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의 파시, 배낚시 오딧세이 

1 외줄낚시 축제 개막

겨울 감성돔 전진기지인 전남 진도가 외줄낚시 출항지로 주목받고 있다. 진도권 해역엔 멀리 복사초를 비롯해 병풍도, 맹골도 주변에 손 타지 않은 열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ㅣ서성모 기자 blob.naver.com/mofisherㅣ

배낚시 마니아인 충주 남한강낚시 박희열 사장에게 진도 복사초의 열기 조황을 들었는데 조금 황당했다.
“다른 곳과는 씨알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굵어요. 35cm 열기를 10마리나 태웠다가 낚싯대가 동강난 사람을 여럿 봤습니다.”
열기를 올리다가 낚싯대가 부러졌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 하지만 박 사장이 “월척 10마리를 한꺼번에 걸었다고 생각해보세요. 멋모르고 낚싯대를 세웠다가는 부러지기 쉽죠”하고 설명하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진도 열기가 그렇게 씨알 좋고 잘 낚인단 말이지? 곧바로 열기낚시 취재 계획을 세웠다.
괴력의 열기가 낚인다는 복사초는 진도에서 남쪽으로 29km 떨어져 있는 수중섬으로서 물고기 수족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어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박희열 사장이 진도 피싱랜드호 허재균 선장에게 전화를 걸어 취재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연말 한파 탓에 출조 일정은 계속 연기됐고 1월 2일이 되어서야 진도로 내려갈 수 있었다.  

  “열기 풍년이요~” 병풍도 남쪽의 진도 열기 배낚시 모습. 맨 앞쪽에 있는 진도 낚시인 김장용씨가 채비 가득 태운 열기를 보여주고 있다.

 1차전  병풍도 남쪽에서 신발짝 열기로 쿨러 채워     

우리나라 남서쪽 끝에 있는 진도는 병풍도, 맹골도 등 유명 갯바위낚시터를 출조지로 삼고 있다. 그에 비해 진도권 외줄낚시는 좀 낯설다. 서망항의 허재균 선장은 “그동안 진도의 낚싯배는 감성돔 손님을 실어 나르려고만 했지 외줄낚시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어요. 지금도 열기 외줄낚시 손님의 70%는 부산 사람이고 간혹 서울분들도 옵니다”하고 말했다.
진도 서망항에서 복사초까지는 1시간 30분 거리. 선실에 들어가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22명 정원이 꽉 찬 상태. 한모퉁이에 끼어들어 잠이 들었나 싶었는데 엔진소리가 잦아드는 느낌이 들어서 눈을 떠보니 눈앞에 병풍도가 보였다. 허 선장은 “전날 폭풍주의보가 해제된 후여서 바다 상황이 좋지 않으므로 여기서 일단 낚시를 하면서 날씨를 보고 복사초로 가자”고 한다.   
결국 병풍도 남쪽 해역에서 첫 낚시를 했다. 낚시인들은 모두 미꾸라지를 꺼냈다. 칼로 3등분한 미꾸라지가 진도 열기의 최고 미끼라고 한다. 채비가 입수된 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뱃머리의 이경춘씨의 전동릴에서 휑 하는 모터소리가 들려와서 앵글을 맞췄는데 붉은 열기가 10마리나 올라왔다. 씨알은 25~30cm급. 그리고 여기저기서 전동릴 모터 소리와 함께 열기를 낚아 올렸다. 어느 낚시인은 열기를 올리자마자 아가미를 칼로 찔러 옆에 있는 물칸에 던져 놓았는데 “이렇게 하면 피가 잘 빠져서 이틀이 지나도 회로 먹을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은 사일 지나도 회맛이 변함없다고 하더군요”하고 말했다.

  왕열기다! 큼지막한 열기를 보여주는 거제 낚시인 이만우씨.

  뱃전에서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 전동릴. 앞에 보이는 섬이 병풍도다.

 2차전 복사초 대신 간 신생 포인트에서 우럭 줄줄이

개인 물칸에 열기가 넘치면 쿨러에 담고 다시 물칸을 채웠다. 이런 속도라면 정오가 되기 전에 쿨러를 다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포인트를 옮겼는데 조황은 변함없이 좋았다. 그런데 낚시인들의 표정은 처음만 못했다. “이거 씨알이 만족스럽지 못한데…” 사람 욕심은 간사해서 마릿수가 많으면 씨알을 바라게 되나 보다.     
조황이 좋으니 취재 걱정은 없어서 좋지만 너무 잘 낚이니 다들 낚시에 너무 열중한다. 이 정도 시간이면 한두 명은 회를 썰어야 할 타임 아닌가? 결국 맛보고 싶었던 열기 회는 점심시간이 돼서야 먹을 수 있었다. 큼지막한 열기 살을 된장에 찍어 먹으니 쫄깃쫄깃한 게 입안에 달라붙었다. 이런 녀석들로 쿨러를 채워서 집으로 가져간다면… 낚싯대를 챙겨오지 않은 게 후회됐다.
오후가 되자 바람이 터지기 시작했다. 결국 복사초로 가는 것은 포기하고 좀 더 남쪽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20분 정도 갔을까? 허재균 선장은 “신생 포인트여서 손을 안 탄 곳인데 어군이 많이 찍힌다”고 말했다.
채비를 내린지 얼마 안 돼 뱃머리에 앉은 낚시인의 낚싯대가 갑자기 고꾸라졌다. 열기라고는 보기 힘든 휨새. 그리고 또 그 옆에 있는 낚시인의 대도 고꾸라지는 게 아닌가. 대체 뭐지? 수면으로 올라온 물고기의 정체는 열기가 아닌 우럭! 40cm급 우럭 네 마리가 한꺼번에 열기 바늘을 물고 올라왔다.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 

   우럭 네 마리를 한꺼번에 올린 이만우씨가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배낚시 조과. 50~70리터 아이스박스에 열기와 우럭이 가득하다.

“열기는 알이 차는 2, 3월에 가장 맛있어”

허 선장은 “신생 포인트여서 그런지 우럭 자원이 많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열기와 우럭이 섞여서 올라왔다. 쿨러를 이미 다 채우고 낚은 열기를 옆에 있는 동료의 쿨러에 담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적게 낚은 동료에게 주려나보다’ 생각했는데 집어넣을 때 마릿수를 세더니 나중에 항구에 도착하자 그 수만큼 도로 꺼내갔다. 좀 야박해 보였다. 
오후 2시가 넘자 바람이 더 거세지고 파도가 높게 일어 뱃전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더 이상 낚시는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모두 풍족한 조과를 거두어 선실로 들어오는 낚시인 중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피싱랜드호 허재균 선장의 형인 다도해낚시 허재욱 사장은 “진도권역의 열기 자원은 병풍도 맹골도 추자도 만재도에 이르기까지 풍부합니다. 열기를 잡으려는 손님들만 있다면 출조는 어려운 게 아닌데 아직까지 진도의 열기 자원을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하고 말했다.
진도에선 피싱랜드호가 4년 전에 외줄낚시 전문 낚싯배로 영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두 척 정도 배낚시 손님을 받고 있다. 쿨러를 차에 싣는 낚시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기자에게 허재균 선장은 “진도 열기는 지금보다 2월 3월이 더 괜찮아요. 알이 차기 시작하니까 중량도 더 나가고 살도 맛있습니다”하고 말했다.
진도 외줄낚시 뱃삯은 1인당 10만원이고 점심식사를 제공한다. 일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출조 일정을 잡을 수 있다.   
▒ 취재협조 진도 피싱랜드호 허재균 선장 017-632-5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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