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릴레이 특강 9

남해동부 벵에돔낚시

꼬마벵에돔은 빵가루로 띄워 낚고, 긴꼬리벵에돔은 5~10m 수심 노려라

ㅣ박재홍  한국프로낚시연맹 회장ㅣ

최근 거제·통영권 바다낚시의 최고 이슈는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이다. 특히 최근에 급증한 25~30cm 긴꼬리벵에돔이 마릿수로 낚이고 있는데 6~8월에는 40cm 안팎의 큰 긴꼬리벵에돔도 자주 낚여 긴꼬리벵에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긴꼬리벵에돔은 일반 벵에돔을 낚을 때와는 다르게 낚시해야 잦은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벵에돔과 긴꼬리벵에돔 낚시요령을 비교해보자.

지난해 9월 추자군도 푸렝이 연목에서 40cm가 넘는 긴꼬리벵에돔을 낚은 필자. 추자군도에서는 30~40cm 긴꼬리벵에돔이 주력 어종으로 대접받고 있다.

벵에돔_크릴 1장 빵가루 7봉 섞어 상층 공략

거제·통영권에서 낚이는 벵에돔은 대부분 25cm 내외의 잔챙이 ‘꼬마벵에돔’이다. 꼬마벵에돔을 낚을 때  핵심이라면 녀석들을 최대한 부상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밑밥을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필자의 경우 크릴 1장에 빵가루 7봉을 섞는다. 크릴은 분쇄기에 넣어 아주 잘게 부순다.
빵가루를 많이 넣는 이유는 크릴보다 천천히 가라앉는 빵가루가 벵에돔을 띄우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며, 굳이 크릴을 섞는 이유는 벵에돔은 물론 빵가루에 잘 반응하지 않는 잡어들의 활성까지 높이기 위해서다. 벵에돔은 주변 잡어의 활성에 덩달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잡어의 활성을 높이는 것이 곧 벵에돔의 활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만약 수온이 낮거나 어떠한 이유로 벵에돔의 활성이 저조하다면 크릴 2장에 빵가루 7봉을 섞는다. 크릴 대신 집어제 1봉을 넣어도 좋다. 집어제에 들어 있는 반짝이와 집어 성분이 잡어와 벵에돔의 활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등어나 전갱이 같은 잡어가 많다면 크릴은 1장 이상 쓰지 않는 것이 좋다. 고등어와 전갱이는 크릴이 많이 투입되면 그 자리를 빠져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채비는 원줄 1.5~1.7호에 목줄은 0.8호~1호가 적당하며 구멍찌는 제로찌의 경우 목줄찌와 함께 쓰고 채비를 가라앉힐 때는 00나 0C 구멍찌를 쓴다. 벵에돔이 완전히 표층까지 부상했다면 제로찌+목줄찌가 좋고, 벵에돔이 수심 1~2m까지 떠오른다면 00나 0C 구멍찌를 사용해 채비를 천천히 가라앉히면 된다. 0C 부력의 찌는 바늘에 미끼가 붙어 있으면 물속에 가라앉고 미끼가 떨어지면 잘 가라앉지 않으므로 미끼가 잡어에게 따먹혔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크릴 6장에 집어제 3봉을 섞어 무겁게 만든 긴꼬리벵에돔용 밑밥(좌)과 크릴 1장에 집어제 1봉 빵가루 7장을 섞어 가볍게 만든 일반 벵에돔용 밑밥.

잡어 많다면 다양한 미끼를 써보라

벵에돔을 낚을 때 잡어의 활성도 높이라고 한 말에 의문을 가지는 낚시인들도 있을 것이다. 물론 벵에돔과 함께 많은 양의 잡어가 피어오르면 잡어에게 먼저 미끼를 빼앗겨 낚시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잔챙이 벵에돔 낚시에 있어서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절대 잡어를 두려워하지 말고 피하지도 말라는 것이다.
잡어의 양이 아주 많을 때 밑밥으로 벵에돔과 잡어를 분리하려 애쓰는 낚시인들이 있는데, 사실 아무리 밑밥으로 잡어와 벵에돔을 분리하려고 해도 분리가 잘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한두 마리라면 모를까 하루 종일 그런 방법으로 낚시하는 것은 무리다. 차라리 잡어와 벵에돔을 한 곳으로 최대한 띄운 뒤에 그곳에 채비를 집어넣는 것이 낫다. 다행히 잡어보다 벵에돔의 동작이 빠르기 때문에 미끼에 벵에돔이 걸려들 확률이 높다. 단, 여기에는 한 가지 팁이 있다. 미끼를 한 가지만 쓰지 말고 캐스팅할 때마다 미끼를 다르게 써보라는 것이다. 빵가루, 크릴, 깐새우, 홍갯지렁이, 파래새우를 교체해가며 낚시하면 잡어 사이에서 용케 벵에돔이 물고 나온다.
많은 미끼를 구입하기가 부담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2인 1조로 출조한다면 한 명은 깐새우나 파래새우를 사고 한 명은 홍갯지렁이를 사서 나눠 쓰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크릴은 밑밥에서 조금 떼어 미끼로 쓰고, 빵가루도 밑밥을 섞을 때 조금 덜어 두었다가 뭉쳐서 미끼로 쓰면 된다. 
벵에돔을 마릿수로 낚는 비결은 벵에돔과 잡어를 한 번에 많이 띄워 거기에서 벵에돔을 솎아 내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잡어가 뜨지 않으면 벵에돔도 조과도 나쁘다는 것을 염두에 두자.

긴꼬리벵에돔_크릴 6장 감성돔 집어제 3장 섞어 중하층 공략

남해동부의 긴꼬리벵에돔은 수심 5~10m에서 주로 입질한다. 꼬마벵에돔처럼 수면으로 부상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추자도나 대마도에선 긴꼬리벵에돔이 상층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남해동부에선 그렇지 않다. 간혹 밤에는 상층으로 부상해 낚이기도 한다. 그래서 야간에 0찌 전유동 채비에 청갯지렁이를 미끼로 쓰거나, 민장대 볼락채비로 상층을 노리면 긴꼬리벵에돔을 쉽게 낚을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 예외상황이다.
낮에 긴꼬리벵에돔을 노린다면 남해동부에서는 예외 없이 중하층을 노려야 한다. 그래서 밑밥을 무겁게 만든다. 긴꼬리벵에돔이 낚이는 곳은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른 곳이다. 국도, 구을비도, 좌사리도, 안경섬, 매물도가 긴꼬리벵에돔이 낚이는 섬이다. 평균 수심이 10m 내외며 조류가 빠르다. 가벼운 밑밥은 입질층에 닿기도 전에 떠내려가 버리기 때문에 감성돔 밑밥과 비중을 비슷하게 맞추면 사용하기 좋다.
밑밥 배합은 크릴 6장에 집어제 3장을 섞는다. 조류가 빨라 밑밥의 유실양이 많으므로 밑밥을 넉넉하게 준비한다. 밑밥이 가라앉으면서 잘 퍼져나가도록 너무 뭉쳐지지 않게 하고 멀리 뿌리지 말고 발밑에 뿌려 갯바위로 밀려드는 조류를 타고 나가도록 해야 한다. 조류를 타고 밑밥이 멀리 나가버리면 긴꼬리벵에돔도 빠져버리므로 밑밥이 멀리 흘러가지 않게 해야 한다.
채비는 1.7~2호 원줄에 1.2~1.5호 목줄을 사용한다. 긴꼬리벵에돔이 붙어서 본격적으로 입질을 시작하면 2.5~3호 목줄로 교체해주기도 한다. 애초부터 40cm가 넘는 긴꼬리벵에돔이 목표라면 목줄은 적어도 2호가 기본이다. 구멍찌는 00, 0, G2를 쓰는데, 채비 전체를 빨리 가라앉히려면 00를 쓰고 목줄에 G3 내외의 봉돌을 달면 된다. 일반적으로는 G2 구멍찌에 목줄엔 G3 봉돌을 달면 무난하게 채비를 바닥으로 내릴 수 있다. 수심이 10m 이상이라면 B 구멍찌를 써도 되지만 필자의 경우 G2를 즐겨 쓰는 편이다. 원줄을 가늘게 쓰면 G2 구멍찌를 써도 채비가 잘 내려가며 가능한 한 채비를 가볍게 해야 채비정렬도 자연스럽고 어신 파악도 쉽다.  

수심 7~8m에 입질층을 형성하라

남해동부권에서 긴꼬리벵에돔이 붙는 곳은 앞서 말한 대로 대부분 수심이 깊고 조류가 빠르게 흐르는 곳이다. 최근 2~3년간 남해동부에서 긴꼬리벵에돔이 많이 낚은 곳은 다음과 같다.
국도의 칼바위·사이섬·진섬·국도 간여, 좌사리도의 등대섬·안제립여·칼바위·둘째섬 일대·사이섬, 갈도의 욕지끝바리·매여·이장바위·똥섬, 소매물도의 두룩여·벼룩여·촛대바위, 대매물도의 졸방여·설풍자리·어유도 물골자리, 안경섬 남여도.
이 포인트들의 공통점은 본류 물골과 가깝고 조류가 빠르며 수심이 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 벵에돔을 낚듯 띄울낚시를 하면 중층이나 바닥에 있는 긴꼬리벵에돔의 입질을 받을 수 없다. 밑밥에 긴꼬리벵에돔이 어느 정도 부상한다고 하더라도 채비는 적어도 5m 이상 가라앉혀야 한다.
그리고 마릿수 조과를 거두려면 긴꼬리벵에돔이 바닥에서 조금 떠올라 입질해주기를 기대해야 한다. 보통 수심 7~8m 지점에 집어가 되어 입질층이 형성되면 마릿수 조과를 거둘 수 있다. 긴꼬리벵에돔을 낚을 때 주의할 점은 밑밥이 끊어지면 입질도 바로 끊어진다는 것이다. 부시리를 낚을 때처럼 밑밥이 꾸준히 들어가야 입질이 끊이지 않으며 앞서 말한 대로 밑밥이 멀리 흘러가면 입질지점도 멀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미끼는 크릴만 사용한다. 긴꼬리벵에돔이 붙으면 잡어는 모두 사라지므로 잡어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또 긴꼬리벵에돔은 크릴 외에 다른 미끼를 잘 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