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강낚시터 공개
금산 봉황천 명암리보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 취재일 월척붕어가 낚였던 중류 연안. 부들에 채비를 붙여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폭염, 태풍, 폭우로 이어지는 악천후 속에서 귀가 솔깃한 조황 소식이 없어 이리저리 안테나를 돌리던 중 금산 대어낚시 오광석 사장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여기는 7월부터 붕어가 쏟아진 곳이 있었는데, 진작 전화를 주시지 않고요.”
이게 웬 희소식?
“비만 오면 붕어가 쏟아지는 보낚시터가 하나 있습니다. 모레 또 비가 온다니까 비 온 뒤에 내려오시면 붕어는 실컷 찍을 수 있을 겁니다. 8월 초에는 금산 현지민 김대영씨가 52cm까지 낚았습니다.”
평소에도 20~28cm 붕어 마릿수 조황
명암리보는 금산군 남이면 상금리에서 발원하여 금산읍 외곽을 지나 최종 금강으로 합류하는 봉황천 최하류에 위치해 있다. 명암리보 바로 옆 2.5km 거리에 금강이 있어서 큰 비가 내려 물이 범람하면 금강고기가 제일 먼저 명암리보로 올라붙는다고 한다. 보 상류에는 부들밭이 넓게 펼쳐져 있어 붕어들의 훌륭한 서식처 역할을 한다고.
현지에서 만난 한연길 FTV 통신원은 “봉황천에는 여러 개의 보가 있다. 대부분 붕어낚시를 할 수 있는 곳들인데, 그중 명암리보 조황이 제일 좋다”며 “올해도 5월부터 붕어가 낚이기 시작해 장마 직전까지도 20에서 28cm급이 꾸준하게 낚였는데, 조황이 좋을 때는 한 사람이 삼사십마리씩 예사로 낚는다. 그러다 장마기에 들어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7월 중순경 첫 큰비가 내린 뒤에는 준척과 월척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때는 준척과 월척으로 살림망을 채우는 일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나는데 중간 중간 4짜급도 섞여 낚인다”고 말했다. 대어낚시 오광석 사장은 “올 여름의 호황이 특별한 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매년 여름철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럼 왜 아직까지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았을까?
“명암리보를 찾는 단골들은 금산 현지민 혹은 이웃해 있는 대전 낚시인들이 대부분이다. 앉을 수 있는 자리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큰 조황이 나와도 인터넷이나 카페에 조황을 올리지 않아 오랫동안 지켜져 왔던 것이다. 그런데 올 초여름 김태우씨가 FTV 촬영차 명암리보를 다녀간 뒤부터는 외지꾼들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고 오광석 사장은 말했다.
▲ 인천낚시인 전태성씨의 밤낚시 조과.
◀ “와, 손맛 좋은데요.” 신종관씨가 동틀 무렵에 아홉치 붕어를 낚아들고.
▲ 김해관씨가 먼 곳에 있는 수초를 공략하기 위해 긴 대 위주로 낚싯대 편성을 했다.
▲ 명암리보의 노른자위 포인트. 건너편 갈대수초에 채비를 붙여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한 사람이 47, 46, 43cm 낚기도
8월 25일에는 두 번째 호황이 펼쳐졌다. 이틀 전인 목요일 밤부터 금요일 저녁까지 50mm가 넘는 비가 내렸는데, 토요일 오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명암리보를 찾은 대부분의 낚시인들이 손맛을 만끽했다. 씨알은 25~30cm가 주종으로 낚였지만 34~37cm급도 섞여 낚였는데, 적게는 10여수, 많게는 30수 이상 낚은 사람도 많았다고. 왼쪽 수로 중간쯤에 앉은 한 대전 낚시인은 47, 46, 43cm를 낚아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8월 21일 오전 11시경, 나는 인천낚시연합회 전태성, 김해관, 신종관씨를 취재팀으로 구성해 금산으로 향했다. 약 2시간 30분 후에 금산 대어낚시에 도착했고, FTV 통신원 한연길씨의 가이드로 명암리보를 찾았다. 붕어가 쏟아졌다는 말에 현장에는 많은 낚시인들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10명이 채 안 된 인원이 앉아 있다. 알고 보니 폭발적인 조황은 하루 만에 끝났고, 다음날부터는 물색이 다시 맑아져 조황도 점차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명암리보를 돌아보니 부들이 발달해 있는 수로(그림①)가 한눈에도 최고 포인트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역시나 한연길씨는 그동안 이 수로의 조황이 제일 좋았다고 했다. 수로 맞은편 부들에 채비를 붙이면 입질이 오는데, 상류 쪽은 협소해 짧은 대로도 맞은편에 찌를 세울 수 있었고, 하류 쪽으로 갈수록 차츰 넓어져 긴 대가 필요했다. 5짜 붕어도 이 수로에서 낚였다고 했다. 그러나 수심이 얕아 물색이 맑으면 불리한 여건이었다. 이날 역시 군데군데 희끗희끗 바닥이 보인 곳이 많아 이곳을 피해 낚시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취재팀은 빈자리를 찾아 그림②와 ③ 포인트에 자리를 잡고 낚싯대를 폈다. 이 자리는 제법 먼 곳까지 군데군데 말풀이 올라와 있었는데, 비가 온 뒤 물색이 흐릴 경우 짧은 대에서도 입질이 오지만 평소에는 긴 대를 펴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고 한연길씨는 말했다. 우리는 나란히 앉아 긴 대 위주로 8~10대씩 폈다. 수심은 1~1.5m가량 나왔다. 수로는 물 흐름이 없었지만 우리가 앉은 본류권은 물 흐름이 있어 채비를 무겁게 만들어 낚시를 해야 했다.
▲ 금산 대어낚시 회원 임훈배씨가 7~9치급 붕어가 담긴 자신의 살림망을 보여주고 있다.
◀ 새벽 2시부터 4시 사이에 소나기 입질을 받았던 전태성씨.
새벽 2시, 이슬비 속에서 두 시간 동안 입질세례
‘비 온 뒤 물색이 흐릴 땐 낮에도 입질이 잦지만 오늘같이 물색이 맑아졌을 때는 해거름이 되어야 입질이 온다’ 는 한연길씨의 말에 우리는 일찌감치 저녁밥을 챙겨먹고 제 자리로 돌아왔다. 어둠이 내리기 전 빈자리는 모두 낚시인들로 다 채워졌다. 보 건너편은 수심이 얕아 평소에는 낚시가 힘들지만 비가 내린 뒤에는 낚시가 가능하다고 했다.
명암리보에서 제일 많이 사용하는 미끼는 지렁이다. 현지꾼들은 감성돔 5~6호 바늘에 지렁이를 더 이상 꿸 수 없을 정도로 꿰어 사용했는데, 김태우씨가 글루텐으로 마릿수 조과를 올린 뒤부터는 글루텐을 사용하는 낚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연길씨는 확실히 지렁이 미끼에 굵은 씨알들이 붙는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취재팀은 글루텐, 떡밥, 지렁이, 옥수수 등 여러 가지 미끼를 사용해 붕어를 노렸다. 그러나 이날 밤엔 살치 같은 잡어들의 성화가 너무 심해 지렁이는 넣기 무섭게 뺏겼고, 옥수수는 말뚝이었다. 새벽 1시쯤 야식을 먹고 난 뒤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새벽 두시가 넘어서자 잡어 성화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붕어가 들어온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취재팀 중 김해관씨가 첫 입질을 받았다. 9치급의 준수한 씨알의 붕어였다. 그는 지렁이를 사용하다 잡어 성화가 심해 외바늘에 글루텐을 달아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도 말풀을 끼고 낚시를 했던 ②, ③번 자리에서는 연이어 붕어가 낚이기 시작했고, 전태성씨는 동틀 무렵, 지렁이 미끼로 34cm 붕어를 낚아 진한 손맛을 만끽했다. 역시 긴 대를 펼쳤던 꾼들이 잦은 입질을 받았으며 씨알도 굵은 편이었다. 비는 아침 8시가 되어서야 잦아들었다. 비가 그치자 다문다문 낚이던 붕어도 거짓말같이 끊어졌다.
마감이 한창인 9월 7일 한연길씨와 통화를 했다. 명암리보는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 그 여파로 수초가 엉망이 되었고, 물색도 아직 가라앉지 않아 찾는 낚시인들이 없다. 대신 수심이 깊어 피해가 덜한 나천보를 많이 찾고 있는데, 조황이 좋다고 말했다. 물색만 돌아오면 명암리보도 예전의 조과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명암리보 붕어 시즌은 10월 말까지 이어진다.
▒ 가는 길 금산읍에서 갈 경우 금산IC 방면으로 가다 창평교차로에서 ‘부리, 적벽강’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한 뒤 다리를 건넌 다음 좌회전, 봉황천을 좌측에 두고 연안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명암리보 상류에 닿는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타고 갈 경우 금산IC에서 내려 제원면소재지를 지나 제원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하면 명암리보가 보인다.
▒ 취재협조 금산 대어낚시 041-754-0051, 010-9894-6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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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천의 다른 보들은?
명암리보가 위치한 봉황천은 충청남도 금산군의 남이면 상금리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내리면서 역평천, 신정천, 보석천, 관천과 금산천과 차례로 합류한 뒤 제원면 명암리에서 기사천과 만나 대산리에서 금강에 최종 유입되는 30여 킬로미터 되는 하천이다. 명암리보는 봉황천 제일 하류에 위치해 있다.
봉황천에는 명암리보 외에도 상류로 가면서 많은 보가 설치되어 있는데, 나천보, 신대보, 황풍리보 등이 봉황천의 대표적인 붕어낚시터다. 모두 규모는 비슷하다. 5월 초면 붕어가 낚이기 시작해 10월 말까지 시즌이 이어진다. 나천보는 수심이 제일 깊은 관계로 제일 먼저 붕어가 낚이고 제일 늦게까지 낚이는 곳이다. 신대보는 규모는 비슷하지만 앉을 자리가 적은 게 흠이다. 참고로 황풍리보 위쪽 상동리 앞 보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낚시를 금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