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상승일로

벵에돔 천국, 홍도의 선상파티

홍도 하면 부시리? 벌써 옛날 말이다. 지금 통영 홍도는 5짜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 낚시터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 홍도 상투바위 아래에 닻을 내린 후 벵에돔을 노리고 있는 거제 피싱코리아 회원들. 홍도는 4짜, 5짜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을 낚을 수 있는 섬이며 낚싯배에서 벵에돔을 노릴 뿐 낚시방법은 갯바위에서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경남 거제도에서 남동쪽으로 50km 지점에 위치한 통영 홍도는 괭이갈매기의 집단서식지로 82년에 천연기념물 335호로 지정되었고 지난 2000년부터는 일반인의 상륙을 일체 금지하고 있다. 상륙이 금지되기 전에는 갯바위에 내려 벤자리, 벵에돔, 돌돔, 참돔, 볼락을 엄청나게 낚아냈는데, 특히 여름철 벤자리 야간낚시와 대형 벵에돔, 볼락낚시가 인기 있었다. 갯바위 상륙이 금지된 뒤에는 선상낚시만 가능한 상태다.
한때 홍도 선상낚시는 부시리와 열기가 인기 상품으로 떠올랐으나 사실 홍도의 진짜 주인은 벵에돔과 벤자리다. 경상도에서 벵에돔낚시가 아직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던 90년대에도 홍도에는 대형 벵에돔을 노리고 출조하는 낚시인들이 꽤 많았다. 특히 40cm가 넘는 긴꼬리벵에돔과 50cm가 넘는 벤자리는 오직 홍도에서만 낚을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벵에돔 마니아들의 성지로 여겨지기도 했다. 완도 여서도가 대형 벵에돔터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과 거의 비슷한 시기의 일이다. 더불어 돌돔 민장대낚시도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 “부시리 속에서 겨우 한 마리 건졌습니다.” 이계원씨가 32cm 긴꼬리벵에돔을 낚았다.

홍도에서 대형 긴꼬리벵에돔과 벤자리, 돌돔이 많이 낚이는 이유는 쿠로시오 난류의 직접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2월~1월에도 대형 벵에돔과 부시리를 만날 수 있다.
상륙이 금지된 후에도 거제와 부산 경남의 낚시인들은 일명 ‘도둑낚시’라고 해서 몰래 갯바위에 하선하기도 했는데, 보통 5월에 돌돔, 벵에돔, 부시리 시즌을 시작해 1월 중순까지 호황을 이어갔다. 그런데 도둑낚시는 오래가지 못했다. 해경의 단속이 심했고 그보다 낚싯배들 간의 신고로 인해 출조가 힘들었다. 그러나 도둑낚시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낚시인들이 홍도의 대형 벵에돔과 돌돔을 포기할리 없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바로 벵에돔 배낚시다.

▲ 거제 피싱코리아 회원들이 거제 둔덕면의 술역리 포구에서 해원호에 오르고 있다. 출항 시각은 오전 10시.

갯바위에 바짝 붙어서 하는 벵에돔 배낚시

벵에돔 배낚시는 낚싯배를 갯바위에 아주 가까이 붙여 본류 대신 갯바위 주변으로 흐르는 지류를 노리는 방법이다. 포인트도 다르다. 부시리는 조류가 거세고 급심인 홍도의 서쪽에 포인트가 형성되지만 벵에돔 낚시는 수심이 얕고 조류 소통이 완만한 북쪽과 동쪽에서 주로 이뤄진다.
벵에돔 배낚시는 3~4년 전부터 거제 낚시인들이 즐겨왔다. 본류대에서 낚이는 부시리와 달리 갯바위 가장자리에서 낚이는 벵에돔과 돌돔을 노리고 시도해 성공을 거둔 것이 시초가 되었다. 하지만 벵에돔 배낚시를 시작한 초기에는 큰 실속이 없다는 이유로 소수만 즐기다가 해가 갈수록 벵에돔 배낚시의 인기가 점점 상승했다. 그러다 최근에 4짜, 5짜 긴꼬리벵에돔이 자주 출몰했고 그것이 화두가 되면서 지금은 거제 낚시인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벵에돔 배낚시를 찾는 낚시인들이 늘어가고 있다.

▲ 뱃전에서 홍도를 바라보는 회원들.

갯바위로 받히는 강한 썰물에 긴꼬리 입질

나는 벵에돔 마니아인 윤용우(레토피아 과장, 부산 OK피싱)씨를 통해 홍도 벵에돔 배낚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5짜 긴꼬리벵에돔이 나온다는 말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7월 31일 오전 9시에 거제 고현에 있는 피싱코리아에 도착해 밑밥과 소품들을 챙겼다. 밑밥은 벵에돔 집어제를 섞은 것으로 갯바위에서 쓰는 것과 같다. 밑밥은 개인적으로 준비해 나갔다. 배는 둔덕면의 술역리 포구에서 해원호를 탔다.
약 1시간을 달려 홍도에 도착했다. 북쪽 끝에 해당하는 넙적바위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 주변에는 이미 두 척의 낚싯배가 자리 잡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동쪽으로 내려갔다. 우선 동쪽 동굴 주변에서 루어로 농어를 노려보았다. 7월 중순까지 미터급 농어가 여러 마리 낚여 재미를 보았다고 했지만, 이날은 농어가 낚이지 않았다.
해원호는 상투바위 아래에 낚싯배를 고정했다. 닻을 놓은 후 갯바위에 가까운 지점으로 배를 접근시켜 갯바위에 밧줄을 묶어서 낚싯배를 양쪽으로 고정했다. 이제는 조류가 흐르는 방향으로 채비를 흘리기만 하면 되었다. 1호나 1.5호 낚싯대에 원줄은 2~2.5호, 제로찌나 제로제로찌로 전유동 채비를 하고 목줄은 1.75~3호를 사용했다. 목줄에 G2봉돌을 달아주고 바늘은 긴꼬리벵에돔 7~9호를 서용했다. 원줄과 목줄을 묶을 땐 매듭 대신 도래를 사용했다. 큰 벵에돔이 물면 직결매듭은 잘 터진다고 했다.

▲ 김남복씨가 부시리를 랜딩하고 있다. 부시리는 낮부터 배 주위에서 보일링을 할 정도로 양이 많았다

함께 출조한 거제 피싱코리아 최진석 사장은 “긴꼬리벵에돔은 썰물이 흐를 때가 찬스다. 썰물이 강하게 내려가면 먼바다 쪽에서 상투바위 쪽으로 강하게 밀려들어오는 조류가 생기는데, 그 조류가 상투바위 쪽으로 밀어붙일 때 긴꼬리벵에돔이 입질한다. 평범한 조류엔 돌돔이나 부시리가 입질한다”고 말했다.
도착할 땐 중들물이 흐르고 있었다. 채비를 던지니 손바닥만 한 돌돔이 입질했고, 갯바위 가장자리에서 30cm 벵에돔이 입질했다. 큰 무늬오징어가 돌아다니는 것도 보였지만 에기를 던져봐도 반응하지 않았다.

▲ 살림망에 담긴 25cm급 뺀찌와 벵에돔.

8~9월엔 야간선상 출항

뺀찌와 벵에돔을 낚는 재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씨알은 크지 않아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김정씨와 최진석 사장이 낚은 뺀찌를 모아 물회를 만들어 점심을 제공했다. 낮엔 덥고 고기가 잘 물지 않기 때문에 선상에서 푸짐한 점심을 즐긴다.
점심을 먹은 후 오후 3시경이 되자 썰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상투바위 주변에서 큰 보일링이 일기 시작했는데, 50~60cm 부시리가 베이트피시를 쫓고 있었다. 채비를 흘리니 부시리가 입질했다. 윤용우씨는 “부시리가 붙으면 벵에돔을 노리기 힘들다. 밑밥을 뿌려도 벵에돔이 잘 뜨지 않고 부시리가 먼저 미끼를 물기 때문에 벵에돔이 입질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 “뺀찌라고 하기엔 너무 큰데요?” 벵에돔을 노리다 35cm가 넘는 돌돔을 낚은 정근영씨. 벵에돔 낚시 도중 큰 돌돔이 걸려나오는 일이 자주 있다고 한다.

50~60cm 부시리는 엄청나게 입질했다. 가는 채비에 부시리가 물기 때문에 제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부시리를 낚기 싫어서 일부러 채비를 터뜨리기도 했다. 그런 틈에 운 좋게 30cm 긴꼬리벵에돔을 낚은 낚시인도 있지만 기대한 5짜 긴꼬리벵에돔은 낚을 수 없었다. 최진석 사장은 “본격적으로 알부시리가 붙기 시작하면 낮에는 긴꼬리벵에돔을 낚기 어렵다. 오늘은 알부시리가 그리 많지 않아 벵에돔 얼굴을 볼 수 있지만 알부시리가 많으면 채비를 내리기 무섭게 미끼를 물기 때문에 벵에돔을 노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긴꼬리벵에돔의 시즌은 끝난 것일까? 아니다. 지금부터는 야간 벵에돔낚시를 해야 한다. 벵에돔 마니아들은 부시리가 설치지 않는 밤에 출항해 벵에돔, 돌돔, 돗벤자리, 대형 전갱이 등을 낚는다. 이른바 지금부터 홍도 야간선상낚시 시즌이 열리는 것이다. 밤에도 큰 긴꼬리벵에돔이 물고 덤으로 돗벤자리와 대형 전갱이도 낚는다.
윤용우씨는 “지금부터는 낮엔 부시리가 설치니 밤을 노릴 때다. 팔구월은 홍도의 수온이 최고로 올라갈 시긴데, 밤에 대형 긴꼬리벵에돔과 돗벤자리, 전갱이를 낚는 재미가 아주 좋다”고 말했다.
▒ 출조문의 거제 피싱코리아 010-2566-8773, fishing123.co.kr

홍도 출조 비용은?

홍도 배낚시 출조는 5명의 낚시인이 모여 낚싯배 한 척을 전세 내어 나간다. 뱃삯은 왕복 50만원으로 1인 10만원선이다. 6명이든 7명이든 50만원만 내면 출조가 되지만 좁은 배 위에서 여유 있게 낚시하려면 5명이 좋다. 4인이나 5인 1조로 예약 출조하는 것이 좋으며 개인 출조를 하고 싶다면 거제 피싱코리아와 같은 현지 출조점에 문의해 자리가 있는지 물어본 후 예약해야 한다. 밑밥 가격은 별도다.

▲ “드시고 힘들 내세요.” 거제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정씨의 수고로 취재 당일엔 선상에서 시원한 물회를 즐길 수 있었다. 무더위에 체력소모가 많고 오후엔 입질이 뜸하기 때문에 점심은 푸짐하게 먹는다고 한다.

▲ 48cm 긴꼬리벵에돔을 낚은 김남복씨. 부시리가 끓기 전에는 이런 사이즈로 한두 마리씩은 꼭 낚아냈다고 한다.

▲ 7월 29일 홍도로 출조한 박삼주씨는 5짜 긴꼬리벵에돔을 두 마리나 낚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