 합류해 간월호로 흘러드는데, 간월호에서 소상한 굵은 붕어들이
청지천의 깊은 소마다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 중 남부교 50m 하류 서쪽 연안은 겨울에도 얼지 않는 무빙지대로,
지난 1월 25일 취재 때 36cm와 31cm 월척을 배출해 취재팀을 놀라게 만들었다.

▲"손맛 죽이는데요!" 이충만씨가 기자의 1.7칸대로 36cm 월척을 걸어 손맛을 즐기고 있다.

‘물낚시 현장을 찾아라!’

3월호에 얼음낚시 현장을 소개할 순 없는 노릇이어서 전국의 물낚시터를 수배했지만, 1월 하순에 물낚시터를 찾기란 힘든 노릇이었다. 그런데 충남 서산에 사는 홍성근씨가 서산 청지천의 겨울 물낚시를 얘기했다. 남부지방도 아닌 중부지방에, 그것도 이 엄동설한에 물낚시터가 있다고?
홍성근씨는 군계일학 성제현 사장의 고향 친구로, 서산권의 붕어낚시터 정보에 환한 사람이다. 성제현 사장은 마땅한 손맛터를 찾지 못할 때마다 홍씨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나 청지천의 한겨울 물낚시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솔직히 긴가민가했다. 전남과 경남까지 꽁꽁 얼어붙었는데 서산에서 물낚시가 가능한 곳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는데 게다가 걸면 준척, 월척이라니! 과연 그런 곳이 있을까? 

“어떻게 여기만 얼지 않고 있지?”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를 나와 서산 방면으로 진입하다가 소탐삼거리에서 양대동 방면으로 좌회전해 4km 가량 달리자 홍성근씨와 만나기로 한 남부교가 나왔다. 남부교 밑으로 청지천이 흐르고 있었다. 폭이 30m가 조금 넘을 듯한 소형 하천이었다. 다리를 건너 양대쓰레기매립장 옆길로 차를 몰고 내려가니 이미 네댓 명의 꾼들이 서성대고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이미 몇 차례 취재현장에 동행한 군계일학 회원들이 아닌가. 홍성근씨에게 촬영 모델을 섭외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서울과 의정부에 사는 군계일학 회원들을 불러 내렸나보다.
그때 뒤에서 “이 기자님 저도 왔어요” 하는 소리에 돌아보니 성제현 사장이다. 사흘 전 음성 주봉낚시터에서 함께 밤낚시를 했는데 홍성근씨에게 청지천 소식을 전해 듣곤 그새를 못 참고 서산으로 달려온 것이다. 아무튼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의 낚시 열정은 알아줘야 한다.
나보다 일찍 도착한 사람들이 왜 낚시는 안하고 서성대나 싶었더니 밤새 얼어붙은 살얼음을 깨고 있었다. “추위가 대단하긴 하네요. 어제 오후에 답사 왔을 때는 분명 물이었는데 밤새 얼어붙은 거예요. 살얼음이라 금방 깰 수 있지만 얼음 깨는 모습도 촬영해야 될 듯싶어 일부러 약간 남겨뒀습니다.” 홍성근씨가 말했다. 이곳을 빼고는 다른 구간은 25cm가 넘게 얼어 있었다. 
남부교 하류 서쪽 연안은 다리 밑에서 빨라진 여울이 다시 깊은 소로 유입되는 만곡진 커브 구간이었는데 묘하게도 이 구간만 얼음이 얼지 않고 있었다.  

연타로 올라오는 월척, 월척들

얼음을 모두 걷어내고 나니 어느덧 12시다. 모두 자리를 잡고 대를 펼쳤는데, 맞은편에서 사진을 찍고 와보니 내가 낚시할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 녹아있는 공간이 좁아 두칸대를 펴도 건너편 빙판에 찌가 올라설 판이라 모두 하류를 향해 사선으로 낚싯대를 펼쳤다. 어디에 꼽사리를 낄까 두리번대다가 결국 맨 하류에 자리를 잡았다. 그곳은 뜰채로 건져내고 남은 얼음조각들이 잔뜩 몰려있어 찌를 세울 여건이 못 됐지만 가장 짧은 1.7칸대를 꺼내 얼음조각 사이의 구멍에 찌를 세웠다. 수심이 생각보다 깊어 1.2m나 나온다. 얼음 조각 위에 초릿대를 걸친 상태로 입질을 기다리고 있자니 이게 물낚시인지, 얼음낚시인지, 구멍치기인지 알쏭달쏭한 상황. 

▲"우와~ 이 엄동설한에 대박이군 대박이야" 이충만씨가 36cm 월척을 낚곤 기뻐하고 있다.

물살은 의외로 강했다. 봉돌이 바닥에 닿은 후에도 찌가 하류 쪽으로 약간 삐딱하게 섰다. ‘찌를 얼음 가까이에 붙이는 게 유리하다’는 홍성근씨의 말에 일단 빙판 위에 떡밥을 올렸다가 살짝 끌어당겨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채비를 입수시켰다.
첫 미끼를 던져 넣고 10분 정도 지났을까? 찌가 예신도 없이 ‘쑤욱’ 솟구친다. 설마? 하며 짧게 챔질하자 낚싯대가 우우욱 소리를 내며 허리까지 구부러진다. 내 옆에서 낚시하던 이충만씨가 “월척이다!” 소리치며 비호처럼 달려왔다. 이충만씨는 내 쪽을 향해 사선으로 낚싯대를 펴고 있던 터라 내 찌의 움직임까지 함께 보고 있었다. 얼음 밑으로 도주하려던 녀석을 뜰채에 담고 보니 31cm 월척이다! 이런 옹색한 동네 하천에서, 그것도 겨울 물낚시에 31cm 월척이라니… 기쁘고 또 한편으론 황당했다.
다시 떡밥을 달아 던져 놓고 상류로 가서 전경 사진을 찍는 사이 내 1.7칸대가 또 사고를 쳤다. 찌가 몸통까지 솟구쳤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걸 이충만씨가 달려가 챔질한 것이다. 두 번째 올라온 녀석은 무려 36cm! 이충만씨는 “비록 내 낚싯대로 낚은 것은 아니지만 올해 첫 월척을 청지천에서 낚았다”며 기뻐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쓰레기매립장의 지열과 하수처리장의 정화수가 수온 올려

이후 입질 없이 2시간이 흘렀고 홍성근씨와 장정민씨가 7치와 9치를 한 마리씩 더 낚은 것을 끝으로 오후 2시에 입질이 뚝 끊겼다. 홍성근씨는 “따뜻한 기온에 눈과 얼음이 녹으면서 찬물이 유입된 게 불황의 원인 같다”고 말했다. 수온이 오르는 오후 시간에 입질이 활발하다는 얘기에 원래는 해질녘까지 낚시할 생각이었지만 오후 3시가 되자 눈발이 휘날리고 기온이 급강하해 철수했다. 이미 촬영분량은 충분하니 나로선 미련도 없었다.
청지천은 최상류 잠홍지에서 양대쓰레기매립장 앞까지 9km에 달하는 긴 하천이다. 이번에 취재한 남부교 하류 포인트에서 상류 1km 사이 구간이 평소에도 물낚시가 많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이 구간은 수심이 80cm~1m로 깊어 갈수기 때도 어자원이 고갈되지 않는다고. 특히 남부교 상류에 있는 첫 번째 보는 얼음만 풀리면 청지천 최고의 명당으로 돌변한다고 한다.

▲"서산에 이런 보물낚시터가 있었다니 놀랐습니다" 취재에 동행한 낚시인들이 조과를 들고. 왼쪽부터 장정민, 이충만, 안창기씨.

“오늘 낚시한 남부교 하류는 나도 올 겨울에 처음 낚시한 곳이에요. 평소엔 남부교 상류의 첫 번째 보의 조황이 너무 좋아 하류로 내려갈 필요가 없었는데 이번 겨울엔 강추위에 남부교 상류가 꽁꽁 얼어붙어 궁여지책으로 하류를 찾았죠.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이곳에도 굵은 붕어들이 몰려있군요.” 홍성근씨의 얘기다.
흐르는 강물도 얼어붙는 판국에 개천 수준의 남부교 하류 50m 구간만, 그것도 서쪽 연안만 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성근씨는 “양대쓰레기매립장에서 나오는 지열 때문일 것”라고 말했다. 낚시자리에서 하류 방면 200m 지점에 있는 양대쓰레기매립장 옆에는 하수종말처리장까지 들어서 있다. 쓰레기가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지열과 하수종말처리장의 따뜻한 정화수가 결빙을 막고 있다는 추측이다. 그러나 청지천의 수질은 상당히 좋다고 한다. 쓰레기매립장이 근처에 있지만 그곳의 쓰레기나 오수가 흘러들지는 않고 하수종말처리장에서도 깨끗이 정화된 물만 흘러든다고 한다.
그래도 겨울을 제외하고는 청지천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한다. 홍성근씨는 “봄이 되면 더 좋은 저수지나 수로가 널렸는데 누가 이런 옹색한 동네 하천에서 낚시하겠느냐”고 말했다. 외지꾼들에겐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다.   

청지천
청지천은 서산 시내 외곽을 흐르는 하천이어서 수질이 양호하다. 5급수인 간월호보다 훨씬 깨끗한 3급수를 유지하고 있어 여름에도 녹조가 생기지 않는다. 한편 청지천 상류의 잠홍지와 인근 성암지는 2급수다.
장마철 청지천이 범람할 정도가 되면 간월호에 있던 붕어들이 청지천을 따라 소상해 잠홍지 무넘기 밑까지 올라붙는다고 한다. 잠홍지로 거슬러 올라가려는 붕어를 무넘기 밑에서 뜰채로 잡았다는 목격담도 있다. 최근 하천 상류가 호안블록으로 정비된 후 낚시인들은 자연미가 살아 있는 하류 남부교 일대에서만 낚시를 하고 있다. 
청지천의 낚시시즌은 11월부터 3월까지. 그중 초겨울인 12월이 월척붕어가 가장 잘 낚이는 피크시즌이다. 청지천에는 배스가 서식하고 있어 잔챙이 붕어는 찾아볼 수 없다. 

▲포인트의 기점이 되는 남부교.

▒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해미IC를 나와 우회전 후 500m 가다가 서산·대산 방면으로 좌회전, 7.7km 가면 소탐삼거리가 나온다. 양대동·장동 방면으로 좌회전해 4.3km 가면 남부교가 나오고 다리 왼쪽으로 낚시 포인트와 양대쓰레기매립장이 보인다. 내비게이션에 ‘양대동쓰레기매립장’을 입력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