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권 갯바위 출조기

노대도에 가거든 집터자리를 찾아라

진승준(좌)씨와 씨이피싱 정호진 사장이 노대도 음지짝에서 채비를 흘리고 있다. 맞은편의 섬이 두미도다.

노대도는 욕지도 가기 직전에 있다. 그래서 욕지권으로 뭉뚱그려 설명하지만 알고 보면 욕지도의 노른자위나 마찬가지인 섬이다. 특히 상노대도 북쪽 해안에 명당이 즐비해 썰물이 받힐 때 대형 감성돔과 참돔이 쏟아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한국프로낚시연맹 진승준 전남지부장이 고흥 지죽리 앞바다에 있는 비장의 간출여를 취재장소로 정했다가 아쉽게도 날씨가 나빠서 출조를 할 수 없게 되자 대안으로 꺼내든 카드가 통영의 노대도였다. 진승준씨는 “작년에 노대도 집터자리에서 이맘때 감성돔으로 재미를 보았고 참돔도 많이 낚았습니다. 노대도로 한번 가봅시다”라고 말했다.

40cm 참돔을 낚은 진승준씨.

나는 매일 욕지권으로 출조하는 고성의 싸이피싱 정호진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노대도 상황을 물었다. 그랬더니 정 사장은 “태풍이 오기 전에 감성돔이 제법 많이 낚였다. 오늘도 바람만 불지 않으면 조황이 괜찮을 듯하다”고 말했다. 호황을 보이는 자리를 물으니 아니나 다를까 “집터자리 일대가 꾸준한 조황을 보인다”고 말했다.
집터자리는 상노대도 북쪽에 있는 명포인트로 몇 년 전 감성돔이 너무 잘 낚여서 낚시인들의 장박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정호진 사장은 취재를 오면 집터자리에 내려주겠다고 했다.
9월 28일 새벽 1시, 진승준씨와 나는 통영시 도산면 법송리에 있는 싸이피싱에 도착했다. 집터자리를 차지하려면 서둘러 출항해야 한다는 정 사장의 말에 따라 새벽 2시에 출항했다. 낚싯배는 법송리의 낚시점에서 언덕을 하나 넘으면 나오는 수월리 범골에서 출항해 한 시간을 달려 노대도에 도착했다. 낚싯배엔 잿방어와 무늬오징어를 노리고 출조하는 루어낚시인들이 많았고 감성돔을 노리고 나가는 낚시인은 우리를 포함해 두 팀뿐이었다.

집터자리엔 이미 다른 낚시인들이…

그러나 집터자리는 이미 달른 낚시인들이 내려 있었다. 할 수 없이 진승준씨와 나 그리고 통영의 김지훈씨와 정호진 사장은 집터자리가 바라보이는 음지짝에 내렸다. 정호진 사장은 “음지짝은 썰물에 집터자리로 받힌 조류가 되돌아 나오는 자리에 해당합니다. 집터자리와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감성돔과 참돔이 잘 낚이는 노대도 유명 포인트니까 너무 실망할 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낚시는 새벽 4시부터 시작했다. 날이 밝기 전에 감성돔과 참돔이 잘 문다는 정 사장의 말에 모두 1~2호 전지찌로 반유동 채비를 해서 낚시를 시작했다. 20~30m 캐스팅했을 때의 수심은 13m. 중들물이 한창 흐르고 있어 전지찌가 음지짝 콧부리 바깥쪽으로 잘 흘러나갔다. 바닥이 거칠지 않은지 수심을 더 주어도 살짝 걸릴 뿐 밑걸림도 잘 생기지 않았다.
입질이 시작된 시각은 동트기 직전인 6시 만조 무렵. 처음엔 작은 상사리가 물어 낚는 족족 방생했지만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참돔의 씨알이 커지기 시작했다. 썰물이 시작된 오전 8시경엔 진승준씨가 뜰채를 대야 하는 참돔을 낚아 올렸다. 그러나 기대한 감성돔은 낚이지 않았는데 정호진 사장은 “며칠 전에 비해 물색이 너무 맑아졌다”고 했다.

음지짝에서 낚은 참돔.

“전유동 채비로 참돔을 노릴 걸”

차라리 참돔만 노렸으면 더 나을 뻔했다. 우리는 참돔의 입질이 계속되었지만 감성돔이 물 것으로 기대해 반유동 채비로 계속 바닥만 노렸는데 그것이 실수였다. 진승준씨는 “전유동 채비를 가볍게 꾸려 상사리를 띄워 낚았으면 한 쿨러는 낚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결국 철수할 때까지 감성돔은 낚이지 않았고 참돔과 전갱이, 고등어만 계속 입질했다. 나는 어쨌거나 마릿수가 풍성해 재미있었는데 감성돔을 기대한 진승준씨는 아쉬운 모양이었다. 정호진 선장은 “추석이 지나면 다시 감성돔이 붙겠지만, 물색을 보니 본격시즌은 10월 말이나 되어야겠다”고 말했다.
철수할 때 보니 집터자리에 내린 낚시인들도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작은 감성돔 한 마리와 상사리 두어 마리를 낚은 것이 전부였다. 정호진 사장은 “노대도의 집터자리가 너무 유명해서 그렇지 오늘 우리가 내린 음지짝이나 집터자리와 이어진 부처바위, 철망자리 등도 아주 유명한 포인트입니다. 그리고 노대도 서쪽의 거칠리도 역시 이맘때부터 감성돔이 잘 낚이는 포인트라 앞으로 기대해볼 곳은 아주 많습니다. 조금 있으면 왕볼락까지 가세해 더 재밌는 출조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출조문의 고성 싸이피싱 010-4579-1782

무늬오징어도 낚였다.

노대도는 어떤 섬?

노대도는 욕지도 북쪽 1km에 인접해 있다. 욕지도에 비해 주변 수심이 얕고 해저 지형이 복잡해 철마다 다양한 고기가 들어오는데, 여름에는 무늬오징어·부시리·벵에돔이 호황을 보이며 가을로 접어들면 감성돔과 참돔이 자리싸움을 벌이게 된다.
노대도가 호황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두미도를 지나오는 썰물이 그대로 노대도에 바로 받혀 통영의 다른 섬에서는 보기 드문 훌륭한 썰물 본류가 흐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썰물이 받히는 북쪽에 유명 포인트가 죄다 몰려 있는데, 유명한 집터자리는 가을에 70~80cm 참돔이 낚이며 겨울에는 5짜 감성돔이 자주 배출된다.
노대도까지 뱃길 소요시간은 1시간이며 뱃삯은 욕지도와 같은 1인 왕복 4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