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락배치기 현장
‘삼천포 털털이’ 볼락 킬러로 떴다
카드채비에 ‘로또 고기’ 대구 연달아 낚여 깜짝!
이영규 기자
삼천포의 명물인 볼락배치기(근해 야간 볼락배낚시)가 겨울 내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과거 삼천포 볼락배치기에선 민장대로 볼락을 낚았지만 최근엔 ‘털털이’로 불리는 릴낚시가 유행하면서 놀라운 마릿수 호황을 이끌고 있다. 더구나 볼락낚시 도중 귀한 대구가 두 마리나 낚여 깜짝 놀라게 했다. 그간 대구는 진해만에서 종종 낚였으나 사량도 근해에서 낚이기는 처음이다.
▲“털털이 덕분에 조한기가 사라진 느낌입니다” 바늘 6개에 모두 볼락을 태운 김현봉씨.
지난 1월 30일 경남 사천시 삼천포 팔포매립지에서 출항하는 드래곤호를 타고 통영 사량도 나무여로 향했다. 12월까지는 볼락이 낮에 잘 물어 낮 2시에 출조했으나 1월 중순 들어 밤 입질이 활발해지자 오후 4시 30분 출조로 시간이 바뀌었다.
드래곤호가 나무여의 여러 섬을 돌며 조류가 약한 곳을 찾더니 등대여를 첫 포인트로 잡았다. 등대여 남쪽 40m에 뒷닻을 내린 뒤 서서히 전진해 갯바위에 앞닻을 걸고 다시 후진해 배를 고정시켰다. 입질이 없으면 닻줄을 앞, 뒤로 풀어주면서 배를 조금씩 이동시켜 볼락 어군을 찾는 방식이다.
해거름이 되자 배의 집어등이 켜졌다. 집어등을 켜면 불빛에 현혹된 볼락이 몰려들므로 반드시 암초대가 아니어도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배의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볼락을 타작한 송지명씨.
▲박성민씨가 대구를 걸자 배창석 선장이 뜰채질을 준비하고 있다.
사량도 나무여의 야간 볼락배치기
배에 탄 낚시인들은 대부분 낚싯대를 2대씩 펼쳐놓고 있었다. 좁은 배 위에서 두 대씩 펴면 거추장스럽지 않을까 싶었는데 드래곤호 배창석 선장은 큰 불편은 없다고 말했다.
“볼락배치기는 공략 수심이 15미터 이내로 얕아서 1인당 두 대씩 사용해도 번잡하지 않습니다. 받침대에 꽂아놓는 한 대는 제물걸림용이고 손에 들고 다니는 또 한 대는 게릴라용인 셈이죠. 배를 고정해놓기 때문에 배의 특정 지점에서만 입질이 올 때는 재빨리 그 자리로 이동해 채비를 내려야 합니다.”
삼천포 낚시인들이 사용하는 채비는 요즘 선풍적 인기를 몰고 온 ‘털털이’다. 털털이는 릴대를 사용하는 일종의 경량급 외줄낚시인데 3~4m 길이의 릴대에 바늘 6개가 달린 ‘빙글뱅글’ 카드채비를 달아 쓴다. 이 채비에 10~20호 봉돌을 달아 내려보낸 뒤 살살 흔들어주면 볼락이 덥썩 달려든다. 위아래로 고패질하는 것보다 털털 털어주는 동작에 입질이 잦다고 해 털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끼는 낮에는 민물새우, 밤에는 청갯지렁이를 쓴다.
털털이낚시의 위력은 수심에 관계없이 볼락을 낚아낼 수 있다는 데 있다. 그 전에 민장대로 배치기를 할 땐 6~7m 수심이 공략한계였지만 지금은 릴대로 10m 이상 수심까지 노릴 수 있기 때문에 볼락이 얕은 포인트에서 벗어나 깊은 수심에 머무는 시기에도 은신처를 직공할 수 있어 위력적이다. 그동안 볼락낚시는 민장대와 루어로 노리는 근해 시즌, 전통 외줄낚시로 깊은 수심을 노리는 먼바다 시즌으로 양분했는데 그 사이를 털털이낚시가 비집고 들어왔다.
모처럼 바람도 없고 파도도 잔잔해 오늘은 해거름부터 입질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입질은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뒤부터 들어왔다. 그것도 집어등 불빛이 바로 비추는 곳보다는 어두운 곳과 밝은 곳의 경계에서 잦은 입질이 들어왔다. 배창석 선장은 “아직 볼락이 집어등 불빛에 덜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게 웬 횡재냐!” 삼천포 낚시인 박성민씨가 볼락낚시 도중 올라온 대구를 들고.
김병근씨의 원투 외줄낚시에 ‘깜놀’
이날 초저녁에 가장 많은 입질을 받은 사람은 삼천포 낚시인 김병근씨였다. 김병근씨는 집어등 불빛이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자 털털이채비를 멀리 원투한 후 조류에 흘리는 방식을 사용했다. 나는 ‘아니 저 긴 카드채비를 원투하는 사람도 다 있네’하며 신기해했는데 의외로 이 방식은 효과적이었다. 원투 후 뒷줄을 팽팽히 잡고 있으면 조류가 원줄을 밀면서 채비를 끌고 가는 형태였다.
밑걸림이 심할 줄 알았는데 나름의 예방책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외줄채비 하단에 봉돌을 바로 달지 않고 2호 목줄을 1m 정도 연결한 뒤 그 끝에 봉돌을 단 것이다. 이러면 암초대에 봉돌이 걸려도 이 연결줄만 끊어지고 외줄채비는 살릴 수 있었다.
차츰 볼락이 집어등에 익숙해지면서 배 밑에서도 활발히 낚이기 시작했다. 볼락들이 집어등에 익숙해진 것이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씩 낚이다가 시간이 갈수록 채비에 달라붙는 마릿수가 늘어났고, 밤 9시경 조류가 완만한 속도로 흐를 때는 배에 탄 7명이 모두 몽땅걸이를 하기도 했다.
입질이 뜸해지면 닻을 빼내 인근 섬이나 여로 다시 포인트를 옮겼는데 밤 10시경 이미 1인당 20~35마리의 볼락을 낚을 수 있었다. 씨알은 잔챙이와 중치급이 고루 섞여 20마리만 낚아도 풍족한 느낌을 줬다.
볼락 이삼십 마리를 너무 쉽게 뚝딱 낚아내다 보니 김장철만 되면 김치에 넣을 볼락을 낚겠다고 추자도로 달려가는 지인이 생각났다. 내 생각엔 추자도 야영낚시보다 삼천포식 털털이낚시가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어등 아래에서 채비를 준비 중이다. 최근 경남지역 볼락낚싯배에는 대부분 집어등이 설치돼 있다.
‘로또 고기’ 대구 출현에 또 ‘깜놀’
볼락 입질이 잠시 뜸해진 밤 10시경 예상 못한 손님고기가 낚여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후미에 있던 삼천포의 박성민씨가 큰 고기를 걸었는데 무슨 어종인지 3분이 넘도록 고기를 꺼내지 못해 애를 먹고 있었다. 그때 배창석 선장이 “혹시 대구 아이가?”하고 별스럽지 않게 말해 처음엔 고기 이름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정말 60cm가 넘는 대구였다. 녀석은 고작 성냥개비 굵기만 한 청갯지렁이를 탐하다가 걸려들었다. 30분 뒤에 역시 배 후미에 있던 송지명씨가 또 한 마리를 걸었는데 이놈은 족히 70cm는 넘어 보였다.
이처럼 최근 삼천포에서는 볼락배치기 도중 50~70cm급 대구가 종종 올라오고 있다고 한다. 배창석 선장은 “작년에도 20마리가량 낚였다. 주로 12월~3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올라왔다. 삼십여 년 전에는 진해 앞바다와 남해도 앞바다에서 대구가 곧잘 낚였다. 그러나 이후론 전혀 구경 못하다가 작년에 처음 구경했다. 왜 대구가 삼천포 앞바다에서 다시 낚이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비싸고 맛 좋은 대구가 돌아왔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하고 말했다.
▲“이게 바로 로또다 로또” 송지명씨가 70cm에 육박하는 대구를 낚아들고 기뻐하고 있다.
3월로 접어들면 삼천포 볼락배치기는 볼락이 점차 얕은 몰밭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털털이는 물론 전통적 민장대낚시와 루어낚시도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털털이의 유행으로 조한기마저 사라져 버린 삼천포 볼락배치기낚시. 여기에 로또 고기 대구까지 가세하면서 유례없는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삼천포 볼락배치기 선비는 내만의 장고지와 수우도는 6만원, 사량도와 나무섬은 7만원, 두미·욕지·갈도는 8만원을 받는다. 이 가격에는 야식비까지 포함돼 있다. 겨울에는 매일 오후 4시 30분에 출항하지만 날씨, 거리에 따라 출발시간이 유동적이므로 필히 사전에 문의해야 한다.
▒ 출조문의 삼천포 드래곤호 010-6412-8666
털털이낚시 장비와 채비
털털이낚시용 낚싯대는 초리만 낭창하면 어떤 릴대를 써도 상관은 없다. 다만 카드채비 길이보다 약간 긴 3.5~4m가 적당하다. 릴대가 채비보다 짧으면 채비를 들고 배 안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닐 때 불편하다. 짧은 릴낚싯대가 없다면 감성돔낚시 때 쓰는 5.3m 릴대를 써도 상관없다.
릴은 중소형이면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원줄은 합사가 예민한 어신 감지에 유리하지만 볼락배치기 포인트는 수심이 얕고 볼락 입질도 강력하므로 나일론사를 써도 된다.
6단 카드채비는 1인당 5개를 준비한다. 평균 3개 정도는 낚시 도중 암초에 뜯긴다. 1개 1500원. 봉돌은 10호를 가장 많이 쓰며 수심이 깊거나 조류가 빠르면 스냅도래에 한 개를 더 달아 쓰면 된다. 8개들이 1봉에 4,000원.
▲털털이낚시용 채비.
사량도 대구, 본격 낚시대상어로 발전할까?
2년 연속 사량도에서 대구가 올라오자 본격 낚시대상어로 발전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배창석 선장의 말에 의하면 작년 겨울에 대구가 낚인 곳은 아랫사량도 일원이며 수심은 15~20m였다고 한다. 바닥은 암초가 아닌 맨바닥이었다.
대구는 평소 차가운 깊은 바다에 머물다가 산란기인 12~2월 사이에 얕은 바다로 올라온다고 알려졌는데 작년에도 12~3월에 대구가 낚인 것으로 보아 산란을 위해 얕은 바다로 몰려온 것으로 추측된다.
작년 겨울, 드래곤호에서만 20마리, 이번 겨울에 이미 10마리가 올라온 것으로 보아 적잖은 양의 대구가 통영~삼천포 앞바다로 몰려온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