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남호 위에 숨어 있는 사각의 월척소류지

태안 반곡지 발견

ㅣ정삼채 객원기자ㅣ

천수만 B지구(부남호) 상류 논 속에 사각형의 평지형 소류지 하나가 숨어 있었다. 지난 봄에 토종붕어클럽 회원 김광묘씨(닉네임 차나)에게 소개받은 이 소류지는 태안군 남면 반곡2리에 있는 반곡지.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이었다.

▲상류 인삼밭에서 바라본 반곡지.

태안권 저수지라면 나름대로 꿰뚫고 있다고 자부하는 나도 이런 곳이 있는 줄은 몰랐다. 붕어 개체수가 엄청난 반곡지는 마을 옆 논과 논 사이에 있는 평범한 평지형 저수지였지만 이곳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아마 바로 옆에 유명한 부남호가 있어서가 아닐까.
아무튼 김광묘씨는 작년에 지인에게 반곡지를 소개받아 꽃샘추위가 한창일 때 찾아서 31~35cm급 월척붕어를 꽤 많이 낚았다고 했다. 김 씨는 “수온이 높을 땐 잔챙이 붕어의 성화가 심해 큰 새우도 남아나질 않는다. 봄이나 늦가을에 찾아가면 월척이 넘는 붕어를 낚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추석이 지나고 갑자기 쌀쌀해진 가을날, 새우낚시를 할 곳을 찾다가 문득 반곡지가 생각났다.

태안군에 이런 곳이 있었나!

10월 1일 금요일 오후 김상모, 김영국, 심영보씨와 함께 태안으로 달렸다. 몰래 숨어 있을 반곡지를 기대하고 갔는데 실망스럽게도 이미 낚시인 몇 명이 명당인 상류에 포진하고 있어 우리는 하류로 밀려나고 말았다. 인삼밭이 있는 상류를 제외하고는 삼면이 모두 흙제방이었다. 우리는 상류를 마주보는 제방에 자리를 잡았다. 마름수초가 자란 상류와 달리 제방은 연안을 따라 뗏장수초만 있다. 채집망을 넣으니 바닥새우와 참붕어가 많이 들어와 미끼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 “체고 좋지요?” 토종붕어클럽 김영국씨.

▲ 다음날 아침 취재팀이 낚은 조과를 펼쳐 놨다. 왼쪽부터 김상모, 필자, 김영국씨.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와서 ‘물이 마른 걸 본 적이 없으며 요즘 들어 큰 씨알의 붕어를 낚아가는 낚시꾼들이 제법 있다’라고 해서 희망이 커졌다. 저수지에 도착한 시간이 늦어 어스름 속에서 낚싯대를 펴야 했다. 케미를 꺾고 한숨 돌리니 이미 여덟시가 넘었다.
그런데 제방은 대물낚시를 하기엔 수심이 너무 깊었다. 발밑이 2m, 정면으로 대를 펴니 3m가 넘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4칸대 한 대는 연안의 뗏장에 갓낚시로 바짝 붙여 놓았다. 그곳도 2m가 넘었다. 미끼는 새우.
밤이 깊어가면서 우려는 싹 사라졌다. 예상대로 뗏장에 붙여놓은 갓낚시에 먼저 입질이 왔고, 아홉치 붕어가 첫수로 낚였다. 체고며 체색이 흠 잡을 데 없는 탐스런 붕어였다. 그렇게 한 마리를 만나고 나니 한결 여유로워졌다. 몇 마리 낚고 나니 자정이 넘어섰고 이후엔 정면의 깊은 곳에서도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올라오는 찌올림에 그만 넋을 잃어 채는 것도 잊고 있다가 찌가 정점에 다다라 끄덕끄덕 움직일 때 화들짝 놀라서 챘다. 이번에는 여덟치 붕어. 옆에 나란히 앉아 있는 일행들도 밤새 이어지는 입질에 졸지도 않고 낚시에 열중했다. 동틀 무렵 나는 32cm 월척을 낚았다.
아침에 보니 나 혼자 잡은 붕어만 20마리가 넘었다. 씨알은 6치에서 9치까지. 날이 새고 난 뒤에는 참붕어에도 입질이 왔다. 아침 7시쯤 참붕어 미끼에 30cm 중반은 족히 되어 보이는 월척 붕어를 걸었다가 그만 떨어뜨리고 말았다. 좀 빨리 챈 게 실수였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상류로 향했다. 하류에서 이 정도 낚았으면 상류는 대박조황이 틀림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상류에서 새우낚시를 했던 꾼들은 몰황을 면치 못했다. 그들이 없었다면 우리가 상류에 앉았을 텐데… 아마도 갑작스럽게 기온이 떨어지면서 붕어들이 깊은 곳으로 이동한 모양이었다.
우리는 하류에서 50마리가 넘는 마릿수 조과를 올렸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낚시를 즐겼다. 새우낚시로 이렇게 많은 입질을 받은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낮에는 잔챙이 붕어의 성화가 심해지기에 낚싯대를 접고 초겨울에 다시 오리라 마음먹으며 철수길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