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 봄맞이 조행

5짜 소문 듣고 가서 월척 손맛 톡톡히

박 일 객원기자

풍경 좋고 수초와 수몰나무가 어우러진 아담한 산골 소류지. 이런 곳에서 월척급 씨알까지 낚인다면 얼마나 좋을까? 경북 예천군에 그런 곳이 있었다.

얼음이 녹자마자 대형 월척붕어를 토해낸 예천군 지보면 어신리의 다암지. 5천평 규모의 평지형 소류지다.

다암지에서 32cm 월척 붕어를 낚은 권영수씨.

1차 출조 다암지

터가 센 곳이지만 봄에는 무장해제

터가 센 곳이지만 봄에는 무장해제

2월 하순에서 3월 중순으로 이어지는 시기에는 겨울과 봄의 기후가 함께하기 때문에 기상의 변화가 심하다. 가까운 중부지방의 저수지나 수로는 낚시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온화한 남쪽 지방으로 원거리 출조를 하곤 한다. 이 시기의 남부지방 붕어들은 산란기에 근접해 있기 때문에 출조지만 잘 선정하면 연중 최대어를 낚을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기도 하다.
겨우내 빈작의 얼음낚시터를 전전하며 붕어의 손맛과 찌올림에 목말라 있던 필자와 조우들은 초봄 대물 붕어를 만날 출조지를 찾다가 경북 점촌에 있는 지인에게서 “예천의 다암지라는 소류지에서 얼음이 녹자마자 40cm급 후반의 붕어가 낚였고, 현재도 굵은 씨알이 잘 나온다”는 연락이 왔다. 다암지는 작년 봄에 5짜가 낚인 곳이라고 한다.
내심 충남지방 출조를 고려하고 있던 나는 일행들과 주저 없이 예천으로 달려갔다. 수도권의 꾼들은 경상북도가 상당히 먼 거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고속도로로 2시간 남짓 걸리기 때문에 태안이나 안면도 가는 거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경북 북부지방은 서울에서 2시간 거리

다암지 상류 부들밭 포인트. 작년 봄에 5짜급 붕어가 낚인 곳이다.

3월 3일 금요일 오전, 예천으로 가는 영동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는 한산한 편이었다. 예천읍내에 도착한 우리는 낚시점과 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장만하고 바로 예천읍 지보면 어신리에 있는 다암지로 향했다. 현지꾼들은 어신지로도 불렀다.
다암지는 5천평 정도 되는 아담한 평지형 소류지였다. 예천군에서 대물터로 익히 알려진 곳이라고 했다. 오각형 모양의 소류지 상류에는 부들과 뗏장수초가 밀생해 있고, 중류 양안은 수몰나무와 부들이 듬성듬성 있어 대물 포인트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우리는 도로 반대편인 좌측 하류부터 중상류 비닐하우스 앞으로 자리를 잡았다. 수초가 발달한 비닐하우스 앞에 앉은 현규연, 유인환, 권영수씨는 대물 채비를 했으며 좌안 하류 산 아래 수몰나무 포인트에 앉은 김동원씨는 맨바닥을 노려 떡밥낚시를 했다. 물색도 좋아 기대가 충만했다. 3칸대 기준 1.5~2m 수심으로 낚시하기에도 적당하였다.
“7년 전 배스가 유입된 후로 30cm를 훌쩍 넘는 붕어가 부지기수고, 4짜와 5짜 붕어도 서식한다. 터가 센 곳이지만 봄에는 대물붕어를 쉽게 만날 수 있는 호기다. 초여름이면 수초가 자라 낚시를 못할 지경이다.” 낚시터를 알려준 지인의 말이다.

배스가 많다는 말에 잔챙이는 없는 줄 알았는데, 낮에 지렁이를 달아 던지니 잔챙이 붕어가 이따금씩 물어주었다. 이윽고 어둠이 내렸고 본격적인 밤낚시를 시작했다. 아직 쌀쌀한 날씨 속에 입질은 자정이 지나서 시작되었다. 신기하게도 초저녁엔 그렇게 조용하더니 두 시간 동안 벼락 입질에 잠이 확 달아나버렸다. 권영식씨가 32, 34cm를, 현규연씨와 유인환씨가 7~9치급으로 10마리 넘게 낚았는데 대부분 지렁이에 입질을 받았다. 새벽 3시 이후에는 다문다문 낚이다 동이 트자 입질은 다시 소강상태를 보였다.
다암지는 배스가 낚이기 시작하는 3월 하순부터 붕어도 본격적인 대물낚시 시즌에 들어서는데 배스가 옛날만큼 많지 않아서 그런지 중치급 붕어도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옥수수와 메주콩도 잘 먹힌다. 특히 긴 낚싯대가 유리한 편이며 최상류 수초대보다는 중류 부들이 잠긴 포인트가 명당이다.

예천읍 석정리에 위치한 치실지.

치실지 제방에서 39cm 붕어를 낚고 좋아하는 현지꾼.

[2차 출조 치실지]

다암지 근처에서 뜻밖의 대물 소류지 발견

다암지에서 낚시를 하고 있을 때 예천읍에 있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예천에 내려오셨다면서요? 지금 저수지를 돌아보고 있는데 치실지에서 노조사 한 분이 월척급 붕어를 꽤 많이 낚은 걸 보고 바로 전화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예천 농공단지 뒤에 있다는 치실지를 찾아갔다. 부들과 뗏장, 말풀, 수몰나무가 어우러진 아늑한 소류지였다. 예천군 예천읍 석정리에 위치하며 수면적은 2천평. 제방에서 만난 현지 낚시인은 “어젯밤에 대물급으로 보이는 붕어를 세 번이나 터트렸는데 결국 새벽에 39cm 붕어를 낚았으며 여덟아홉치급으로 20여 마리를 낚았다”며 “언젠가 배스가 유입되어 붕어 씨알이 부쩍 커졌다. 예전만큼 마릿수는 없지만 봄에는 예외다. 여덟아홉치급이 마릿수로 낚이고 간혹 4짜 붕어도 낚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색은 좋은데, 낚싯대를 던져보니 수심이 60~80cm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짧은 수초찌를 달아 직공낚시를 해보기로 했다. 배스가 있는 곳치고는 입질이 잦은 편이었다. 우리 일행들은 지렁이와 옥수수를 미끼로 직공낚시를 하였고, 현지꾼 두 분은 메주콩과 옥수수를 사용해 스윙낚시를 하였는데 결과는 우리의 완패!
현지꾼들은 “초봄부터 메주콩에 4짜 붕어가 잘 낚이는 곳이다. 39센티는 옥수수로 낚았다”고 말했다. 우리 3명은 오후 3시까지 6~8치 10여 수를 낚았다.   

▒치실지 가는 길  서울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문경, 상주 방면으로 빠진 다음 함창·점촌IC에서 내린다. 예천 방향으로 25km 정도 가면 농공단지입구사거리에 이른다. 지하차도 입구에서 ‘예천농공단지’ 이정표를 보고 우측으로 빠진 다음 좌회전, 농공단지 정문에서 우회전한 뒤 석정리 마을로 들어가는 소로를 따라 100m 정도 가면 나오는 석정리 마을회관 앞에서 좌회전하여 1.2km 가면 치실지 수면이 보인다.
내비게이션 주소는 경북 예천군 예천읍 석정리 502-1.

▒다암지 가는 길  예천에서 문경 방향으로 가다 예천농공단지 앞에서 군위 방향 28번 국도를 타고 4.5km 정도 가면 내성천을 건넌다. 4km 가량 더 직진하면 나오는 어신리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하여 교회 옆길을 따라 들어가면 다암지 제방에 닿는다.
내비게이션 주소는 경북 예천군 지보면 어신리 525번지.

▒조황 문의  예천 대물낚시 054-655-2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