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현장
최저수온이고 영등철이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거문도여, 그대를 참돔의 메카로 인정하노라!
ㅣ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ㅣ
이제 거문도를 대표하는 어종은 참돔이 되었다. 거문도와 삼부도를 찾는 낚시인들의 뇌리에 1순위 타깃으로 각인된 물고기는 벵에돔도 감성돔도 아닌 참돔이다. 이제 거문도 참돔은 계절도 불문이다. 여름~가을은 물론 겨울에도 참돔이 가장 흔하게 잡히고 있다. =오히려 겨울에 더 굵은 참돔이 더 많이 낚이고 있고, 과거 ‘여름이 =참돔의 계절’이라던 인식은 대폭 수정되어 ‘요즘 참돔의 피크시즌은 3~4월 영등철’이란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 거문도는 참돔낚시의 성지라 불러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 봄에는 대형 벵에돔, 가을부터는 참돔 포인트로 각광받고 있는 욧등 일대. 사진 뒤로 배치바위와 거문등대도 보인다.
2월 하순, 수온이 10도까지 떨어져도 감성돔보다 오히려 참돔이 꾸준하게 낚인다는 소식! 아무리 참돔이 겨울에도 마구 낚이는 시절이 왔다 해도, 이건 너무 한 것 아냐? 그러나 2월 27일 밤 서경낚시클럽 출조 버스를 찬 탄 10명의 낚시인 중 6명이 참돔낚시를, 4명이 감성돔낚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하니, 세상 참 변해도 많이 변했다. 거문도 참돔이 겨울 내내 낚이면서 이제 ‘겨울=감성돔의 계절’이란 등식도 많이 파괴되었다.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잘 낚이는 돔을 먼저 노리는 게 현명한 판단 아니겠는가.
5시간 뒤 버스는 고흥 나로도에 도착했고, 평일인데도 정원을 꽉 채운 에이스호는 새벽3시에 거문도로 향했다. 주의보 뒤끝이라 파도가 높았다. 낚싯배는 평소보다 30분 늦게 거문도에 도착했다. 미리 나와 대기하고 있던 현지 종선 돌핀호는 취재팀을 태우고 곧바로 갯바위로 향했다.
“요즘 계속 동풍이 불어대는 통에 서도만 찾고 있다”는 돌핀호 김태정 선장은 “연일 불어대는 동풍의 영향으로 물색이 맑아진 것이 감성돔보다 참돔이 많이 낚이는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2월 중순부터 남해안 전역이 불황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열흘 이상 계속 불어댄 동풍이 꼽혔다. 샛바람에 낚시 안 된다는 속설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면적 불황을 보였다. 특히 거문도는 북서풍에 흐려진 물색이 동풍이 불자 맑아졌다고 한다.
▲ “영등철에 참돔을 마릿수로 낚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대구에서 온 백성현(좌), 김정현씨가 큰용댕이에서 낚은 참돔을 자랑하고 있다.
▲ 2월 28일, 대원도 맞은편 본섬에 오른 인천의 서민영씨(울트라피싱클럽)가 참돔을 뜰채에 담으려 하고 있다.
▲ 서도 욧등에서 배출된 참돔들.
▲ “대삼부도 선상낚시에서 낚은 감성돔들입니다.” 용인 안용규(좌), 유대영씨(일산).
“열흘 동풍에 감성돔은 자취를 감춰”
서도 북쪽 녹산등대를 돌아갈 때는 높은 파도 때문에 갯바위가 보였다 안 보였다를 반복하였고, 낚싯배는 곧 뒤집힐 듯 요동을 쳤다. 제립여를 돌아서자 그제야 평온을 되찾았다. 취재 당일 수온은 11.2도.
서둘러 왔는데도 우리보다 먼저 온 낚시인들이 제립여를 선점했다. 결국 용댕이부터 욧등 사이의 빈자리를 찾아 하선해 나갔다. 오늘은 강풍 때문에 바람을 적게 받는 자리가 명당이 되었다.
나는 인천꾼 서민영씨 일행과 함께 대원도 맞은편 본섬에 내렸다. 그러나 막상 갯바위에 올라서니 이곳도 낚싯대를 세우기 힘들 정도다. 이날 만조는 12시 전후였기 때문에 오전 내내 들물이 받혔다. 구로바에서 대원도를 지나 제립여 방면으로 들물 조류가 흘러가는데, 강한 바람이 조류 반대편에서 불어와 찌가 차고 나아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를 거듭해 낚시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두어 시간 동안 바다만 바라보다 조류에 힘이 실리면서 겨우 찌를 흘릴 수 있었다. 다행히 서민영씨가 입질을 받았는데 떡망상어(25cm가 넘는 망상어)가 올라왔다. 망상어들이 중간층에서 계속 성화를 부려 고부력 채비로 바꿨다. 3호 직공낚시 채비가 망상어 떼를 뚫고 내려가자 무언가 기다렸다는 듯 미끼를 물고 달아났다. 45cm 정도 되는 참돔이었다. 얼른 미끼를 다시 꿰어 같은 곳으로 캐스팅. 이번에는 벵에돔이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더 이상 입질을 받을 수 없었다. 어느 듯 시간은 흘러 오후 1시 철수시각.
돌핀호배에 올라 낚시인들의 조황을 살펴보니 영등감생이 시즌이 무색할 정도로 감성돔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20~25cm 벵에돔과 40~60cm급 참돔만 낚였다. 큰용댕이에 내렸던 대구의 백성현, 김정현씨는 굵은 씨알의 참돔을 다섯 마리나 낚았는데, 전유동 채비로 100m 이상 흘려 입질을 받았다고 했다.
▲ 2월 20일 서도 제립여 맞은편 본섬에서 75cm 참돔을 낚은 이택상씨(시마노 인스트럭터). 만조 직전 조류가 용댕이 쪽으로 흐를 때 입질을 받았다.
▼ 고흥으로 철수하기 위해 거문도 종선(돌핀호)에서 나로도 에이스호로 옮겨 타고 있는 낚시인들.
▲ 사계절 다양한 어종을 배출해내는 대원도와 소원도(우).
감성돔보다 겨울 참돔의 활성도가 더 높아
종선인 돌핀호에서 에이스호로 짐을 옮겨 싣고 있는데, 삼부도에서 낚시한 팀의 아이스박스에 40~50cm급은 감성돔이 다섯 마리나 들어 있다. 감성돔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대삼부도 근해에서 참돔 선상낚시를 했는데, 감성돔이 모두 깊은 수심에서 물었다” 고 말했다. 요지경이다. 갯바위에선 참돔만 낚이고, 정작 참돔 선상낚시에선 감성돔이 낚이다니….
여수 서울낚시 강민구 사장은 “요즘 거문도 감성돔낚시는 동풍 때문에 물색이 맑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경계심이 강한 감성돔들은 깊은 곳으로 숨어 버렸고, 참돔이나 벵에돔처럼 맑은 물색을 좋아하는 어종들이 낚시인들이 매일 같이 뿌려대는 밑밥을 따라 연안 가까이까지 접근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돔낚시에선 동풍이 오히려 호재가 될 수도 있다. 특히 겨울의 동풍은 난바다에 흐르고 있는 따뜻한 물을 동반하게 되므로 갯바위 근처의 수온을 올리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사 마감 중인 3월 11일 여수 실전낚시 김지송 사장(N.S 필드스탭)에게서 최근 거문도 호황 소식을 들었다.
“3월로 접어들자 수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어제(10일) 참돔이 쏟아졌습니다. 주말을 맞아 삼부도를 찾은 낚시인들 대다수가 참돔을 낚았는데, 대략 사오십마리가 쏟아진 것 같아요. 소삼부도 검등여, 보찰여, 대삼부도 노루섬, 귀신골창 등에서 제일 많은 조과가 배출되었습니다.”
거문도 참돔의 경우 수온이 떨어지는 한겨울에는 거문도 본섬에서 낚이다 수온이 반등하여 오르기 시작하면 삼부도부터 붙기 시작해 서서히 거문도 본섬으로 옮겨 붙는 게 그간의 관례라고 한다. 대삼부도 노루섬에서는 감성돔도 낚이기 시작했다는 낭보다.
▒ 출조문의 인천 서경낚시클럽 010-2781-3996,
고흥 나로도 에이스호 011-666-1506, 거문도 돌핀호 017-660-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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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ing Guide
3~4월은 거문도 참돔 최고의 시즌
쿠로시오 난류의 영향을 받는 거문도는 다른 곳보다 수온이 높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참돔을 마릿수로 낚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영등철 즉 3월부터 수온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참돔 조황이 상승하기 시작하고 수온이 14~15도까지 오르는 4월에는 연중 최고의 피크 시즌을 이룬다는 게 현지 선장들의 말이다. 이때는 대물을 만날 수 있는 호기로 평균 60~70cm급으로 굵게 낚이며 간혹 80~90cm급도 달려든다. 정작 참돔시즌으로 알려진 초여름 즉 5월 초순이 되면 수온이 많이 올라 상사리급이 낚이기 시작한다고.
따라서 지금부터 4월 하순까지가 거문도의 참돔 기록어에 도전할 만한 시기다. 이 시기의 대물 참돔은 쉽게 부상하지 않고 멀리서 유영하기 때문에 3호 이상의 고부력 채비를 사용하여 본류대를 공략하거나 바닥층을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입질을 받을 수 있다. 밑밥도 넉넉히 뿌려줘야 한다.
거문도의 참돔 포인트들은 대개 15~18m 수심을 보이는데 동도 낭끝 같은 경우는 22~25m 수심에서 참돔이 낚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