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가뭄 속 대호의 비상탈출구
“대호에 물이 없다”고?
무장리 준설 고랑에 월척 와글와글!
이영규 기자
가뭄 탓에 대호의 봄시즌 개막이 늦어지고 있다. 지난 4월 2일까지 대호는 극심한 갈수를 보여 서산 1번지낚시 대표 김기동씨에 따르면 “역대 최저 수위를 기록한 작년 봄보다 90cm가량 더 낮은 상황”이었으며, 4월 3일 충남에 50mm의 비가 내렸으나 대호의 수위는 겨우 3cm 상승에 그쳤다. 이런 갈수 속에서도 ‘비상구’는 있었다. 대호의 최상류 무장리에 있는 1.5m 수심의 준설한 고랑에서 지난 3월 중순부터 월척을 마릿수로 토해내고 있다. 이 고랑은 인근 무장리수로와는 달리 본류에 속해 있으며 만수땐 수심이 4m나 될 정도로 깊어서 평소엔 낚시가 되지 않던 곳이다.
▲준설 고랑 하류에서 큰 손맛을 본 서산 낚시인들. 왼쪽부터 유춘신, 김기동, 홍재인씨.
작년 이맘때도 대호는 갈수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그때 나는 대호 최상류의 해성리수로에서 낚시해 월척붕어를 여러 마리 낚은 적 있다. 그때도 봄 가뭄 탓에 수초대엔 물이 없었고 그래서 수초직공낚시 대신 스윙낚시로 골자리를 노려 붕어를 낚아냈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가뭄이라는 소식에 ‘올해는 아예 틀렸구나’ 싶었는데, 3월 25일 서산 일번지낚시 김기동 사장이 “작년에 취재한 해성리수로 하류 1.5km 지점에 있는 무장리 지역의 깊은 물골에서 월척이 쏟아지고 있다”는 낭보를 전해왔다.
그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긴가민가했다. ‘해성리, 무장리, 출포리에 이르기까지 대호 상류 전역에 물이 없다는데 어디에 낚시가 가능한 물골이 있다는 말인가?’ 나는 준설한 깊은 고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서야 수긍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문은 또 남았다. 월척이 쏟아졌다는 날은 서해안에 초속 8~9m의 강풍이 불고 있었는데 어떻게 대호에서 낚시를 할 수 있었다는 얘기일까? 김기동 사장은 무장리 고랑의 독특한 지형 구조 덕분이라 말했다.
“평소 같으면 둑 위에서 낚시했지만 현재는 수위가 줄어 둑 아래로 내려가 스윙낚시로 맨바닥을 노리고 있어요. 옴폭한 곳에서 대를 펼치니 바람 영향을 덜 받습니다. 이틀 전부터 조황이 확인됐는데 혼자서 월척을 다섯 마리나 낚은 손님도 있어요.”
▲“또 월척입니다. 수위가 줄어드니 붕어가 더 잘 낚이는군요” 준설 고랑의 중류에 앉았던 성제현씨가 두 마리째 월척을 낚아내고 있다.
▲일번지낚시의 새 식구 홍재인 실장이 지렁이를 물고 나온 월척을 보여주고 있다.
3년 전 준설한 골자리가 명당으로 등장
3월 26일 군계일학 성제현 사장, 손태성 회원과 함께 김기동 사장의 안내를 받아 무장리 고랑을 찾았다. 포인트는 지도에서 보듯 준설한 고랑의 초입부터 상류 방향 300m 구간이었다. 물가에 서서 보니 본류 방향인 왼쪽 연안은 갈대가 우거져 그림이 그럴싸했고 상류 쪽인 오른쪽 연안은 준설 흔적이 남아 있어 다소 황량했다. 김기동씨와 홍재인씨는 갈대가 있는 왼쪽 연안으로, 성제현씨와 손태성씨는 오른쪽 연안으로 자리를 잡았다. 나는 딱 중간 지점인 작은 도랑 옆에 자리를 잡았다.
고랑의 폭은 약 15m. 내 자리의 수심은 약 1.5m로 3칸반대를 펼치면 채비가 건너편 갈대밭에 닿을 정도였다. 2.9~3.2칸 대를 던졌을 때 가장 깊은 지점에 채비가 떨어졌다. 2.5~3.6칸까지 총 6대를 편 뒤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낚시 시작 1시간 만에 손태성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 월척을 낚아낸 손태성씨가 기쁜 표정으로 웃고 있다.
“이 기자님 빨리 오세요. 월척이에요! 월척! 성 사장님이 지금 막 첫수를 걸었어요.”
부리나케 달려가 보니 성제현씨가 9치 정도 되는 붕어를 끌어내고 있었다. 대호 붕어는 배스 유입 후 빵이 몰라보게 좋아져 9치만 돼도 월척으로 착각한다. 단골꾼들은 이런 대호 붕어를 ‘쟁반붕어’라고 부른다.
촬영을 마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는데 10분도 안 돼 또 전화가 걸려왔다. “이 기자님 빨리 오세요 빨리! 성 사장님이 또 걸었어요, 이번엔 진짜 월척이에요.” 나 원 참 나는 입질도 없어 짜증나 죽겠는데… 또 달려가 보니 이번엔 32.5cm 월척이었다. 워낙 빵이 좋아 35cm 이상으로 보였는데 이 녀석도 막상 계측자 위에 올려놓으니 3cm나 작았다. 5분 뒤에는 손태성씨도 33cm를 걸어내면서 나를 바쁘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포인트를 그쪽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받침대를 뽑아들고 짐을 나르는 와중에도 성제현씨와 손태성씨가 또 월척 1마리씩을 낚아 올린다. 성제현씨와 손태성씨가 낚은 붕어는 모두 5마리로 이 중 3마리가 월척이었고 입질은 오전 8시~10시 사이에 집중됐다. 나는 오후 2시경 30.1cm를 한 마리 낚아 가까스로 영패를 모면할 수 있었다.
호황인데도 낚시터는 썰렁
4월 초 현재도 무장리 고랑의 월척 조황은 꾸준하다. 하지만 의외로 찾는 이는 많지 않다. ‘대호 수위가 바닥’이라는 소문에 무장리 고랑의 호황마저 묻히는 인상이다. 지난 3월 31일에 무장리 고랑으로 들어간 수원꾼 박대환씨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도 37cm 붕어와 45cm 떡붕어를 낚았는데 주말임에도 낚시꾼은 고작 4명밖에 없었다고 한다.
무장리 고랑은 하류 쪽은 2.5m, 중간 지점은 1.5m, 상류는 1m의 수심을 보이고 있다. 만수때는 최고 4m까지 깊어진다. 따라서 이곳은 오히려 수위가 높으면 낚시가 잘 안 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기서 별 소식이 없었던 이유도 수심이 너무 깊었기 때문이다.
현재 무장리와 출포리를 비롯하여 대요수로, 영탑수로 등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태이며 사성수로, 대산수로 등도 50cm 미만의 저수위에 허덕이고 있다. 당분간 큰비가 오기 전까지 무장리수로의 고군분투가 계속될 듯하다.
▒가는 길 서산시내로 진입, 예천사거리에서 직진(전자랜드 옆)하여 성연면에 있는 성연교차로까지 간다. 성연교차로에서 해성리 방면으로 우회전해 1차선 도로로 따라 1.4km 정도 가면 좌측에 ‘해성중기’ 간판이 붙은 컨테이너가 보이고, 150m만 더 가면 좌측에 붉은색 폐방앗간(맞은편에 해성정미소. 내비 주소-선창길 140)이 나온다. 폐방앗간 옆길로 빠져 200m 가면 다리를 건너 삼거리, 우회전해 100m 가다가 좌회전해 작은 다리를 건넌다. 이 길로 800m가량 계속 직진한 후 우측의 마지막 다리를 건너 우회전, 약 200m 가면 공사 중인 고가도로 밑. 여기서부터 큰 길만 따라 3km 정도 가다가 다리를 건넌 뒤 400m 가량 가면 좌측에 채석한 야산이 나온다. 우측의 농로를 따라 진입하면 무장리의 준설 고랑이다.
▒문의 서산 일번지낚시 041-664-5598
▲준설 고랑의 초입 전경. 멀리 보이는 하류는 2.5m로 깊었고 중상류보다 배스 성화도 심했다.
무장리 고랑 입질 타이밍
아침 6시~10시에 집중
무장리 고랑의 붕어 입질 시간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진다. 동틀 녘부터 오전 10시까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인데 7대3 정도로 오전 입질이 활발하다. 단골꾼들은 컴컴할 때 자리를 잡은 뒤 동틀 때부터 낚시한다. 미끼는 지렁이가 단연 유리하며 떡밥은 그다지 집어 효과가 없으므로 짝밥으로 함께 쓸 필요는 없다.
취재일에는 1.5m 수심에서만 입질이 잦았고 하류 2m권에서는 입질이 없었으나 4월 들어서는 거의 모든 수심대에서 입질이 활발한 상황이라고 한다. 4월 초에는 상류 1m 수심에 앉았던 낚시인들이 마릿수 조과를 거두기도 해 붕어들이 점차 얕은 상류로 올라붙는 기색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