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원정_ 「간여」 시리즈
01 국도 간여
푸른조구 필드스탭팀
벵에돔 치러 갔다가 부시리와 난타전
ㅣ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ㅣ
남해동부 최남단, 난바다에 홀로 떠 있는 간여는 국도 본섬에서 동남쪽으로 약 5km 떨어져 있는 작은 돌섬으로 무인등대만 홀로 지키고 있다. 흔히 국도 간여라고 불린다. 겨울엔 뚜렷한 낚시어종이 없지만 여름철이면 다양한 어종이 낚이고 모기가 없어서 야영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섬 규모가 작은 관계로 악천후에는 하선 불가능하다.
▲ 간여 북서쪽 부서진 선착장에서 푸른조구 필드스탭 김종식씨가 건 부시리를 강지훈 팀장이 떠내려 하고 있다.
국도 간여는 지난 6월 초순부터 긴꼬리벵에돔을 배출해냈다. 당시 낚시인들의 시선이 매물도와 안경섬의 긴꼬리벵에돔 조황에 쏠려 있을 때 부산의 벵에돔 마니아들은 소리 소문 없이 간여에서 긴꼬리벵에돔을 빼먹고 있었다.
7월 중순 부산의 푸른조구 필드스탭 강지훈 팀장은 국도 출조 계획을 세우고 기자를 초대했다. “간여는 쿠로시오 난류 영향을 직접 받는 곳이어서 긴꼬리벵에돔이 마릿수로 낚이고 간혹 50cm급 초대형 벵에돔도 낚여요. 내가 아는 사람이 7월 초순에 간여에서 긴꼬리벵에돔을 서른 마리 넘게 낚아 사진을 보내왔는데, 40cm급이 7마리 정도 되더라고요. 그동안 긴꼬리벵에돔을 낚기 위해 매물도와 안경섬, 갈도 쪽으로만 다녔는데 아차 싶었죠.”
바다집어제와 미끼, 민물떡밥 등 각종 낚시미끼를 생산하고 있는 푸른조구(대표 김장훈)는 지난 6월 중순경 바다낚시 필드스탭을 구성했다. 그리고 첫 정기출조를 국도 간여에서 열기로 한 것이다. 푸른조구는 조만간 민물낚시 필드스탭 조인식도 할 예정이다.
▲ 간여의 긴꼬리벵에돔. ▲ 국도 간여 전경.
▲ “벵에돔 채비로 낚아내느라 진땀 좀 뺐습니다.” 강지훈 팀장이 부시리를 들어 보이며.
6월 초순부터 긴꼬리벵에돔 배출했다
7월 25일 밤 12시 통영시 산양읍 신전리 태성피싱에서 푸른조구 스탭들과 만났다. 푸른조구 바다스탭은 로얄낚시연맹 부산지부 사무국장인 강지훈 팀장을 비롯해 김종식(포항), 정운교(마산), 김상은(부산, 로얄낚시연맹 부지부장), 김수성(부산) 등 5명이다. 취재팀은 새벽 1시 태성피싱의 블랙샤크호에 올랐고 1시간 정도 지나 간여에 내렸다.
예상대로 하루 전날 들어온 야영객들이 있었지만 다행히 배가 닿는 반대편에서 돌돔낚시를 하고 있어 마찰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푸른조구 스탭들은 배가 닿는 편편한 선착장에서 낚시하기로 했다. 낚시인들은 ‘부서진 선착장 포인트’라고 부른다
강지훈 팀장은 “돌돔낚시를 하고 있는 동쪽 직벽, 일명 ‘아부나이’도 굵은 긴꼬리벵에돔이 붙지만 이곳도 좋은 포인트”라며 “빨리 서두릅시다. 4짜급 긴꼬리는 동 트고 나면 깊은 곳으로 빠지기 때문에 지금부터 낚시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스탭들은 빵가루와 벵에돔 집어제를 크릴과 5:5 비율로 섞어 밑밥을 만들었다. 그러나 강 팀장은 한 밑밥통 안에 집어제+크릴, 빵가루+크릴을 섞지 않고 따로 분리하여 담는다. 그 이유를 물었다.
“집어제는 빵가루보다 빨리 가라앉지요. 그래서 집어제는 발밑에 잡어를 묶어두기 위해서 주로 사용하고 빵가루는 벵에돔 포인트에 조금씩 뿌려 피워 올리는 용도로 씁니다. 날이 밝으면 큰 벵에돔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밤에는 수면까지 떠오르기 때문에 빵가루 섞인 밑밥만으로도 충분히 공략 가능합니다.”
▲ “벵에돔 대신 더 화끈한 손맛을 봤습니다.” 푸른조구 필드스탭 김상은, 정운교, 김수성, 김종식씨(좌측부터)가 부시리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뜻하지 않은 부시리의 야간공습
벵에돔 채비를 마친 스탭들은 국도 본섬을 바라본 북쪽 부서진 방파제 주변에 일렬로 쭉 섰다. 간여에서는 이곳의 수심이 제일 얕아서 긴꼬리벵에돔이 잘 붙는 자리다. 먼 수평선에는 갈치배에서 밝혀 놓은 불빛이 환하다. 밑밥 몇 주걱을 뿌린 뒤 발밑을 집중적으로 노리던 정운교씨가 벵에돔을 낚았다. 그것도 연달아 두 마리! 씨알은 30cm였지만 예감은 아주 좋았다.
5분 뒤 옆에 있던 김상은씨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었다. “옆으로 째는 걸 보니 벵에돔은 아니고 부시리 같다”고 말했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던 그는 동료의 도움으로 50cm가 넘는 부시리를 낚는 데 성공. 40cm가 넘는 긴꼬리벵에돔을 염두에 두고 벵에돔용 목줄로는 굵은 1.75호 목줄을 썼기에 무사히 올릴 수 있었다.
순간 강 팀장이 “밑밥 뿌리는 걸 중지하세요”라고 소리쳤다. 그는 밑밥 냄새를 맡고 부시리가 떼로 몰려들까봐 걱정했다. 부시리 떼가 붙게 되면 벵에돔이 피질 못하고 바닥에 숨어버린다. 그러나 한번 크릴 냄새에 집어된 부시리들은 쉽게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던지는 족족 부시리들은 미끼를 낚아챈 뒤 질주했고 가는 목줄은 맥없이 터져나갔다.
“큰일이네요. 긴꼬리만 낚는다고 해서 굵은 목줄은 미처 준비를 못했는데… 이왕 이리 된 것 제대로 손맛이나 즐겨봅시다.” 스탭들은 원줄 2.2호 혹은 2.5호에 목줄만 1.75호나 2호로 상향조정하여 부시리에 대응했다.
동이 트고 나서도 부시리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막내 김수성씨는 1.2호 목줄로 끝까지 벵에돔을 낚겠다며 고집을 피우다 열 번 입질 받아 열 번 모두 터트리며 울분을 삼켜야 했다. 그에 반해 김상은씨는 1.75호로 차분히 대응하며 열 번 입질 받아 세 마리 정도 낚는 확률로 스탭 중 제일 많은 부시리를 낚았다. 이날 낚인 부시리는 비록 50cm 전후로 크진 않았지만 벵에돔 채비로 상대하기엔 힘겨운 녀석들이 분명했다.
강지훈 팀장은 두 마리를 낚고 난 뒤 아예 낚싯대를 놓고 뜰채맨을 자청했다. 스탭들이 돌아가며 입질을 받았지만 뜰채에 담기 직전에 다 터져나가고 말았던 것이다. “온 바다가 부시리예요. 제대로 채비를 갖춰 왔으면 부시리를 타작하는 건데 정말 아쉽네요.” 정운교씨가 말했다.
오전 8시가 넘어서자 기온이 급상승하며 무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갯바위에는 10여 마리의 부시리가 나뒹굴고 있었다. “이 정도면 더 낚지 않아도 화보거리는 충분하겠지요? 낚싯배 불러서 나갑시다. 이런 날은 빨리 철수하는 게 상책입니다.” 강 팀장이 국도에 닻을 내리고 있던 블랙샤크호 선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10분도 안되어 낚싯배는 달려와 주었고 부시리와 사투를 벌였던 푸른조구 스탭들은 선실에 들어가자마자 단잠에 빠져들었다.
철수하는 길에 보니 국도 본섬에서는 부시리로 포위를 당했던 간여와 달리 참돔, 돌돔, 벵에돔 등 고른 조과가 나왔다. 올 여름 국도로 전문출조하고 있는 태성피싱 블랙샤크호는 평일에는 새벽 2시, 낮 12시 2회, 주말에는 새벽 1시, 낮 12시, 오후 7시(야영) 등 3회 출항하고 있다. 통영 산양읍에서 국도 간여까지는 40분 정도 소요되며 1인당 뱃삯은 5만5천원.
▒ 취재협조 부산 푸른조구 051-781-9447, 통영 태성피싱 010-3834-8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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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돌돔낚시도 개막
국도는 6월 중순경 일찌감치 돌돔낚시가 개막되어 남쪽의 칼바위, 사이섬, 돔바위, 그리고 간여에서 굵은 돌돔들이 성게를 시원스럽게 깨트리고 있다. 7월 9일에는 6짜 돌돔까지 낚였다. 취재당일에도 인천에서 온 김호씨가 오후 5시경 원투낚시에 성게 미끼로 만조 직전 56cm 돌돔을 낚았다. 그는 “워낙 더운 탓에 텐트에서 잠시 쉬고 있는데 돌돔이 순식간에 낚싯대를 처박기에 급하게 갯바위를 내려가다 하마터면 굴러 떨어질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 인천 김호씨가 돔바위에서 낚은 56cm 돌돔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