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 칼럼

여기에 배스를 누가 넣었어!

“여기에 배스를 누가 넣었어?”
“배스낚시 하는 사람들이 넣었겠지?”
“배스 때문에 붕어가 없어지니 배스는 다 없애야 돼.”

이렇게 붕어낚시 하는 분들은 배스낚시 하는 분들에게 할 말이 많은가보다. 하지만 배스낚시 하는 분들 또한 붕어낚시 하는 분들에게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언젠가 낚시 후배들과 경산 문천지에 배스를 낚으러 갔는데 이미 붕어낚시 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 던질 곳이 없었다. 한 명이 10대씩 펴놓은 낚싯대, 보트낚시를 하는 분들… 그야말로 루어를 던질 데가 없어 아쉬움을 안고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다른 곳에서 고성이 오가고 있어 돌아보니 같이 간 후배와 붕어낚시인이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요지는 붕어낚시를 하는 옆에서 배스낚시를 하다가 서로의 언성이 높아진 사례였다. 저수지에서 종종 발생하는 충돌이다. 서로가 조금씩만 양보하면 될 것을… 참 답답한 일이다. 필자는 후배에게 “우리보다 먼저 낚시를 시작하신 분이니 당신이 사과하라”고 했다. 그리고 붕어낚시 하는 분에게 “낚시하시는 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씀드리고 돌아 나오는 순간, 바로 옆에서 붕어낚시 하는 다른 분의 말에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하여간에 배스낚시 하는 사람들 때문에 큰일이야. 저수지에 배스를 넣질 않나, 이제는 옆에서 낚시 방해까지, 참!”
그러자 옆에서도 “맞아요. 배스가 붕어를 다 잡아먹어서 요즘은 붕어 구경하기가 힘들어”하면서 맞장구를 친다. 필자는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가서 그 붕어낚시인에게 물어봤다. “혹시 이 저수지에 배스낚시 하는 분들이 배스 넣는 것을 봤나요?”
“안 봐도 뻔하지 뭘 그래요? 여기에 배스낚시 하는 사람이 안 넣었으면 어떻게 배스가 있겠어요?”
필자는 붕어낚시 하는 분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이 저수지에 있는 붕어들은 붕어낚시하는 분들이 다 넣은 것인가요?”
“그건… 모르죠.”
필자는 문천지에 왜 배스가 들어왔는지 그 붕어낚시인에게 자세히 설명해주고 이해를 시켰다. 전국 저수지에 들어있는 배스, 그리고 지금도 들어오는 배스, 과연 배스낚시인들이 넣었을까? 가령 지금 우리나라 각지에는 배스들이 엄청 생겨나고 있다. 서해와 전남지역 섬에도 있고 제주도에도 배스가 있다. 과연 배스낚시인들이 그 섬에서 배스낚시를 하기 위해 육지에서 배스를 잡아 수조에 살려서 배를 타고 섬까지 들어가서 방류했을까?
배스의 확산은 매년 정기적으로 내수면에 물고기를 방류하는 지자체들이 치어를 납품받을 때 일일이 검수를 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다. 즉 붕어나 잉어 치어 속에 배스 치어가 섞여 들어가서 전파되는 것이다. 이렇듯 정부기관들의 검수와 관리에 구멍이 나서 배스가 전국 저수지에 들어가고 있는데 왜 배스낚시인들이 욕을 먹고 있어야 되는지 정말 답답한 일이다. 

붕어낚시 동호인들이여! 손가락만한 붕어도 잡으면 다 가지고 간다는 생각 버리시고 캐치앤릴리즈를 실천하시길 바랍니다. 한쪽은 릴리즈를 하는데 한쪽은 잡아간다면 자연히 잡아가는 어종은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멸종시킬 수 없는 배스라면 이제 낚시대상어종으로 인정하고 즐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손맛으로 따지면 배스도 좋은 대상어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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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정명화는 FTV <더로드>를 진행했으며 아피스의 홍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010-2531-6606, 메일: cmh0212kr@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