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월의 以心傳心
상주 화동지의 전율
한손에 쥐어지지 않는 붕어 체고에 가슴이 벌렁벌렁
이종일 객원기자
6월 22일 상주를 찾았을 때만 해도 큰 기대는 없었다. 마땅한 출조지가 없어 고민하던 중 상주 498낚시 이선호 사장에게서 “상주 지역은 인근 강에서 물을 퍼 올리는 양수형 저수지가 많은데 물이 맑고 강고기도 유입돼서 손맛을 즐기기는 좋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머리도 식힐 겸 내려온 것이다. 마침 알고 지내던 웅비어인 정기출조도 상주로 잡혀 있던 터라 출조지 답사의 임무까지 떠안고 498낚시를 찾았다.
지도를 함께 보면서 10여명이 모여 낚시할 후보지를 찾아보았다. 이선호 사장은 혼자 먼저 내려왔으니 조용히 낚시 한번 해보라며 양수형 저수지 대신 소류지 한 곳을 추천해주었다. 그곳은 경북 상주시 공검면 화동리에 있는 화동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을 주민들이 낚시를 막았던 곳으로서 대물 자원을 품고 있으니 좋은 고기를 만날 수 있을 거라며 굵은 새우를 쿨러에 담아주었다.
늠름한 체고의 상주 화동지 37cm 붕어를 들어 보이는 필자.
저녁 먹다가 놓쳐버린 첫 입질
웅비어인의 정출 후보지를 몇 곳 돌아본 뒤 화동지를 찾았다. 저수지를 보는 순간 “야~ 좋다”하는 신음에 가까운 탄성이 터져 나왔다. 작은 마을 뒤편 나지막한 야산 과수원 틈에 들어앉은 1천평 크기의 소류지였는데 탐스러운 부들과 마름 포인트를 품고 있었다.
상류의 빼곡한 부들군락이 마음에 들었지만 수초작업을 한 낚시 흔적이 있고 요즘 같은 고수온기엔 가스현상도 발생할 것 같아 포인트로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부들에서 좀 떨어진 마름 앞을 앉을 자리로 정하고 찌를 세웠다. 1m 수심을 보였는데 빈 바늘에 한두 가닥 수초줄기가 걸려 나오는 정도로 밑걸림도 없었다. 2.8칸대부터 4칸대까지 고르게 9대를 편성하고 나니 정면에 있는 부들과 마름의 경계지점이 자꾸 눈에 밟혔다. 결국 4.7칸대를 꺼내 던져보니 거의 딱 맞아 떨어지게 찌가 선다. 좋은 소류지를 소개받고 포인트 역시 제대로 잡은 것 같아 오늘밤은 왠지 사고를 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가물치가 많다고 하더니 가물치 루어낚시인이 한 차례 다녀갔고 이후 낚시인 둘이 낚시터를 찾았다. 그들과 금방 친해져서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는데 50m 떨어진 내 자리에서 찌가 중후하게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게 아닌가? 멀뚱히 보고만 있다가 아차 싶어서 자리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낚시에 임했다.
강한 저항에 가물치라고 착각
필자의 낚시 자리. 부들 옆 마름수초대를 보고 대를 폈다.
계측자에 놓인 37cm 붕어와 준척 붕어.
밤 11시경, 힘들게 세운 4.7칸대에 입질이 들어왔다. 한 마디 올라온 찌가 중후하게 본신으로 이어졌다. 굵은 4.7칸대 손잡이대를 움켜쥐고 하늘로 치켜 올리자 5호 원줄이 비명을 질렀다. 너무 강하게 저항을 해서 순간 가물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가물치인가?
발밑까지 거칠게 끌어낸 시커먼 물체. 정체가 무얼까 얼른 확인하고 싶어 조심조심 들어 올리려 하니 어림도 없다. 왼손을 뻗어 잡으려 했지만 한 손으로는 반도 잡을 수 없는 체고의 붕어. 가슴이 뛰었다. 연안 풀 위에 눕히고 나서 두 손으로 움켜잡고는 논둑에 올려놓았다. 랜턴을 켜고 줄자로 재보니 37cm. 거친 숨을 내쉬는 붕어를 보면서 담배 한 대를 빼어 물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짜릿한 쾌감. 이 맛에 낚시를 다니는 거다.
30분 후 3.8칸대에 입질이 들어왔는데 29cm 붕어였다. 마지막 입질은 이른 새벽에 들어왔다. 찌올림이 근사해 대물붕어를 기대했는데 30m급 가물치가 올라왔다. 다른 낚시인의 조황을 보니 잔챙이 성화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 후 화동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낚시를 다녀온 후 많은 낚시인들이 이 소류지를 찾았는데 조용한 마을이 소란스러워졌고 너무 많은 낚시인들이 몰린 탓인지 조황도 없었다고 한다.
▒가는 길 중부내륙고속도로 북상주IC를 빠져나와 남상주 방향 3번 국도를 타고 1.2km 가면 공갈못휴게소를 지나 화동교차로가 우측에 보인다. 우회전해 화동리 마을로 진입한 후 마을 포장도로를 타고 마을 끝까지 가면 제방이 보인다.
▒현지 문의 상주 498낚시 054-532-04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