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강의

‘학공치 달인’ 홍종범의 노하우

죽밑밥과 ‘은행알’ 목줄찌가 열쇠다!

강원도 동해시의 현대낚시 홍종범 사장(HDF 필드스탭)은 학공치낚시의 달인이다. 그는 늘 다른 낚시인들보다 월등히 많은 학공치를 낚아 주목받는다. 그의 압도적 마릿수 조과의 비결은 과연 무엇인가? 지난 1월 26일, 삼척 노곡방파제에서 그만의 노하우를 취재해 봤다.

ㅣ이영규 기자ㅣ

동해시 나안동에 있는 현대낚시에서 노곡방파제로 이동한 것은 오전 10시경. 100m 길이의 노곡방파제에는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꾼들로 붐비고 있었다.
올 겨울 삼척 노곡방파제의 학공치 호황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원래 수온이 일찍 떨어지는 동해북부권 학공치낚시는 가을 무렵 막을 내리고 겨울 학공치낚시는 주로 경북지방에서 이루어지는 게 상례였다. 그런데 올해는 고수온 때문인지 1월 중순의 노곡방파제에서 학공치가 꾸준히 낚이는 이변을 연출하고 있었다.
낚시인들은 파도가 치는 외항과 잔잔한 내항으로 나뉘어 학공치를 낚고 있었다. 얼핏 외항 쪽 낚시인들이 더 많은 입질을 받는 듯해 외항을 포인트로 잡을 줄 알았는데 홍종범 사장은 오히려 내항을 가리켰다.
“편광안경을 쓰고 보니 잔잔한 내항에도 학공치가 많이 몰려있군요. 꾼들이 뿌린 밑밥에 활발히 반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파도밭 속 학공치가 경계심이 적어 낚기 쉽지만 내항에서도 집어가 잘 되고 있으므로 굳이 발판 불편하고 위험한 외항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동해시의 학공치 달인으로 불리는 홍종범씨가 방금 낚은 학공치를 보여주며 웃고 있다.

필요한 입질만 엄선해준 목줄찌

내항에서 대여섯 차례 크릴 밑밥을 품질하자 학공치가 발밑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굳이 긴 대를 쓸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홍종범씨가 가방에서 3.6m짜리 민장대를 꺼내들었다. 그의 민장대 채비는 무척 단순했는데 작고 둥근 벵에돔낚시용 목줄찌가 눈길을 끌었다. 학공치낚시에서는 소형 막대찌나 고추찌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 녀석은 은행알처럼 작고 둥글었다. 원줄이 몸통 가운데를 지나가며 고정되는 방식이며 부력은 G2. 도래와 바늘 무게를 지탱하고 약간의 잔존부력을 남겨 놓기 위해서는 0호보다 G2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원줄은 1.5호, 도래는 소형 8호, 목줄은 0.6호를 25cm가량 연결했다. 바늘은 볼락바늘 3호로 망상어바늘 5호와 비슷한 크기다(흔히 ‘볼락바늘’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히는 송어바늘이다. 겉포장에 송어의 일본말인 마스(マス)가 적혀있지만 워낙 볼락낚시용으로 오래 쓰다 보니 볼락바늘로 굳어진 것이다. 망상어바늘을 붕어바늘로 부르는 것처럼).
고수의 학공치 채비는 뭔가 특별날 줄 알았는데 이건 너무 단순하다 못해 싱거울 정도다. 그는 왜 예민한 막대찌를 놔두고 둥글납작한 목줄찌를 선호하는 것일까? 홍종범씨가 이유를 말했다.
“소형 막대찌는 예민하지만 실제로는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일단 막대찌나 고추찌들은 찌날라리가 원줄과 자주 엉키죠. 또 바람을 많이 타 맞바람이 불 때는 잘 날아가지 않아요. 반면 둥근 목줄찌는 부피가 작다 보니 맞바람을 잘 뚫고 날아갑니다. 찌톱이 없고 낚싯줄과 일체가 되니 채비 엉킬 일도 없습니다.”
학공치의 다양한 입질 패턴을 읽을 때도 둥글납작한 목줄찌가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한다.
“학공치는 찌가 쏙 들어갈 때뿐 아니라 전후좌우로 움직일 때도 채야 됩니다. 그런 면에서도 수면과 밀착된 목줄찌가 챔질 타이밍 잡기는 훨씬 쉬워요. 수면 아래 살짝 잠기거나 전후좌우로 미끄러질 때 채면 되거든요.”
실제로 두 찌를 동시에 띄워놓고 낚시해보니 소형 막대찌는 상하좌우로 크게 흔들리며 안정성이 떨어지는 반면, 수면에 밀착한 목줄찌는 챔질에 필요한 어신만 깔끔히 걸러 전달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학공치가 구름처럼 몰려들기에 채비만 던지면 덥석 물 줄 알았는데 홍종범씨만 연타로 낚아낼 뿐 나와 함께 동행한 최선익씨는 드문드문 낚았다. 그래서 우리는 분명 홍종범씨가 우리보다 훨씬 가는 목줄을 쓰거나 작은 바늘을 묶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채비는 똑같았다. 문제는 수심! 우리는 찌밑수심을 30cm 가량만 준 데 반해 홍종범씨는 45cm를 줬다.
홍종범씨와 같이 수심을 조절한 후 채비를 던지자 거짓말처럼 입질이 잦아졌다. 눈앞에 학공치가 버글대기에 대충 던져도 물 줄 알았는데 불과 한 뼘 수심 차이로 입질 빈도가 이렇게 차이나다니…!
“많은 낚시인들이 학공치는 떠서 무는 고기이므로 눈에 보이는데도 안 물 경우 바늘이나 목줄에 이상이 있다고 추측하죠. 하지만 입질 수심이 맞지 않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홍종범씨는 일단 수심을 먼저 체크하고, 그래도 입질에 변화가 없다면 그 다음에 목줄 굵기나 바늘 크기를 조절해볼 것을 권했다. 다음은 홍종범 사장과 낚시하며 나눈 일문일답.

▶ 홍종범씨의 학공치낚시 장비들. 다양한 길이의 민장대와 원투낚시용 릴낚시 장비를 함께 갖고 다닌다.

Q 밑밥을 꾸준하게 줬는데도 학공치가 안 보인다면?
-평소보다 멀리, 깊이 노리면 입질 들어올 때 많다

학공치는 수온에 매우 민감한 고기다. 평소엔 수면 가까운 곳에서 유영하다가도 수온이 맞지 않으면 적서수온에 맞는 깊은 수심으로 내려간다. 실제로 3m 수심에서 학공치가 물고 나올 때도 많으므로 반드시 다양한 수심을 노려볼 필요가 있다. 특히 수면이 잔잔한 날일수록, 내항일수록 학공치가 깊은 곳에서 입질할 때가 많다.

Q 밑밥은 왜 죽처럼 질퍽하게 만들어 쓰는가?
-느리고 폭넓게 확산되며 집어 효과도 오래 가

나는 하루낚시에 1.5kg짜리 크릴 1장, 집어제 1봉, 빵가루 1봉을 섞어 사용한다. 전체적인 양도 적고 배합 비율상 크릴이 너무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정도면 하루낚시용으로 충분하다. 일단 크릴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잘게 부순 뒤 집어제, 빵가루와 섞는데 처음부터 물을 많이 부어 죽처럼 만든다. 이렇게 만든 뒤 현장에 도착하면 빵가루가 물을 흡수해 밑밥이 빡빡하게 변한다. 그러면 다시 물을 부어 죽으로 만든다. 이 과정을 거치는 동안 밑밥의 양도 증가하게 된다.
죽밑밥은 냄새는 진동하지만 온전한 크릴 잔해가 없다 보니 학공치로 하여금 먹이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이때 형태가 온전한 미끼가 떡하니 등장하니 곧바로 입질을 받는 것이다. 또 죽밑밥은 바다에 떨어지면 맑은 물에 잉크를 푼 것처럼 느리고 넓게 확산되므로 집어 범위가 넓고 효과도 오래간다.

▶크릴을 잘게 부수고 물을 많이 섞어 만든 죽밑밥.

Q 학공치가 미끼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는?
- 슬슬 끌어주면 관심 없던 녀석들도 호기심 발동

수심을 제대로 맞췄는데도 학공치가 미끼에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이때는 미끼를 가만 놔두지 말고 살짝 살짝 끌어주는 게 좋다. 이 동작은 미끼 바로 옆에 있는 학공치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끼 가까이에 있던 놈들은 별 반응을 안 보여도 멀리 떨어져 있던 놈들이 갑자기 이 동작에 반응할 때가 종종 있다. 입질이 정상적으로 들어올 때도 그냥 기다리는 것보다 습관처럼 미끼를 끌어주면 더 잦은 입질이 들어온다.

▶홍종범씨가 5호 중간줄을 덧댄 릴찌낚시 채비를 보여주고 있다.

Q 미끼는 어떤 게 가장 좋은가?
-알이 실한 크릴보다 흐물흐물 무른 곤쟁이가 최고

▶학공치 미끼인 곤쟁이(왼쪽)와 크릴. 같은 씨알이라도 곤쟁이가 훨씬 입질이 빠르고 잘 걸린다.

학공치 미끼로는 곤쟁이를 따라올 게 없다. 작고 살이 물러 바늘에 꿰는 게 다소 귀찮지만 효과는 만점이다. 학공치는 입이 작고 입 주변이 제법 단단해 오히려 물러터진 미끼가 한 번에 먹기 좋기 때문이다. 반대로 알이 단단한 크릴 살을 그냥 쓰면 걸림 확률이 적잖이 떨어진다. 짓눌리고 물러진 미끼용 곤쟁이 살점을 처음 본 꾼들은 “상태가 좋지 않다”며 인상을 찌푸리곤 하는데 입질 받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곤쟁이 씨알과 유사한 크기의 작은 크릴도 미끼용으로 판매 중이나 함께 써보면 확실히 물러터진 곤쟁이에 입질이 훨씬 빠르다.
만약 곤쟁이를 구할 수 없다면 크릴 살점을 잘게 자른 뒤 짓눌러 으깬 상태로 바늘에 꿰면 훨씬 잦은 입질을 받을 수 있다.

Q 잔챙이 속에서 큰 놈 골라 낚는 비결은?
-채비를 멀리 던져 안쪽으로 끌어보라

눈으로 볼 때는 다 비슷한 씨알 같아도 잔챙이 속에는 늘 큰 놈이 섞여 있다. 그런데 잔챙이 틈에 바로 채비를 던져서는 큰 놈을 낚기 어렵다. 이때는 밑밥은 발밑에 치고 몰려든 잔챙이 뒤편으로 채비를 던지는 게 가장 쉬운 요령. 잔챙이 무리 뒤쪽에 떨어뜨린 채비를 밑밥 쪽으로 끌어주면 어디선가 나타난 굵은 학공치가 따라오다가 미끼를 물게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은 반드시 큰 놈을 노릴 때만 쓸 필요는 없다. 채비를 끄는 과정에서 큰 놈이 물지 않더라도 결국엔 잔챙이가 미끼를 덮치기 때문에 나는 항상 이 방법을 쓰고 있다.

Q 릴낚시는 어떤 상황에서 효과적인가?
-파도 높거나 발판 높을 때 효과적, 그 외에는 민장대 유리

학공치낚시에서 릴낚시가 필요한 상황은 크게 두 가지 경우다. 첫째 학공치가 대낚시 사정거리로 접근하지 않을 때, 둘째 파도가 높거나 발판이 높아 민장대로는 낚시가 불가능할 때다. 그런데 둘째 경우는 불가항력이므로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민장대가 속전속결 면이나 간편함에서 단연 유리하다. 낚시인 중에는 밑밥으로 충분히 학공치를 불러들일 수 있는 상황임에도 무작정 릴낚시를 꺼내드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일단 민장대로 낚시해보고 그래도 입질이 없을 때 릴낚시를 시도하는 게 올바른 순서다.
나는 낚시가방 속에 2.0~4.0칸에 이르는 다양한 길이의 민장대를 갖고 다닌다. 가장 긴 4칸대로도 입질 받기 어려우면 그제야 릴대를 꺼내든다.

릴찌낚시 채비엉킴 방지용 중간줄 보고 감탄

내항에서 4시간 정도 낚시 후 잠시 점심을 먹고 나니 그 많던 학공치 어군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30분 이상 밑밥을 끊었더니 그새 어군이 빠져나간 것이다.
그러자 홍종범 사장이 가방 속에서 릴찌낚싯대를 꺼내들었다. 릴낚시로 좀 더 먼 곳을 노려 볼 계산이었다. 그런데 채비가 어딘지 모르게 다른 듯해 살펴봤더니 원줄과 목줄 사이에 굵기가 5호나 되는 중간줄을 이어 놓은 게 아닌가!
“학공치낚시에 웬 5호 줄이냐”고 내가 묻자 홍 사장은 “릴찌낚시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채비 엉킴을 방지하기 위해 중간줄을 댄 것”이라고 말했다.
릴찌낚시는 민장대로 발 앞을 노릴 때보다 평균 수심을 깊게 주고 낚시한다. 통상 1.5m가 기준이며 더 깊게 줄 때는 3m 이상을 노릴 때도 있다. 아마도 밑밥을 코앞에 줄 때보다는 학공치들의 부상 정도가 약한 게 원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문제는, 강풍 또는 맞바람 속에서 긴 릴낚시 채비를 원투하다 보면 채비가 곧잘 엉킨다는 점이다. 하지만 홍종범씨는 원줄과 목줄 중간에 5호 굵기의 중간줄을 대어 비행 또는 착수 과정에서 채비가 엉키더라고 쉽게 풀 수 있도록 했다. 또 실제로 학공치가 경계심을 느끼는 곳은 바늘 부위이므로, 2m길이의 5호 중간줄로 수심은 수심대로 확보하고, 가는 목줄은 25cm만 사용함으로써 예민성도 동시에 살렸다는 게 홍종범씨의 얘기다.
“멀리서 무는 학공치는 발 앞에서 물 때보다 경계심이 적어 예민도는 크게 따지지 않습니다. 문제는 누가 오랫동안 채비 엉킴 없이, 꾸준하게 학공치를 낚아내느냐가 다수확의 관건이죠. 그런 면에서 어신찌가 여러 개로 나눠 달린 염주찌 스타일은 썩 좋은 채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채비 엉킴이 너무 심하기 때문이죠. 릴찌낚시도 단순한 채비가 단연 최곱니다.”

죽밑밥, 질퍽해서 던지기 어렵지 않나?

발밑에만 품질하면 되므로 묽어도 상관없어

학공치용 밑밥 품질은 발밑에서 시작해 발밑에서 끝난다. 아무리 멀리 있는 학공치도 발밑에만 꾸준히 품질하면 발밑으로 몰려온다. 그만큼 냄새에 강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인데 어군을 빨리 모으겠다는 생각으로 멀리 던지면 밑밥이 조류를 타고 멀리 흘러가버려 오히려 집어를 망친다. 따라서 학공치용 밑밥 점도는 찌가 있는 곳까지 흩뿌릴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

학공치바늘, 왜 바늘 품이 좁을까?

좁고 직사각형인 터널 구조 입이 원인

확대 사진에서 보듯 학공치의 입은 좁은 직사각형 터널 구조를 하고 있다. 따라서 미늘과 허리 사이의 품이 넓은 바늘은 입 속으로 쏙 빨려들지 못하고 양쪽 언저리에 막히게 된다. 사람 입보다 큰 도넛을 입에 밀어 넣으면 양쪽 입 언저리에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학공치낚시에서는 작으면서 품이 좁은 바늘이 유리한 것이다.
만약 학공치 전용 바늘을 구할 수 없다면? 바늘 종류에 관계없이 가장 작은 크기의 바늘을 쓰면 된다. 홍종범씨는 학공치바늘 6호와 비슷한 크기인 볼락바늘 3호를 썼는데 학공치바늘보다 품이 약간 넓어 미끼 꿰기가 편하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학공치 씨알이 볼펜급으로 너무 잘거나 입질이 예민할 때는 전용바늘을 쓴다고 한다. 망상어바늘 5호도 학공치낚시에 적합하다.

학공치 안전 처리법

올린 고기는 반드시 밑밥통 안에서 뒤처리

학공치를 낚다 보면 열 마리 중 서너 마리는 올리는 도중 떨어질 때가 많다. 특히 손 앞에 와서 퍼덕이는 과정에서 자주 떨어진다. 이럴 때는 일단 밑밥통 안에 학공치를 넣은 뒤 뒤처리하는 게 안전하다. 떨어져 봤자 밑밥통 속이므로 놓칠 위험이 적다. 베테랑꾼들은 40리터짜리 밑밥통의 한쪽 구석에만 작은 밑밥통을 배치하고 나머지 공간은 학공치 뒤처리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