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류에선 발밑을 노려라  

“세 평짜리 훈수지대에 감성돔 들어온다”

김한민 여수 한일낚시?대표 HDF 필드스탭

감성돔낚시를 하다보면 조류가 너무 빨라 낚시를 못하는 상황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선 2~3호 채비를 써서 가라앉혀도 감성돔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그런 강물 같은 급조류는 감성돔도 싫어하기 때문이다.

▲안도 부처굴 포인트에서 발밑을 노린 낚시로 감성돔을 낚아낸 대전의 김근호씨.

감성돔낚시에서 가장 낚시하기 좋은 조류의 속도를 흔히 ‘갓난아기가 아장아장 걸어가는 속도’라고 한다. 이 정도 속도에 밑밥과 채비가 동조가 잘 되고 포인트를 오랜 시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빠른 조류는 급조류에 속한다. 급조류가 흐르면 채비가 미처 목적한 수심에 도달하기도 전에 휭-하고 쓸려 가버리므로 어떤 수를 써도 감성돔을 만나기 어렵다. 또 그런 급조류는 감성돔도 싫어하므로 급조류를 피해 의지되는 어딘가로 숨어 버리기 마련이다.
그럼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까? 이 경우 대다수 낚시인들이 조류 속도가 죽어들길 기다리며 낚시를 쉬곤 한다. 도시락을 먹거나 커피를 끓여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급조류 상황에서도 충분히 감성돔을 낚을 수 있다는 게 나의 경험이다. 문제는 어떤 지점을 노리느냐는 것인데, 가장 확률이 높은 포인트는 발밑의 옹색한 규모의 훈수지대다.

‘버리는 구간’이 오히려 숨은 명당
 지난 12월 말에 찾았던 안도 남고지 맞은편 부처굴 포인트가 좋은 예다. 이곳은 갯바위 좌우 30m 구간만 안쪽으로 약간 들어온 지형으로 들물과 썰물 조류가 좌우로 움직이는 곳이다. 조류가 갯바위 벽면을 훑으며 지나가는 특성상 이제 막 조류가 살아나거나 죽기 시작하는 무렵이 히트 찬스이며 급조류 상황에선 강물처럼 조류가 흘러 낚시가 어려운 곳이다.
점심 무렵 이곳으로 포인트를 옮긴 때는 하필 중썰물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함께 내린 후배가 조류가 너무 빠르다며 낚시를 포기하려고 하기에 “수심을 사오 미터만 주고 발밑을 노려보라”고 했다. 후배는 “이런 급조류에서 무슨 낚시를 한다고 그럽니까? 발밑은 수심도 얕고 훈수지대도 거의 없는데 어딜 노리라는 거지요”라고 물었다. 
어쨌든 나의 권유에 따라 그 후배는 전방 20m 지점을 노릴 때 맞췄던 찌밑수심 10m를 5m로 내린 뒤 발밑에 채비를 붙였다. 발밑의 훈수지대의 규모는 앞쪽으로 5m, 길이는 10m 정도였다. 얼핏 봐서는 입질이 전혀 들어올 것 같지 않은 ‘버리는 구간’이었다.

멀리 노린다는 찌낚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야 
10분 정도 낚시를 하던 후배가 ‘과연 입질이 들어오겠나’하는 표정을 지을 때쯤, 후배의 낚싯대가 고꾸라졌다. 예상 못한 입질에 당황한 후배가 35cm 정도 되는 감성돔 한 마리를 끌어냈다. 후배가 말했다.
“아니 정말 이 좁은 틈새공간으로도 감성돔이 들어오는군요. 찌낚시는 항상 일정 거리 이상의 바닥을 노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발밑의 얕은 수심까지 감성돔이 올라붙는지는 몰랐어요.”
이후 후배는 같은 방식으로 대형 노래미와 볼락을 연타로 낚아냈다.

과거 민장대 감성돔낚시에서 얻은 힌트
이런 틈새구간으로 감성돔이 올라붙는 경우를 나는 여러 차례 경험했다. ‘급조류에서는 낚시하기 힘드니 볼락이나 노려보자’는 생각으로 과감히 발밑을 노리던 중 여러 마리의 감성돔을 낚았기 때문이다. 특히 조류가 약한 상황에선 입질이 없어도 지금처럼 급조류가 형성되는 상황에서 더 많은 감성돔을 낚은 경험이 많다.
이런 유형의 포인트는 사실 어느 갯바위에서나 발견되지만 감성돔 포인트에 대한 고정관념이 찌낚시 위주로 굳어져 있어 발견해내지 못할 뿐이다. 15년 전 민장대 맥낚시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받침대에 민장대를 꽂아 놓은 뒤 발밑에 밑밥을 주며 감성돔을 낚는 ‘발밑낚시’가 유행했다. 오히려 그때는 지금처럼 전방 10m 지점에서 급조류가 흐를 때 이 낚시가 잘 먹혔다. 그런 급조류가 형성되어야만 발밑까지도 조류 순환이 잘 돼 밑밥발도 잘 먹히기 때문이다.
이런 훈수지대는 주로 직벽형 포인트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벽면을 따라 고작 서너 평정도 되는 훈수지대가 발견된다면 과감히 그 지점을 노려볼 것을 권하다. 수심은 깊이 줄 필요없다. 다만 가급적 채비가 그 짧은 구간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1호 이상의 고부력찌를 사용하면 적당하다. 내가 이런 기법으로 재미를 본 곳은 안도의 갈대통 입구, 이번에 소개한 부처굴, 벼락바위 일대의 빠삐용, 칼바위, 칼바위 직벽 등이다. 

급류대 훈수지역 수심 조절법 
채비는 그대로 쓰되 봉돌 위치만 조절
 
급류 속의 좁은 훈수지대를 노릴 땐 채비는 고부력 상태를 그대로 쓰되 목줄에 붙여주는 봉돌 위치만 약간 바꿔주면 된다. 목줄 중간에 B봉돌 하나를 물렸다면 바늘 쪽으로 약간 내려 붙여 주는 것이다. 급조류에 의해 형성된 훈수지대는 소용돌이치는 형태로 돌아나가기 때문에 목줄이 많이 날리는 편이다. 따라서 목줄 하단에 봉돌을 달아 안정시켜주고 조류 흐름 따라 그냥 흘리기보다는 계속 뒷줄을 팽팽하게 잡으며 흘려주는 게 유리하다. 찌가 너무 갯바위에 붙어도 밑걸림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입질이 들어올 때도 많기 때문이다. 밑밥은 철저하게 발밑에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