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동부 희소식

거제 안경섬에 4짜급 긴꼬리벵에돔이 설친다!

북여도는 등대 앞, 남여도는 호텔자리·낮은자리가 최고의 포인트

ㅣ김진현 기자 kjh@darakwon.co.krㅣ

“제주도나 일본까지 가지 않더라도 대형 긴꼬리벵에돔을 만날 수 있다”고 머모피조구 필드테스터 박지태(KPFA 창원지부)씨가 자랑스레 말했다. 박씨는 7월 25일 통화에서 “어제 거제 안경섬으로 출조해서 삼십 센티 넘는 긴꼬리벵에돔을 서른 마리쯤 낚았다. 작년에는 50cm가 넘는 긴꼬리벵에돔이 6마리나 낚였다”고 했다.

▲ 4짜급 긴꼬리벵에돔이 출현해 이슈가 되고 있는 거제 안경섬의 남여도 호텔자리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낚시인이 서 있는 우측이 남여도 낮은자리, 좌측이 떨어진여이다. 들썰물에 관계없이 물골로 강한 조류가 흐를 때 긴꼬리벵에돔이 낚인다. 

박지태씨의 전화를 받은 지 나흘 후인 7월 28일 박지태, 손진철(거제 바다낚시 대표), 진승준(KPFA 순천지부장)씨와 함께 거제 안경섬으로 긴꼬리벵에돔 출조를 나섰다.
남해동부의 긴꼬리벵에돔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려왔다. 남해동부 먼바다에 있는 국도, 좌사리도, 갈도, 안경섬에서는 40cm가 넘는 긴꼬리벵에돔이 출현했다는 소문이 숱하게 들려왔고 작년에는 인터넷 게시판에 대형 긴꼬리벵에돔이 줄지어 누워있는 사진이 올라와 현지 낚시인들 사이에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무성한 소문에 비해 긴꼬리벵에돔의 실체가 시원하게 드러난 적은 별로 없다.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면 소문과는 달리 20~30cm 잔챙이 긴꼬리벵에돔이 낚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꽝을 치기 일쑤였다. 꽝을 치는 이유는 다양했다. 수온이 갑작스럽게 달라졌거나 날씨가 나쁘거나 바람이 불거나….
그렇다보니 남해동부의 대형 긴꼬리벵에돔은 운 좋은 사람에게 가끔 낚이는 귀한 고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어제 안경섬에서 긴꼬리벵에돔 어군을 만났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부랴부랴 거제도로 내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 손진철씨가 발밑에 밑밥을 뿌리고 채비를 던져 넣고 있다. 긴꼬리벵에돔은 발밑에서 입질하며 밑밥도 멀리 떠내려가지 않도록 발밑에 뿌린다.
◀ 남여도 갯바위에 붙어 자라는 보석말미잘. 환경에 따라 보라색, 형광색, 초록색등 다양한 색을 띠는 보석말미잘은 쿠로시오 난류가 받히는 제주도와 남해동부 먼바다의 섬에서 볼 수 있다.

▲ 북여도(우)와 남여도. 자그마한 돌섬이지만 여름에 벵에돔, 돌돔, 부시리, 참돔, 무늬오징어 등 다양한 어종이 낚여 낚시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안경섬은 쿠로시오 난류의 직접 영향권

오전 9시 지세포에 있는 거제 바다낚시에 모여 해림호를 타고 안경섬으로 나갔다. 안경섬은 지세포에서 30km 정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출항하는 낚싯배가 없으며, 출조 낚시인의 수가 맞아서 뱃삯이 채워져야 출항한다. 뱃삯이 적어도 30만원은 맞추어져야 출항하는데, 6명의 낚시인이 1인 5만원씩 내면 출조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10명이 탄다고 해서 뱃삯이 3만원이 되지는 않는다. 뱃삯은 1인 5만원이며 30만원을 기준해 출항 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취재날은 해림호의 손님과 거제 바다낚시의 손님이 맞춰져 제때 출항할 수 있었다.  
낚싯배로 약 1시간 걸려 안경섬에 도착했다. 북여도부터 낚시인이 하선했다. 역시 긴꼬리벵에돔을 노린 낚시인들이었다. 손진철씨는 뱃전에 서서 등대 앞을 가리키며 “여긴 등대 밑 홈통이 벵에돔 포인틉니다. 멀리 치거나 채비가 밖으로 흘러나가면 부시리밖에 안 물어요”라고 외쳤다.
남여도로 이동해 진승준씨와 내가 낮은자리에 내리고, 박지태·손진철씨가 바로 옆 호텔자리에 내렸다. 낮은자리와 호텔자리는 이동 가능하다.
안경섬에 내리니 들물이 한창 흐르고 있었다. 진승준씨가 안경섬에서 긴꼬리벵에돔이 잘 낚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안경섬은 거제도와 대마도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위치상 쿠로시오난류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듭니다. 그래서 난류성인 긴꼬리벵에돔이 잘 낚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기분 탓인지 안경섬의 물색이 코발트빛으로 아주 파랗게 느껴졌다.
안경섬의 낚시시즌은 장마철부터 12월까지며 참돔, 부시리, 돌돔, 벵에돔이 잘 낚인다. 2010년엔 대형 돌돔이 많이 낚여 이슈가 되었는데, 지금은 돌돔을 노리는 낚시인은 없고 벵에돔과 부시리를 노리고 온 낚시인들뿐이었다.

▲ “이 정도가 평균 씨알입니다.” 호텔자리에 내린 손진철(좌), 박지태씨가 30cm가 넘는 벵에돔을 보여주고 있다.

“1.75호 목줄은 다 터져서 안돼요”

자리를 잡은 후 제로(0) 구멍찌로 전유동 채비를 했다. 원줄은 2.5호, 목줄은 2호로 하고 목줄엔 G4~G6 봉돌을 물리고 바늘은 긴꼬리벵에돔 7~8호를 달았다. 목줄 길이는 3m로 다소 길게 해주었다. 일반 벵에돔 채비와 크게 다를 건 없지만 바늘을 긴꼬리벵에돔용으로 쓰고 목줄을 2호로 굵게 쓰는 것이 달랐다. 박지태씨는 “일반 벵에돔용 바늘은 너무 작아서 긴꼬리벵에돔이 흡입하면 너무 깊이 삼켜 이빨에 목줄이 쓸려 터지기 쉽습니다. 일반 벵에돔 바늘보다 큰 것을 쓰는 게 좋은데, 감성돔바늘 2호나 3호도 좋습니다. 목줄은 2호를 쓰세요. 1.75호 목줄은 쉽게 터져서 안돼요”라고 말했다.
물때가 조금이었지만 들물이 제법 강하게 흘렀다. 이렇게 빠른 조류에 가벼운 채비를 써도될까? 진승준씨는 “긴꼬리벵에돔은 바닥부터 상층까지 종횡무진하며 입질하기 때문에 채비를 빨리 가라앉힐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채비와 밑밥의 동조가 아주 중요한데, 밑밥의 비중이 가볍다면 채비도 가볍게 쓰고, 밑밥을 무겁게 만들었다면 채비도 조금 더 무겁게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조류가 약할 땐 밑밥과 채비를 가볍게 하고, 조류가 아주 강하다면 무겁게 해줍니다”라고 말했다.
밑밥은 멀리 떠내려가지 않고 천천히 가라앉도록 철저히 발앞에 뿌렸다. 채비도 마찬가지로 바로 발앞에 내렸는데, 손진철씨는 “긴꼬리벵에돔은 강한 조류를 타고 들어와 벽을 타고 움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멀리 노려봐야 소용없고 밑밥에 채비를 동조시켜 갯바위 주변을 노려야 입질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들물에는 발앞에서 30cm 내외의 일반 벵에돔이 물었다. 그런데 썰물이 호텔자리 쪽에서 흘러들어 진승준씨와 내가 선 낮은자리 앞으로 빠져나가자 갑자기 긴꼬리벵에돔이 입질하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입질하던 일반 벵에돔과는 달리 소나기 입질이 왔다.

▲ 철수 후 낚은 벵에돔을 계측해 보았다. 

강한 조류 다가올 때 입질도 왕성

첫 입질은 진승준씨가 받았다. 순식간에 찌가 사라지고 원줄까지 가져가는 바람에 깜짝 놀라 하마터면 챔질할 타이밍을 놓칠 뻔했다. 몇 번이나 드랙을 차고 나가던 녀석은 38cm 긴꼬리벵에돔. 초록빛인 일반 벵에돔과는 다르게 긴꼬리벵에돔은 수면에 어른거릴 때부터 진한 갈색을 띠고 있었다. 바늘을 뺀 후 얼른 물웅덩이에 고기를 던져놓고 채비를 던져 연속 입질을 받았지만 엄청난 입질과 동시에 채비가 터져 버렸다. 바늘만 사라졌는데, 진승준씨는 긴꼬리벵에돔의 이빨에 쓸려 터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호텔자리의 손진철씨와 박지태씨는 그야말로 소나기 입질을 받았다. 큰 놈이 먼저 붙었는지 입질 후 순식간에 낚싯대가 휘더니 두세 마리가 터져 나갔고, 바늘을 다시 묶어 던진 채비에 36, 35, 34, 34cm 긴꼬리벵에돔이 올라왔다.
호텔자리가 입질 받는 빈도가 높았는데, 낮은 자리와의 차이가 있다면 조류가 더 강하게 받힌다는 것이었다. 박지태씨는 “오늘은 조류가 약해서 호텔자리의 입질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너 물만 돼도 낮은자리 쪽으로 조류가 강하게 받히는데 그땐 낮은자리 쪽이 훨씬 더 많은 입질을 받습니다”라고 말했다.
초반에 30분 정도 폭발적인 입질을 보인 긴꼬리벵에돔은 조류가 약해지자 뜸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입질을 멈추었다. 조금물때라 그런지 초썰물이 강하게 흐르는 시간이 극히 짧았고 긴꼬리벵에돔의 폭발적인 입질은 그것이 끝이었다.
취재 당일은 조류가 약하다곤 했지만 내만권에 비해서는 조류가 빨랐기 때문에 밑밥의 사용량이 상당히 많았다. 벵에돔 전용 주걱으로 조금씩 뿌렸음에도 불구하고 해가 지기도 전에 밑밥을 거의 다 소진하고 말았다. 그 탓에 본격적으로 노려야 할 해질녘엔 소극적인 낚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안경섬으로 출조한다면 밑밥의 양을 충분히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오후 8시에 철수해 낚은 조과를 보니 34~38cm 긴꼬리벵에돔이 7마리, 28~34cm 일반 벵에돔 10마리였다. 손진철씨는 “9월에도 긴꼬리벵에돔이 잘 낚입니다. 바다는 9월에 가장 수온이 높은데, 그때 큰 긴꼬리벵에돔이 많이 붙는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물때는 사리 이후로 여덟물부터 열두물까지입니다”라고 말했다.  
▒ 출조문의 거제 바다낚시 (055)628-2314, 010-6255-6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