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초순부터 많은 감성돔을 배출해내고 있는 국흘도 북쪽 제립여 일원. 만조 때 잠기는 넙덕제립여에 내렸던 낚시인들이 철수배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선봉에 섰다 태도군도

상태도 제립여·슬픈여에 은비늘 물결

ㅣ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ㅣ

올 겨울 태도군도가 제일 먼저 중대형 감성돔을 터트리며 원도 조황을 주도하고 있다. 11월 5~6일 첫 감성돔을 배출한 뒤 취재팀이 입성한 11월 18~20일에 상태도 북쪽 간출여에서 수십 마리의 감성돔을 쏟아내며 시즌 개막을 알렸다.

작년에 비하면 10일 정도 시즌이 늦었다. 그러나 올해 원도 중에선 가장 빠른 개막이었다. 사실은 더 일찍 감성돔 어군이 태도에 들어와 있었을 수 있다.
10월 하순부터 잦았던 주의보가 11월 4일까지 태도 단골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가 11월 5일 날씨가 풀리자마자 서울 수바사 회원 등 30여 명이 상태도를 찾았다. 주의보 뒤끝이어서 너울이 심했으나 1년 만에 다시 찾은 낚시인들은 파도 속에서 씨알 좋은 감성돔을 낚을 수 있었다. 특히 최고의 명당인 국흘도 제립여 일대와 외도 남쪽에 있는 슬픈여, 갈민여 일원에서는 5짜급 감성돔이 배출되었다.
해성호 송철희 선장은 “아직 물색이 맑아 마릿수는 비록 많지 않았지만 대부분 45~52cm의 씨알이어서 손맛을 톡톡히 볼 수 있었다”며 “상태도는 북서계절풍을 정면으로 받는 북서쪽 갯바위에 김발이 먼저 붙고 감성돔 어신도 먼저 붙는다. 본섬 북서쪽 끝의 하늘담문석부터 선돌 밑까지와 국흘도 북쪽 제립여가 그런 곳이다. 그러나 올해는 시즌 초반 주의보가 연이어 내린 탓인지 시작부터 전역에서 고른 조황을 보였다”고 말했다.
11월 5일 첫 감성돔이 낚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취재팀이 들어간 시점이 본격시즌의 시작이었다. 그 전에 낚인 건 붙박이감성돔이었다. 붙박이 감성돔은 45~50cm급으로 잔 씨알이 없고 마릿수가 많지 않은 게 특징인데 은빛이 도는 회유성 감성돔과 외형적 차이를 보인다. 회유성 감성돔은 은빛이 선명하고 씨알도 35~50cm로 천차만별이다. 취재팀이 들어간 19일 오전에 영광꾼들이 큰제립여에서 5짜 포함 15마리를 낚았는데 이 녀석들이 모두 회유성 감성돔이었다.

▲ 상태도 마을. 가게가 없어 불편하다.   ▲간출여인 시린여가 수면에 드러나자 대복호가 낚시인을 하선시키고 있다.

▲손맛 실컷 봤습니다.” 수바사 이용성 회원(좌)과 울산 이성우씨가 선돌 밑 부근에서 오후 썰물에 낚은 조과를 펼쳐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상태도 입성

12월호 마감을 마치자마자 원도권 감성돔낚시를 취재하기 위해 여기저기 안테나를 돌려보니 유일하게 태도에서만 감성돔을 배출하고 있었다. 상태도 해성호 송철희 선장은 “지금까지는 낱마리였는데 내일부터는 물때가 살아나므로 바로 들어오면 취재거리는 충분히 나올 것으로 봅니다”하고 말했다.
11월 17일 밤 9시 부평 서진낚시 김재식 사장, 김영문 회원과 함께 부푼 마음으로 목포로 향했다. 새벽 2시경 목포 북항에서 만재피싱호에 오른 취재팀은 2시간 이상을 달려 상태도에 도착했고 오갑현씨 민박집에 여장을 풀었다. 상태도는 1999년 겨울 故 박창수씨 일행과 함께 찾은 이후 12년 만에 다시 찾은 것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감성돔 개막전답게 해성호 오갑현 선장 민박집에는 40명에 가까운 낚시인들로 붐볐다. 그에 반해 윗집의 대복호 김명규 선장 집에는 10명 정도밖에 없어 대조를 이루었다. 동이 트는 6시40분 취재팀을 실은 해성호와 대복호는 “출발하자”는 사인을 서로 보낸 뒤 동시에 출발했다. 해성호는 서쪽 대지빈여 쪽부터 돌아 북쪽으로 올라가고 대복호는 동쪽 방운여 쪽부터 거쳐 북쪽으로 올라갔다. 해성호가 먼저 최고의 명당인 갈민여와 슬픈여에 이르렀으나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왜 내려주지 않느냐”고 선장에게 묻자 “배끼리 과열경쟁을 없애기 위해 자리싸움이 심한 슬픈여, 갈민여, 제립여의 경우 짝수날은 윗집(김명규 선장)에서, 홀수날은 아랫집(오갑현 선장)에서 하선시키기로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오늘(18일)은 짝수날이니 대복호가 하선시키는 날이라고 했다.
40명의 낚시인을 포인트에 다 내려주고 나니 어느새 날이 훤해졌다. 취재팀은 8시가 다 되어서야 내렸는데 가이드 오종씨가 “들물이면 틀림없는 곳”이라며 내려준 곳은 아랫달래섬 남쪽의 ‘버렁개’ 포인트였다.

감생이놈들, 우리만 피해 다니네

과연 물색이나 조류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좋아 기대감을 가지고 감생이가 입질해주기만을 기다렸지만 이상하리만치 입질은 없고 시간만 흘러갔다. 하는 수 없이 점심 때 자리를 옮겼는데 이동하는 도중 조황을 살펴보니 다른 포인트에선 거의 2~3마리씩 낚아놓고 있었다.
배가 큰제립여 쪽으로 다가가는데 그곳에 내린 꾼들의 낚싯대가 연신 휘어졌다. 사진 촬영을 위해 양해를 구하고 잠시 내렸다. 영광에서 왔다는 세 명의 낚시인은 오전 들물에 다 낚았다며 쿨러와 살림망에서 감성돔을 꾸역꾸역 꺼냈는데 5짜 두 마리를 포함해 모두 15마리였다. 그들은 “역시 태도가 최고야”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우리가 옮겨간 곳은 국흘도 북동편의 휘리지문석. 썰물 포인트라고 했다. “아직 물이 들고 있으니 좀 쉬었다 하세요. 철수 때 오겠습니다”하며 돌아갔다. 취재팀은 이곳에서 드디어 첫 감성돔을 만났다. 오후 1시쯤 초썰물에 전방 30m지점의 수중여를 공략하던 김영문씨의 낚싯대가 반원을 그렸다. 수면에 뜬 녀석은 아쉽게도 35cm급. 그러나 “이게 어디냐”며 김영문씨는 활짝 웃었다.
연타를 기대했건만 그 뒤로 입질이 없다. 어느덧 철수시각, 제립취 방면으로 돌아오는 낚싯배가 보일 때 김재식 사장의 낚싯대가 고꾸라졌다. 얼마나 힘이 얼마나 좋은지 5짜는 충분히 될 듯한 씨알. 드디어 녀석은 수면에 떠올랐고 갯바위 아래로 내려간 김영문씨가 안전하게 녀석을 뜰채에 담고서는 환호했다. 5짜 감성돔이었다. 철수하는데 상깡여에서는 중형급 참돔이 마릿수로 낚였고, 농여를 비롯해 간출여의 조황이 돋보였다. 안양의 강선문씨는 외도 마당바위에서 감성돔 5마리를 낚아 배에 올랐다.

▲동틀 무렵 출항하는 해성호에 낚시꾼들이 오르고 있다.

▲“태도 감생이 씨알 좋지요?” 11월 19일 상태도 본섬 선돌 밑에 내렸던 울산꾼들이 50cm 전후의 씨알을 자랑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광우, 이성우, 권증현씨. 모두 썰물에 낚였다고.

날마다 민박집에선 푸짐한 회 파티

둘째 날 취재팀은 외도 북서쪽에 떨어져 있는 작은닻거리에 내렸다. 어제보다 물색이 맑고 조류가 가지 않는다. 아침 9시경 김영문씨가 한 마리 걸었으나 터트리고 말았다. 10분쯤 지나자 해녀를 태운 어선이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해녀들이 풍덩풍덩 뛰어들기 시작했다. 저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점심 때 도시락을 가지고 온 배에 올라 돌아보니 국흘도 남쪽 ‘떨어진개’가 비어 있다. 어제까지 꾸준하게 감성돔이 낚이던 자리다. 들물, 썰물 다 되는데 썰물에 굵은 씨알이 낚이는 자리란다.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썰물로 바뀌어 먼 바다로 쏘기 시작했다. 김재식 사장과 나는 지류를 공략했고 김영문씨는 2호 막대찌 채비로 바꿔 썰물 본류에 태워 흘렸다. 1시간 쯤 열심히 밑밥질을 하던 김영문씨가 “왔다”하며 소리를 쳤다. 낚싯대가 한없이 휘어졌고 실랑이를 벌이는데 순간 낚싯대가 힘없이 하늘로 치솟았다. 재빨리 크릴을 꿰어 또 흘렸다. 같은 지점에서 연이은 입질, 그러나 이번에도 또 터트렸다. “100m 정도 흘려 입질을 받았는데 도무지 끌려오지 않는 힘을 보아 참돔이 분명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 뒤에 또 입질을 받았으나 야속하게도 기대에 못 미치는 35cm 감성돔이 낚였다.
철수하는 길에 보니 슬픈여와 제립여에 내렸던 꾼들이 45~50cm급으로 4~5마리씩 가지고 배에 올랐다. 내가 촬영을 하려고 하자 “에이, 이것은 조황도 아니예요”하며 한사코 촬영을 거부했다. 이곳에서는 도대체 얼마나 많이 낚아야 할까?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날은 본섬 조황도 탁월했다. 서울 수바사 회원 이용성씨는 선돌 밑에서 7마리의 감성돔을 낚았으며 그 옆에 내렸던 울산꾼들도 48cm급 세 마리를 낚았다. 들물 포인트인 슬픈여를 제외하고는 모두 오후 썰물에 낚였다.
어제에 이어 이날도 민박집에선 푸짐한 회 파티가 벌어졌다. 안양의 강선문씨가 옛날 횟집 하던 실력을 발휘해 푸짐하게 회를 떴고 민박집에 있던 소주가 바닥을 드러냈다. 태도는 소주나 담배를 파는 가게가 없어 육지에서 사들고 가야 한다.
11월 20일, 대다수 사람들이 육지로 철수하는 날. 오전엔 어제와 같은 불꽃 조황은 없었다. 사리 때인데도 물색이 어제보다 더 맑아진 것 같았다. 슬픈여와 갈민여에서는 여전히 낚싯대가 휘어지는 게 목격되었지만 김명규 선장의 손님이라 촬영하지 못했다.
12월 8일 송철희 선장과 통화를 했다. 12월 초순까지 전역에서 꾸준한 조황이 이어졌으며 씨알도 많이 굵어졌다고 했다. 천안 아가미피싱클럽 팀은 “슬픈여에서 57cm를 낚는 등 하루에 5짜 감성돔 4마리를 낚기도 했는데 주의보가 내려 나흘째 출조를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태도에 초등감성돔이 빨리 붙는 이유 - 태도군도는 전반적으로 수심이 얕아서 북서계절풍에 파도가 일면 물색이 빨리 흐려지기 때문에 탁수를 좋아하는 감성돔이 다른 원도보다 빨리 붙는다. 그렇지만 이렇게 탁한 물색은 도리어 후반시즌에 가면 악조건이 되는데, 물색이 흐려지는 한겨울로 갈수록 사리 때면 물색이 쉽게 탁해지고 수시로 뻘물이 들어차 자연히 수온도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도군도를 찾을 때는 초반전에는 사리물때에, 후반전에는 조금물때에 찾아가야 좋은 조황을 기대할 수 있다. 태도 감성돔은 12월 말까지 피크시즌이다.

▒ 취재협조 부평 서진낚시(032-503-4371), 상태도 해성호(061-275-9846)
▒ 출항문의 목포 신안낚시(061-282-7041), 만재피싱(061-285-9820)

하태도도 터졌다!

하태도 역시 상태도와 동시에 개막했다. 하태도 하나호 박상두 선장은 “11월 중순부터 매일 20~30명씩 상주하며 연등여와 장언여를 중심으로 마릿수 조과를 터트리고 있는데 평균씨알은 크지 않지만 마릿수 면에서는 오히려 나은 편이다. 11월 하순에는 5짜급도 비쳐 수원에서 온 낚시인은 5짜만 네 마리를 낚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의 정재성씨가 11월 21일 연등여 맞은편에서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정씨는 이날 48~57cm 4마리를 낚았다.

↗ 하태도 입성 첫날인 20일 조과를 자랑하는 김선구(좌,푸른파도 총무), 심관택씨.

기자가 상태도에 있던 11월 20~21일 하태도 박상두 선장 집에는 30명 넘게 낚시인이 들어왔는데 20일 토요일은 남서쪽 갯바위 전역에서 90% 이상이 2~4마리씩 올리는 풍작을 맛봤다고 인터넷바다낚시동호회인 푸른파도 황승욱 회장이 알려왔다. 푸른파도 회원 중 정재성 회원은 21일 연등 마주보는 본섬 직벽에 내려 56, 54, 50, 48cm 네 마리를 낚았으며 전날인 20일에는 삼밭밑에 내려 40cm급 세 마리를 낚았다며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내왔다.
하태도는 부속섬이 적어 본섬 위주로 낚시터가 형성되어 있고, 상태도는 국흘도, 외도, 달래섬, 슬픈여 등 부속섬 주변의 여치기 낚시가 주류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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