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_올 가을은 감성돔 대신 먼바다 전유동
② 중대형 벵에돔·긴꼬리벵에돔 전유동낚시
제로찌낚시는 잊어라!
5~8m 중하층을 집중적으로 노려야
먼바다에서 낚이는 벵에돔은 씨알이 30~40cm로 가까운 바다에 비해 크다. 큰 벵에돔은 꼬마벵에돔처럼 밑밥에 상층까지 부상하는 일이 드물고 중층 이하에서 입질하는 경우가 많다. 조류가 받히는 곳에서는 30~40cm 긴꼬리벵에돔이 자주 낚이는데, 긴꼬리벵에돔은 조류를 타고 들어와 중상층에서 입질하므로 너무 깊이 가라앉혀도 안 된다.
남해 먼바다에서 큰 벵에돔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은 예로부터 거문도·삼부도, 추자도, 여서도가 유명했고, 근래들어 남해동부의 국도·좌사리도·매물도·안경섬도 큰 벵에돔 낚시터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예전부터 30~50cm 벵에돔이 출현해 왔고 최근에는 출현빈도와 마릿수도 늘고 있다.
그러나 마릿수는 오히려 내만권 섬보다 뒤지는 편이다. 즉 25cm급 벵에돔을 마릿수로 낚으려면 내만이나 중내만권 섬을 찾는 것이 낫고, 먼바다에 가더라도 홈통이나 얕은 여밭지형을 노리는 게 유리하다. 반면 한 마리를 낚아도 대물 벵에돔을 걸어서 화끈한 손맛을 원하는 낚시인이라면 먼바다로 나가야 하고 먼바다에서도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른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수심과 조류를 보고 찌와 봉돌을 택하라
벵에돔을 노리고 먼바다 섬으로 출조했다면 포인트에 내린 후 채비를 꾸리기 전에 수심과 조류를 살펴야 한다. 통영 좌사리도의 반찬단지처럼 수심이 5~6m로 비교적 얕은 곳이라면 목줄 길이(4m 내외)만으로도 낚시를 할 수 있다. 따라서 0~G2찌로 가볍게 채비를 꾸린 후 채비가 조류에 밀리지 않고 천천히 가라앉도록 목줄에 G5~G3 봉돌을 물려주면 된다.
거문도 욧등처럼 수심이 15m 이상으로 깊은 곳이라면 G2~B 찌를 달고 목줄에 G3~G1 봉돌을 한 개 내지 두 개 물려준다. 이런 곳에선 5~6m 수심에서 벵에돔의 입질을 받을 확률이 높고 벵에돔이 깊이 노닐 땐 12m 수심에서 낚이기도 한다.
추자도 끝연목처럼 수심이 깊지 않아도 조류가 빠른 곳에선 B 구멍찌를 달고 목줄에 G2~B 봉돌을 2~3개 분납한다. 조류가 빠르기 때문에 밑채비가 가벼우면 조류에 밀려 3~4m까지도 가라앉지 않는다. 만약 채비가 생각보다 빨리 가라앉으면 뒷줄견제로 잡아서 가라앉는 속도를 늦추어주고 채비 정렬도 함께 해준다.
큰 벵에돔 노린다면 중하층 노려야
먼바다 섬의 벵에돔 포인트는 대개 수심이 깊다. 통영 국도처럼 포인트 수심이 10m 이상인 곳은 좀처럼 벵에돔이 떠오르질 않는다. 깊기도 하지만 물색이 맑아 상층엔 잡어뿐이며 경계심이 많은 벵에돔은 대부분 중층 이하에 머물러 있다. 이런 곳에서는 채비가 적어도 6~7m 이상 가라앉아야 입질을 받을 수 있으며 벵에돔의 활성이 낮은 경우라면 거의 바닥에서 입질하므로 채비를 깊이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조류가 약하다면 B~2B 찌로 전유동 채비를 꾸린 후 목줄 하단에 G2 내외의 봉돌 하나만 물려줘도 충분히 10m 이상 가라앉힐 수 있다. 채비가 가라앉는 속도는 형광색 찌멈춤봉이 내려가는 속도를 보고 감을 잡는다. 찌멈춤봉이 너무 빨리 내려가면 조류에 비해 채비가 너무 무거운 상태이므로 봉돌의 무게를 줄인다. 찌멈춤봉이 어느 정도 내려가면 눈에 보이지 않는데, 그 이후에는 찌매듭을 보고 채비가 내려간 수심을 파악한다. 낚시하기 전에 포인트 수심에 맞춰 10m 혹은 15m임을 표시하는 찌매듭을 달아두고 낚시하면 채비가 얼마나 내려갔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빨리 내려가는 미끼는 벵에돔보다 잡어가 더 빨리 달려들기 때문에 가능한 한 가벼운 채비로 깊이 가라앉히는 것이 먼바다 전유동의 하이테크닉이다. 채비가 천천히 하강할수록 입질도 선명하게 나타난다. 채비가 빨리 하강할 경우엔 자주 뒷줄을 잡아서 5초 이상 스톱시켜주는 조작을 가미해주는데 뒷줄견제상태에서 입질을 받을 확률이 높다.
어신은 원줄의 상태를 보고 파악한다. 벵에돔이 떠올라 입질한 후 다시 내려가면 구멍찌에 어신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벵에돔의 상승폭이 많지 않을 땐 어신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낚싯줄의 정렬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을 경우 원줄만 움직이는 미약한 입질이 나타나므로 처음부터 찌보다 원줄을 보고 입질을 파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입질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원줄을 항상 팽팽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원줄이 살짝 펴지거나 빠져나가는 속도가 달라진 경우에도 입질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입질이라고 생각되면 뒷줄을 잡아 채비가 내려가는 속도를 줄이고 채비가 정렬되도록 해준다.
큰 벵에돔을 노리더라도 의지와는 달리 중층에서 30cm 내외의 벵에돔이 입질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바닥을 노리지 말고 중층에 맞춰 30cm 벵에돔을 노린다. 중형 벵에돔을 뚫고 채비를 내리기도 불가능하며 채비를 내린다고 더 큰 벵에돔이 입질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긴꼬리벵에돔은 바닥 노릴 필요 없다
먼바다의 섬 중에서 본류대(급류)와 맞닿는 포인트에서는 긴꼬리벵에돔도 더러 낚인다. 거제의 안경섬(남여도)과 매물도 벼룩여, 통영의 국도 간여와 구을비도 메주여가 남해동부의 대표적인 긴꼬리벵에돔 포인트로 꼽히며, 추자도에선 직구도, 푸렝이, 절명여, 모여, 문여 등이 대표적인 긴꼬리벵에돔 포인트로 꼽힌다.
이런 곳은 조류가 강하기 때문에 제로찌 채비를 쓰면 수면에 뜬 채로 떠내려간다. 아무리 부상력 좋은 긴꼬리벵에돔이라도 표층까지 떠올라 입질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수심 2~4m를 노리기 위해 봉돌을 물려주어야 한다. 단, 바닥은 노릴 필요가 없다. 긴꼬리벵에돔은 부시리처럼 중상층을 유영하며 조류를 타고 갯바위 주변으로 붙기 때문에 상층에서 어느 정도 채비와 밑밥을 동조시키기만 하면 입질을 받을 수 있다.
조류가 완만하면 G5~G2 봉돌의 분납만으로도 채비를 가라앉힐 수 있지만 급류가 흐르고 있다면 목줄에 B~2B 봉돌을 물려야 어느 정도 채비가 가라앉는다. 따라서 조류가 빠른 곳에선 봉돌을 가감할 여지가 충분한 부력을 가진 B나 2B 구멍찌를 쓰는 것이 좋다. 긴꼬리벵에돔은 일반 벵에돔과 달리 입질이 시원하기 때문에 찌의 예민성은 크게 필요치 않다. 입질층도 아주 넓기 때문에 밑밥이 흘러드는 자리로 채비만 들어가면 시원한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단 긴꼬리벵에돔은 밑밥 투입이 끝나면 입질이 사라지므로 소량이라도 계속해서 밑밥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크릴을 서너 마리씩만 뿌리더라도 계속 밑밥을 넣어야 하기 때문에 밑밥 사용량 조절에 신경 써야 한다.
거제도 외곽 40km 지점에 있는 안경섬의 남녀도. 여름가을 긴꼬리벵에돔 낚시터로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