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돌입
자란만 감성돔 누은섬(臥島) 방파제에서 만나다
ㅣ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ㅣ
경남 고성 내만인 자란만에 감성돔이 붙었다. 자란만은 남해동부의 대표적 봄감성돔 낚시터다. 매년 4월 하순이면 4짜가 넘는 굵은 감성돔이 붙는데, 올해는 시즌이 다소 늦어 5월부터 본격시즌을 맞고 있다.
▲ 자란만의 와도에 있는 와도방파제가 이번 취재를 통해 감성돔 명당으로 확인됐다. 큰방파제 콧부리에 올라선 로얄연맹 회원 강지훈씨(푸른조구, 썬라인 스탭)가 감성돔을 낚아내고 있다.
▲ 상사량도 돈지마을 앞 갯바위에 내렸던 창원의 정운교(좌, 히로세 필드스탭), 이수열(로얄연맹 회원)씨가 45, 38cm 감성돔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월 24일 자란만 감성돔 취재를 위해 경남 고성군 삼산면 두포리 매담포구를 찾았다. 이날 이곳에는 KPFA 울산지부 6명, 부산 푸른조구팀 5명의 낚시인들이 모였다. 배 출항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재미있는 제안이 오갔다. “많은 인원이 취재를 위해 어렵게 모였는데, 그냥 낚시를 할 게 아니라 인원도 비슷하니 승부욕도 높일 겸 대결을 펼치는 게 어떻겠느냐?” 모두 흥미를 보였는데 문제는 부산팀이 5명이라 한 명이 모자란다는 것이었다. 그때 문종선씨가 나섰다. “그럼 낚시춘추 기자님을 푸른조구팀에 포함시킵시다. 마릿수 조과로 승부해서 지는 팀이 철수 후 점심을 사는 걸로 합시다.” 이렇게 해서 느닷없는 친선게임이 자란만에서 펼쳐졌다. 낚시할 장소도 정했다. 부산 푸른조구팀은 사량도, KPFA 울산지부는 자란만에서 하기로 했다. 게임은 들물이 끝나는 11시에 종료하기로 했다.
부산 신생업체인 푸른조구(대표 김장훈·부산시 해운대구 재송동 소재)는 낚시소품 및 미끼, 집어제 등을 생산하고 있는 업체다. 푸른조구 필드스탭인 강지훈(로얄연맹 사무국장, 썬라인 스탭)씨를 비롯해 부산의 김상은(토네이도 필드테스터), 마산의 정운교(히로세 필드스탭), KPFA 강원지부 문종선(렉슈마 필드스탭)씨가 푸른조구에서 만든 집어제 테스트를 위해 모인 것이다.
▲ 오후에 이동한 와도 큰방파제. 썰물에 잦은 입질을 보여주었다.
▲ 방파제 중간지점에서도 감성돔이 낚였다. 울산의 김진관씨.
즉석에서 결정된 취재팀의 단체전
새벽 3시 취재팀은 매섬낚시에서 운행하는 삼성호에 올랐고, 삼성호는 먼저 자란만의 소치섬, 대구섬 일원으로 KPFA 울산지부 회원들을 내려준 다음 사량도로 향했다.
졸지에 푸른조구팀 일원으로 합류한 나는 사량도 돈지 우측, 대섬 맞은편 갯바위에 김상은, 문종선, 강지훈씨와 함께 내렸다. 물색은 좋았지만 첫 입질은 중들물이 지나서야 왔는데, 강지훈씨와 이상은씨가 35, 38cm급을 낚았다. 만조가 되어 낚싯배가 다가왔다. 공 선장이 다가오더니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되어서 그런지 오늘 전반적으로 조황이 좋지 않네요. 들어가는 길에 와도방파제에 내려줄테니 그곳에서 더 해보세요”하고 말했다.
▲ 정운교씨도 꽤 쓸 만한 감성돔을 걸었다. ▲ 울산꾼 임정현씨가 방파제에서 낚인 감성돔을 자랑하고 있다.
‘와도방파제? 그런 곳이 있었나?
선장은 “자란만 한가운데 있는 누은섬이 곧 와도인데 와도방파제는 수심이 다른 곳보다 깊어서인지 감성돔이 빨리 되고 늦게까지 지속되어 갯바위 조황이 좋지 않을 때 가끔 단골꾼들을 내려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철수하는 길에 돈지 우측에 내렸던 정운교씨가 제법 굵은 45cm급과 35cm급 감성돔 두 마리가 든 살림통을 들고 배에 올랐다. 문종선씨는 “이 정도면 우리가 이긴 것이나 다름없다” 며 호들갑을 떨었다.
삼성호는 울산팀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내만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대구섬과 소치섬에서도 두 마리씩 낚아 승부는 동률, 결국 선장이 제시한 와도방파제에서 승부를 내야 했다.
갯바위 조황 각각 4마리 동률, 와도방파제에서 승부
공 선장은 “이 방파제는 들물보다 썰물에 더 잘 낚입니다. 이제 막 썰물로 돌아섰으니 기대해도 될 겁니다. 두 시간 후에 올 테니 열심히들 해보세요”하고 사라졌다. 방파제에 내린 다음 각 팀의 대표가 나와 가위바위보로 자리를 정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푸른조구팀이 방파제 맨 끝에 섰고, 울산팀이 방파제 중간의 휘어진 곳에 나란히 서서 낚시를 했다. 썰물 조류는 좌측에서 우측으로 멋지게 흘렀다. 수심을 체크해보니 가까운 곳은 7~8m, 먼 곳은 8~9m 정도 되었다.
선장 말마따나 입질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왔다. 콧부리에 올라선 문종선씨였다. 그러나 “아뿔싸” 바늘이 그만 빠지고 말았다. 그 뒤 30분 정도 지나 같은 곳을 노리던 강지훈씨가 입질을 받았다. 40cm가 넘는 참한 씨알이었다. 뜰채를 펴놓지 않은 탓에 혹시나 터트릴까봐 정운교씨가 테트라포드 끝까지 내려가 손으로 거머쥐고 올라왔다.
이에 질세라 울산팀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김진관씨가 42cm 정도 되는 감성돔을 낚아 뜰채로 담아 올렸다. 그러나 다시 정운교씨가 입질을 받았다. 작은방파제를 마주보고 있던 그는 38cm짜리 감성돔을 낚아 앞서가기 시작했다. 중썰물이 지나자 조류가 약해졌고, 결국 이날 우정의 대결은 부산 푸른조구팀의 승리로 마무리되었다.
▲ 고성군 삼산면 두포리 매담포구에 돌아온 취재팀이 기념촬영을 했다.
자란만, 5월 초순에 피크시즌 맞아
지난 5월 9일 삼산면 두포리 매섬낚시 삼성호 공종열 선장과 통화를 했다. “지난주부터 대구섬, 소치도 인근에서 씨알 좋은 감성돔들이 낚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출조 인원의 반 정도는 빈손이며 낚은 사람들은 하루 두세 마리, 많이 낚아야 네다섯 마리인데 예년에 비하면 조황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지요. 사량도 쪽에서도 조황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자란만 시즌이 끝나면 감성돔 본진이 사량도로 빠지는데, 마릿수는 많지 않지만 씨알은 좋은 편입니다. 상사량도에서는 옥바위, 대섬, 돈지에서, 하사량도에서는 외지등대 맞은편인 잠수함 포인트, 그리고 잠도 쪽도 괜찮은 편입니다. 그 중 대섬 조황이 제일 좋아 자리다툼이 심합니다”하고 말했다.
예년보다 자란만 시즌이 늦고 조황도 좋지 않은 것은 뻥치기배들 때문이라고 한다. 자란만은 고성, 통영권 최고의 감성돔 산란처인데 옛날부터 뻥치기 배들이 설쳤다. “올해는 예년보다 배들의 숫자가 두 배 이상 되는 것 같다”고 낚싯배 선장들은 개탄한다. 뻥치기는 불법이 아니어서 신고를 해도 단속이 되지 않는다. 요즘 통영과, 고성, 사천 등지의 어시장마다 넘쳐나는 4짜 5짜급 감성돔은 모두 이곳에서 뻥치기에 잡혀온 것들이다. 고성 두포리에서 대구섬까지는 1인 2만원, 사량도까지는 3만5천원의 뱃삯을 받고 있다.
▒ 취재협조 고성 매섬낚시 055-672-5454, 011-9396-7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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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도방파제는?
와도방파제 전경.
자란만 누은섬(와도) 북쪽에 있는 와도마을 앞에 있는 방파제로 큰방파제 길이는 110m, 작은방파제 길이는 80m 정도 된다. 유명 갯바위 못지않은 감성돔 명당으로, 한여름에도 각종 잡어와 함께 감성돔이 낚여 텐트를 치고 장박하는 단골꾼들도 많다. 감성돔은 11월까지 계속 낚인다. 봄에는 40~50cm급이, 가을에는 25~35cm급이 잘 낚인다.
평균 수심은 7~10m로 큰 방파제 콧부리와 중간 코너자리가 일급 포인트다. 작은방파제 콧부리도 기대할 만한 자리다. 들물보다 썰물에 좋은 조황을 보이는데, 낚시인들이 적어 조용할 경우 발밑을, 많은 경우에는 먼 곳을 공략하는 게 요령이다. 고성군 삼산면에 있는 포구에서 낚싯배로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