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갑수의 경북붕어 조황 패트롤
의성 비안면의 괴물 소류지, 서부지
완연한 봄이 찾아왔건만 주말만 되면 비가 오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바람에 3월 한 달은 조황 기복이 매우 심했다. 붕어가 안 낚이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정도 낚인 뒤에는 어김없이 날궂이가 이어져 호황 국면으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지난 3월 20일, 대구의 임성규씨 일행이 손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을 추천해달라는 얘기에 문득 서부지가 떠올랐다. 서부지는 경북 의성군 비안면 동부리 마을 앞에 1천평짜리 소류지다. 워낙 규모가 작다 보니 무시하고 지나치기 일쑤인 곳인데 마릿수 재미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초여름이 되면 말풀이 무성하게 자라 낚시가 불가능한 곳으로 오로지 봄에만 낚시가 가능한 곳이다. 그 덕분에 어자원이 잘 보존되어 있다. 하지만 이곳을 와본 꾼들은 이내 차를 돌려 다른 곳으로 가곤 한다. 워낙 규모가 작아서 ‘이런 곳에 무슨 붕어가 있겠냐’는 것이다.
▲아늑한 분위기의 서부지. 규모는 작지만 중치급 붕어가 잘 낚이는 알짜터다.
크기는 땅콩만 한 게 마릿수는 메가톤급
이날 임성규씨는 과수원 밑의 수초대를 공략했다. 2.5~4.7칸대까지 총 9대를 펼쳐 1.2m 수심에 네 대를 깔고 나머지는 저수지 중앙의 1.8m 수심을 노렸다. 30m 거리에 떨어져 앉은 서만수씨는 총 10대를 펼쳐 말풀 사이의 구멍을 노렸다.
입질은 케미를 꺾음과 동시에 시작됐다. 임성규씨가 낚은 8치급을 시작으로 자정 무렵까지 월척이 약간 못되는 씨알들의 입질이 꾸준히 이어졌다. 특히 서만수씨가 과수원 밑 수초대에 바짝 붙인 3.2칸대와 4.7칸대에서 입질이 잦았던 것으로 보아 산란을 앞둔 붕어들이 얕은 수초대로 몰려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입질은 동틀 녘에도 이어져 잔 씨알은 20마리 이상 방생하고도 8~9치급을 30마리나 낚는 대호황을 맛봤다. 미끼는 옥수수와 지렁이가 고루 먹혔는데 밤에는 옥수수, 아침에는 지렁이에 입질이 활발했다. 새우에는 입질이 거의 없었다.
▲서부지 밤낚시 조과를 들고. 아쉽게도 월척은 낚이지 않았다. 뒤쪽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필자, 서만수, 장상철, 임성규씨.
▲3.1운동 기념공원 부근에서 내려다본 서부지.
청태에 묻히지 않는 저부력 채비가 다수확 비결
다음날인 22일에는 대경 낚사모 회장 장상철씨가 합류했고 나도 가게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오후 6시경 서부지로 들어갔다. 우리가 앉은 곳은 과수원 초입으로 원래는 낚시를 못하게 하는 곳이다. 마침 과수원 아주머니가 봉숭아나무에 약을 칠하고 계셔서 과수나무를 다치지 않게 하겠다는 조건 하에 낚시를 할 수 있었다.
나는 2칸 대부터 3.6칸 대까지 총 8대를 편 뒤 새우와 참붕어를 차례대로 꿰어 달았다. 마릿수보다는 한 방을 노릴 생각이었다. 밤 8시경 과수원 초입에 앉은 장상철씨가 옥수수 미끼에 8치급 한 마리를 낚더니 8시 30분경에 또 8치급을 낚아냈다. 그런데 바로 옆에 앉은 내 찌는 꼬물대기만 할 뿐 본격적인 입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채비에서 차이가 나는 듯 했다. 다른 분들은 4호 봉돌(3g)의 저부력찌를 사용한 데 비해 나는 지난번 출조 때 쓰던 9호 봉돌 대물채비를 그대로 썼는데 이곳 붕어들에게는 다소 부담으로 작용하는 듯했다. 결국 밤시간에는 나만 꽝을 맞고 아침을 맞았다. 아침이 되자 나는 미끼를 모두 지렁이로 교체했다. 아침낚시용 미끼로는 지렁이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전 7시경 2.4칸대에 첫 입질이 와 챔질하니 9치급 붕어가 올라왔다. 워낙 손맛이 대단해 처음엔 월척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이런 식으로 1시간 동안 지렁이 미끼로 9치 3마리와 잔 씨알의 붕어 6수를 낚아낼 수 있었다. 입질은 계속 들어올 분위기였으나 밤새 손맛들을 톡톡히 본 때문인지 아침 8시가 되자 모두 낚싯대를 접었다.
▒출조문의 011-811-8601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의성IC를 나와 우회전, 1.6km 가면 예천·안계면 이정표가 나온다. 굴다리 밑에서 신호를 받아 우회전, 4차선 신도로를 타고 8.3km 가다 보면 동부리·서부리 이정표가 나온다. 우측으로 빠져나와서 소보·장천면 방향으로 굴다리 밑에서 좌회전해 50m 가면 길가에 있는 사각형의 작은 저수지가 서부지다.
▒출조 문의 011-811-8601
▲과수원 밑에 앉았던 필자가 붕어를 끌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