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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릴 가격 폭등의 원인은?

동원크릴 “선박 사고로 인한 조업 차질이 원인”

인성크릴 조어선도 화재 피해 입었다는 소문

한 장에 1500원, 2000원하던 크릴의 가격이 몇 달 만에 5000원으로 올랐다. 5500원, 6000원에 판매하는 곳도 있다. 크릴은 바다낚시 특히 찌낚시의 필수미끼다. 낚시인들은 세배 이상 올라버린 크릴 가격에 “가뜩이나 경기가 나쁜데 낚시를 못해먹겠다”고 아우성이다. 크릴 가격의 폭등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는 (주)동원크릴과 (주)인성크릴이 각각 한두 척의 원양어선을 남극으로 보내 3월부터 8월까지 크릴 조업을 하고 있다. 조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경우 크릴의 가격은 1500원, 2000원을 유지한다. 동원크릴과 인성크릴이 매년 한 척씩만 조업을 성공적으로 해도 국내에 공급할 양이 충분히 확보되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할 일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크릴 조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결과 크릴 공급량 부족으로 인해 가격이 치솟았다는 게 크릴 조업 회사의 설명이다.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주)동원크릴 부산지사의 고승환 과장에게 전화로 문의했다.

“중국·홍콩·대만으로는 수출도 미루고 있다”

●크릴 가격이 오른 이유는?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양의 크릴을 조업하지 못했다.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선박 사고가 있었다던데…
-사실이다. 남극에서 조업을 하던 우리 배 한 척이 화재로 전소되었고, 연이어 출항한 배도 황천(악천후)에 사고를 당해 지금 폴란드의 조선소에서 수리를 하고 있다. 다시 조업을 나가긴 했으나 조업 시기가 상당히 지나버려 조업량이 부족했다. 그로 인해 국내 물량뿐 아니라 일본으로 수출하는 크릴의 가격도 50% 이상 올랐다. 중국, 홍콩, 대만으로는 아예 물건을 내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홍콩, 대만에서는 계속해서 물건을 요구하고 있는데 참으로 난감하다.

●낚시인들은 국내 크릴 업체가 수출 위주로 물량을 맞추다 보니 상대적으로 내수 크릴 가격이 올랐다고도 말한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로 중국, 홍콩, 대만으로 가는 수출을 미루고 있으며 국내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크릴 가격을 담합했다는 소문도 있다
-오해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경우엔 두 번이나 배가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생산비가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다. 그에 비해 조업량은 턱없이 부족했으니 크릴 가격 인상은 불가피했다.

●크릴 가격이 내릴 가능성은?
-올해 조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면 가격은 다시 내려갈 것이다. 크릴이 많이 잡힌다면 1500원, 2000원으로 가격이 다시 내려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당분간은 불가능하다. 크릴 조업은 3월부터 8월까지 이뤄지는데, 올해 3월에 조업을 나가면 8월에나 배가 다시 입항하기 때문에 그때까진 크릴 가격의 하락을 기대하긴 어렵겠다.

내년 8월까지는 크릴 가격 내리기 힘들 듯

동원산업의 크릴 공급이 부족하다면 인성실업의 공급분으로 크릴 가격의 폭등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데 통영에서 크릴 유통을 하고 있는 한 유통업자의 말로는 “인성실업의 원양어선도 남극에서 화재를 당해 조업에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양대 선사의 선박이 동시에 화재를 당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올해는 전반적으로 국내에 크릴이 부족한 상황이다. 크릴은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공급을 인위적으로 조절하기 어렵다. 크릴 유통업체마다 비축해둔 크릴이 있지만, 시기에 맞춰 계획적으로 공급해야 크릴 부족 사태를 막을 수 있다. 이번에 크릴 가격이 오른 것도 하루아침에 폭등한 것은 아니며 몇 개월에 걸쳐 출하 가격이 박스당 1000원, 2000원, 5000원씩 단계적으로 오른 것이다. 그러다가 초겨울 감성돔 시즌이 시작되어 출하량이 늘면서 최근에 상승 폭이 더 커졌다.

크릴 대신 타 집어제를 많이 섞는 변화상

크릴 가격이 올라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낚시인들이다. 한번 출조할 때 1만~2만원에 구입할 수 있었던 밑밥을 지금은 3만~4만원에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히 커진 것이다. 그런데 피해를 보는 것은 낚시인뿐만이 아니다. 크릴을 판매 하고 있는 낚시점도 출조객이 줄어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거제낚시천국 박민호 사장은 인터넷바다낚시 게시판에 크릴의 원가까지 공개하며 낚시인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요즘 크릴 한 박스의 도매가가 육만오천원이다. 한 박스엔 크릴이 열여섯 장 들어 있는데, 한 장당 사천원에 팔면 장당 육십원을 손해 본다. 낚시인들은 집어제와 압맥에서 마진을 많이 남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 역시 마진율이 삼사십 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 즉 천원 남짓 정도다. 크릴을 보관하기 위한 냉장고 전기세와 카드결제 수수료에 세금, 가게 운영비를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하다」고 글을 올렸다. 도매상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출하원가가 오른 탓에 요즘에는 크릴을 배달해도 남는 것도 없다고 말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당장에 크릴 가격을 낮출 방법은 없다. 8월이나 되어야 조업을 나간 원양어선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크릴 가격 고공행진이 길어지자 낚시인들은 크릴의 합리적인 소비를 스스로 찾아 나서고 있다. 좋은 예로 밑밥을 만들 때 비싼 크릴은 적게 섞고 가격이 오르지 않은 홍합, 압맥, 옥수수, 집어제 등을 많이 섞는 것이다. 인터넷바다낚시의 한 낚시인은 “크릴 가격이 전국적으로 오르다보니 이제는 저렴하게 판매하는 곳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크릴 대신 시장에서 홍합을 오천원어치 정도 사다가 깨어 넣는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양도 많다. 조금 번거롭지만 출조 횟수를 줄이는 것보다는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동원크릴(위)과 인성크릴. 우리나라에서는 동원, 인성 두 곳이 남극에서 크릴 조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