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돔낚시 조기개막 현장
여서도, 겨울 부진 딛고 초여름 문턱에서 비상
돌돔낚시 일번지, 여서도가 돌돔을 마릿수로 토해내고 있다. 다른 섬에 비해 한 달 이상 빠른 개막이다. 석조마니아클럽은 4월 28~29일 여서도에서 시조회를 열고 2012년 돌돔 대장정의 첫발을 내딛었다.
ㅣ서종 석조마니아클럽 운영자ㅣ
▲ 여서도 안무생이에서 돌돔을 건 박기령씨의 파이팅 장면.
돌돔은 여름 어종이다. 그래서 아직 본격 시즌은 오지 않았다. 그래도 돌돔 마니아들은 겨울이든 봄이든 오로지 돌돔만을 찾아 나선다. 그런 노력 끝에 개발한 곳이 여서도다. 여서도는 겨울에도 돌돔을 낚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섬 중 하나다. 제주도, 추자도, 거문도에서도 겨울 돌돔이 낚이기는 하지만 여서도에 못 미친다.
그런데 지난 겨울엔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서도에서 돌돔이 낚이지 않았다. 석조마니아클럽의 회원들도 여러 번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4월 하순에 여서도에 들어간 몇몇 회원들이 ‘돌돔이 비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가뭄에 단비를 만난 심정으로 여서도에서 시조회를 가졌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좋은 조황은 아니었지만 몇 곳에서 마릿수 조과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다른 돌돔 동호회에서도 서둘러 시조회를 준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 시조회 첫날 오전 큰무생이 포인트에서 홀로 마릿수 재미를 본 허승구씨.
◀ 민박집으로 돌아온 회원들이 각자 낚은 돌돔 요리로 뒤풀이 시간을 즐기고 있다.
여서도는 동절기 돌돔낚시의 거의 유일한 활로
국내 돌돔낚시 주요 동호회들이 시조회를 모두 여서도에서 여는 이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돌돔을 낚을 수 있는 곳은 여서도뿐이다. 해마다 동절기에서 하절기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연중 조황이 가장 불확실한 시기다. 오히려 겨울보다 봄에 돌돔을 낚기가 더 어렵다. 그러니 다른 섬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시조회가 열린 4월 28일 여서도 수온은 섭씨 14도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돌돔의 활성도가 살아나기엔 턱없이 낮은 수온이었다. 그러나 큰무생이와 미끄럼바위 등 명포인트를 배정받은 회원들과 베스트 플레이어들은 제각각 낱마리 수준이나마 횟감은 낚아냈다.
시조회에 참석한 회원들은 2~3인 1조로 나누어 여서도 주요 포인트 20여 곳에 내렸다. 그들이 이틀간 낚시한 경험담을 종합해볼 때, 보라성게, 참소라, 전복 등의 미끼에는 반응이 적었고 몇몇 포인트에서 참갯지렁에 잦은 입질을 보였다. 그러나 입질이 약은 데다 씨알이 잘아서 조과로 연결된 마릿수는 적었다. 여서도 해녀들은 “갯바위 근처에 굵은 돌돔이 흔치 않고 그나마 일부 포인트에서만 돌돔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여서도 산 위의 등대에서 바라본 여서도항. 4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여서도는 하루에 한 번씩 여객선이 드나든다. 낚싯배를 운영하는 민박집도 두 곳 있다.
▲ 청산도가 보이는 홋개 포인트에 오른 문준기씨. 취재당시 여서도 해녀들은 돌돔이 서쪽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 “오늘은 씨알이 고만고만하네요.” 안산의 돌돔 명인 송복종씨가 꿰미에 꿴 돌돔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여서도 전문꾼 심근섭씨의 부드럽고 호쾌한 원투 장면.
‘여서도 돌돔 3인방’의 올 시즌 돌돔 전망
필자는 언젠가 여서도 돌돔낚시의 산 증인으로 불리는 현지 김성환 선장에게 “여서도 돌돔낚시 베스트 플레이어 다섯 사람만 손꼽아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다섯 사람까지는 어렵고 세 사람 정도는 확실히 손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선장이 손꼽은 ‘3인방’은 송복종(53세, 토네이도 필드스탭, 석조마니아 필드스탭), 박기령(51세, 전 창원낚시여행 사장, 석조마니아 특별회원), 심근섭(45세, 올림픽 필드스탭, 석조마니아 인스트럭터)이다.
이 3인방이 모두 석조마니아에 속해 있어서 시조회를 계기로 어렵지 않게 한자리에 만나볼 수 있었다. 우선 여서도 돌돔낚시 조황이 예년만 못한 이유를 물었더니 세 사람 모두 ‘수온 상승 부진’을 꼽았다. 올해는 윤달이 끼어 있어서 예년보다 20일 정도 늦게 시즌이 열리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송복종씨는 “수온 상승 속도 부진과 맞물려 지난해부터 돌돔 입질이 약고 예민해진 점도 조황 저하의 이유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기령씨는 “돌돔이 깊은 수심층으로 빠져 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냉수대를 피해 난류가 많이 받히는 곳으로 옮겨 다니기 때문일 수 있는데, 올해 윤달로 인한 수온 상승 저하와 냉수대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놓는다.
송복종, 박기령, 심근섭씨는 지난해 역만도, 광도, 평도, 황제도 등 남해중부권과 좌사리도, 안경섬 등 남해동부권 조황이 해거리를 했다 할 정도로 저조했던 가장 큰 이유를 냉수대의 영향으로 꼽았다. 그와 대조적으로 홍도, 다물도, 만재도, 가거도 등 서해남부에서는 7월 이후 산발적으로 전례 없는 호황을 보였는데 그 이유 역시 이 지역이 냉수대를 피해 난류가 크게 닿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었다.
박기령씨는 “과거에 시기별로 재미를 보았던 특정 지역을 고려하되 거기에만 얽매일 게 아니라 국립해양센터에서 매일 제공하는 해수온 지표를 적극 활용한 출조지 선택이 필요하며, 돌돔이 예년처럼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 경향을 보이므로 매 시기마다 빠르고 정확한 조황 정보를 입수한 출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심근섭씨는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시기별 조황과 올해 조황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에 대비해 지난해 조황 데이터를 가장 우선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근래 들어 서해안 간척사업의 영향으로 서해안 조류와 유속에 급격한 변화가 생긴데다 유독 서해남부권은 수온 상승 속도가 부쩍 빨랐다는 점을 감안해서 서해남부권 출조를 6월 중순경부터 서둘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복종씨는 “시기별 출조지 선정도 중요하지만 돌돔의 개체수가 부쩍 줄어든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다 특정 시기,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돌돔의 입질이 약고 예민해지는 경향을 보여 왔다. 내 경우 주력 미끼인 보라성게 외에 참갯지렁이나 게고둥 등 살이 부드러운 미끼를 병행해서 사용하는 게 성공적인 출조로 이어졌다”는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는 일반화된 14호 전후의 큰 바늘만 고집하지 말고 상황에 따라 11호 내외의 작은 바늘을 써보라고 적극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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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조마니아 회원들이 시조회를 마치고 여서도 선착장에서 기념촬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