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들의 밑밥 블렌딩
감성돔용 vs 벵에돔용
김한민
“현장에서 갤 때는 ‘샌드위치’ 방식 배합”
여수 한일낚시 대표
HDF 필드스탭
●감성돔용 밑밥 만들기
감성돔 밑밥을 배합할 때 내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곡물의 배합이다. 띄워 낚는 벵에돔과 달리 감성돔은 바닥층에 모아놓고 낚기 때문이다. 간혹 감성돔이 밑밥에 떠올랐다거나 떠서 물었다는 얘기들이 있는데 그런 경우의 대부분은 얕은 여밭이거나 직벽 가까이에 채비를 붙였을 때에 해당할 것이다. 조류와 조류가 만나 조경을 이루는 곳 등은 감성돔의 유영도 활발해 중층까지 떠서 물 때도 종종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바닥층에 떨어진 밑밥을 주워 먹는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바닥에 빨리 가라앉는 압맥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집어제의 직접적 유인 효과는 맹신하지 않는다. 수면에 떨어진 밑밥을 편광안경을 쓰고 자세히 보면 착수와 동시에 집어제는 씻겨나가고 곡물-크릴 순으로 가라앉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 매스컴에 소개된 바 있다.
실제로 저가의 집어제, 고가의 집어제를 섞은 밑밥을 지난 20여 년간 사용해 봤지만 고가의 집어제가 더 효과적이었다는 느낌은 크게 받은 적이 없다. 다만 잘 만든 제품은 환경오염도 덜하고 분명 나름대로의 집어 성분도 많이 함유됐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밑밥을 단단히 뭉쳐 멀리 던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제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산란철 물 흐름이 전혀 없는 내만이나 얕은 수심에서는 밑밥과 섞여 가라앉은 고품질 집어제의 장점이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밑밥 개는 요령
밑밥용 크릴은 겨울의 경우 출조 전날 미리 꺼내 놓는다. 해동 정도는 완전히 녹아 물이 나올 정도보다는 발로 으깼을 때 푸욱 꺼지는 정도가 좋다. 크릴과 크릴 사이에 얼음 결정체가 보이는 상태에서 집어제와 곡물을 섞으면 적당히 차지게 반죽이 된다. 집어제의 종류는 크게 가리지 않는다.
나는 겨울철 당일낚시(오후 1시까지의 낚시)에 크릴 5장, 집어제 2봉, 압맥 3장을 표준으로 쓴다. 압맥을 남들보다 한두 봉 더 쓰는 편인데 무게를 증가시켜 원투거리를 확보하고 밑밥의 양을 증가시키며, 집어력을 높이려는 목적을 고루 갖고 크다. 특히 압맥에서도 특유의 끈끈한 성분이 나오므로 집어제 못지않은 점착력을 갖고 있다.
낚시점에서 미리 개 올 때는 상관없지만 현장에서 개거나 마땅한 밑밥 개는 큰 통이 없다면 ‘샌드위치’ 방식이 편하다. 우선 크릴 5장 중 3장만 으깨 밑밥통에 넣고 집어제와 곡물을 차례로 붓는다. 그런 뒤 나머지 크릴 두 장을 그 위에 붓는다. 이처럼 밑밥 크릴을 위, 아래로 나눠 붓는 것은 밑밥이 쉽게 고루 섞이게 하려는 의도다. 한꺼번에 밑밥 크릴 5장을 모두 붓고 그 위에 집어제와 곡물을 부으면 잘 섞이지 않을뿐더러 힘만 든다. 특히 현장의 좁은 밑밥통 안에서 많은 밑밥을 갤 때는 매우 요긴하다.
보통은 오후 1시면 철수하지만 오후 서너 시까지 낚시한다면 추가로 갖고 온 밑밥을 밑밥통 한쪽에 넣어 보관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냥 갯바위에 올려놓으면 금방 녹아 물이 질질 흐르지만 냉기가 남아있는 밑밥에 붙여놓으면 사각사각한 상태로 보관된다.
●감성돔 밑밥 개는 순서
1 필자의 1일 낚시용 밑밥. 예비용으로 밑밥 크릴 1장, 집어제 1봉을 더 준비했다.
2 밟아서 으깼을 때 푸욱 꺼지는 정도의 해동상태가 가장 좋다.
3 사용할 밑밥 절반을 붓고 덩어리진 크릴이 없도록 잘 분쇄한다.
4,5 집어제와 압맥을 분쇄한 크릴 위에 붓는다.
6 나머지 밑밥 크릴을 압맥과 집어제 위에 붓는다.
7 골고루 섞는다. 호미형 섞개보다 갈고리형을 쓰면 훨씬 편하다.
압맥은 미리 불려서 쓰는 게 좋다
압맥은 밑밥을 개기 전에 미리 불려 놓는 게 좋다. 봉지를 뜯어 바닷물(수돗물도 상관없다)을 부어두면 곧바로 빵빵하게 불어 오른다. 불어 오른 밑밥은 불리지 않은 압맥보다 조류를 받는 면적이 커진다. 그래서 불리지 않은 밑밥보다 천천히 가라앉아서 압맥보다 하강속도가 느린 크릴과 동조될 확률이 훨씬 높다. 또 바닥에 떨어진 직후에도 감성돔 눈에 훨씬 잘 띄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불린 압맥은 특유의 끈기가 발산되면서 밑밥의 점착력이 높아지고 밑밥 전체 양이 증가되는 효과가 있다.
김한민이 추천하는
감성돔 집어제 ‘감성천하’
동와에서 생산하는 감성천하는 국내 최고 품질의 감성돔 집어제로 각광받고 있다. 습식이라 물을 붓지 않아도 점도 조절이 쉬운 게 장점이며, 점착성, 원투력, 냄새, 곡물 함유량 등이 모두 최고 수준이다. 이런 습식 집어제를 요즘은 보기 어렵다. 습식은 봉지 안에서 발효가 지속적으로 일어나 장기 보관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어 대부분 업체가 건식 집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덕호
“집어제 붓기 전 해수로 크릴 버무려”
벵에돔낚시 전문가
●벵에돔용 밑밥 만들기
밑밥에서 내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점도다. 잘 아는 포인트로 간다면 미리 적당한 점도로 맞춰 놓겠지만 모르는 포인트, 특히 원투가 필요한 여밭 같은 곳이라면 밑밥의 점도가 그날 낚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나의 기본 밑밥 구성은 다음과 같다. 크릴 3장, 집어제 1장, 빵가루 1장이다(여기서 크릴은 제주도에서 사용하는 1kg짜리를 기준으로 했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밑밥량을 조절한다). 일단 크릴은 커터기로 잘게 부순다. 크릴 한 마리를 거의 세 토막 낸다는 생각으로 잘게 부수는 게 관건이다. 이렇게 잘게 부수면 벵에돔용 작은 밑밥주걱에 들어가는 크릴 조각이 많아지고 밑밥도 잘 뭉쳐지는 장점이 있다. 또 수면에 떨어진 직후 확산되는 범위가 넓어져 집어 효과도 뛰어난 편이다.
간혹 원형 크릴이 고기 눈에 더 잘 띄지 않겠느냐고 묻는 경우가 있는데 그 말 자체는 맞다고 본다. 그러나 벵에돔낚시의 생명은 밑밥의 정투와 원투에 있기 때문에 굳이 원형 유지에 애쓸 필요는 없다. 더 큰 이유는 벵에돔은 시각과 후각은 물론 호기심이 뛰어나 굳이 원형을 유지하지 않아도 집어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빵가루 밑밥과 미끼만으로도 벵에돔을 낚지 않는가.
●밑밥 개는 요령
우선 밑밥크릴을 밑밥통에 넣고 커터기로 잘게 부순다. 낚시점에 비치돼 있는 밑밥 개는 큰 통에서 부숴도 되지만 그러면 여기저기로 흩어져 불편하다. 완전히 녹지 않은 상태에서 커팅하는 게 오히려 편할 수 있는데 완전히 녹아 흐물흐물하면 잘게 커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밑밥통에서 크릴을 부순다. 그런 다음 나는 바로 집어제를 붓는게 아니라 일단 해수를 반 바가지 정도 붓고 10분 정도 기다린다. 그러면 크릴이 적당히 녹게 되는데 이러면 크릴에서 빠져나온 아미노산 성분이 해수에 녹아들어 반죽했을 때 집어력이 높아진다는 얘기를 일본의 유명 낚시인에게 들은 적 있다. 얼핏 생각해도 일리가 있다는 판단에 계속 이 방법을 쓰고 있는데, 크릴이 촉촉이 젖어 있는 만큼 집어제와 섞을 때 가루가 날리지 않는 장점도 있다.
집어제는 벵에돔낚시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은 마루큐사의 V10을 선호한다. 색깔이 희고 입자가 고와 밑밥과 잘 섞이는 집어제인데 끈적임이 있어 잘 뭉쳐진다기보다 입자가 고와 잘 뭉쳐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 다음 빵가루를 1장 섞고 물 두 바가지(약 2리터)를 붓는다. 그리고 장갑을 낀 손으로 고루 배합한다. 이렇게 하면 밑밥이 다소 뻑뻑한 상태가 되지만 그냥 쓰기에는 큰 문제가 없는 점도가 만들어진다.
최종 점도 조절은 현장에서 한다. 밑밥을 몇 차례 던져보고 낚시를 하다보면 원투를 할 것인지, 발밑을 노릴 것인지에 대한 감이 온다. 그때 물을 더 부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 완성된 감성돔 밑밥과 달리 벵에돔 밑밥은 물이 추가됐다고 해서 쉽게 떡처럼 변하지는 않는다. 점도는 약해지지만 물에서 풀리는 정도는 비슷해지는 게 특징이다.
●벵에돔 밑밥 개는 순서
1 밑밥 크릴과 다양한 벵에돔낚시용 집어제. 밑밥 3장과 집어제, 빵가루 1봉을 표준으로 쓴다.
2 밑밥 크릴은 밑밥통 안에서 가능한 잘게 조각낸다.
3 집에제와 빵가루를 붓는다. 이전에 해수를 반 바가지 정도 넣고 크릴과 버무려 두면 좋다.
4 고무장갑을 끼고 덩어리진 크릴이 없도록 손으로 고루 반죽한다.
5 나무주걱으로 밑밥을 꾹꾹 눌러주면 밑밥주걱에 담을 때 깔끔하고 단단히 뭉쳐진다
빵가루에 대한 오해
점도 조절 잘 못하면 무거운 집어제가 된다
일반적인 포인트 여건이라면 집어제 1봉과 빵가루 1봉을 섞는다. 원투의 필요성이 강한 곳에서는 빵가루를 2봉까지도 섞는다. 그러나 3봉까지 섞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점도가 높은 빵가루가 많아지면 그만큼 물도 많이 섞어야 하는데 그럴 경우 빵가루가 떡처럼 변해 무거운 집어제로 성질이 변하기 때문이다.
간혹 “빵가루는 가볍기 때문에 벵에돔을 띄워 낚을 때 유리하다”고 말하지만 일단 물의 점도 조절이 우선돼야 한다. 물을 조금 섞어 부슬부슬하게 갰다면 가라앉는 속도가 느려 띄울낚시에 알맞다. 그러나 물을 많이 섞게 되면 떡이나 죽처럼 변해 오히려 빨리 가라앉는다. 부슬부슬하게 개면 원투가 안 되는 게 또 문제다. 그만큼 빵가루 밑밥의 점도 조절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용 집어제만 섞은 밑밥을 품질하면 수면 밑 1m에서 확산되는 것이 보이지만 빵가루 점도가 높아진 밑밥을 던져보면 1.5m 수심에서 확산되는 걸 알 수 있다. 따라서 빵가루 사용에 자신이 없거나 다각적으로 변하는 포인트 여건에 맞추기 어렵다면? 전용 집어제만 쓰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빵가루는 오히려 벵에돔이 깊은 곳에서 입질할 때 효과적
오히려 빵가루는 벵에돔이 뜨지 않고 깊은 수심에서만 입질할 때 섞어주면 좋다. 이때 빵가루를 평소보다 많이 섞어 주면 밑밥이 깊은 수심에서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벵에돔이 깊은 곳에서 입질하니까 가벼운 밑밥을 사용해 띄워 올리는 게 맞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는 띄워 올리기가 쉽지 않다. 벵에돔이 깊은 곳에서 문다는 것은 단순히 악조건으로만 볼 게 아니라 깊은 수심층의 여건(수온, 물빛 등등)이 벵에돔 활동에 잘 맞고 있는 상황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수심층에서만 입질한다면 밑밥도 그 수심층에 맞춰 사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