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녘 물낚시 호황현장 

고천암호 ‘짜장수로’의 깜짝 데뷔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고천암호는 전남 해남군 황산면에 있는 250만평의 초대형 간척지다. 고천암호의 낚시명소로는 최상류 길호수로와 하류권의 삼산수로가 꼽히는데 올 겨울 이름도 없는 무명 수로에서 마릿수 조과를 배출하며 화려한 데뷔식을 치렀다.

▲ 취재 둘째 날 오전 김경준씨가 붕어 입질을 받아 낚싯대가 한껏 휘었다.

고천암호 소식은 해남 무진낚시회 총무 박형호씨에게 들었다. “12월 초부터 고천암호의 무명 수로에서 준월척 붕어가 쏟아지고 있으니 한번 내려오라”고 했다. 취재팀을 만들어 출발하려던 12월 31일, 맹렬한 추위가 길을 막아섰다. 이 추위에 남쪽도 결빙되진 않았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출발하기 전 박형호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곳도 추위가 닥쳐 웬만한 저수지는 다 얼었다. 그러나 우리가 다니고 있는 고천암호의 무명수로는 살얼음을 깨고 낚시를 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오전에는 결빙이 이루어져 얼음을 깨고 낚시를 해야 하는데 붕어는 잘 낚이고 있다.” 박형호씨의 대답.
나는 논산에 있는 트사모 운영자인 김경준씨를 익산으로 불러내려 익산의 김정식씨와 만나 셋이서 함께 해남으로 향했다. 목포 신안낚시에 들러 지렁이와 민물새우를 구입했다. 이 낚시점은 24시간 영업하기 때문에 언제 가도 미끼를 살 수 있다.
새해 첫날 아침, 박형호씨가 일러준 길을 따라 목적한 수로에 도착하니 막 동이 터 올랐고, 우리보다 먼저 온 두 사람이 막 얼음을 깨고 있었다. 해남 부들낚시 회원들이었다.

▲ 김대원씨가 12월 25일 짜장수로에서 낚았다는 4짜 붕어.

▲ 이른 아침 조옥기 고문이 얼음을 깨고 있다.

▲ 도로 건너편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낚시인들.

인근에 중국집 있다고 붙은 이름이 ‘짜장수로’

이 수로는 고천암호 중류권 좌측에 위치해 있었는데, 본류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북에서 남으로 나란히 형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최하류는 본류가 아닌 원호수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른 수로들은 모두 동네 이름을 딴 수로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반해 이 수로는 특별히 부르는 이름이 없었다. 단지 현지 낚시인들은 ‘짜장수로’라고 불렀다. 인근 마을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는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짜장수로의 폭은 상류가 10m, 하류는 좀 더 넓은 15~20m가량 되었고, 길이는 2.5km 정도였다. 현지 낚시인들은 중류에 있는 ‘여흥민씨 충정공파 선산’ 푯말 앞부터 원호수로와 연결된 하류까지의 1.5km 구간이 노른자위 포인트라고 말했다. 연안을 따라서는 갈대가, 수면에는 부들이 들어차 있어 한눈에도 붕어 명당으로 손색이 없어보였다. 우리는 원호수로와 가까운 하류 쪽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했다.
     
꽁꽁 언 얼음 깨니 준척붕어가 불쑥
 
우리도 페트병을 던져서 얼음 구멍을 낸 뒤 연안에서 직공낚시 채비로 부들수초에 붙여 붕어를 노렸다. 그러나 두 시간 동안 입질은 없었다. 10시가 넘어서자 낚시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 나타났고, 순식간에 다섯 명에서 30여명으로 불어났다. 이때 박형호씨도 모습을 보였다. 근 5년 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우리보다 하류 쪽에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박형호씨는 “요즘은 일찍 나와봐야 고생만 해요 붕어는 햇볕이 나고 기온이 어느 정도 오른 11시쯤부터 오후 4시 사이에 잘 나오거든요. 몇 년 동안 소식이 없던 곳인데, 지난 12월 초부터 한 달 동안 꾸준히 붕어를 배출해내고 있어요”하고 말했다.

▲ 취재팀이 이틀 동안 낚은 조과를 해남의 김대원씨(중앙)와 함께 들어 보이고 있다.
◀ 해남 부들피싱 김영태 총무가 자신이 낚은 준척붕어를 자랑하고 있다.

고천암호 겨울낚시터는 원호수로와 송호수로, 그리고 최상류 가지수로인 길호수로(남천수로)가 대표적인 곳이다. 이 수로들은 1월 중순이 지나야 붕어가 붙기 시작하고 산란이 끝나는 4월 초까지 시즌이 이어지는데, 이 짜장수로가 일찍 터져주는 바람에 12월부터 고천암호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고천암호 가지수로들의 피크시즌은 2월과 3월 두 달이라고 했다.
박형호씨 말처럼 사람들이 모여들고 난 뒤 30분도 지나지 않아 꿈쩍도 않던 붕어들의 입질이 시작되었는데, 동시에 해안에서 세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그런 속에서 오후 1시까지 10여 명의 낚시인이 30여 마리의 붕어를 낚았다. 취재팀도 서너 마리씩 낚아 손맛을 볼 수 있었다.
붕어들의 빵이 워낙 좋아 9치급 덩치가 월척 같았는데 아쉽게도 이날은 8치, 9치급이 주종으로 월척은 보이지 않았다. 해남에 사는 김대원씨는 “최근 들어 오늘 조황이 제일 좋지 못하다. 얼음이 꽁꽁 언 데다 오전부터 바람만 불어서 그런가보다. 대개 혼자서 10마리 이상 낚는데 그중 두세 마리 월척붕어가 섞이며 4짜도 간혹 낚인다”며 핸드폰을 꺼내 5일 전에 이 수로에서 낚았다는 4짜 인증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후 2시가 지나자 바람은 더욱 기승을 부렸고, 눈발이 날리는 등 날씨가 더욱 나빠지자 낚시인들이 하나둘 철수하기 시작했다.

▲ 짜장수로 최하류에 있는 다리 위에서 붕어를 노리고 있는 낚시인들.

좋은 조과의 비결은 ‘부지런함’

이날 유난히 눈에 띈 사람이 있었다. 혼자 8마리를 낚아 이날 찾은 낚시인 중 최고의 실력을 뽐낸 해남 부들피싱클럽 조옥기 고문이다. 옆에 있던 김영태 회원이 “우리 낚시회 회원들 중 최고수”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조옥기 고문에게 비결을 물었다.
“특별한 건 없고요. 부지런하면 누구나 낚을 수 있습니다. 겨울철에는 수온이 차기 때문에 맨바닥보다는 수초에 바짝 붙여주는 게 좋고요, 지렁이가 물속에서 5분만 지나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니 5분이나 10분에 한 번씩은 싱싱한 지렁이로 갈아줍니다. 그리고 이맘때는 입질이 약해 목줄 중간에 B 정도 되는 좁쌀봉돌을 하나 달고 좁쌀봉돌만 바닥에 닿도록 찌맞춤을 하지요. 이 채비는 극히 가볍기 때문에 자주 고패질을 해줘야 바닥에 안착시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니 동시에 지렁이가 뻘 속에 파고 들어가는 것도 방지해주어 붕어만 있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입질을 받을 수 있지요.” 조 고문의 말이다.
이날 오후  김정식씨는 익산 쪽에 폭설이 내린다는 전화를 받고 다급하게 올라갔다. 대신 인천에 사는 탤런트 낚시인 신재도씨가 마침 신정을 맞아 고향인 장흥 대덕읍에 내려와 있다가 우리가 고천암호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왔다.
우리는 해남읍의 모텔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9시쯤 다시 짜장수로를 찾았다. 이날은 평일인데도 10여 명의 낚시인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나 아침부터 바람이 불고 진눈깨비가 날리면서 오후까지 낱마리에 그쳤다.
박형호씨는 “고천암호 피크는 2월과 3월 두 달이다. 그때는 짜장수로뿐만 아니라 길호수로와 송호수로에서도 월척붕어들이 잘 낚이니 그때 다시 내려오라”고 말했다. 

▒짜장수로 가는 길  해남읍을 기점으로 할 경우 황산면 방면으로 자동차로 5분쯤 가면 GS칼텍스가 있는 마산사거리에 이르고(우회전하면 산이면 가는 길이다) 계속 직진하여 1km가량 더 가면 호교마을에 닿는다. 호교마을 표석을 끼고 좌회전한 뒤 600m 정도 진행하면 고천암호 좌측 최상류에 해당하는 수로를 만난다. 다리를 건너지 말고 철새도래지 푯말을따라 우회전. 5km 정도 내려가면 도로 우측(도로 좌측은 고천암호 본류다)으로 샛수로가 보이는데, 이곳이 짜장수로 최상류에 해당된다. 내비게이션에는 짜장수로 최상류에 있는 ‘남산농교’를 찍고 가면 된다.
▒취재협조  익산 본전낚시 063-841-0365, 해남 무진낚시회 총무 010-4187-8833, 해남 부들피싱클럽 총무 010-3643-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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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낚시 요령

북풍을 등지고 자리를 잡아라

겨울철이면 오후만 되면 바람이 터지는데 대개 북서풍이다. 짜장수로 주변에 있는 수로들이 모두 남북으로 형성되어 북풍을 피할 곳이 없는 반면, 짜장수로는 동서로 형성되어 도로 건너편에 자리하면 북풍을 등지고 낚시를 할 수 있다. 비포장도로지만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어 앉는 자리 바로 뒤에 자동차를 세워놓으면 멋진 바람막이 역할을 한다. 또 남쪽에서 비치는 햇살을 하루 종일 정면에서 받기 때문에 수온도 빨리 올라 조황도 좋고, 한겨울에도 춥지 않게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붕어들의 활성도가 좋을 때는 맨바닥에서도 입질이 잦지만 최대한 수초에 바짝 붙여야 잦은 입질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바닥이 지저분하지 않다면 마이너스 찌맞춤을 하면 한결 유리하다.

TIP                               

페트병으로 얼음 깨는 법

얼음을 깨기 위해 수초칼을 쓰기도 하지만 살얼음이 아닌 한 수초칼로는 얼음을 깰 수 없다. 그때는 물이 담긴 페트병을 사용하는 게 최고의 방법이다. 밧줄만 길게 연결하면 거리에 상관없이 원하는 지점을 공략할 수 있다.
그러나 물의 양 조절이 중요하다. 페트병 속 물의 양이 적으면 무게가 가벼워져 얼음을 깨뜨릴 수 없으며, 반대로 너무 가득 채우면 얼음을 깨기는 쉽지만 부력이 적어져서 물에 들어간 페트병이 떠오르지 않고, 얼음에 잘 걸려 빠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50~60%만 채우는 게 제일 좋다. 얼음을 깨고 난 뒤 부력에 의해 자동으로 수면에 솟구치면 밧줄만 잡아당기면 쉽게 빠져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