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바다 봄나들이
미륵도 좌대낚시터에 도다리 납시었다
ㅣ백종훈 고성 푸른낚시마트 대표·N·S 바다 프로스탭ㅣ
지금 통영에서는 도다리 좌대낚시가 유행하고 있다. 좌대낚시터란 통영 앞바다에 떠있는 무수히 많은 가두리 양식장들을 말한다. 가두리 주변 해저에는 사료 찌꺼기들이 많아 이맘때면 도다리가 그것을 먹으려고 꼬여든다. 낚싯배와 달리 멀미 걱정 없이 편하게 낚시할 수 있어 좌대를 찾는 낚시객이 점점 늘고 있다.
▲ “도다리가 이렇게 잘 낚입니다.” 바다루어이야기 유일한(파란바다)씨가 통영의 좌대낚시터에서 일본식 카드채비로 낚은 도다리를 보여주고 있다.
한낮의 햇살이 제법 따스해진 3월 말, 나는 ‘바다루어이야기’ 회원들과 도다리를 낚기 위해 통영 미륵도 삼덕마을 앞 좌대낚시터를 찾았다. 영등할미가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듯 찬바람이 여전히 강하게 불었지만 통영 앞바다의 물속에는 봄을 알리는 전령 도다리가 어느새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가본 것이다.
통영의 좌대낚시터들은 곧 가두리 양식장이다. 물론 가두리 속의 양식어종을 낚는 것은 아니다. 가두리가 있으면 그물 바깥에도 풍성한 사료 잔분 덕에 감성돔, 전갱이, 고등어, 숭어 등이 철따라 많이 모여드는데 그런 물고기들을 낚는 것이다. 통영에서는 오래전부터 가두리를 유료낚시터로 개방해 낚시인들이 손맛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지금은 도다리가 잘 낚이는 계절이다. 도다리하면 배낚시를 먼저 떠올리겠으나, 좌대 조황도 그것 못지않다.
아직은 추운 시기라 두꺼운 옷을 입고 출항했다. 오전 6시, 어스름이 밝아올 무렵 삼덕항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좌대에 도착했다. 도다리도 여느 낚시와 마찬가지로 아침 햇살이 번지기 시작하는 때부터 오전 9시까지 왕성한 입질을 보이므로 조금 일찍 나가는 것이 좋다. 늦어도 오전 7시에는 낚시를 시작해야 마릿수를 확보할 수 있다.
▲ 받침대에 거치해둔 낚싯대. 봉돌을 바닥에서 50cm 정도 띄운 후 어신을 기다린다.
▲ 대혁군이 앙증맞은 씨알의 도다리를 보여주고 있다.
베이트릴 장비에 일본식 묶음추가 좋다
우리가 도착한 좌대는 통영 만지도 인근에 있다. 자주 들르는 좌대이기에 포인트며 수심 등을 잘 알고 있다. 수심은 15m 전후며 조류가 빠를 때는 30호 봉돌이 밀릴 정도로 조류 소통이 아주 좋은 곳이다. 조류가 약한 물돌이 때나 조금물때에는 15~20호 봉돌을 사용하는데, 20호와 30호 봉돌을 준비하면 무난하게 낚시할 수 있다.
낚싯대는 루어낚싯대나 배낚싯대, 짧은 원투낚싯대 등을 고루 쓴다. 우리는 배스낚싯대나 참돔지깅대에 베이트릴을 달아서 사용한다. 베이트릴은 원터치 조작으로 줄을 풀고 감을 수 있어서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낚시엔 스피닝릴보다 편하다.
보통 릴줄에 묶음추 채비를 달아 던진 후 입질을 기다리는데 우리는 조금 다른 채비를 쓴다. 일본에서 들여온 가자미용 카드채비에 가지바늘 편대와 봉돌을 달아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묶음추와 거의 비슷하지만 봉돌과 카드채비 바늘의 컬러가 다양하고 가지바늘 편대가 좀 더 튼튼하다는 차이가 있다. 화려한 채비로 인해 미끼가 좀 더 도다리의 눈에 잘 띄며 편대가 튼튼해 고패질할 때 채비가 엉키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미끼는 참갯지렁이와 청갯지렁이가 사용된다. 잘근잘근 씹어서 삼키는 먹이습성을 지닌 도다리의 특성상 지렁이만한 미끼가 없다. 참갯지렁이나 청갯지렁이 중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 김재용(바루지존)씨가 양 좌대양식장 사이의 공간을 노리고 있다.
▲ 좌대낚시터에서 낚은 도다리와 우럭.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의 조과로 도다리와 우럭이 비슷한 비율로 올라왔다.
▲ 야광 구슬과 가지바늘 채비
▲베이트릴장비와 청갯지렁이 미끼.
손님고기로 우럭, 여름엔 전갱이와 참돔도…
낚시는 채비를 수직으로 내려서 돌이 바닥에 닿으면 릴을 감아 봉돌이 바닥에서 50cm~1m 뜨도록 감아 들인다. 그렇게 하면 카드채비의 일부는 바닥에 닿고 일부는 떠서(도다리의 활성에 따라 채비를 모두 띄우거나 반대로 깔아두기도 한다) 도다리의 예민한 입질도 잡아낼 수 있다. 도다리의 활성이 좋으면 윗바늘에도 입질이 들어온다.
고패질은 많이 해줄 필요 없으며 낚싯대를 걸쳐두고 입질을 기다리면 된다. 일행 중 좌대낚시 가이드 역할을 한 유일한(파란바다)씨가 가장 먼저 입질을 받았다. 씨알은 30cm급으로 배낚시 못지않았다. 이어서 김용재(바루지존)씨와 그의 아들 대혁군의 낚싯대도 포물선을 그린다. 씨알은 고만고만했는데, 아직 본격적인 시즌이 아니어서인지 주종이 25cm 전후였으며 간혹 30cm급이 섞여 낚였다. 4월 중순 이후 본 시즌이 열리면 40cm급 ‘빨래판 도다리’도 곧잘 만날 수 있다고 한다.
도다리낚시를 하다 보면 손님고기로 씨알 좋은 우럭, 참돔, 전갱이 등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수온이 낮아서 난류성 참돔과 전갱이는 구경할 수 없었고 찬물에 강한 우럭을 여러 마리 낚을 수 있었다. 우럭 씨알은 25~30cm로 잘았다. 전갱이와 참돔은 6월 이후에 낚을 수 있다.
좌대낚시의 좋은 점은 주변 어장에서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먹잇감으로 인해 도다리, 우럭, 전갱이, 고등어 등의 다양한 고기들이 좌대 주변을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온만 적당히 유지되면 연중 손맛을 즐길 수 있다.
햇살이 퍼지면서 좌대 곳곳에서 입질이 이어졌다. 최수창(별이되어)씨와 유대현(쪼꼬루)씨도 연신 입질을 받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가량의 폭풍같은 피딩타임에 일행들이 낚은 도다리로 어느새 좌대가 비좁아졌다.
갓 낚은 도다리회를 맛보지 않을 수 없어 자잘한 것 몇 마리를 골라 회를 치고 준비한 도시락으로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뼈째 썰어 먹는 것은 역시 손바닥만 한 도다리가 제격.
식후 2차전엔 도다리의 입질이 줄어들고 대신 우럭이 꾸준하게 물고 나왔다. 우럭은 조류가 흐르지 않거나 반대로 너무 빠를 때를 제외하면 꾸준히 입질하는데, 만약 조류가 정상으로 가는 상황이라도 입질이 없다면 미끼를 싱싱한 것으로 자주 갈아주고 자리를 옮겨 가며 이곳저곳 보려보는 것이 좋다. 따라서 동이 틀 무렵엔 도다리 낚시에 집중하고 오전 10시경이 되면 우럭을 함께 노리면 더 나은 조과를 기대할 수 있다.
3월 말이라 그런지 도다리의 폭발적 호황을 기대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낚시인들의 살림망이 생각만큼 풍성하지는 않았는데, 봄비가 몇 번 더 내리고 화창한 날이 이어진다면 도다리는 더욱 굵어져서 낚시인들을 반길 것 같다.
▒ 조황 문의 고성 푸른낚시마트 010-3599-3193
좌대 도다리낚시 장비&채비
●낚싯대
낚싯대는 7ft(210cm) 전후의 릴낚싯대를 쓴다. 최근에는 좌대낚시 같은 생활낚시에도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고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좌대에서는 배스용 베이트대 중에서도 M급 이상이나 참돔지깅 베이트낚싯대가 좋다. 무거운 20~30호 봉돌을 사용하기 때문에 너무 낭창한 것은 좋지 않다.
●릴
좌대에서는 수직으로 채비를 내리기 때문에 캐스팅을 할 필요가 없다. 도다리가 좌대 아래에 많기 때문에 채비를 내리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베이트릴이 좋다. 베이트릴은 채비를 섬세하게 조작할 수 있고 스피닝릴에 비해 무거운 채비를 수월하게 감을 수 있다. 베이트릴의 크기는 나일론 줄 3호가 150m 정도 감기는 것이 적당하다. 합사를 사용할 경우에는 1.5~2.0호를 사용한다.
●카드채비
과거 도다리낚시엔 원투낚시용 묶음추 채비가 주로 쓰였지만 최근에는 도다리낚시용 카드채비가 수입 판매되고 있다. 좌대낚시는 특성상 넓은 지역을 탐색하지 않고 포인트 주변으로 몰려든 것을 놓치지 않고 낚아내야 하는데, 수입 판매되는 채비는 도다리를 유인하기 위해 다채로운 진한 컬러가 특징이다. 수입 카드채비에 달린 ‘에그볼(egg ball)’이라고 하는 소품은 물에 뜨는 소재로 가지바늘이 처지지 않고 뜨게 만들어준다. 색상도 화려해 도다리의 눈에 잘 띄게 만들어졌다.
●야광구슬(야광옥)
수심이 깊은 곳은 어둡기 때문에 도다리의 시선을 끌기 위해 야광 구슬을 바늘 위에 꿰어서 사용하기도 한다. 수심 10m권의 좌대 바닥이 어두운 것은 사실이므로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해볼 수도 있겠다.
●편대
채비를 바닥에서 50cm~1m 띄우는 좌대 도다리낚시는 편대 사용이 필수다. 편대에 봉돌을 달고 카드채비를 연결하면 채비가 꼬이지 않고 봉돌이 바닥에 닿는 것보다 입질 파악이 더 쉬워진다. 도다리뿐만 아니라 전갱이도 마찬가지다. 편대에는 ‘ㅡ’자편대, ‘U’자편대, ‘L'자 편대 등이 있는데, 도다리용으로는 주로 ’L'자편대를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