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유망 수로터

부여 석성수로 

해 뜨면서 시작되는 찌들의 댄스배틀 ‘깜놀’ 

김경준 트사모 운영자

기온이 떨어지면서 금강과 연결된 수로에서 붕어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전에 사는 후배가 “부여 석성수로 하류 쪽 깊은 수심대에서 붕어가 낚이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동네 사람이 4짜 붕어를 낚는 걸 봤다”고 알려왔다.

▲ 금강의 지류인 부여 석성수로. 안개가 자욱한 아침시간에 입질이 몰아쳤다.

낭보를 알려온 후배는 중국인 화교다. 이름은 곡진개. 엄마 아빠가 중국인이지만 후배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 그냥 보면 화교라는 걸 전혀 알아차릴 수가 없다. 서울에서 정기업, 유인기씨를 불러내려 논산에서 만나 함께 석성수로로 향했다. 곡진개는 수로에서 만나기로 했다.
석성수로는 처음 들어보는 곳이라 진개씨에게서 주소(충남 논산시 성동면 우곤리 937번지)를 받아 적은 다음 내비게이션에 찍고 찾아갔다. 가서 보니 석성수로는 논산과 부여의 경계 지점에 위치해 있었다. 일명 ‘개사리수로’라고도 불렀다. 수로는 꽤 길어 보였으나 물이 빠져서 수심이 깊은 하류 쪽 일부 구간에서만 낚시가 가능했다. 낚시가 가능한 하류 쪽 수로의 길이는 200m쯤 되어 보였으며 하류 쪽이라 수로 폭도 30~40m로 꽤 넓었다. 아마도 물이 빠지면서 상류쪽 붕어가 모두 이곳에 몰려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진개씨는 “금강과 불과 1km밖에 떨어지지 않아 수시로 금강의 굵은 강붕어가 유입되어 자원이 항상 풍부하고, 또한 강붕어라 손맛도 아주 좋다”고 자랑했다.
우리가 자리한 곳은 논산 쪽 연안이었는데 오후 3시가 넘어가자 동네 사람들이 우리 맞은편(부여 석성리 쪽)으로 들어와 낚싯대를 펴기 시작했다.

▲ 석성수로 소식을 알려온 곡진개씨도 붕어를 낚았다.

▲ 논산시 성동면 우곤리 쪽에서 바라본 석성수로. 건너편이 부여 석성리다.

▲ 유인기씨가 붕어를 걸자 정기업씨가 도우미로 나섰다.

기온 떨어지면서 하류 깊은 수심에 오글오글

“하류 쪽 낚시구간을 보면 1.5미터에서 2미터 수심을 보이는 곳이 있고 삼사 미터 수심을 보이는 곳이 있다. 평소엔 1.5 내지 2미터 수심에서 주로 낚시를 했는데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서 그런지 지금은 삼사 미터의 깊은 곳에서 붕어가 낚이고 있다”는 진개씨의 말. 우리는 부푼 마음으로 낚싯대를 펴기 시작했다. 나는 3.2칸부터 4.5칸까지 6대를 폈다. 그리고 붕어들을 유인하기 위해 서둘러 두바늘채비에 짝밥으로 지렁이와 곡물떡밥을 달아 던졌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통 입질이 없다.
“금강의 수로들은 수시로 물이 빠졌다 들었다 반복하는데 물이 들 때 입질이 잦습니다. 그러나 피크타임은 수위에 상관없이 해 질 무렵과 해 뜰 무렵입니다. 그때는 물이 빠져도 붕어가 낚입니다. 아마 해거름이 되면 입질이 올 겁니다. 붕어가 한번 붙기 시작하면 두 대로도 바쁠 정도입니다.”  
정말 곡진개의 말대로 오후 5시가 넘어서자 꿈쩍 않던 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는 찌를 보고 챘는데, 첫 마수걸이에 8치급 붕어가 낚였다. 그런데 차고나가는 손맛이 꼭 저수지에서 30cm가 넘는 씨알이 걸린 것과 비슷했다. 그 뒤 진개씨가 한 마리를 더 낚고 난 뒤 다시 말뚝. 무슨 이유에서인지 진개씨의 말과 달리 입질은 잦지 않았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고 케미를 꺾고 나니 아뿔싸,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찌가 옆으로 누울 정도로 빠르게 흘러 우리는 실망한 채 낚시를 포기하고 저녁밥을 챙겨 먹었다.

▲ “와, 손맛이 대단하네요!” 씨알 굵은 붕어를 낚고 좋아하는 유인기씨.

◀ 지렁이나 곡물떡밥보다 글루텐떡밥이 특효였다.

“형님, 빨리 미끼를 글루텐으로 바꾸세요!”

밤 8시가 넘어가면서 물 흐름은 더뎌졌고,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한 마디 내놓았던 찌는 모두 10cm 이상씩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수심이 워낙 깊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미끼를 달아 낚시를 시작했다. 그러나 밤에는 더 이상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차에서 자고 해 뜰 무렵 눈을 떴다. 차문을 열고 나가는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개씨가 입질을 받아 낚싯대가 휘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내 아홉치 붕어를 끌어냈다.
“형님, 빨리 미끼를 글루텐으로 바꾸세요.”
그 말에 필자는 이유를 물어볼 새도 없이 자리로 돌아와 글루텐으로 미끼를 바꾸어 달았다. 거짓말처럼 찌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이 낚싯대를 들면 저 낚싯대의 찌가 솟고, 고기의 바늘을 빼기도 전에 또 저쪽 낚싯대의 찌가 솟으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말로만 듣던 찌들의 향연을 이날 난 처음 겪었다.
그렇게 10여 분이 흐른 뒤 언제 그랬냐는 듯 수면은 거울과 같이 고요함을 되찾았다. 생각보다 입질타임이 짧아 너무나 아쉬웠다. 낚은 놈보다 놓친 놈이 더 많았다. 진개씨는 “이런 모습은 이 수로에서 매일 반복되는 현상”이라며 “이상하게도 아침이 되어도 입질이 없어 글루텐으로 바꾸니 그제야 입질이 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오후에도 글루텐을 써볼 걸.” 옆에 있던 유인기씨가 안타까운 듯 말했다.
우리는 27~29cm급으로 1인당 3~4마리씩 낚았고, 월척은 낚지 못했다. 하지만 석성수로 붕어의 당찬 손맛을 본 것으로 만족했다. 곧 비가 내릴 듯 먹구름이 몰려오는 걸 보고는 서둘러 낚싯대를 접고 석성수로를 빠져나왔다. 

++++++++++++++++++++++++++++++++++++++++++++++++++++++++++++++++++++++++++++++++++++++++++++++++++++

Fishing Guide

부여 석성수로의 낚시방법

석성수로는 금강에서 유입된 각종 민물어종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눈불개와 동자개, 강준치, 누치, 토종붕어, 잉어, 메기 등이 계절 따라 입질을 한다. 해빙 직후부터 초겨울까지 꾸준히 붕어가 낚이는 사계절 낚시터이다. 특히 장마철 큰 비가 내린 직후에 마릿수가 뛰어나고 얼음 얼기 전 한 달 동안 월척급의 굵은 씨알을 배출해낸다.
금강과 연결된 수로라 금강 하구문을 수시로 열고 닫을 때마다 이곳 수로도 영향을 받아 차오르기를 반복한다. 물이 빠질 때보다 물이 차오를 때 잘 낚인다. 붕어 미끼로는 지렁이나 떡밥, 글루텐을 많이 쓰는데 어떤 게 잘 먹힐지 모르므로 다양하게 준비하는 게 좋다.

▒가는 길  천안·논산간 고속도로 서논산IC에서 빠져나와 부여 방면 4번 국도를 타고 6km가량 가면 석성사거리. 강경 방면으로 좌회전해 799번 지방도로로 따라 계속 가면 석성천 다리(동성교) 직전 우회전. 1km 가다 다리를 건너 좌회전해 300m 가면 3~4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조황문의  논산 리더낚시 041-735-1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