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올 가을은 감성돔 대신 먼바다 전유동

① 왜 먼바다이며 왜 전유동낚시인가?

가을은 원도의 피크철이자 전유동이 가장 잘 먹히는 계절

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

가을이 되면 내해의 감성돔낚시터로 시선을 돌리는 이들이 많지만 사실 감성돔을 낚기엔 조금 이르다. 오히려 이맘때 먼바다로 나가 전유동낚시를 해보면 연중 가장 다양한 어종을 낚으며 전유동낚시의 재미를 한껏 만끽할 수 있다.

9월과 10월은 해수온이 연중 난류성 어종의 적서수온에 가장 가까운 상태에서 안정되는 시기다. 8월의 수온은 너무 높고, 먼바다에선 청물, 냉수대 엄습 등의 변수로 인해 수온이 급격히 떨어지기도 한다. 우리 낚시인들은 불황의 탓을 늘 저수온으로 돌리지만 수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낚시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너무 높은 수온은 오히려 낚시를 방해한다. 돌돔과 벵에돔 같은 난류성 어종도 적서수온은 20도 안팎인데, 한여름엔 수온이 25도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물고기들의 활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여름고기들은 대부분 수온이 2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6~7월 장마철에 왕성하게 입질하다가 24도 이상 올라가버리는 8월에는 전반적 부진의 양상을 보이며 수온이 고점을 찍고 다시 하강하는 9~10월에 또 한 번 입질이 살아나는 패턴을 보인다. 이때 장마철에 벵에돔과 돌돔이 잘 낚였던 먼바다 갯바위로 나가면 한여름에 만나기 힘들었던 다양한 어종을 다시 만날 수 있으며 행운의 호황을 만날 확률도 높다.
그렇다면 가까운 바다는 어떨까? 근해는 어차피 감성돔, 농어 같은 저염수를 좋아하는 물고기의 서식처이기 때문에 참돔, 벵에돔, 돌돔을 만나기는 어렵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온 바다에 창궐하는 부시리도 내만까지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9~10월은 씨알 좋은 감성돔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른 시기다. 감성돔은 역시 11월은 되어야 40cm가 넘는 감성돔다운 감성돔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초가을엔 감성돔낚시보다 장마철에 찾던 먼바다로 나가서 참돔, 벵에돔, 부시리를 노리는 것이 훨씬 적절한 선택이다. 그리고 초가을 먼바다에서 가장 잘 먹히는 낚시기법은 찌매듭을 주지 않고 전층을 노리는 전유동낚시다. 초가을에 전유동낚시가 특히 잘되는 이유는 대상어들이 장마철보다 더 쉽게 밑밥에 반응하여 떠올라주기 때문이다. 초가을의 난류어종 활성도가 장마철보다 높은 이유는 평균수온이 장마철보다 높기 때문이며 전반적으로 안정돼 수온의 기복이 적기 때문이다.

먼바다 전유동의 네 가지 특징

먼바다 전유동낚시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없다. 기본 채비와 조작법은 일반 전유동낚시와 동일하다. 다만 먼바다의 조류가 강하고 수심이 깊고 어종들이 크기 때문에 그에 맞춘 약간의 변화가 필요하다.
  ① 굵은 원줄과 목줄을 쓴다
내만권 전유동은 기본적으로 꼬마벵에돔을 주 대상어종으로 삼기 때문에 1.5~2호의 가는 원줄과 목줄을 쓰지만, 먼바다 전유동은 굵은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 참돔을 주 대상어종으로 삼기 때문에 2.5~3호의 굵은 원줄과 목줄을 사용한다. 만약 부시리를 공략한다면 원줄은 4호, 목줄은 4~7호로 파격적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② 봉돌을 달아서 4~8m 이상의 깊은 수심을 노린다
내만권 꼬마벵에돔낚시는 철저한 띄울낚시로 진행되며 먼바다라도 장마철의 긴꼬리벵에돔은 부상력이 높아서 2~4m 수심에서 잘 낚이지만, 가을철 먼바다에선 그보다 깊은 수심을 노려야 입질 확률이 높다. 참돔은 8m 이상 깊은 수심에서 입질하고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도 4m 이상 5~7m 수심에서 입질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봉돌을 전혀 달지 않는 제로찌채비는 실효성이 적고, 목줄에 G4~G1 봉돌 한두 개를 물려주는 것이 보편적으로 유리하며 조류가 빠를 땐 2B 이상의 봉돌을 물려야 할 경우도 있다.
사실 전유동이란 낚시는 원래 매듭없이 8~15m 심층을 폭넓게 노리는 기법으로 개발되었다. 그것이 2000년대 들어 제로찌낚시의 보급으로 띄울낚시로 변질되었는데, 4m 이내의 수심을 노리는 제로찌낚시는 목줄을 길게 쓸 경우 뒷줄을 풀지 않고 목줄 길이만 가지고도 가라앉힐 수 있으므로 엄밀히 말해서 전유동이라 할 수 없다.
  ③ 0호 찌보다 G2, B 찌를 많이 쓴다
채비에 봉돌을 물리는 먼바다 전유동에선 그만큼 찌의 부력도 있어야 한다. 흔히 전유동에서 쓰는 0호 찌는 채비가 정렬됨과 동시에 수면 아래로 잠기기 때문에 쓰기 어렵다. 혹자는 “찌가 잠겨도 어차피 원줄로 어신을 파악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하지만 찌가 잠기면 그 순간부터 찌구멍을 통해 원줄이 빠져나가는 데 저항이 걸리기 때문에 의외로 미끼가 깊이 가라앉지 못하고 상층부를 떠다니게 된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00호 찌도 부적합하다.
조류가 빠른 포인트에선 3B 이상 때로는 1호 찌를 가지고 전유동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추자도에서 유행하는 2~3호 고부력 전유동 참돔낚시가 그 극단적인 표현이다. 
  ④ 직결보다 매듭강도 높은 도래를 사용한다.
꼬마벵에돔낚시에서 도래를 빼고 원줄과 목줄을 직결하는 이유는 도래 무게로 채비의 중간부분이 꺾일 경우 예민한 꼬마벵에돔은 입질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먼바다의 벵에돔은 씨알이 굵고 입질이 시원하기 때문에 도래를 써도 아무 상관없다. 그리고 먼바다든 내만이든 목줄에 좁쌀봉돌을 달아서 가라앉히는 낚시를 하는 경우라면 도래보다 좁쌀봉돌이 먼저 가라앉기 때문에 도래의 유무와 입질 빈도의 차이는 소멸된다. 물론 좁쌀봉돌보다 더 무거운 큰 도래는 피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직결보다 도래매듭 강도가 높기 때문에 가급적 도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혹자는 직결이 더 강하다고 주장하는데 현재 개발된 직결법 중 도래매듭보다 강한 것은 없다. 의심스러우면 한 쪽엔 직결, 한 쪽엔 도래매듭을 해서 맞당겨보면 어떤 매듭이 먼저 끊어지는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제로찌 전유동과 먼바다 전유동의 비교

전유동채비의 가장 흔한 예는 (그림1)의 A와 같다. 제로찌로 상층의 벵에돔이나 부시리를 낚는 데 유용하다. 채비하는 방법은 제로찌를 원줄에 통과시킨 후 찌멈춤봉을 삽입 고정하고 원줄과 목줄을 직결한 후 바늘을 묶으면 된다. 원줄과 목줄을 직결하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이 상층의 벵에돔을 노리는 가벼운 채비인 경우 도래의 무게를 없애 채비가 꺾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만약 도래를 사용하면 (그림2)의 A처럼 채비가 바늘부터 내려가지 않고 무거운 도래부터 내려가기 때문에 ‘ㄴ’ 형태로 내려간다. 이 경우 어신 전달이 늦고 약한 입질은 놓치기 쉽다. ‘도래보다 미끼가 달린 바늘이 더 빨리 가라앉지 않을까’ 의심하는 낚시인들도 있지만, 도래와 바늘의 무게를 재보면 도래는 찌낚시용으로 많이 쓰는 9호나 10호가 0.1g 내외인데 비해 벵에돔 바늘(5호 내외)은 가벼운 것은 50mg, 무거운 것도 200mg 내외로 도래 무게의 5분의 1도 안 된다.
그러나 먼바다 전유동채비의 예는  (그림1)의 B와 같다. 찌는 G2나 B를 사용하고 파도나 조류에 견딜 수 있는 약간 크고 무거운 것이 좋다. 그리고 직결 대신 도래를 사용한다. 목줄에 G4(0.2g) 이상의 좁쌀봉돌을 달아주면 그보다 무거운 큰 도래를 쓰지 않는 한 봉돌부터 가라앉기 때문에 도래를 써도 채비가 꺾이지 않고 미끼가 자연스럽게 선행한다.

대상어를 미리 확정하지 마라

먼바다에선 특정 어종에 맞춰 채비를 꾸리는 것보다 낚시를 하면서 잘 낚이는 어종에 맞춰 채비에 변화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초가을 먼바다는 다양한 어종이 회유하므로 어떤 고기들이 들이닥칠지 알 수가 없다. 벵에돔을 낚으러 갔는데 뜻밖에 참돔이나 돌돔이 마구 낚일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엔 4~5m 층을 노린 상층 전유동낚시로 시작해서 입질이 뜸할 경우 봉돌을 추가하여 중하층 전유동낚시로 탐색범위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좋은 전략이다.
벵에돔이라고 해서 꼭 떠서 낚이는 것은 아니고, 참돔이라고 해서 꼭 깊이서 낚이는 것도 아니다. 특정어종만 낚아야 하는 토너먼트가 아닌 바에야 대상어종을 하나로 한정짓지 말고 내가 뿌린 밑밥이 가라앉는 전 영역을 여유롭게 광역탐색한다는 기분으로 낚시하면 뜻밖의 대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봉돌은 분납으로 달아야 채비가 반듯하게 정렬 

목줄에 봉돌을 물릴 때 주의할 점은 G2 이상의 큰 봉돌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다. 목줄에 너무 무거운 봉돌을 물리면 봉돌이 먼저 가라앉아 채비가 부자연스러워진다. 봉돌을 바늘 가까이 물리면 거의 수직으로 내려가고, 목줄 중앙이나 상단에 물릴 경우 꺾여서 내려간다. 채비가 심하게 꺾여서 입질 빈도가 떨어진다.
이 경우 무거운 봉돌 하나를 달지 말고 가벼운 봉돌 2~3개를 달아 무게 중심을 나누면 채비가 꺾임 없이 훨씬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입질빈도도 높다. 이를 두고 흔히 ‘봉돌을 분납한다’고 표현한다. 일본에서 수중관찰한 바로는 G5 이하의 봉돌은 목줄에 물려도 꺾임현상이 없으나 그보다 큰 봉돌은 약간씩 목줄 꺾임이 발생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조류가 너무 빨라서 부득이하게 B 이상의 큰 봉돌을 물려야 할 때도 있다. 이때는 뒷줄을 당겨 강제로 채비를 펴준 다음 가라앉혀야 한다. 원줄이 더 이상 풀려나가지 않도록 뒷줄(원줄)만 잡고 있으면 아무리 무거운 봉돌을 바늘 근처에 물려도 채비가 조류에 밀려 일직선으로 펴지므로 입질을 받는 데 큰 문제가 없다. 

조류나 파도에 밀려나가는 찌를 적절히 견제해야

먼바다 낚시경험이 적은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먼바다의 빠른 조류와 너울파도에 의한 포말이다. 조류와 포말은 목줄채비보다 부피가 큰 구멍찌를 먼저 밀어붙이는데, 구멍찌가 조류에 먼저 밀려나가면 가벼운 채비는 가라앉을 틈도 없이 뜬 채로 구멍찌에 끌려가게 된다(그림3). 채비가 표층에 뜬 상태로 밀려가면 가라앉지도 않고 당연히 밑밥과 동조되지도 않는다.
조류와 포말이 갯바위에 부딪쳐 찌를 미는 상황이라면, 일단 목줄만 가라앉을 때까지 뒷줄을 팽팽하게 잡고 있다가 목줄채비가 정렬된 다음 줄을 풀어서 가라앉히면 원줄이 쉽게 찌구멍을 통과해 가라앉는다. 그러다가도 또 한 차례 조류와 포말이 찌를 밀어붙이면 다시 뒷줄을 팽팽하게 잡아서 밀려나는 찌를 잠깐 붙잡았다가 조류의 저항이 줄어들었을 때 다시 뒷줄을 풀어 가라앉히는 식의 조작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단계 단계 가라앉혀 나가야 한다. 먼바다엔 이런 조류와 포말이 늘 존재하므로 내만에 비해 무거운 봉돌을 달아주어야 원하는 수심까지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이다.   
먼바다 전유동낚시는 내만권 전유동보다 고난도 테크닉이라 할 수 있으며 먼바다 전유동에 익숙해지면 내만권 전유동은 따로 숙달할 것도 없다.    

천천히 가라앉고 있는 전유동 채비. 원줄이 긴장감을 유지한 상태로 자연스럽게 사선으로 내려가게 하는 것이 핵심 테크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