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0일부터 유해낚시도구 판매 금지 

이마트, 낚시용품에 유해물질 검사서 요구 

바낙스 등 납품업체 “1천여 품목 검사비만 1억원 넘을 듯” 난색 

허만갑 기자

낚시관리 및 육성법에 따라 3월 10일부터 납, 비소, 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는 낚시도구의 판매가 금지된다. 그와 관련해 최근 이마트가 낚시용품 납품업체에 낚시도구 유해물질 안전인증 검사서를 요구하고 나섰다. 바낙스와 한길 등 납품업체들은 “이마트에 납품하는 낚시용품들의 검사비용만 1억원 이상 들게 생겼다”고 울상이다. 

▲이마트 매장의 낚시용품 판매코너.

국내 최대 유통업체 이마트가 낚시용품 납품업체들에게 “낚시관리 및 육성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유해물질에 관한 검사서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낚시관리 및 육성법 시행령 제5조에 따르면 납, 비소, 크로듐, 카드뮴이 유해물질로 규정되어 있으며, 3월 10일부터 유해물질이 허용치 이상으로 검출되는 낚시도구를 판매한 업체는 과태료 75만원(1회), 150만원(2회), 300만원(3회)을 물게 된다. 이마트는 3월 전에 안전검사를 통과한 낚시용품과 판매 불가능한 유해낚시용품을 구분하겠다는 방침을 알려온 것이다.
그에 대해 (주)바낙스, 한길유통 등 이마트에 낚시용품을 납품해온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해물질 검사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 낚시용품의 안전검사 시 네 가지 유해물질의 검출시험을 모두 통과해야 하는데 한 물질당 검사비가 2만5천원이어서 도합 8만5천원이 든다. 문제는 낚시용품 품목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마트에 납품하는 품목만  2000여 종에 달한다. 

“막대한 검사비용 탓에 이마트에서 낚시용품 철수할 수도”

낚시업계에선 크게 당황하고 있다. 낚시관리 및 육성법의 유해낚시도구 지정이 이처럼 막대한 검사비용을 낳을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동안 납성분만 놓고 농림수산식품부와 줄다리기를 해왔기 때문에 코팅 등을 통해 납 검출만 막으면 될 줄 알았는데, 납과 무관한 낚싯대, 낚싯줄, 낚싯바늘까지 4종의 유해물질 검사를 받아야 하고 그로 인한 비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아직 일반 낚시점에서는 이마트처럼 유해물질 검사서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낚시업계 유통관례상 낚시점에선 검사서를 요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는 다르다. 이마트는 “만약 유해낚시도구를 판매하다 적발될 경우 과태료보다 유해상품 판매업체라는 기업이미지 추락으로 직결되므로 예방 차원에서 검사서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주)바낙스 김재민 부사장은 “최대 검사비용이 1억원이 넘어서 현실적으로 이마트 납품이 힘들 가능성마저 생겼다”며 “낚시관리 및 육성법 실시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더 큰 손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낚시용품이나 낚시미끼가 대중에게 ‘유해물질 함유 위험제품군’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위축된 낚시시장이 이번 사태로 더 침체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마트 “낚시법이 요구하니 따를 수밖에 없다”  

낚시춘추는 이마트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2월 8일 이마트 품질관리팀의 하강철 주임과 통화했다.

-낚시용품 유해물질 검사서 제출을 요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낚시관리 및 육성법에 따른 것이다. 3월 10일부터 납 등 유해물질이 함유된 낚시용품의 진열, 판매가 금지된다는 것은 이미 낚시인들도 잘 알고 있다. 3월이 되면 해당관청이나 기술표준원, 소비자모임 등에서 각 매장에 진열된 낚시용품들을 수거하여 유해물질 검출시험을 실시할 것이다. 그때 소규모 낚시점을 가겠느냐? 이마트 같은 큰 유통업체부터 검사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마트 상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면 과태료를 물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

-현재 낚시용품을 판매하는 대형 유통업체는 이마트와 롯데마트로 알고 있다. 그런데 롯데마트는 검사서 제출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마트에 불만을 표시하는 조구업체들도 있다.
“그것은 롯데마트에서 아직 (3월부터 유해한 낚시용품 판매가 금지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등산용품이나 골프용품에도 검사서를 요구하고 있는가? 낚시용품에만 검사서 제출을 요구한다면 차별이 아닌가?      
“낚시용품 검사는 낚시관리 및 육성법이 생겼기 때문에 요구하는 것이다. 낚시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우리가 요구한 적 없다. 그러나 낚시용품만 품질검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등산용품이나 골프용품도 유해물질테스트시험성적서나 KC마크가 있어야 판매할 수 있다. 오히려 그런 공산품 안전인증은 낚시용품보다 먼저 2009년부터 생겼다.”

-검사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낚시관리 및 육성법에 명시된 유해물질은 납, 비소, 크로듐, 카드뮴, 네 가지인데 네 가지 물질을 모두 검사하려면 낚시용품 한 품목의 검사비용으로 8만5천원이 든다. 이마트에 납품하는 낚시품목이 2000개가 넘어서 도합 1억6000만원의 검사비용이 필요하다고 한다. 
“고비용에 대한 협력사들의 하소연도 있었다. 우리도 안타깝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가 책정한 비용은 아니지 않은가. 낚시관리 및 육성법은 우리가 만든 법이 아니다. 검사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법을 집행하는 농림수산식품부나 해양수산부와 상의할 문제라고 본다.”

-검사서가 필요한 낚시도구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우리는 낚시법 시행령에 명시된 낚싯대, 낚싯줄, 낚싯바늘, 낚시추, 미끼, 인조미끼가 검사대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 범위는 낚시용품 제조업체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검사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조구업체들이 이마트에 납품을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안전검사를 거치지 않고 판매되는 제품은 거의 없다. 의류, 신발, 가구 업체들도 유해물질테스트시험을 처음 실시할 때 반발이 심했지만 지금은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오히려 이것이 낚시용품 품질관리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엄격한 유해물질 검사기준을 통과한 낚시용품이라면 일반 낚시점이나 타 매장에서도 소비자들이 믿고 사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