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I 서해 광어낚시 전성시대
01 돌풍의 비결
삼척동자도 낚는 대중기법 다운샷의 힘
서해를 중심으로 광어 루어낚시가 전대미문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껏 다양한 장르의 바다낚시가 개발되고 히트를 쳤지만 서해의 광어 루어 배낚시(일명 다운샷)만큼 확산 속도가 빠르고 강력하진 못했다.
ㅣ이영규 기자ㅣ
현재 서해에 불고 있는 광어낚시 열풍의 도화선은 4년 전 시작된 다운샷 기법이다. 다운샷은 배스낚시의 다운샷채비(down shot rig)에서 유래된 말로, 채비 맨 아래에 봉돌을 달고 봉돌 위 30cm 지점에 웜훅을 단 일종의 가지바늘 채비다. 이 채비가 선상루어낚시에서, 특히 광어에게 잘 먹히면서 서해 루어낚시의 판도가 달라졌다.
광어 다운샷 이전의 핫 트렌드는 참돔지깅이었다. 그러나 광어 다운샷이 등장하자 인기 순위가 뒤집혔다. 또 참돔지깅은 보령, 서천, 군산 등 서해남부에 국한된 데 반해 광어 다운샷은 경기도와 인천 앞바다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흥행의 요인이다.
▲다운샷 채비. 채비 구성은 단순하지만 광어낚시에 놀라운 위력을 발휘한다.
인기 비결 1
귀한 자연산 광어가 너무 쉽게 낚인다
광어낚시가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원인은 서해의 풍부한 광어 자원이다. 도대체 이 많은 광어들이 모두 어디에서 왔을까 싶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 10명이 승선한 낚싯배 한 척이 하루에 낚아내는 광어는 적게는 30~40마리, 많게는 70~100마리 이상이다.
충남 오천에서만 휴일에 30여 척의 광어 다운샷 낚싯배가 출조하니 50마리만 낚아도 하루 1500마리 이상의 광어가 낚이는 셈이다. 여기에 군산, 서천, 영흥도, 인천까지 합하면 휴일 하루에 거의 1만 마리의 광어가 낚인다고도 볼 수 있다. 광어 시즌인 5월부터 11월까지 모두 계산하면 엄청난 양이다.
낚시인들은 광어가 너무 많이 낚이는 이유를 해수온 변화로 인한 어자원 증가, 치어 방류의 효과로 추측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다. 치어방류 효과라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방류한 광어 치어는 모두 양식산으로 배에 거무튀튀한 얼룩무늬가 있는 것으로 구별한다. 그러나 다운샷에 낚이는 광어는 거의 배가 희다. 백에 한 마리꼴로 얼룩무늬를 가진 광어가 낚일 때가 있는데 바로 이런 놈이 치어 때 방류한 녀석이다. 또 광어는 대부분 육상 양식장에서 양식하므로 일부러 방류하지 않는 이상 가두리를 탈출할 일도 없다.
어민들은 광어 어획에 소극적이다. 그 이유는 자연산이나 양식산이나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농어에 비하면 소득이 적다. 하지만 낚시인들은 자연산 광어에 대해 매우 호의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일단 광어는 대부분 양식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고, 낚시가 아니면 자연산 광어를 먹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서해에는 원래 광어 자원이 풍부했는데 ‘다운샷’이라는 광어에 맞는 낚시 테크닉이 도입되면서 조과가 몇 배로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마치 4년 전 서해에 참돔지깅이 도입되면서 서해 참돔 자원의 막대함을 새삼 깨달았던 것처럼 말이다.
인기 비결 2
어린이와 여자도 즐길 수 있다!
광어 다운샷은 바다루어낚시 중 채비 구성과 테크닉이 가장 쉬운 장르에 속한다. 간단한 채비 1위는 단연 지그헤드 채비겠지만 광어 다운샷도 지그헤드 못지않다. 맨 아래 봉돌 고리에 낚싯줄을 묶고 중간에 바늘귀가 달린 낚시바늘을 달고 웜을 꿰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 구성에는 바늘묶음법도 불필요하다. 운동화 끈만 묶을 줄 알면 다운샷 채비를 만들 수 있다.
테크닉은 오히려 지그헤드 채비보다 더 간단하다. 지그헤드는 주로 캐스팅 위주의 루어여서 다양한 유인 테크닉이 요구되지만 다운샷은 바닥까지 봉돌을 내린 뒤 살짝살짝 흔들어주면 광어가 저절로 물기 때문에 어린이와 여자도 쉽게 낚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광어 다운샷의 인기로 농어 루어낚시가 위축되고 있다. 선장 입장에선 종일 기름을 퍼부으며 피곤하게 농어를 쫓아다니는 것보다 조과가 보장되고 덜 피곤한 광어 다운샷에 더 메리트를 느끼기 때문이다. 올해는 우럭낚싯배뿐이었던 인천에도 광어 다운샷 낚싯배가 여러 척 등장했다고 한다.
▲다운샷으로 광어를 낚아낸 여성 낚시인.
서해 어부의 말
“예전부터 광어는 흔한 고기, 1kg 이상만 포획”
낚시인들이 종종 “자연산 광어가 이렇게 많이 낚이는데 어부들은 왜 다운샷낚시를 안 하느냐”고 묻는다. 우리가 광어를 잡지 않는 이유는 큰 수입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횟집에서 1kg짜리로 팔리는 600~800g대 광어들은 자연산보다 양식산이 더 상품가치가 높다. 양식산은 자연산보다 수족관에 오래 살릴 수 있고, 전적으로 횟감을 목적으로 양식했기 때문에 육질도 자연산보다 훨씬 단단하다. 그래서 위판장에서 800g대 자연산 광어는 kg당 3~4천원밖에 안 쳐주고 최근엔 어족보호를 위해 아예 위판을 받지 않는 곳들도 있다. 어부들은 그나마 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1kg 이상의 광어만 잡는다. 낚시인들이 주로 낚는 500~800g대 광어는 잡자마자 방류한다.
낚시인들은 광어 자원이 급증했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는 다운샷 기법 덕에 광어가 예전보다 잘 낚이면서 생겨난 착시현상이라고 본다. 어부들이 보기에 광어 자원은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