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밥주걱 철저분석
68cm 고탄성 샤프트와 티탄 컵이 베스트
이상적인 밑밥주걱은 어떤 것일까? 정투도 잘 되고 원투력까지 좋으면 금상첨화다. 전문 낚시인들은 68cm 길이의 샤프트에 티탄 컵을 썼을 때가 가장 이상적인 조합이라고 말한다.
최근 갯바위 찌낚시의 유행은 원투낚시다. 어자원이 줄고 갈수록 고기들의 경계심이 강해지면서 30m 이상 채비와 밑밥을 날려 보내는 원투낚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원투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용품은 밑밥주걱이다. 멀리 날아간 채비만큼 밑밥도 멀리 날아가야 찌낚시의 근간인 밑밥동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밑밥이 멀리만 날아간다고 해서 능사는 아니다. 목표한 지점에 정확히 떨어뜨리지 못한다면 오히려 고기를 쫓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상적인 밑밥주걱의 조건은 정투와 원투를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일 것이다. 밑밥주걱이 갖추어야 할 조건을 알아본다.
길이와 컵 크기가 다른 밑밥주걱을 한 곳에 모았다. 작은 컵은 벵에돔낚시, 컵의 크기가 커질수록 감성돔, 참돔낚시에 알맞다.
왜 하필 68cm일까?
최근 출시되고 있는 3만원대 이상의 고급 밑밥주걱의 샤프트 길이는 대개 68cm다. 왜 하필 68cm일까? 낚시춘추 2011년 3월호 ‘특집 원투찌낚시’ 기사 중에는 일본 낚시인 다케씨가 30년간 낚시하며 테스트한 결과 정투와 원투를 모두 만족시키는 길이가 68cm였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이 내용을 소개한 민병진씨의 말에 의하면 “68센티까지는 정투성이 좋았지만 원투력을 높이기 위해 샤프트를 70센티 이상으로 제작하자 정투성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게 다케씨의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다케씨는 집어제 회사인 마루큐에서 30년간 필드테스터로 활동했는데 그가 직접 설립한 다케공방에서 만든 68cm짜리 밑밥주걱이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 일본에서는 68cm가 이상적 길이로 굳어졌다는 얘기다.
제주도 벵에돔낚시인들은 밑밥주걱을 자작해 쓰는 고수들이 많다. 그 중 서귀포의 허창영씨도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평소 68~70cm 길이의 밑밥주걱만 쓰다가 원투력을 높일 요량으로 80cm에 이르는 밑밥주걱을 여럿 만들어 보았으나 원투는 잘 되지만 정투력이 너무 떨어져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럼 자주 쓰면 익숙해지지 않을까? 허창영씨는 익숙해지기 전에 손목에 불필요한 무리가 오는 점을 지적했다. 품질 동작은 풀스윙 하듯 팔 전체를 사용하는 아니라 80%가 손목 힘이 작용하므로 샤프트가 길면 그만큼 손목에 무리가 온다는 것. 그 점에 신경 쓰며 팔 전체로 풀스윙하다 보면 정투력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고 한다.
참고로 밑밥주걱은 반드시 예비용을 갖고 다닐 필요가 있다. 주걱을 분실하거나 부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같은 규격의 제품보다는 길이가 다르거나 컵의 용량이 다른 걸 구입하는 게 좋다. 초원투에 대비해 메인으로 쓰는 밑밥주걱보다 긴 제품을 구입하거나, 본류대낚시처럼 많은 밑밥을 품질할 때를 대비해 컵이 큰 제품을 구입하는 게 쓸모가 많다.
가볍고 얇은 티탄 컵이 대세
컵 재질 중 가장 이상적인 재질은 티탄을 꼽는다. 컵 표면은 반질반질할수록 밑밥이 잘 떨어져 정투와 원투성이 좋아진다. 그런데 반질하기로는 스테인리스가 더 좋지만 티탄에 비해 다소 무거운 게 단점이다. 티탄은 스테인리스보다 표면이 거칠긴 하지만 가볍고 얇아서 최고의 소재로 애용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매끈하긴 하지만 컵 부위가 무겁다는 게 단점이다.
컵의 사이즈는 용량에 따라 S, M, L로 나뉘는데 벵에돔용으로는 S와 M, 감성돔용으로는 L이 적합하다. 벵에돔용으로 작은 컵이 유리한 이유는 밑밥을 조금씩 자주 주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간혹 컵이 작을수록 밑밥을 멀리 날려 보낼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전문 낚시인들의 얘기다. 컵이 크면 그만큼 밑밥 무게도 많이 나가 멀리 날아가며, 원투 거리는 어디까지나 투척하는 사람의 실력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HDF에서 자작용으로 출시한 컵들.
컵 내부 사포로 문지르면 구멍 낸 것과 효과 비슷
한편 밑밥주걱의 컵에는 작은 구멍이 뚫어져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것은 밑밥과 주걱 사이의 진공상태를 없애 밑밥이 컵에서 잘 떨어지게 만들기 위해서다. 플라스틱 용기에 든 젤리를 그냥 빼내려면 잘 안 떨어지지만 뒤쪽을 바늘로 살짝 찌르면 쏙 빠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벵에돔낚시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한 개를 뚫었을 땐 별 효과가 없었고 다섯 개 정도 뚫었을 때부터 가장 잘 떨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10개 이상으로 많이 뚫었더니 품질 때 밑밥이 구멍으로 너무 많이 빠져나가면서 원투력이 떨어지기만 했다고. 만약 자신의 밑밥주걱에 구멍이 없다면 많아야 5개 개 정도만 뚫어도 될 것이다.
만약 구멍을 깔끔히 뚫을 자신이 없거나 손상시키고 싶지 않다면? 벵에돔낚시 전문가 민병진씨는 “컵 내부를 사포로 갈아 매끈하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한다. 일본의 유명 밑밥주걱 제조업체인 다케공방의 밑밥주걱은 컵에 구멍이 없음에도 원투가 잘 되는 것으로 유명한데 내부를 고운 사포로 문질러 반질하게 가공해 밑밥이 잘 떨어진다고. 단순히 구멍 뚫는 비용을 아끼기 위한 묘안이었다는데 의외로 효과가 높다고 한다.
밑밥주걱 자작 때 주의점
반드시 고탄성 낚싯대를 샤프트로 써라
샤프트는 길이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재질이다. 가장 이상적인 재질은 고탄성 카본이다. 다른 소재보다 가벼우며 대충 봤을 땐 너무 빳빳해 보이지만 순간적인 스윙 때는 적당한 탄성으로 휘어지기 때문이다.
간혹 부러진 민물낚싯대나 릴찌낚싯대의 2~3번대로 샤프트를 만들어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밑밥주걱으로 쓰기엔 너무 휘청대기 때문에 좋은 선택이 아니다. 그래서 전문 낚시인들은 원투용 낚싯대 2번대 또는 지깅대의 일부를 잘라서 샤프트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 강한 낚싯대라야 이상적인 탄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자작 애호가들을 위해 밑밥주걱용 샤프트만 별도로 판매하기도 하지만 탄성이 약간 부족하다는 게 경험자들의 얘기다.
요즘은 자작 마니아들을 위해 주걱을 각 부위별로 판매하므로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자작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컵은 티타늄 기준 2만5천원~3만원, 샤프트는 6천원, 손잡이 역시 6천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고탄성 샤프트와 티탄 컵으로 자작한 밑밥주걱을 들어 보이는 최석민 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