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낚시 대물터 탄생
안면도 누동지
41, 41, 43cm! 숨은 4짜터였다
김기동 서산 일번지낚시 대표
충남 태안 안면도 누동지의 4짜 붕어 사태가 올 겨울 얼음낚시의 핫 이슈였다. 그동안 누동지는 얼음낚시터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곳인데 씨알이 놀랍기도 했지만 얼음낚시 조황이 전국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마릿수 호황까지 토해냈다는 점에서 더욱 화제였다.
▲중류권에서 40.1cm를 올린 낚시인.
▲1월 15일에 최은병씨가 올린 43cm.
나는 해마다 신년 초가 되면 안면도부터 얼음낚시를 답사한다. 안면도는 얼음이 늦게 어는 편이지만 일단 얼음을 탈 수만 있으면 뛰어난 마릿수 조과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1월 1일은 가족과 보내고 1월 2일 새벽에 집을 나서 안면대교에서 일출을 본 후 누동지를 시작으로 지포지, 승언1, 2, 3호지, 창기지 순으로 거슬러 올라오며 조황을 살피는 것이 얼음낚시 답사코스다. 올해도 아침에 누동지에 도착해보니 눈이 20cm가량 덮여 있었다. 눈을 치우고 찌를 세워보았지만 찌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려 얼음낚시 조황이 부진했는데 누동지도 그 영향을 받는 듯했다.
1차 답사에는 입질도 없더니…
1월 14일, 평소 친분이 깊은 정창용씨와 둘이 재차 누동지로 답사를 나섰다. 오전 7시경 도착해보니 1월 2일에 찾았을 때보다는 눈이 많이 녹아서 5cm 정도만 쌓여 있었다. 눈 치우는 넉가래로 눈을 걷어내고 얼음구멍을 뚫었다. 두 번째 대를 펴려는 순간 먼저 편 낚싯대의 찌가 꾸물꾸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첫 입질에 18cm가 올라온 것을 시작으로 오전에만 27cm까지 총 20여 마리가 올라왔다.
낮 12시가 되자 입질이 뜸해져 이제 철수할 때가 됐나보다 싶었는데 제일 좌측 3.2칸 대의 찌가 꼼지락대며 솟았다. 세 마디째 올라올 때 챔질하자 손목에 전해지는 무게가 대단했다. 낚싯대를 잡고 뒤로 젖히는데도 오히려 찌가 다시 얼음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더니 초릿대까지 얼음구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닌가! ‘아이쿠 이러다가 터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얼마간의 사투 끝에 녀석이 지치기 시작했는지 낚싯대가 서서히 허리를 펴기 시작했다.
“이제는 내가 이겼구나!”
얼음구멍 위로 녀석을 뽑아내려는데 ‘턱’하고 뭔가 얼음구멍에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 낚싯대를 한 마디씩 접으며 얼음구멍으로 접근하자 상상도 못한 큰 붕어가 지렁이가 너덜너덜 달려있는 바늘에 매달려있었다. 붕어 씨알에 비해 얼음구멍이 너무 작았다. 재빨리 장갑을 벗고 손을 얼음구멍 속에 집어넣어 약간 비스듬하게 붕어를 돌려 빙판 위로 끌어올렸다.
옆에서 지켜보던 정창용씨가 “야~ 4짜다 4짜”하며 축하해주신다. 얼음낚시에서 4짜를 낚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가방에서 계측자를 꺼내어서 올려보니 정확히 41cm 붕어였다.
▲누동지 중상류에 앉았던 한 낚시인이 38cm 붕어를 뽑아내는 장면을 촬영했다.
▲“누동지에 이런 굵은 놈들이 많이 살고 있었군요.” 38cm를 낚은 낚시인이 신기하다는 듯 붕어를 바라보고 있다.
1월 15일 필자가 43.5cm 추가
이후 잔 씨알의 준척급 붕어 10여 마리를 더 낚았을 무렵 내 옆에서 낚시하던 정창용씨가 “어! 어!”하며 낚싯대를 잡고 일어서는데 낚싯대 휨새가 U자가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한참 만에 올라온 녀석은 정확히 41cm짜리 토종붕어였다.
낚시점으로 돌아온 나는 마땅한 출조지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낚시인들을 위해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누동지 호황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이튿날인 1월 15일부터 일주일 동안 열댓 마리의 4짜가 낚시인들에게 낚였고 중치급부터 35cm에 이르는 허리급 월척은 마릿수로 올라왔다.
올해 밝혀진 누동지 얼음낚시의 특징은 오전에는 18~24cm가 주종으로 낚이다가 오후 3~4시의 늦은 오후에 굵은 붕어가 집중적으로 낚였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오전낚시만 즐긴 낚시인들은 “누동지 호황도 이제 끝났나보다”라며 일찌감치 철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누동지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2월 첫째 주말에도 100명 이상의 낚시인이 다녀갔을 정도다. 낚시인들이 몰리면서 1월 중순의 호황에는 못 미쳤지만 특별한 악재가 없는 한 해빙기까지 최고의 씨알터로 각광받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1월 15일에 누동지를 찾은 어느 낚시인의 조과. 가장 큰 붕어는 38cm. 위의 두 놈은 36, 34cm이다.
가는 길
▒가는 길 안면대교를 건너 안면읍을 지난 뒤 안면도자연휴양림을 지나 6km 가량 계속 계속 가면 좌측에 지포지 제방이 나온다. 제방이 끝나는 지점에서 약 500m 가면 누동삼거리. 대야도·누동리 방면으로 좌회전해 약 1.2km 가면 작은 동산 바로 옆에 삼거리가 나온다. ‘누동1리 갯벌체험어장’ 이정석 방향으로 우회전, 2차선 도로를 타고 약 1.4km 가량 계속 가면 야트막한 내리막길에 작은 삼거리(우측에 빨간 지붕 민가 있음)가 나온다. 좌회전해 좁은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600m 가량 계속 달려 바닷가까지 간 뒤 우회전, 200m 가면 누동지가 나온다.
누동지 내비 주소 : 충남 태안군 고남면 누동리 1293-2번지.
누동지는?
수초 밀생해 물낚시 까다로운 반면 자원 보존은 잘 돼
누동지는 태안군 고남면 누동리에 있는 1만2천평 규모의 양수형 저수지다. 물속에 늘 수초가 밀생해 있어 물낚시철에는 공략이 까다로운 곳으로 유명하다. 새우낚시가 잘 돼 안면도의 새우낚시 신병훈련소로 불리지만 중치급 붕어가 워낙 많아 새우를 써도 18~25cm급이 먼저 달려드는 게 흠이다. 사철 밀생한 수초, 워낙 많은 중치급 붕어 때문에 그동안 4짜에 이르는 대물 자원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올해 누동지에서 4짜를 비롯한 큰 붕어가 많이 낚인 것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난무하지만 김기동씨의 분석은 매우 간단했다. 원래 누동지에는 4짜 붕어가 많이 서식하고 있지만 18~25cm급 붕어가 너무 많다보니 4짜를 만날 기회가 그만큼 적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작은 붕어들이 활동성이 줄어드는 얼음낚시엔 대물이 낚이는데도 그간 누동지에서 얼음낚시를 한 사람은 극소수였다는 것이다. 김기동씨는 “매년 겨울 누동지를 찾으면
낚시인은 나 혼자거나 동행한 조우가 전부였다”고 한다. 김기동씨는 “작년까지는 누동지에서 월척급 붕어만 낚아냈는데 올해는 운 좋게 4짜를 만났고 낚시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그만큼 4짜 배출량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필자가 지난 1월 14일 누동지 답사 때 올라온 41cm 붕어 두 마리를 보여주고 있다.
부남호 갈마리수로도 얼음낚시 호황
부남호 갈마리수로(검은여수로)에서도 얼음낚시에서 월척 호황이 이어졌다. 원래 부남호의 얼음낚시는 갈마큰수로에서 매년 호황을 보여 왔으나 올해는 갈마리수로가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서산 일번지낚시 김기동 사장 일행이 월척 이상으로만 8마리를 낚았고 다음날도 4짜만 10마리 이상 쏟아졌다.
갈마수로의 얼음낚시 호황 역시 의외다. 원래 갈마수로는 추수 열흘 전 배수를 중단하는 순간부터 낚시가 잘 되는 게 특징인데 그때 붕어들이 대부분 뽑혀나가고, 얼음낚시에서는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작년 가을에는 유난히 많은 비가 주말마다 내렸고 태풍까지 연달아 오는 바람에 제대로 낚시한 날이 적었다. 그 덕분에 잡혀나가지 않은 굵은 붕어들이 얼음낚시에 낚이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 연락처 041-664-5598
▲올 겨울 4짜를 마릿수로 배출한 갈마리수로. 붕어를 들고 있는 필자 뒤에 앉은 낚시인들도 대부분 월척을 낚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