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기대주
태풍 뒤 논산 탑정지가 살아났다
병암리권 장마 이후 두 달 동안 월척 배출 중
김경준 트사모 운영자
두 달 전 첫 장마 때 논산에 사는 후배가 탑정지(논산지)에서 10마리가 넘는 붕어를 낚았다며 자랑했다. 그 후 탑정지 병암리권에서는 꾸준하게 월척붕어를 쏟아내고 있다고 했다. 낭보를 전해온 사람은 논산에 있는 후배 이요한군이다.
▲ 탑정지 우안 상류 병암리권 보경가든 앞쪽에 자리한 이요한씨가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지난 9월, 나는 1년간의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논산으로 내려왔다. 오자마자 탑정지로 달려갔다. 서울에 살던 1년간 손맛을 거의 굶다시피 하였는데, 이번 기회에 탑정지에서 1년간 굶주린 손맛을 맘껏 맛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병암리권은 몰려든 낚시인들 때문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후배는 동산리권으로 가자고 했다. 동산리권은 낚시인이 많지 않아 한적한 편이었다. 그러나 사람이 적은 이유가 다 있었다. 이날 밤 나는 8치 붕어 한 마리와 40cm 메기 한 마리로 만족해야만 했다. 오랜만에 찾은 탑정지에서 너무도 실망스러운 조과였다.
낚시인 너무 많아 빈자리 잡기가 힘들어
하루를 쉬고 다음 날 다시 후배와 함께 병암리권으로 향했다. 이날도 많은 낚시인들이 앉아 있었지만 우리는 보경가든 앞쪽에 겨우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낚싯대를 편 뒤 잠시 주변 낚시인들의 조황을 살펴보았다. 한 조사는 밤낚시에 지렁이 미끼로 34cm와 35cm짜리 붕어를 낚아놓고 있었고, 섬으로 들어가는 자갈밭 포인트에서는 아침에 37cm 붕어가 떡밥미끼에 낚이는 등 전반적으로 마릿수는 적었지만 씨알은 좋은 편이었다. 조황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우리의 기대감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후배는 “보경가든 앞쪽보다 자갈밭 포인트에서 많은 월척이 쏟아지고 있는데, 낚시인들이 바통터치를 하는 등 자리가 비질 않아 낚시할 기회가 없다”며 푸념했다.
해가 지기 전 떡밥미끼를 사용하던 후배 이요한이 먼저 입질을 받았다. 32cm 월척붕어였다. 필자는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다행히 뜰채에 담기는 리얼한 모습까지 자세히 사진에 담을 수가 있었다.
사진을 다 찍고 내 자리에 가보니 헉! 이럴 수가. 제일 멀리 던져 놓은 4칸 대에서 입질을 한 흔적이 보인 것이다. 도망간 붕어는 다시 오겠지 맘을 먹고 낚시에 열중하였다. 하지만 전날 밤 꼬박 새웠고 이사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더니 피곤이 밀려와 눈꺼풀은 천근만근, 도저히 낚시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잠시 눈을 붙이기 위해 텐트에 들어갔으나 눈을 떠보니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다.
그때 비슷한 시각에 일어난 후배가 낚싯대가 없어졌다며 난리를 쳤다. 필자의 자리에도 입질의 흔적이 있었다. 잠시 후 낚싯대 찾는 걸 포기한 후배가 또 지렁이미끼로 31cm 붕어를 낚았다. “아우님, 나랑 탑정은 뭐가 안 맞나봐. 자네에게만 나오네 그려.”
나오는 길에 섬으로 들어가는 자갈밭 포인트에 다시 가보니 곳곳에서 씨알 굵은 붕어들을 낚아놓고 있었다. “우리도 이곳에 앉았어야 돼”하며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낮에는 떡밥이 잘 듣고, 밤에는 지렁이가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논산을 대표하는 탑정지를 많은 낚시인들이 찾아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쓰레기 문제다. 관리인이 없어지고 무료낚시터가 되면서 많은 쓰레기들이 쌓이고 있다. 이곳을 찾는 낚시인들이 스스로 되가져가는 성숙한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 부경가든 앞에서 낚은 월척붕어를 보여주고 있는 이요한씨.
▲ 섬과 연결해 놓은 비포장길 입구의 둑방 자갈밭 포인트. 이곳의 조황이 제일 좋았다
▲ 보경가든 앞에서 낚은 35cm 붕어를 자랑하는 논산 낚시인.
▲ 수초 형성이 잘된 자갈밭 포인트.
오름수위에는 월척이 마릿수로 낚이기도
탑정지는 상류에서 하류까지 직선으로 4.54km이며 만수면적이 152만평에 달하는 충남에서 예당지 다음으로 큰 저수지다. 그러나 큰 규모에 비해 예당지처럼 붕어낚시 포인트가 많지 않은 게 흠이다.
대표적인 곳이 병암리권, 산노리권, 동산리권으로 우리가 낚시를 했던 병암리권이 현재 조황이 제일 좋아 많은 낚시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자갈밭포인트, 포도밭 앞, 둑방포인트, 보경가든 앞쪽이 기대할 만하며 포도밭 포인트는 만수일 경우 개인좌대가 없으면 낚시가 불가능하다.
산노리권은 올 봄부터 공사 중이라 찾는 낚시인들이 많지 않다. 갈수기 때는 낚시 가능하지만 만수일 때는 앉을 포인트가 없다. 동산리권은 전반적으로 씨알이 잔편이다.
탑정지의 매력은 마릿수는 적어도 낚이면 대부분 월척 이상으로 4짜급 붕어도 곧잘 낚인다는 것이다. 특히 큰 비가 내린 뒤 오름수위 때는 한 번씩 마릿수 조과도 가능하다. 이때는 월척으로만 한 자리에서 10마리 이상 낚은 낚시인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올해도 7월 중순경 큰 비가 내린 뒤부터 곳곳에서 반짝 조황을 보이고 있으며 병암리권은 두 달 동안 꾸준하게 월척붕어를 배출해내고 있어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가는 길
①대전에서 진입할 경우 - 논산 방면 4번 국도를 타고 기다 개태사검문소를 지나 5분 정도 더 가면 연산네거리다. 이곳에서 좌회전한 뒤 4.5km 정도 가면 신흥 사거리. 논산천 다리를 지나면 병암리권으로 보경가든이 보인다.
②서울에서 갈 경우 - 논산 천안간 고속도로 서논산IC에서 나와 4번 국도를 타고 대전 방면으로 진행하면 연산네거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우회전한 뒤 ①번 가는 길과 똑같이 가면 병암리권에 진입할 수 있다.
▒취재협조 논산 로얄낚시 041-735-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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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정지 낚시여건 및 미끼 운용술
탑정지에서 낚시를 하다 보면 잡어 성화에 애를 먹는다. 블루길과 살치가 많고 지렁이 미끼에 종종 배스와 메기도 달려든다. 낮에는 신장떡밥과 콩가루를 7:3 비율로 섞어 물을 조금 넣어서 단단하게 건탄식으로 제조해 사용하면 어느 정도 성화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밤이 깊어지면 떡밥을 계속 써도 되지만 지렁이를 같이 병행해서 쓰는 게 효과적이다. 특히 수초가 많은 곳에서는 짝밥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어분을 섞는다면 엄청난 크기의 잉어가 입질할 수가 있으니 조심할 것. 가을이 깊어가면서 수온이 떨어지면 살치와 블루길 성화가 현저히 줄어든다. 그때는 지렁이 미끼를 써도 되지만 배스의 공격은 어느 정도 각오를 해야 한다.
탑정지는 입질을 받으면 거의 월척이 넘는 붕어가 낚이므로 채비를 튼튼하게 쓰는 것이 좋다. 필자는 원줄 4호에 감성돔 3~4호 외바늘을 주로 사용한다. 찌의 움직임은 대개 전형적인 붕어 입질이나 큰 붕어는 2단 입질로 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두 마디 정도 올렸다가 잠시 멈칫한 뒤 다시 쭈욱 올리는 입질 패턴은 대물이라 보면 틀림없다.
올해 탑정지 상황
올해 탑정지의 가장 큰 변화는 작년까지 징수하던 청소비(3000원)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것. 논산시와 계약이 종료되어 6월 22일부터 무료터로 바뀌었고 좌대 역시 철수했다. 재계약을 할지는 아직 미지수. 청소비가 없어지면서 탑정지를 찾는 낚시인들이 확실히 많아지고 있다.
탑정지는 도 아니면 모라는 속설이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유독 심한 가뭄으로 장마철 이전까지 배스낚시인들 외에는 찾는 낚시인들이 없었지만 늦여름 폭우로 만수위를 기록하자 붕어 조황이 살아나면서 많은 낚시인들이 탑정지를 찾아 손맛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